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54화 (1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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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비제이 -->

롤챔스 스프링 시즌.

새 시즌의 시작에 앞서 각 게임단의 엔트리가 발표된다.

못을 박아놔야 나중에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 변경이나 트레이드를 못하도록 한다.

사실 시청자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진짜 유명팀이 아닌 이상 다 그러려니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큼은 소란이 인다.

롤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한창이다.

─와 레전설 이 새끼 진짜로 돌았네;

파프리카 프릭스 명단에 유리야 있는데?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달래처럼 띄워주려고 넣은 거겠지ㅋ

└은근히 착해. 주위 사람 챙겨준다니까?

글쓴이-오~ 레전설 이미지 세탁 좀 했나 보네?

지난 승강전의 주역이었던 파프리카 프릭스.

파격적인 선수 기용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이번에도 그 기본 색깔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아니, 한층 더 업데이트 됐다고 보는 게 맞다.

그것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는데…….

의아함이 물솟음 치는 것도 그럴 만했다.

─달래는 그래도 나름 준프로급이긴 했잖아

티어도 버스 논란 있을 뿐 다이아1이고

실제 대회에서 잘했으니 이견이 없고

근데 유리야는 조금 많이 모르겠다……

└연습 시키더니 진짜로 넣었어;;

└어차피 마스코트 라니까ㅋㅋ

└실버인데 프로할 수는 있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형식상의 문제는 없지

심해 롤BJ.

Korea Bronze Girl로 한꺼풀 더 벗어재낀 유리야다.

그런 그녀가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수 명단에 등록돼 있다.

에이, 설마 나오기야 하겠어?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은근하게 신경 쓰인다.

물론 가능성 자체가 낮게 책정돼있어 신경이 쓰이는 정도다.

문제가 있다면 한 명 더.

최근 까메오팟TV에 이어 파프리카TV까지 뒤흔들고 있다.

푸른 눈의 그녀는 정말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실력자다.

─하비 최근에 컨텐츠 롤만 하네

요즘 신작 나온 것도 많은데 좀 해보지

롤이 대세라 시청자 몰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건가?

난 종겜 시청자라 살짝 아쉽다

└응? 인터넷 개통 오늘 되셨나

└하비 파프리카 프릭스 간 거 몰라요? 레전설한테 반해서

글쓴이-???

└(농담 같아 보이지만 반쯤 사실이라고 한다)

종합 게임 방송을 하는 외국인 스트리머다.

까메오팟TV 시절 푸른 눈의 팟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파프리카TV로 플랫폼을 옮긴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다 레전설과의 합방을 계기로 갑자기 훅-! 떠버렸다.

그를 따라 파프리카 프릭스에 정식 입단.

연습을 위해 롤을 주력 컨텐츠로 방송하는데 이른다.

─그래서 빡세게 롤만 하고 있었구나~

근데 하비 롤챔스에서 뛸 수 있어?

한국 국적 아닌데 게임 가능?

└국적 다르다고 안될 건 없잖아

└우리나라 선수들도 해외 갈 수 있는 것처럼

└문제는 실력이긴 한데ㅋㅋ

└하비 롤 위주로 안 해서 그렇지 빡겜하면 잘해~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충격 실화.

엄근진하게 따지면 안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국적이 다르다고 참가하지 말라는 규칙은 당연히 없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외국인 용병이다.

물론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그 점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보이고 있다.

다이아5였던 하비가 금세 다이아3까지 치고 올라갔다.

달래와 더불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신인이 됐다.

안 그래도 달아오르던 롤챔스의 기대심을 폭발시킨다.

─대회에 여성 프로 나오고 다 좋긴 한데……

솔직히 결과가 좋았으니 기대심이 이는 거지

승강전 폭망했으면 팀다크급 갑분싸 왔을 걸?

프로 리그가 장난이야?

그러니까 '그 비제이' 소리 듣는 거지

└그 비제이가 무슨 뜻이야?

글쓴이-프로게이머가 개인 방송 하면서 여캠 끼고 놀잖아. 프로 의식이 결여돼 있어서 나오는 소리지

└그러게. 어떤 게임단 감독은 결혼도 못하는데

└꼬치 로그인 각도 좁혀야……

원래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나오던 이야기다.

어느샌가 일반 유저들 사이에도 정착됐다.

그 비제이.

레전설에게 붙은 또 다른 별명이다.

프로게이머 전향한다며?

그런 주제에 허구헌날 여자 끼고 논다.

자극적인 컨텐츠가 주를 이루며 파프리카TV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레전설은 그냥 파프리카TV에 정착하는 게 나아

지금이 거품도 딱 알맞게 꼈고

방송도 잘돼서 수익도 좋을 테고

솔직히 롤챔스 뛰는 순간 거품 다 빠짐 ㅇㅈ?

└승강전 때 잘하지 않았어? 난 기대되는데

글쓴이-어떻게 승강전이랑 롤챔스를 비벼요ㅋ

└준비 기간부터가 다른데 퀄리티가 다르지

└승강전은 솔직히 초심자의 행운이 있긴 했어

초심자의 행운.

꼭 좋은 의미만을 가진 단어는 아니다.

이 단어가 파생된 소설에서 그 끝은 가혹한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승강전에서 제법 선전을 한 건 맞다.

그런데 주제 파악 못하다가는 떡락 또한 금방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빈정과 함께 레전설을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롤챔스.

2부 리그, 그리고 승강전과는 공기가 다르다.

선수들이 게임에 임하는 각오부터 한 차원 달라진다.

─이제 더 이상 뽀록은 없어

선수들 휴식 기간 끝나서 재충전도 됐을 테고

파프리카 프릭스에 대한 분석도 끝났을 걸?

어설프게 여캠 끼고 하는 순간 구멍 집중 공략 당함

└구멍요?

└아, 구멍은 좀ㅎㅎ

글쓴이-이 음란마귀들아! 못하는 라인 말이야

└그건 맞지ㅋㅋ 집중 공략 시작되면 못 버틸 걸?

파프리카 프릭스가 선전은 요행일 뿐이다.

이번 롤챔스 스프링 시즌 때 밑천이 탄로날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실드파와 충돌하며 화제를 만들고 있다.

파격적임을 넘어 상식 자체를 뒤흔들어 재낀다.

새 시즌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태풍의 눈이 돼버렸다.

이 모든 것을 저지른 장본인.

레전설이 오늘 출연할 예정이다.

2014 롤챔스 스프링 시즌, 그 조지명식.

이미 터져버린 역대급의 폭탄이 연쇄 폭발을 몰고 온다.

*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1부 리그 답게 시작부터가 거창하다.

내로라하는 열여섯 게임단의 주장들이 한 자리에 나와있다.

〈SKY T1 K팀의 주장! 테이커 선수가 뽑은 팀은…… KTX 롤러코스터 A!〉

진용준 캐스터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한 선수가 눈을 감고 이마를 툭 친다.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주장 까메오 선수.

지난 시즌의 우승팀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됐으니 속이 타는 것도 당연하다.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내부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조지명식이 진행 중이다.

방금 전처럼 한 선수의 선택이 온갖 희로애락을 불러일으킨다.

-까메오 ㅈ됐네ㅋㅋㅋ

-A조는 진짜 죽음의 조다

-SKY T1 K랑 같은 조인 팀들 개불쌍ㅋㅋ

그 희로애락의 대상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조지명식은 직관보다는 집에서 보는 분위기다.

경기처럼 작정하고 보진 않아도 이게 또 은근한 재미가 있다.

〈지금 까메오 선수 화났어요? 걸음걸이가 화난 걸음걸이인데요.〉

〈네, 화났습니다. 같이 갈 동반자 누구를 고를지 고심하고 있어요~.〉

장난스러운 질문, 장난스러운 대답.

스튜디오 안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지만 선수들만은 웃을 수 없다.

SKY T1 K와 같은 조에 속한다고?

지난 시즌의 악몽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저 무적 함대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대비책을 안 세워온 건 아니지만 가능한 기피하고 싶다.

까메오 선수의 손에 운명이 걸려있다.

뒤적뒤적, 아크릴 상자 안에서 빨간색 공 하나가 뽑혀 나온다.

〈그 공이 폭탄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인지하고 계신가요?〉

〈저는 폭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팍! 터트리고 가는 거죠~.〉

플라스틱 공을 호쾌하게 비틀어 열어재낀다.

그 안에 돌돌 말려있는 하나의 쪽지.

손으로 쭉 펴서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SKY T1 S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막전 내전 가나요ㅋㅋㅋㅋㅋㅋ

-까메오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속보)왕린 표정 썩창ㅋㅋㅋㅋㅋ

채팅창은 당연하고 현장의 반응이 압권이다.

스튜디오가 거의 뒤집어질 지경이다.

중계진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고, 근심을 덜은 나머지 선수들은 밝게 웃는다.

떠나갈 듯한 함성이 회장 안을 뒤흔든다.

〈이걸로 A조는 두 가지가 확정됐네요. 형제팀의 내전! 그리고 죽음의 조!〉

진용준 캐스터도 밝게 웃는다.

원래 세상사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죽음의 조 하나쯤 나와줘야 중계하는 재미도 찰진 법이다.

-왕린은 진짜 부들부들하겠다ㅋㅋ

-승강전 만회 좀 해보려는데 같은 조에 형제팀!

-벌써부터 이렇게 터져버려도 되나?

E-스포츠 강국 한국의 엘리트 선수들만을 모아 놓은 자리다.

그 기대심이 폭발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진짜로 기대를 폭발시킬 이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B조 삼선 레드는 IM 1팀을!〉

다른 조의 차례가 속속들이 진행된다.

A조가 너무 특별했던 거다.

나머지 조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A조부터 D조까지 각 조의 1번들.

지난 윈터 시즌 1위부터 4위까지 쭉 나열해 놨다.

〈불밤이 여기서 가짜에어 비둘기를 뽑나요!〉

그렇게 차례가 점점 진행되며 드디어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가장 바라고 바랬던 순간이다.

SKY T1 A의 주장 왕린.

그가 아크릴 상자 안에 난폭하게 손을 집어넣는다.

〈확률은 1/4입니다.〉

〈이럴 때 파프리카 프릭스 뽑으면 지난 승강전의 설욕을…….〉

강빈 해설이 회장 모든 이들이 신경 쓰고 있는 사실을 중얼거린다.

그 25%의 확률이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머피의 법칙이 제대로 작렬하길!

왕린 선수가 자신이 뽑은 플라스틱 공을 비틀어 연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파삭! 금이 가고 말았다.

어쩌면 이 순간부터 예언이 된 걸지도 모른다.

〈파프리카 프릭스! 결국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고 말았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두 팀만 만나는 건 아니에요?〉

〈어마무시한 친구들이 함께 할 예정이죠. 이번 스프링 시즌, 조별 리그부터 폭탄 제대로 터지겠네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A조에 죽음의 데스가 물씬 느껴진다.

그 당사자의 심정.

듣지 않고 넘어가면 섭한 일이다.

〈레전설 선수, 롤챔스 첫 출전인데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만만치 않아요! 심정이 착잡하시겠어요?〉

〈재밌네요. 흥미가 아주 진진하네요.〉

회장 모든 이들이 가볍게 웃는다.

롤챔스 첫 출전에 죽음의 조에 속하다니.

처지가 딱하다, 다른 한 켠으로는 그럴 만하다.

그 비제이.

개인 방송이나 열나게 하니 벌을 받는 거지.

선수들도 내심 샘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의 조라는 이야기가 있는 A조지만 그래도 이 팀을 상대로는 할 만하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자신 있는 팀이 있다면 하나만 좀 말씀 해주시죠~.〉

진용준 캐스터가 레전설에게 질문을 잇는다.

과연 우리 뉴비는 어떤 팀이 만만하다고 할까?

으레 있는 방송 멘트지만 이번 만큼은 의미가 가볍지 않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한 KTX 롤러코스터 A팀?

아니면 이미 한 번 꺾은 전력이 있는 SKY T1 S?

어느 쪽이든 간택되는 팀은 굴욕이다.

어떻게 신인한테 얕잡아 보일 수 있냐?

그런 회장의 분위기를 모를 수가 없다.

마이크를 잡은 레전설이 담담하게 입을 연다.

〈꼭 하나만 말해야 되나요?〉

〈더 있으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물론 말씀 안 하셔도 돼요~. 강제되는 건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방송 멘트다.

선수의 이미지를 희생시키기까지 하진 않는다.

진용준 캐스터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SKY T1 S…….〉

역시 이미 한 번 꺾었던 팀인가?

스튜디오 한쪽에 앉아있는 왕린의 표정이 썩창이 된다.

반대로 까메오 선수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쪼갠다.

〈그리고 KTX 롤러코스터 A…….〉

피식 쪼개던 까메오 선수의 입이 꾹 다물어진다.

평소 장난스러운 그지만 이번 만큼은 진지하다.

신인팀 주제에 우리 KTX 롤러코스터를 만만히 본다고?

레전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SKY T1 K. 이상 세 팀입니다.〉

가벼운 웃음이 떠다니던 회장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는다.

진용준 캐스터마저 받아칠 말을 떠올리지 못한다.

말이 세 팀이지 A조에 속한 전원이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마지막으로 언급한 그 팀.

지난 윈터 시즌을 폭격해버린 무적함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지 알고나 있는 건가?

패왕색 패기가 스며든 전대미문의 폭탄 발언이 LCK를 뒤흔든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1편만 올릴게요

비축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편이 보기 자연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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