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 유리야를 갈구면 레벨도 올라! -->
"야, 빡대가리야!"
"왜요!"
"키보드로 스킬 찍는 속도가 너무 느려. 레벨업 하고 0.5초 안에 찍어."
"힝……."
-유리야 서러워 ㅠ.ㅠ
-0.5초는 심했네
-저 못된 시어머니 내 옆에 있었으면 죽빵 날렸다
응, 못 날려.
너희 컴퓨터로 채팅만 치고 있어.
그리고 절대 괜히 갈구는 게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로 안 갈궜지.'
목표가 크잖아 목표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출장 안마 서비스를 나왔다.
대중 매체에서 종종 나오는 19금 말고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찰싹!
유리야와 합의 끝에 발바닥을 맞기로 했다.
손바닥을 맞으면 게임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방구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단소가 빛을 발한다.
-이제 엉덩이 안 때리나요?
-볼기짝형 기대하고 왔는데ㅠ.ㅠ
-어제 영자 떴음ㅋㅋ
방송이 다소 자극적이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운영자가 한 번 왔다.
〈파프리카TV 운영자 입니다. 시청자의 채팅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현재 접수된 신고건의 조치 진행함을 안내해 드리며, 부적절한 채팅 (욕설, 음란, 어그로, 지역, 비방 등)에 대해 채팅관리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유별난 일은 아니다.
방송을 하다 보면 종종 찾아온다.
나처럼 시청자가 많은 방송은 불가피하다.
많은 만큼 악질 시청자도 섞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내 문제도 있었다.
매니저 채팅으로 한 마디 하고 가셨다.
-성적인 컨텐츠 지양 바랍니다
"네? 성적인 컨텐츠요?"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희롱하시면 안됩니다
"아니, 그럼 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다 의자왕이었겠네!"
가만히 앉아있으면 학생들 수십 명이 엉덩이 맞으러 오잖아.
나는 딱 한 명만 때리는 건데 그것도 안돼?
안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하긴 세상이 변하긴 했어.'
솔직히 나는 안 믿겨지는데 요즘 학교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못한다고 한다.
엎드려뻗쳐도 못 시키킨다는 소문을 들었다.
여름날 운동장,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경험을 이제 할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건 교원 면허가 있는 선생님들 얘기다.
나 같은 과외 선생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
유리야가 못할 때마다 발바닥에 불이 난다.
『유리야 Lv.5』
부들부들, 부들부들.
발바닥이 아픈지 발가락을 꾹 당겨 쥔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리야가 발이 예쁘다.
내 손바닥 만해서 참 앙증맞다.
'그만큼 괴롭혀주는 보람도 차고 넘쳐.'
학창 시절 선생님들의 마음, 조금은 알 듯한 기분이 든다.
다소 가혹한 건 인정하지만 학생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많이 실수를 짚어준 데다 레벨도 무럭무럭 올랐다.
"이제 유리야는 오토 모드로 돌려놓고 유리야의 방을 탐색해보겠습니다."
-미친 새끼ㅋㅋㅋㅋ
-레전설은 종잡을 수가 없다 정말
-여캠방을 진짜로 뒤진다고?ㅋㅋ
아버님들, 어머님들이 자식들 방을 들락거리는 이유가 있다.
우리 자식 어떻게 사나.
그리고 방 좀 치우고 사람 같이 살아라!
유리야는 제법 사람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But 의외의 모습 있을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침대 밑에 야한 책을 숨겨뒀다던지.
"선배! 제 방 마음대로 보지 마요!"
"유리야가 용한타 중이므로 이때 빠르게 찾아보겠습니다."
아쉽게도 야한 책은 없었다.
유리야이므로 사실 기대도 안 했다.
그렇다고 수확이 없다는 소리도 아니었다.
"어, 유리야 마세 피네?"
"마세가 뭐에요?"
-순-수한 의문
-아무도 안 속아^^
-달래 때 너무 우려 먹었어
농담으로 한 소리다.
얘는 담배가 아니라 담배 초콜릿도 안 먹을 애다.
"담배 초콜릿요? 그거 맛있어 보였는데 먹으면 혼날까봐 못 먹었어요."
"그렇구나."
"이제 다 컸으니 먹어도 되겠죠?"
-응 아직 덜 컸어
-유리야는 앞으로 10년은 더 커야지~
-여캠 안 믿는데 리야는 너무 순진해ㅋㅋ
그래도 수확이 있어야 재밌는데.
옷장까지는 차마 뒤질 수가 없다.
침대 위에 있는 애꿎은 피카츄 인형이 마음에 안 든다.
"피카츄 때리지 마요!"
"니네 집 올 때마다 얘가 나 꼬라봤단 말이야."
"착한 애에요! 때리면 안돼요."
한 번 쓱 둘러보니 별게 다 있다.
내가 예전에 뽑아줬던 토게피 인형도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유리야 빤스.
'이건 일단 못 본 척하자.'
딱 봐도 지가 벗어놓고 까먹은 각이다.
캠 각도상 아마 안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깜짝 놀랬다.
곰돌이가 그려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른스럽다.
기억 속 폴더에 저장하고 자리에 되돌아온다.
유리아 Lv.5는 강했다.
실버들을 2킬 8데스 21어시 스코어로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저 잘하고 있어요. 이제 때리지 마요."
"그래, 레벨5라 그런지 많이 발전했네."
"??"
이상해꽃으로의 진화가 머지않았다.
* * *
어제 리야에게서 까톡이 왔다.
자기 엉덩이 빨갛게 부었다고.
그리고 발바닥도 따끔거려서 걷기 힘들다고.
'근데 원래 아픈 만큼 성장하는 법이야.'
『유리야 Lv.7』
강려크해진 리야는 실버의 여포가 됐다.
골드를 만나게 되자 다시 쭈구리가 됐다.
하지만 한 단계 성장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유리야도 내 공부법에 토달지 못한다.
한 명 불만이 많은 사람도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업무 중입니다. 구순 좀 여물어 주십시오."
달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핸드폰 너머로 귀 따가운 소리가 들린다.
요즘 얼굴도 안 비추는 주제에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리야 언니 때리지 마. 언제 한 번 빨간 줄 그여봐야 정신 차릴래?〉
"교육적 지도 과정 중 일어난 불가피한 참사입니다."
〈내가 언제 니 인성 교육 시키고 만다 또라이 새끼야!〉
"개구기를 끼셨는지 입을 다물 줄 모르시네요 하하."
리야랑 친해져서 그런지 화를 많이 내신다.
솔직히 나도 잘못한 게 없지는 않다.
원래는 장난삼아, 컨텐츠 삼아 몇 대 쥐어박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효율이 좋더라?
레벨도 팍팍 올라서 궁금해졌다.
이 여자, 날 어디까지 설레게 만들 수 있을까.
〈진짜 미쳤어. 리야 언니가 어딜 때릴 데가 있다고.〉
"나는 미만 쳤지 너는 파도 쳤잖아! 여캠들한테 내 뒷담 오지게 까고 다닌 거 모를 줄 알아?"
〈데헷!〉
데헷은 니랑 맞는 캐릭터가 아니야!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간만에 춘자 모드 ON!
-방송 끄면 둘이 이런 느낌이구나ㅋㅋ
-데헷이래 우리 달래 긔여어^^
귀엽긴 뭐가 귀여워.
나를 여캠들에게 왕따 당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방송에서 자꾸 내 욕하니까 진짜 나쁜 놈인 줄 알잖아!
〈나쁘게만 생각 마. 어차피 까였을 텐데 나 때문에 까인 거 같잖아. 이른바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거지.〉
"그런가? 앞으로 너희 집 쪽으로 하루 세 번씩 절할게!"
-크윽, 달래가 뒷담을 까는 바람에……
-ㄹㅇ루다가 어차피 까이는 거였자너ㅋㅋ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 풀렸으니 됐지!
순간 설득 당할 뻔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자괴감 오지게 들었다.
시청자들은 그냥 저 얼굴이면 까일 만하지!
아무리 그런 얼굴이라도 열네 번쯤 까이면 정신 혼미해진다.
이 모든 사태를 달래가 기획했다는 사실.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방송에서 뒷담도 까고, 까톡 등으로도 화려하게 저지르고 다녔을 것이다.
'춘자 얘는 진짜 싸이코야 싸이코.'
입이 근질근질하다 정말.
달래가 질투 안 하는 거 같아도 기본적으로 싸이코 기질이 있다.
나보다 위면 위지 결코 밀리는 애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무튼 저는 바로 하비집으로 향하겠습니다. 달래가 질투 때문에 저한테 전화 걸었는데 턱도 없습니다."
-대체 뭔 질투?
-망상 오지죠? 역겹죠?
-하비 때리거나 하면 죽는다!
달래가 정말 무서운 아이다.
원래는 주먹만 무서웠는데 2년 사이에 머리도 간사해졌다.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끼익.
택시를 타고 하비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가는 과정은 일부러 방송 안 켰다.
유리야 때도 그랬지만 신상을 들키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비, 오랜만이야."
"Hi 성훈! Welcome To My Home."
집이라서 그런지 얇은 차림인 하비가 포옹과 함께 뺨에 키스를 해온다.
나 동방예의지국의 후손.
오늘 만큼은 참을 것이다.
외국인의 집은 외국의 연장선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이런 불편한 서양식 문화와 예절도 감수하고 받아들인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빡대가리야 대신 하비와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공지 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여자를 매일 바꾸네
-교육은 그냥 핑계 아니야?
-모르겠다ㅋㅋ 즐기자
이상해꽃으로 거의 진화를 시켰다.
잘해지니까 본인도 할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원숭이 엉덩이 돼서 심통 나더니 이제는 신바람이 났다.
잠시 오토 모드로 돌려두고 하비의 집에 왔다.
하비는 기본적으로 잘하지만 더 잘해져서 나쁠 건 없다.
내 교육이 더해진다면 천군만마를 얻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비 준비했다."
"뭘?"
"탄소!"
-그녀의 리코더!
-하악하악
-하비! 그거 단소 아니고 리코더다
-그 새끼한텐 고소를 준비해야 하는데
무슨 오해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리코더를 내밀어왔다.
아무래도 문방구에서 잘못 줬나 보다.
리코더는 플라스틱이라 별로 안 아프다.
그리고 나 레전설 여자에게 함부로 손 대는 사람 아니다.
-쓰레기 새끼ㅋㅋㅋ
-??? : 선배애!!!
-또 타격감 논하나?
-타격감ㅋㅋ 그때 꿀잼이었는데
리야는 함부로 때린 게 아니다.
맞을 만하니까 맞는 거다 걔는.
하비는 다이아이기 때문에 암이 안 걸린다.
하지만 But 백마와의 격한 플레이, 꿈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비의 각오 잘 보았다."
"가고?"
"각. 오. Mind."
"Plese Use It. I Can!"
"하비를 때리면 내 마음도 많이 아프다."
-?? 리야 어리둥절행
-이 방송 보면 부들부들하겠다
-하비 앞에서 신사인 척 개오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
자꾸 오해의 소지가 있는 채팅들이 올라온다.
하비는 회초리가 아닌 다른 벌칙으로 대신한다.
"하비 집에 라면 있어?"
"있다, 있다! 한쿡 라면. 푸라면."
"그거 아마 푸가 아닐 거긴 한데…… 아무튼 라면 하나 끓여줬으면 한다."
-뭐지…?
-뭔지 알겠다 ㅅㅂㅋㅋㅋ
-우리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교활한 새끼 진짜!
문화 교류를 하기 위함이다.
하비가 한국 라면을 얼마나 잘 끓이는지.
토종 한국인인 내가 먹고서 평가를 해주겠다.
결단코 다른 의도로 이러는 게 아니다.
-하비한테까지 마수를 뻗다니……
-친해지면 유리야처럼 때린다ㅋㅋ
-얘 그래도 아주 쓰레기는 아니야. 저번에 밥값 지가 계산하더라
-ㅇㅇ재활용은 됨
쓰레기인 시점에서 그냥 나쁜 거 아니니?
하지만 그런 사소한 지적 참 좋다.
나의 선행들을 널리 퍼트려주길 바란다.
'하비는 레벨 같은 거 안 떠오르겠지?'
떠오른다고 해도 리야처럼 대놓고 때리기는 힘들다.
저 갸냘픈 몸을 어떻게 때려.
반팔을 입고 있는 하비는 한 마디로 우리집 엘프다.
엘프답게 기본 스탯이 상당히 우월하다.
말이 다이아5지 롤만 집중적으로 하면 올라갈 기질이 보인다.
종합 게임BJ라서 여러가지 하기 때문이다.
하비에게는 한동안 롤을 집중적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장난으로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진지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나도 최대한 조력을 해줄 것이다.
챌린저인 내 시점에서 부족한 것들을 짚어줬다.
좋은 느낌으로 성장이 척척 진행되어 간다.
누구와 달리 레벨업하지 않아도 말이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 오후 제가 바쁜 일이 있어요. 그러므로 하비의 교육은 다음에 마저 하겠습니다."
"하비 슬프다…."
"다음에 또 만나러 올게."
바쁜 일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드디어 스프링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이를 위해 각 게임단의 대표 선수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있다.
늦은 오후에 용산 E-스포츠 경기장 특별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 전에 하비, 플레이 분명 부족한 점 있었다. 고로 약속 이행한다."
"Alright! 나 잘한다. 라면 잘 끓인다."
"하비집에서 라면 하나 먹고 가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악!
-라면만 먹고 가는 거겠지?^^;
-레전설 요즘 잘 나가네……
-하비랑 달달각이라니ㅠ.ㅠ
본격적인 전쟁의 신호탄.
특별한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간다.
========== 작품 후기 ==========
강려크해진 유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