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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를 갈구면 레벨도 올라! -->
『브론즈 프로게이머』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운 업적입니다.
실패시 지나친 후폭풍이 야기됩니다.
향후 프로게이머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원활한 실력 상승을 위해 시스템 보조가 붙습니다.
'…….'
아무래도 무능한 신까지 불안했나 보다.
나로서는 당연히 확신을 안고 하는 짓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의아할 수도 있다.
-유리야 진짜 프로게이머 해요?
-어느 세월에 골드 찍고, 플래 찍고, 다이아 다냐ㅋㅋ
-다이아 달아도 힘들 텐데……
-다이아 달 수는 있음?ㅋ
당장 지금만 해도 시청자들이 장난스럽다.
에이, 마스코트로 장난 삼아 넣은 거겠지.
한 경기라도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장 지질 사람이 수백 명은 되어 보인다.
"나 레전설,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 말한 것 반드시 지킨다."
"선배."
"왜?"
"그 말투 찐따 같아요."
-리야ㅋㅋㅋㅋㅋㅋ
-레전설 벙찜ㅋㅋ
-하극상 가나요?
-당하고만 살지 말자!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But 당황하지 않는다.
반란은 가차없는 응징으로 처벌한다.
"우쒸! 머리 때리지 마요! 머리 나빠진단 말이에요."
"나빠질 머리가 있었을 때의 얘기 같은데."
"머리 때리면 저 브론즈 갈 거에요. 평생 못할 거에요. 그럼 선배도 곤란하죠?"
-우리 리야 머리 굴렸어!
-리야 딜교 승리^^
-자신의 몸을 담보로 승리……
-저러다 또 맞는 거 아님?ㅋㅋ
또 때리고는 싶지만 정론이다.
간만에 유리야가 똑똑한 발언을 했다.
그렇게 말을 하면 나도 유리야를 때리기 힘들다.
어째서 이런 꿈만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건가 봤더니.
『유리야 Lv.2』
[유리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부작용으로 머리가 똑똑해집니다.]
'뭐지? 그 온 세상 학부모들이 탐낼 것 같은 부작용은?'
방금 유리야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자 똑똑해졌다.
아니, 레벨이 올랐다.
어떤 방식으로 레벨이 오르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감이 잡히는 듯하다.
'머리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똑똑해진다니 신기하긴 하네.'
쉽게 헷갈릴 수 있는 상식이지만 머리를 때린다고 뇌세포가 죽진 않는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어림도 없다.
내가 유리야를 그렇게 학대하는 시어머니도 아니다.
"선배~."
"왜?"
"저 지금이라면 왠지 골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골드 선언!
-리야 갑자기 우쭐하는데?
-그런 자신감 좋다 리야야ㅋㅋ
근거 없는 자신감, 약칭 근자감이라고 한다.
나 없으면 실버도 간당간당한 주제에 골드?
하지만 이번 만큼은 나도 쉬이 무시하기 힘들다.
'정말로 머리가 좋아진 건가?'
고작 레벨이 하나 올랐을 뿐이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현재 시작하게 된 게임.
하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능할 듯하다.
챠라랑!
신이 난 유리야가 보라색 창으로 적들을 그어버린다.
라인전에서 원래 이렇게 견제하는 타입이 아니다.
뒤에서 쭈구리 마냥 쫄아서 버프만 주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적 서포터 루나의 코털을 건드렸다.
루나가 던진 밤하늘의 칼이 유리야를 꽁꽁 묶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까불다가 죽었어ㅋㅋㅋ
-리야야 여기 실버 상위야!
-상대가 잘한다는 걸 모르나 보네
듀오가 아닌 현장 관전으로 보고 있다.
CC기 연계를 맞고 깔끔하게 즉사.
방금 전 자신감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
기세만 좋았다.
아주 조금 예리할 뻔했다.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지하겠다.
'그러니까 그거네.'
평소에 워낙 못하고 띨빵한 리야다.
조금 잘해지니까 아주 의기양양.
지난번에 실버 티어 안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미세한 차이라도 본인에게는 변화가 느껴진 거다.
'여기가 원래 니 티어면 활약을 했을 수도 있어.'
내가 최근에 리야를 많이 신경 써줬다.
하비랑 노니까 얘가 삐졌다.
선배 왜 외국인이랑 놀아요!
저 프로게이머 안 하는 거에요?
또 저 갖고 노는 거에요?
툴툴대길래 듀오해서 계속 계속 굴렸다.
정신 못 차리도록 하루종일 롤만 시켰다.
그 결과 브론즈에서 실버, 실버 2티어까지 왔다.
유리야의 원래 티어보다 한참은 높다.
라인전에서 나대다가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머리가 조금 좋아져봤자 글자 그대로 조금이다.
"야, 유리야."
"넹……."
"깜빡 잊고 안 말했는데 못하면 엉덩이 팡팡이야."
"선배! 그거 성희롱이에요. 그리고 저번에 엄청 아팠어요."
"그냥 서비스씬이라고 생각해. 맞다 보면 의외로 좋아질 수도 있어."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
-레전설을 국회로!
-SM클럽은 유리야를 환영합니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이런 게 다 컨텐츠다.
맞기 싫으면 잘하면 된다.
근데 당연한 말이지만 리야가 잘할 리가 없다.
파앙!
살과 살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유리야의 찰진 엉덩이가 부르르 떨린다.
정말 때릴 줄 몰랐다는 듯 눈물이 찔끔 맺힌다.
"선배애! 성희롱이에요. 저 화낼 거에요."
"그래도 아프진 않았잖아."
"그렇긴 했는데…… 부끄러워요."
-이걸 진짜 때린다고?
-카메라 각도로 눈속임하는 거겠지?
-레전설은 혼.모.노라서 진짜 때린다;;
그럼 진짜 때리지 가짜로 때리니?
본격적인 건 아니고 허벅지 위의 궁둥이 찰싹 친 정도다.
2kg 불어나서 그런지 이전보다 찰져졌다.
'리야가 원래부터 찰진 편이었긴 해.'
볼기짝의 찰짐만 따진다면 달래보다 윗줄이다.
그런 리야가 또다시 맞고 싶나 보다.
라인전에서 갱킹을 당해 죽었다.
"넌 니가 왜 죽는지 알아?"
"모르겠어요…… 맵을 안 봐서 그런가요?"
"겁나 못하니까."
-작정하고 놀리네ㅋㅋ
-그만 놀려! 그러다 울겠다
-또 무릎 꿇을라고?
아니, 진짜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루나 같은 챔피언은 킬각을 예리하게 잡는다.
어설프게 견제하다간 지금처럼 죽기 십상이다.
'한 마디로 그냥 못해서 죽는 거지.'
일단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있다.
조언은 이 판 끝나고 몰아서 해준다.
물론 볼기짝형은 실시간이다.
"엄마 오면 이를 거에요. 선배가 엉덩이 때려서 빨갛게 부었다고."
"어머니께 보여줄 수 있겠니?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어떻게 오해를 해요?"
-우리 리야 몰라ㅋㅋㅋ
-그, 그런 플레이가 있단다……
-리야는 평생 몰라도 돼 ㅎㅎ
옷 때문에 소리만 크게 나지 별로 세게 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적되다 보니 얘가 심통이 났다.
맞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나 보다.
'이게 세게 안 맞아봐서 이러는 거야.'
나는 학창 시절에 야구 빠따로 맞았다.
요즘은 체벌 금지라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당시에는 정말 체육 창고에서 방망이 꺼내와서 때렸다.
최소로 잡아도 몽둥이, 아니면 각목.
그렇게 남자애들이 복날 개패듯 맞을 때 여자애들은 30cm자랑 단소 같은 걸로 맞으면서 꺅꺅거렸다.
심지어 안 때리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똑같이 맞는다고.
아프지 않으니까 그런 소리를 할 여유도 생기는 거다.
리야는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기 교육시킨다.
"화면에 안 보이게 해줄게. 음소거도 해줄게. 그러니까 제대로 맞자."
"때, 때리지 마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알았어 안 때릴게."
"선배……."
"근데 몸이 각인하도록 한 대는 맞아."
어느 정도 아픈지 알아야 된다.
세상에는 느껴 봐야 이해가 되는 것도 있다.
전국민이 훈련소 입소만 해봤어도 우리나라에서 군인 무시 받을 일은 사라진다.
『유리야 Lv.3』
부들부들, 부들부들.
한 대 맞더니 볼따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너무하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나랑 유리야의 사이다.
원래 친한 동생은 때리기도 한다.
'그리고 유리야는 솔직히 맞아야 돼.'
체벌이 기본적으로 안 좋은 건 맞다.
하지만 맞아야 정신 차리는 타입도 있는 법이다.
유리야는 정확히 그 타입이고 실제 효과도 톡톡히 거두고 있다.
철써덕~!
유리야의 인어가 적 원딜러를 견제한다.
넘실거리는 물결이 이즈레알의 볼따구를 찰싹!
자신이 맞았던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주듯 폭력적이다.
-오~ 딜교 잘했어 깔끔해
-정말 맞으니까 정신을 차리나?
-평타 한 대만 더 때리지 ㄲㅂ
유리야 기준으로는 상당히 폭력적인 플레이다.
이즈레알이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지만 가쁘게는 만들었다.
두 번째 판은 아군 원딜러 부시안도 플레이가 제법 깔끔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더블 킬!
SKY T1 검은수염(부시안)님이 학살 중입니다!
아군 원딜러를 훌륭하게 보조하고 있다.
교전 과정에서 죽기는 했으나 이 만하면 나쁘지 않다.
칭찬을 해주려던 도중 유리야가 뾰로통 나온 입술로 투덜거린다.
"부시안이 힐 늦게 써줬어요. 그래서 저 죽었어요."
-써줬어도 죽은 거 아니었나?
-황금수염이었으면 써줬을 텐데ㄲㅂ
-리야가 너무 들어갔어ㅋㅋ
-남탓하는 리야도 긔엽다^^
'남탓을 배웠다고?'
어머어머?
Lv.3이 되더니 우리 리야가 나쁜 걸 배웠다.
아까는 말대꾸를 배우더니 이번에는 남탓이라고?
'이러다가 아이를 어떻게 낳는지도 배우겠는데?'
물론 그 정도는 알 것이다.
초중고만 다녔어도 모를 수가 없는 보건 체육이다.
물론 세밀하게, 디테일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다소 부작용은 있어도 확실하게 실력이 늘고 있다.
유리야를 키우는 보람이 간만에 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오늘 리야에게 신세계를 경험시켜 준다.
* * *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한가하다.
여가 시간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스크림 같은 정규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개인 기량을 늘리는데 중점을 둔다.
개인 기량이라 함은 솔로랭크.
주전 멤버면 감시나 검사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 전반적인 내용을 피드백 받는 정도다.
즉, 조금 새나가도 한 소리 들을 일은 없다는 소리다.
《승리》
롤유저라면 바라지 마지 않는 두 글자다.
모니터에 떠오른 두 글자.
그럼에도 당사자는 표정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황금수염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 전적창으로 나왔다.
나오자 채팅이 주르륵 올라온다.
전반적인 내용은 레전설과 유리야에 관해서다.
-유리야님 잘하시네요^^
-와~ 방송으로는 못하는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다르다
-그냥 부시안 버스 아니야?
-부시안 근데 앞대쉬로 죽는 거 좀 역겹더라ㅋㅋ
이따금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하는 심심풀이 부캐로 저격했다.
방금 전 부시안으로 가볍게 하드 캐리했다.
글자 그대로 가볍게.
부캐라는 것 정도는 티나겠지만 문제가 불거질 일은 없다.
저격을 한 이유도 물소짓이 아니다.
혹시 자신이 놓친 게 있나?
유리야가 사실 엄청난 인재는 아닐까?
'그럴 리가 없잖아…….'
알고 있음에도 못내 신경 쓰였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은 몰라도 자신은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감독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척했지만 속내는 그럴 수가 없다.
한 번 그들에게 패배를 경험했다.
아무리 실수라고 한들 패배는 패배.
받아들였고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는데 이른다.
'그냥 평범한 심해 유저야.'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심해 유저 사이에도 실력이 나뉠 것이다.
프로게이머인 황금수염은 세세한 구분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의 눈에는 브론즈나 플래나 똑같은 심해다.
다이아 정도면 구별이 가겠지만 절대 아니다.
같이 라인전을 서면서 얼마나 암이 걸린지 모른다.
'하…… 그 비제이에게 또 놀아났구만.'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는다.
레전설의 컨텐츠에 놀아났다.
정체라도 들켰으면 우스꽝스러울 뻔했다.
그 비제이.
프로게이머들이 레전설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이다.
BJ인지 프로게이머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하지 않은가?
여캠이나 끼고 노니 붙게 된 별명이다.
이쪽 세계에 진지한 건지 모르겠다.
실력이 있어도 그렇게 놀아만 나면 한계는 극명하다.
'설욕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긴 한데…….'
SKY T1 S의 패배는 곧 자신의 패배.
승강전에서의 수치를 되돌려주고 싶다.
자신들을 이긴 주제에 여자나 끼고 놀고 있다면 더더욱이다.
이튿날.
롤챔스 스프링 시즌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다.
이를 확인한 황금수염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장난이라 생각했던 세 글자가 정말로 올라와 있었으니까.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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