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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51화 (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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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를 갈구면 레벨도 올라! -->

최근 들어 방송이 쓸데없이 잘된다.

하비와의 합방으로 최고 시청자 4만 명을 돌파해버린 여파다.

이후로 딱히 별 일은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

솔로랭크만 돌려도 1만 명을 훌쩍 넘긴다.

'야레야레……, 인기남의 삶이란.'

듣기로 인방갤 그런 곳에서는 내가 차세대 파프리카TV의 대통령이다.

그런 이야기도 있다고 하던데 관심은 없다.

나에게 있어 인기는 당연한 것이다.

인기는 곧, 레전설의 동의어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일상과도 같은 평범한 날이다.

하지만 이 하나 만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KTX 코돈빈(고르키): 레전설님,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친추 가능할까요?

-헐 찐이네ㄷㄷㄷ

-와 코돈빈까지…?

-레전설 이미지 탈피하나

-??? : 그는 암됨미다 안됨미다 코돈빈!!

솔로랭크에서 만난 프로게이머들이 자꾸 친한 척을 해온다.

듣보잡도 아니고 이름이 있는 프로가 말이다.

물론 그래봤자 그런 이름값 신경 안 쓴다.

나 레전설, 고독한 남자다.

한 마리의 야생 늑대와도 같다.

주위에 친구, 동료 두지 않는다.

하지만 But 강자라면 인정해줄 수도 있다.

사랑사냥꾼(카직트): 롤챔스 우승하고 오면 받아드립니다

KTX 코돈빈(고르키): ㅇㅋㅇㅋ 분발해봄

-저래놓고 2018년까지 우승 못하면 웃기겠다ㅋㅋ

-한 번은 하겠지. KTX B팀이 얼마나 센데

-서머 때 진짜 아깝게 준우승해서 충분히 가능

-다른 프로들은 거절하더니 코돈빈은 조건 다네

내가 웬만하면 이런 약속도 안 한다.

코돈빈은 특별 케이스다.

카오스 때부터 원래 일면식이 있었다.

사이가 괜찮았던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성격이 워낙 서글서글 둥글둥글했다.

솔직히 썩 잘하지는 않는데.

'오히려 사람 좀 빡치게 하는 캐릭터였지.'

뒤에서 사리면서 겁나 졸렬하게 한다.

그 특유의 플레이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나 보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

바론 한타가 어지간히 뒷목 잡게 만든다.

펑!

코돈빈의 고르키가 대포알 미사일을 날린다.

너무 원거리에서 날리다 보니 적중률이 낮다.

그나마도 순수한 원딜러라 데미지가 약하다.

파바바박!

그러다가 상대가 조금이라도 다가온다.

혹은 다가올 낌새를 보인다?

바로 생존기를 활용해 거리를 벌려 내뺀다.

─KTX 코돈빈(고르키)의 폭탄부스터가 22초 남았다고 알림!

KTX 코돈빈(고르키)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KTX 코돈빈(고르키)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코졸렬ㅋㅋㅋㅋ

-한타 또 물 건너 갔죠?

-이니시 좀 걸어봐!

-팀에 이니시가 없어ㅋㅋ

'…….'

아니, 저렇게 도망만 가면 한타 언제 할 건데!

앞에서 어그로 끌어서 한타 유도라도 하던가.

잘 커놓고 하는 거 진짜 드럽게 없다.

물론 이니시에이터가 없기 때문도 있다.

솔랭이다 보니 아군이 픽을 이상하게 했다.

화룡점정 아군 원딜이 졸렬의 대명사 코돈빈이다.

하지만 명색이 프로 원딜러.

정식 한타가 시작되자 안정적으로 딜을 넣는다.

너무 안정적이라 혈압이 살짝 솟구쳤으나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봐준다.

KTX 코돈빈(고르키): 레전설님, 혹시 우승하면 기념으로 여자 소개 가능하나요ㅎㅎ

저 소리 안 나오나 했다.

요즘 프로들이 자꾸 나한테 껄떡대는 이유다.

어디서 와전됐는지는 몰라도 내 주위에 이쁜 여자들이 많다.

근데 그거 사실 틀리지는 않은 정보다.

사랑사냥꾼(카직트): 161cm 43kg 귀여운 타입의 여캠 어떰?

KTX 코돈빈(고르키): 아싸! 다음 시즌 바로 우승 갑니다 형님

-아싸래 코돈빈 귀여워ㅋㅋㅋ

-근데 161cm 43kg면 누구냐? 유리야?

-유리야 팔리는 건가……

-유리야 은근히 몸매 쩌네

몸매가 쩔긴 그냥 애기지 애기.

통짜 몸매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전체적으로 느낌적인 느낌이 없다.

동네 초등학생 여자애가 몸만 큰 거 같다.

물론 장난삼아 한 말이다.

설마 주위 사람을 팔아 먹을까.

그리고 내가 관상을 볼 줄 아는데 코돈빈 우승 못할 상이다.

'이상하게 코돈빈의 얼굴에서는 콩이 느껴져.'

딱히 근거가 있는 건 아니라 틀릴 수도 있다.

솔직히 프로 생활 쭉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우승하겠지.

본인이 기량이 떨어져 은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가능성이 높다.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긴 한데.'

슬슬 그 날이 다가온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개막이 머지 않았다.

개인적인 연습과 더불어 팀적인 조정.

유리야와 하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다.

팀장이라는 무게가 생각 이상으로 무겁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승강전이 잘됐던 건 참 천운이다.

따로 엄청난 준비를 하고 간 것도 아닌데 잘 풀렸다.

내 실력 덕분도 있지만 대진도 괜찮았고, 리자몽도 화력이 셌다.

하지만 이번에 사용하는 포켓몬은 살짝 불안하다.

피카츄를 획득하며 다소 부담은 덜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상해풀의 진화가 급선무야.'

* * *

유리야의 진화는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성의 키우는 덕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박차를 가해도 목표까지 갈 길이 워낙 멀다.

강력한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치 피카츄가 번개의 돌을 계기로 진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상해풀은 레벨업에 의한 진화밖에 없지만 그 레벨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우수한 트레이너가 여기 있다.

'현실갱을 한 번 가야 하는데 마땅한 구실이 없어서 문제지.'

알아서 시청자 제보가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유리야 혼자서 실버에서 똥 싸고 다닌다.

그런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엄포를 놓아서 그런지 얘가 엄청 열심히 집중한다.

한 번 불시 검사도 해봤는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유리야를 방치할 수는 없다.

-야, 유리야.

〈왜, 왜요 선배. 저 잘하고 있어요~.〉

-내가 니 다시보기 봤거든? 어제자 2시간 22분 22초에 스킬 마우스로 찍더라?

〈헉! 하, 한 번 그런 건데. 한 번은 봐주세요오…!〉

-와, 개찌질

-나 방금 소름 돋았다;;

-꼬투리 잡으려고 다시보기를 다 체크한 거야?

'나도 이렇게까지는 하기 싫었는데…….'

군대를 갔다온 사람은 안다.

사람이 사람을 갈구는데 사실 이유가 필요없다.

대부분은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갈구는 거다.

구실 정도는 적당히 알아서 만들 수가 있다.

물론 유리야가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번 경우에 한해 나는 냉철한 귀신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어른들이 할 말 없으면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네.

아무튼 내 깊은 속뜻을 알아줬으면 싶다.

나중에 유리야가 쑥쑥 커서 성장을 하면 알아줄 것이다.

끼익!

시간이 촉박한 고로 택시를 타고 왔다.

유리야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언제 봐도 참 위압감이 넘치는 장소다.

'작은 햄스터 한 마리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트고 있지.'

그 햄스터를 만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

일단 안내 데스크를 돌파해야 한다.

1단계 관문을 돌파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지금 안내 데스크다. 나 모른다고 하면 여기서 방송 킬 거야."

〈선배애! 저, 저 그러면 사는 곳 들통 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열어. 열면 되지."

열면 모든 것이 해결되잖아.

왜 간단한 답을 두고서 빙빙 돌아가는 거야.

안내원에게 방문증을 발급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21층.

2단계 관문을 돌파할 시간이다.

예측했던 대로 유리야가 문을 안 열어준다.

"야, 유리야. 문 열어."

〈한 번만 봐줘요. 솔직히 너무해요오! 저 진짜 안 열 거에요.〉

"하나 충고해줄게. 넌 어차피 열게 돼있어. 그러니까 열어."

〈히잉…….〉

실랑이 하는 시간도 아깝다.

적절히 생략하여 2단계 관문을 돌파한다.

햄스터의 둥지.

'아니, 이런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넓어!'

몇 번 들락거렸기에 알지만 최소 70평은 넘는다.

여기가 햄스터 둥지면 내 자취방은 개미굴이다.

"리야야 아버지 왔다 문 열어."

"아빠 올 시간 아니에요! 속이려고 하지 마요!"

"너 그 나이에 아빠라고 부르는구나……."

유리야가 현관문만 열고 자기 방으로 토깠다.

문을 잠근 채 시위 중이다.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 현장은 진압됐다.

"선배 저 방송 중인데……."

리야가 조막만한 몸으로 문 앞을 가로막는다.

우물쭈물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그대로 두 손으로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린다.

"꺄, 꺄악!"

"너 배가 좀 부은 거 같다?"

방학이라고 방구석에서 배달 음식 시켜 먹으면서 게임만 했네.

그러니까 허리에 살점이 달라붙지.

촉각이 느낀 바에 이하면 약 1mm 내지 2mm 정도 도톰해졌다.

'중량감을 보니까 2kg 정도 쪘네.'

코돈빈에게는 유감스럽지만 161cm 45kg으로 수정할 필요성이 생겼다.

들어 올린 유리야를 그대로 의자에 내려 놓는다.

캠으로 송출되는 것은 잠시 막아둔 듯하다.

"부엌에서 의자 하나 가져와도 되지?"

"선배! 제 몸 마음대로 만지면 안돼요!"

"그럼 다음부터는 허락 맡고 만질게. 아무튼 의자 가져온다."

요즘 들어 얘가 좀 까탈스러워졌다.

출근 뽀뽀를 거부하게 된 딸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부엌에서 의자를 하나 가져와 옆에 앉는다.

"야! 방송 왜 끌라 그래."

"끄고서 해도 되잖아요……."

"안돼. 너에게는 자극이 필요해."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수치심에 부르르 떨 정도가 돼야 기억에 각인된다.

짧은 시간에 많은 효율을 내기 위한 학습법이다.

그래서 내 본계정으로도 방송을 켰다.

〔유리야 집에서 교육 컨텐츠 진행합니다. 못할 때마다 엉덩이 팡팡.〕

홍보 목적으로 비밀번호를 걸었다.

검색을 통해 유리야 방송에 올 수 있도록 말이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시청자 수 300명이었던 유리야의 방송이 순식간에 500, 600, 700 치고 올라간다.

-방제 어그로 보고 왔습니다^^

-엉덩이 팡팡 실화?

-진짜로? 진짜로?

-집에 쳐들어갔네. 그러니 사귄다는 소리가 나오지ㅋㅋ

최근 파프리카TV에서 내 파급력이 이 정도다.

유리야의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다.

이미 시청자 수가 네 자리, 천 명을 돌파했다.

"방송 진행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전파사항 있겠습니다. 유리야 벌떡 일어나."

"왜요. 빨리 게임이나 해요."

잔뜩 삐졌는지 볼따구가 터지려고 한다.

하지만 But 나 레전설 시청자들에게 해명하고 넘어간다.

지금 나와 유리야의 관계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 봐라.

"수면 바지 땡땡이 바지 입었어. 이쁘게 차려 입은 건 상체 뿐이야."

"집인데 입을 수도 있죠!"

"이런 애랑 썸을 탄다고 생각한 시청자들 반성하길 바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야 졸귀ㅋㅋㅋㅋ

-딱 방송으로 나가는 부분만 꾸몄네

-집순이의 표본 유리야!

미스 매치가 대단해서 깜짝 놀랐다.

여캠이 수면 바지로 방송한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하다.

귀엽긴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살짝 반감된다.

간단한 해명 이후 바로 교육 방송을 시작한다.

유리야가 조금이라도 잘해졌으면 해서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전 중이다.

'말을 잘 듣는 건 좋은데 말만 잘 들어.'

롤이라는 게임은 이해를 하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

플레이의 이유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유리야는 그 생각이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획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유리야의 머리 위에 무언가가 보인다.

"마음대로 안 만진다면서요!"

"아니, 뭔가 묻었길래."

-? 아무것도 안 묻었는데

-갑자기 달달각을 잡는다고?

-머리 자연스럽게 쓰다듬네

-흠ㅋㅋ 이래도 리야에게 관심이 없어?

하비와의 합방 이후 우결충들이 달라붙었다.

우결충은 BJ들의 연애로 대리 만족하는 애들이다.

보통은 남캠들 시청자인데 유입이 되고 말았다.

틈만 나면 여캠이랑 썸을 엮으려고 한다.

하비랑도 워낙 많은 오해가 불거졌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 해명을 했던 거다.

'아니, 근데 진짜로 뭔가 있어서 만진 거야.'

방금 행동은 돌이켜봐도 수상하긴 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언가 앉아있었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아무 의미 없이 스킨쉽하지 않는다.

이번 만큼은 정말로 억울하다.

손바닥을 떼자 그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야 Lv.1』

유리야의 머리 위에 레벨이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유리야 레벨은 가벼운 버프입니다

좀 많이 가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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