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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50화 (15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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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보수적이다.

두 명 이상의 여자에게 마음 두지 않는다.

하지만 But 여자를 울리는 쓰레기도 아니다.

하비가 나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 관심, 사랑으로 발전하지 않는 선에서 어울려준다.

이전에 유리야와 왔던 식당에 도착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금요미식회에 소개된 맛집이었다.

"하비, 와인 좋아해?"

"좋아한다! I love Wine."

"이 식당 코리안 와인 판다. Do you know 막걸리?"

"Yes I know!"

-코리안 와인ㅋㅋㅋ

-진짜 개없어 보인다……

-그래도 막걸리 맛있지 않음?

-맛은 있긴 하지

농담 아니고 이 식당은 괜찮다.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식전주를 겸해 블루 베리 막걸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모르는 애들이 많은데 좋아한다.

막걸리 싫어하는 외국인들 보기 드물다.

물론 인터넷발 정보라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다행히.

"마시따. So Sweet!"

"먹으면서 들어줬으면 한다. 최종 심사 진행하도록 하겠다."

"Okay. Lets Get It!"

도자기 잔, 놋그릇이 아닌 샴페인 잔.

맛과 더불어 분위기까지 함께 챙긴다.

입에 맞는 듯 막걸리를 홀짝거리며 리코타 치즈와 샐러드를 먹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이유.

결코 식사나 데이트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 레전설,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But 시청자들, 그리고 우리 팀원들이 하비의 정보 궁금해 한다."

"파프리카 프릭스!"

"맞다. 팀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답 부탁한다."

-이걸 시청자들을 팔아먹는다고?

-근데 궁금하긴 하다ㅋㅋ

-쓰레기답게 쓰리 사이즈부터 가나?

그런 정보 게임을 하는데 불필요하다.

사적인 욕구, 그리고 궁금증은 잠깐 접어둔다.

지금부터 하는 질문은 하나하나가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사항이다.

"나이와 출신지 부탁한다."

"Twenty Five! From…… 워싱턴."

어째선지 말끝을 조금 망설였다.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은 나라보다 고향을 먼저 말한다.

From 캘리포니아, 텍사스 이런 식으로.

하비는 워싱턴인 모양이다.

'근데 나보다 두 살 많네? 누나였구나.'

외국인이다 보니 얼굴로 나이를 분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외국,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처럼 지낸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 대부분 연상이나 동갑일 것이다.

오늘부터 연하남의 매력 알아가는 것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

"파프리카 프릭스에 들어온다면 최소 3개월 경기를 뛰어야 한다. 한국에 있을 수 있나?"

"당욘합니다! 한국 사랑해요. 나 올해 한국 있을 생각이다."

-의외로 정상적인 라인업이네

-이러다가 나중에 훅 들어옴ㅋㅋ

-레전설 패턴 뻔~하다

나 레전설,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But 우리 시청자들 나 못지 않다.

애청자라면 충분히 이 패턴 읽을 만했다.

"중요한 질문. 키와 몸무게 부탁한다."

"No No. 부끄러워요~."

"프로게이머가 되면 전용 장비 나눠준다. 파프리카 프릭스 유니폼 입고 싶지 않나?"

"Um… Okay. 근데 성훈에게만 알려주고 싶다. Alrigt?"

"Lets Get It."

-이걸 속았어?

-유니폼 사이즈 대충 눈짐작만 해도 되지 않나?ㅋㅋ

-크~ 대처 좋았다

-우리도 듣고 싶음 ㅠ.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외국도 개방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우리 서로 비슷한 문화가 있다는 것 교감했다.

상체를 일으켜온 하비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간지러운 공기의 일렁임과 함께 전달된다.

솔직하게 조금 실망감 들려고 한다.

'171cm 53kg라고?'

내 주위에 50kg 넘는 여자 안 둔다.

엄마 빼고.

하지만 나 오늘 그냥 오지 않았다.

방송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 남자를 대표하기 위해 공부하고 왔다.

서양 여자와 동양 여자는 골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서양 여자가 조금 더 무겁다.

대신 몸매적인 부분.

살짝 치트키 친다고 들었다.

"덥다. 하비 더운 거 싫어한다."

아직 봄이 오직 않은 2월이다.

춥기 때문에 웃옷으로 코트를 입고 왔다.

음식점 내부로 들어온 이상 따듯하여 벗게 된다.

이 순간 기다리고 있었다.

벗기고자 했다면 그것은 북풍이다.

아무리 하비가 친근하게 대해도 착각한 적 없다.

인간, 모르는 상대에게 경계심을 품는다.

방금 몸무게 물어봤을 때 하비 살짝 정색했다.

나는 태양 같은 마음으로 나그네의 웃옷을 벗겼다.

"시청자분들 보고 싶으시면 추천, 즐겨찾기 센스로 부탁드립니다."

-안 누를 수가 없게 만드네ㅋㅋ

-누를 테니 빨리!!

-이번에도 혼자 보면 테러 간다

말은 했는데 보여주기 좀 난감하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하비, 지금 그대로 방송 나가도 돼?"

"Why Not?"

허리쪽이 완전히 드러난 배꼽티를 입고 왔다.

저 정도면 딱히 방송 심의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입고 있는 장본인이 치트키를 쳤다.

'171cm 53kg…… 인정.'

딱 봐도 운동을 한 몸매다.

어두운 식당 안 은은한 조명.

배꼽 주위 근육에 살짝 그늘이 진다.

하지만 과한 근육은 아니다.

건강해 보이는 정도의 느낌.

가산점 1점, 아니 2점 줄 만하다.

-하비 이런 몸매를 숨기고 있었어?

-반전 매력 ㅗㅜㅑ……

-몸매 좋은 건 알았지만 이건ㅎㅎ

시청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

그런데 그렇게 대놓고 좋아하면 안된다.

나 레전설, 한 번도 여성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하비. 나 실망했다. 그런 옷차림 마이너스 요소다."

"Why Why? 한국 남자. Sexy 좋아한다. 레전숼 Aren't you?"

"그 말 틀리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여성, 가리고 있을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Okay……. Sorry Sorry 미안해요."

-또 역겹게 선비 코스프레 하네?

-하비 기껏 입고 왔는데ㅠ.ㅠ

-그냥 막걸리 붓고 나오자!

이런 거 하나하나가 점수 따는 거다.

겉으로만 실망하지 속으로는 아니다.

이성 관계에서는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봐봐, 분위기가 점점 설레어지잖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순히 터놓고 이야기만 한다?

그런 걸 보고 친구 사이라고 부른다.

이윽고 도착한 음식.

파스타를 먹는 하비의 모습이 조신스럽다.

방금 전 막걸리를 마실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하비, 머리카락이 정말 예쁘다."

"Ah, Really? Thank You. 꼬마워요."

-시바아아아아아알!!

-달달각 원하긴 했는데 막상 잡으니 역겹다

-하비야 그 새끼 쓰레기야 쓰레기!

부담스러운 칭찬이 아니다.

하비, 정말로 머리카락 예쁘다.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지만 일부러 마음속 한구석에 쟁여뒀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하여 For You.

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한 금발이다.

앙증맞게 웨이브 진 백금발.

남자 손바닥 만한 작은 얼굴.

첫 번째 심사의 통과는 사실 아니었다.

왜?

파프리카TV 여캠들 솔직히 화면빨이 크다.

실물이 별로인 경우가 흔하다고 들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보통이다.

달래나 리야 같은 케이스가 특이한 거다

달래는 카메라랑 실물이랑 큰 차이가 없고.

리야는 그냥 레어 포켓몬이다.

'하비는 피카츄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실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

방송으로는 귀여운 타입인 줄 알았다.

외국인이면 섹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편견이고 오해다.

하는 행동부터가 살짝 유리야과다.

하지만 역으로 동양인의 취향 저격이다

그렇게 귀여운 느낌의 백마?

나를 제외하면 빠져들지 않을 남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매력까지 챙긴다?

나 깜짝 놀랐다.

마치 귀여운 피카츄가 백만볼트를 숨기고 있듯 하비 그녀도 섹시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귀여움과 섹시함이라는 무기.

레전설을 솔킬 딸 뻔했다.

"파프리카 프릭스에 하비 없어서는 안될 인재다. 팀장으로서 머리 숙여 부탁한다."

"Alrigt Alrigt. I 솔직히…… You 나쁜 남자라 들었다. 얘기해 보니 착했다. 믿는다."

-아, 소름 돋아 진짜 달달해

-하비 안돼! 그 새끼 쓰레기!

-대본이겠지? 주작이겠지?

-제발 주작이라고 말해줘!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

나 레전설, 마성의 매력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세 번째 포켓몬을 획득하며 파프리카 프릭스의 색깔을 가다듬었다.

* * *

프로게이머.

그것도 롤챔스 1군.

솔직하게 부족한 게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가지, 충족시키기 힘든 게 있다.

개인 차가 있지만 업계 평균이라는 분위기다.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은 한없이 요원하기만 하다.

그것은 전세계 최고의 게임단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엄격하다.

연습 중 여자랑 까톡이나 하는 선수에게 질타가 들어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차기 시즌에 집중해. 우리 지금 이 페이스 유지하기만 해도 완벽하니까."

"감독님도 그래서 안 사귀는 거죠?"

"……."

SKY T1 게임단의 감독 박다균은 대답을 망설였다.

과연 명예로운 죽음을 택해야 할지.

이내 고심한 끝에 대답이 나왔다.

"서른 두 살에 갈 테니 너희들이나 잘해라."

"알겠습니다. 감독님이라면 분명히 서른 두 살, 2016년에 장가를 가시겠죠."

황금수염의 대답에 박다균이 얼척이 없다는 듯 웃는다.

자신이 누구인가?

SKY T1 K를 정상에 올린 장본인이다.

결혼 하고 싶다는 여자?

당연히 줄을 섰다.

골라 잡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은 SKY T1이라는 배를 이끌어야 된다.

서머 시즌, 롤드컵, 윈터 시즌 깔끔하게 잡으며 우승시켰다.

차기 시즌은 SKY T1 S도 정상 궤도에 올린다.

또한 SKY T1 K는 다시 한 번 우승시킨다.

참한 신붓감은 일련의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늦지 않다.

"그런데 감독님 들으셨습니까?"

"아니, 뭘?"

"레전설 걔가 여자를 그렇게 잘 꼬신 답니다."

"……."

황금수염의 물음에 박다균 감독이 급 말이 없어진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 글자다.

가장 영입하고 싶었던, 동시에 가장 경멸하던.

정상에 올라선 지금은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과거다.

"아, 나도 봤는데. 저번에는 백마랑 놀더라."

"형도 봤어요? 그거 보다가 휴가 순삭됐잖아요~."

SKY T1 K의 정글러 뱅기와 황금수염이 노닥거린다.

이 둘 뿐만 아니라 최근 프로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요놈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었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게이머들의 세계는 좁다.

뉴페이스가 나타나면 기존 선수들 사이에서 한 번씩 입방아에 오른다.

물론 그래봤자 결국은 뉴페이스.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냈다고 해도 실력의 증명은 한참 멀었다.

2부 리그, 승강전 MVP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용담호혈의 롤챔스는 만만한 장소가 아니지만.

"파프리카 프릭스 근무 요건 너무 좋은 거 아닙니까? 여캠들이랑 노닥거리고."

"감독님이 결혼을 해야 우리도 사귀는 거지~."

"그런가아?"

"……."

선수들의 짓궂은 농담에 박다균 감독이 살짝 정색한다.

자신이 신붓감을 못 찾아서가 결코 아니다.

최근 각 게임단의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레전설.

그의 엄청난 실력!

그보다는 여성 편력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캠을 끼고 게임을 한다고?

엄청 암 걸리고, 게임 이기는 것도 어렵겠지.

하지만 But 한 송이의 꽃을 지탱하는 기사, 그것이 나란 남자가 살아가는 방식.

10대 후반, 혹은 20대 선수들의 단톡에서 그런 중2병 걸린 내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당연하게도 농담이다.

그럼에도 박다균 감독으로서는 영 달갑지가 않은 이야기다.

"시답잖은 잡담하지 말고 연습이나 집중해. 특히 황금수염, SKY T1 S. 실수를 용납해주는 건 승강전까지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말로만 하는 소리가 아니다.

얼마 전 있었던 롤챔스 승강전.

SKY T1 S는 파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말도 안되는 패배를 경험했다.

물론 승격 자체는 문제 없이 이루어냈다.

하지만 패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치욕.

게임단 내에서 엄한 문책이 있었고, 이후 특별 재조정에 들어가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강이 풀렸다.

박다균 감독이 질책을 하자 황금수염도 장난스러운 기색이 사라졌다.

'레전설…… 날뛸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야.'

롤챔스에 발을 디디는 순간 거품은 사그라든다.

그 쐐기를 자신이 박을 수 있길.

박다균 감독은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가능하다면 S가 아닌 K팀.

무적함대라면 확실하게 짓밟고도 남는다.

겸사겸사 S팀도 설욕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에 불과하다.

한 번만 밟아도 충분히 만족한다.

인연이란 이따금 이상한 방향으로 얽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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