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49화 (14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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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연못에 돌멩이.

파문이 넓게 퍼지며 생물들이 깜짝 놀란다.

개구락지가 파닥파닥 뛰고, 금붕어는 껌벅껌벅한다.

고작 그 정도의 소란이 아니다.

연못을 사이에 두고 양국이 국토 협상에 들어갔다.

숲에 사는 동물들이 화들짝 나와 구경한다.

동물들이라 함은 해당 화제를 좋아하는 유저들.

─남절이 이 새끼 방송감 안 죽었네~

파트너BJ, 프로게이머BJ 달고 심심하더니

간만에 메이커 여캠들 꼬시기 들어갔네

근데 프로게이머가 저래도 되는 건가?ㅋ

└갑자기 여캠을 왜 꼬셔?

글쓴이-달래 대신해서 선수 구한대

└그건 명분이고 걍 물소짓 하는 거지

└이 새끼 진짜 삼대장 넣어야 된다니까?

인터넷 방송 갤러리, 약칭 인방갤.

개인 방송 스트리머에 대한 화제가 주를 이룬다.

자극적인 내용을 좋아해 이슈가 되면 금세 오르내린다.

난데없이 올라오는 화젯거리는 다름 아닌 레전설.

요즘 대세가 이 새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그래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잠잠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사고를 친다.

─레전설 여캠 탐방 열네 번째 빠꾸ㅋㅋㅋㅋ

도복신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차임ㅋㅋ

한 명은 받아줄 만한데 불쌍하다

팬가입이라도 해줄까?

└레전설 이새끼 드디어 여캠 블랙리스트 올랐네

└오를 만도 하지 허구헌날 인성질하고 다니고

└유리야 대하는 것 보면 언제 한 번 감방 가도 이상하지 않음

하는 행동이 이따금 도를 넘는다.

엄밀히 말하면 도를 넘는 행동밖에 안 한다.

과거 그의 악명이 헛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의아하다.

달래 때도 그렇고 이상하게 잘 풀린다.

열네 번이나 쳐박히더니 갑작스럽게 반등한다.

─레전설 코인 떡상각 잡혔는데?

하비가 레전설팬이었어!

받아주더니 케미 맞추고 있네

이러다 진짜 썸이라도 타는 건 아니겠지…?

└하비를 꼬셨다고??

└아니, 하비 우가우가는 언제 갔냐

글쓴이-간지는 꽤 됨. 언급이 안돼서 그렇지

└하비 파프리카 신고식을 설마 레전설이랑……

그 설마가 적중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팬이다 보니 이야기가 잘 통한다.

레전설도 상당히 적극적인 물소로 전직했다.

이러쿵저러쿵 친근하게 대화를 섞더니 결국.

─레전설&하비 가로수길 데이트 공지 떴다!

일단 명목은 파프리카 프릭스 영입

누가 봐도 그냥 물소짓 하는 거지만^^

하비 떴으면 좋겠다고 바라긴 했는데 레전설이라니 고민된다.

└레전설은 비호감이야. 엮이면 실망임

└응 나는 호감

└승리한 겜덕후 ㅇㅈ?

└겜덕 새끼들 감정 이입 오지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레전설이다.

말을 이쁘게 하지 못해서 오해를 낳는다.

행동 또한 문제의 소지가 좀 많지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다.

성공한 겜덕후의 전형적인 표본.

게임 잘하는 걸로 예쁜 여자랑 노닥거리다니.

그런데 그 대상이 하비라고?

인방갤을 넘어 불이 점점 번진다.

하비라고 하면 팟수들의 여신 같은 존재다.

─팟수들아! 하비 레전설이랑 합방한단다

우가우가 레전설 방송국 공지 봐봐

농담 아니고 진짜로 실화임

강남에서 1대1 데이트 한데;

└?? 우리 하비가?

└아니 레전설 진짜ㅋㅋㅋ

└레전설 이 또라이 새끼는 행동이 예상이 안 가!

└하비한테 사고만 치지 말자 제발

인방갤, 팟수갤, 그 다음은 당연히 롤 커뮤니티다.

레전설이 얽힌 시점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번에는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다.

안 그래도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새끼다.

그런데 글로벌적으로 놀아재끼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역대급의 파문이 잔잔하게 쓰나미를 몰고 온다.

* * *

최근 방송을 자주 안 하다 보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시청자가 몰리면 얼마나 몰리겠어?

애초에 방송 컨텐츠로 기획한 게 아니다.

'그냥 백마 누님이랑 달달하게 데이트 좀 하고 싶었지.'

아니, 진지하게 파프리카 프릭스의 인재 영입을 위해서다.

사심이 조금 섞였다는 사실.

부정하지 않는 남자다.

하지만 이 정도로 파급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레전설쓰레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 우결각도 잡나요?

"우결각은 무슨요. 어색함만 덜어도 감지덕지죠."

-레전설 잘 나간다 잘 나가~

-파트너BJ면 잘 나가는 게 맞지

-프로게이머BJ도 달았던데?ㅋㅋ

-프로게이머는 ㅇㅈ이자너

시청자들이 말을 해주고 나서야 알았는데 파트너BJ랑 프로게이머BJ가 달렸다.

후자는 그냥 뽀대용이다.

굳이 따지면 퀵뷰 선물, 홍보 효과 등 없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필요가 없다.

'시청자 2만 7천 명 실화냐?'

현재 하비랑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조우했다.

바로 방송을 진행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근처 카페에서 Talk.

고작 그 뿐인데 시청자 수가 장난 아니게 폭주 중이다.

내 방송임에도 실감이 안 간다.

롤방송으로 1만 명 돌파했을 때는 흐름이라도 탔지.

이번에는 그냥 공지 하나 띄우고 다음날 방송켰을 뿐이다.

하비와의 합방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Hey 성훈. We 어색?"

"아직 서먹서먹하잖아요. 솔직히."

"하비 슬프다. 하비 서먹서먹하지 않다."

"아~ 이것 참."

-또 한 명의 여자를 울렸나 레전설?

-좋아서 입 벌어지네ㅋㅋ

-겜잘러의 삶^^

-ㅈㄴ 부럽다 씨발 새끼!

레전설이라는 세 글자가 그만, 해버렸다.

외국에도 내 이름이 널리 퍼진 모양이다.

물론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지만 일각에서는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그 현지인이 말해준 정보니 틀릴 리 없다.

"You 쓰뤠기! 정말 쓰뤠기! Amazing 쓰뤠기!"

"……."

-한국의 망-신

-하비! 그 새끼 우리나라 사람 아니다

-저 새끼 일본임임ㅇㅇ

-니혼징 데스까?

원래 유명한 사람들은 다소의 악소문도 달고 다닌다.

그만큼 내 인기가 많다는 증거다.

아무튼 하비와의 합방은 좋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질을 망각한 건 달달함에 취해버린 지금 뿐이다.

"하비."

"What?"

"우리 만난 이유 기억해?"

"기억한다!"

기억하고 있다면 이야기 진행이 편하다.

일단 아메리카노로 갈증 좀 달래고.

분위기를 바꿔서 진지하게 설명해준다.

"오늘 테스트 결과에 따라 파프리카 프릭스의 영입이 결정돼. 하비 자신 있어?"

"하비 Fighting 한다."

"근데 사실 테스트가 세 단계야. 만만하게 생각하다가는 떨어질 수도 있어."

"하비 떨어지기 싫다……."

-거기 유리야도 들어가는 곳 아님?

-레전설 이 새끼 똥폼 역겹네

-그냥 빨리 합격이나 시키고 달달각이나 잡자!

유리야 이후로 파프리카 프릭스를 얕잡아 보는 애들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서 리야는 그냥 내가 꽂아준 거 맞다.

하도 아끼는 동생이기도 하고 대신할 수 없는 인재다.

하비의 경우는 그런 가산점 턱도 없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

나 레전설, 절대 혼동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테스트 결과로만 판단한다.

"하지만 But 하비는 다이아 티어. 실력 테스트…… 합격! 바로 최종 심사 들어간다."

"쌌다!"

"아니, 쌌다 하지 말라니까. 마이너스……."

"No No No! Sorry. 미안하다. 봐주세요."

그렇게 어설픈 발음으로 간곡히 부탁하면 남자의 마음이 흔들린다.

귀신 심사관으로 유명한 나지만 한 번은 봐준다.

아니, 그런 거 없다.

"벌칙 수행하면 만회 가능하다. Alrigt?"

"Come On!"

"뺨에 가볍게 키스 한 번. 하면 봐준다."

-야 이 쓰레기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

-고소 가자!

-저 법학과인데 고소하시면 도움드립니다

아니, 외국에서 볼키스 정도는 인사잖아!

만나자마자 포옹을 해왔던 것도 하비인데.

물론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방송을 진행해줬으면 하는 이 마음.

솔직하게 정색만 안 해도 다행이긴 하다.

역시나 개방적인 그녀였다.

전조도 없이 일어나서 뺨에 입술을 대왔다.

"나 레전설 방금 반응 못했다. 이점 굉장히 훌륭하다. 가산점 1점 플러스."

"쌌다 베이비!"

"하지 말라니까 정말~."

-헐??

-하비가 더럽혀졌어ㅠ.ㅠ

-하지 말라면서 개쪼개네

-쪼갤 만하지. 아 레전설 ㅅㅂ새끼

진지하게 예상을 벗어난 플레이였다.

내가 말을 해놓고도 반응하지 못했다.

레전설의 반응 속도를 넘어섰다는 것, 충분히 가산점을 받고도 남는다.

"하지만 But 최종 테스트 쉽지 않다. 오늘 나의 호감도를 80이상 넘겨야 한다."

"호감도? Is It Love?"

"비슷하다. 참고로 가산점 한두 번 더 받으면 가능성 무척 높아진다."

-쓰레기 새끼ㅋㅋㅋㅋㅋ

-하비 속았어! 진짜로 뽀뽀했어!

-와, 일부러 안 피하는 것 봐

-역겹다 역겨워 부러워!

피할 수가 없네, 피할 수가 없어~.

스킬샷 정밀도가 프로게이머 뺨을 친다.

이 정도면 챌린저를 넘겨볼 수 있는 재목이다.

팀장으로서 유능한 인재를 섭외한다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외국인한테 뽀뽀 받는 경험은 처음이네.'

꼭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는데 하비가 한 번 더 기습 뽀뽀를 해왔다.

참고로 이건 인사다.

서로 나라가 다른 만큼, 문화가 다른 만큼 이해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사귀지 않는 이성과의 접촉 관대하지 않다.

하지만 세계는 글로벌 시대.

방금 전 같은 돌발 행동 한두 번은 더 용서해줄 요량이 있다.

"하비 배고프다. 밥 안 먹었다."

"하비님이 배가 고프시다고 하니 일단 식당으로 자리 옮기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악!

-하비랑 밥도 먹는다고?

-테스트 어디 갔어! 입단 심사라며!

-지 호감도 따는 게 테스트야?

파프리카 프릭스는 내가 중심이 되는 팀이다.

나와의 친밀도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유리야만 해도 나와의 친밀도, 복종도를 MAX 찍은 탓에 바로 발탁됐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필요하다.

하비에게는 상당히 기대가 크다.

"하비, 한국 남자 보수적이다. 하지만 But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따듯하다."

"Oh! Romantic!"

"고로 우리가 사랑하기 전까지는 더치 페이로 간다. Alrigt?"

"OKay! What's up?"

-와 밥값도 각자 내쟤ㅋㅋㅋㅋㅋ

-쓰레기다 쓰레기. 신사동까지 불러 놓고

-지는 3만따리 찍은 주제에 밥도 안 사줘?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채팅창에서 물소들이 역겹게 들고 일어난다.

더치 페이 화제 나오면 댓글 주르륵 쓰는 애들이 너희 아니야?

여자들한테 밥 사줬더니 커피값으로 생색 낸다고 불만 많잖아!

그러면서 지금은 불편한 척을 해?

김치녀가 옮지 않도록 조기 교육 중이라는 걸 저 무지한 물소들은 몰라본다.

"나 레전설 여자라고 사정 두지 않는다. 하비, 내 팬이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I Know 쓰뤠기!"

"쓰뤠기는 좀 잊어주고…… 아무튼 지금 채팅창. 저런 애들이 물소다. 가장 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물쏘? 나쁜 사람?"

"그렇다. 나쁜 사람. 하비는 나만 믿으면 된다."

-하비 안돼!

-그 새끼가 5천만 한국인 중에 가장 기피해야 할 대상임

-진짜 저 새끼만 빼고 다 믿어도 되는데……

하비와 함께 가로수길을 걸어 음식점으로 향한다.

중간에 몇 명 알아보는 행인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 시청자가 3만 2천 명.

강남 가로수길 근처에 사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의 후손.

같이 다니는 여성 철저하게 보호한다.

만약 나와 그녀가 400년 전 조선에서 만났다?

하멜 표류기가 아니라 하비 표류기가 됐다.

내가 책임지고 그녀의 나라로 돌려 보내줬다.

보내는 마지막까지 눈물 훔치지 않는다.

그녀, 나 비정하다고 원망한다.

하지만 But 나 레전설 정 많은 남자다.

좁은 조선 땅에서 평생 하비를 기다린다.

"우리 둘이 그렇게 400년의 세월을 넘어 만났다. 하비, 잊었겠지만 난 잊지 않았다."

"Really? 쌌다! 쌌다!"

"아니,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에 쌌다는 좀……"

방금 지어낸 것 치고는 뿌듯한 애드립이다.

감동했는지 그녀가 격한 포옹을 해온다.

한국 남자로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다.

그녀를 위해 오늘 하루만 양해해준다.

"이따 설명하겠지만 쌌다는 안 쓰는 게 좋다."

"Why? 나 알고 싶다. 쌌다뜻 사실 잘 모른다…."

"그것 말고도 설명해줄 거 많다. 하비가 파프리카 프릭스에 들어오기 위해선 한국어에 조금 더 익숙해질 필요성이 있다."

"Okay, I Can! 한국어 좋아한다."

"특히 쌌다 베이비는 주의해라. 나와 사이가 발전할 미래를 위해 아껴뒀으면 싶다."

-쓰레기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고소각인데?

-하비야 그 새끼는 안돼 그 새끼는!

세 번째 포켓몬 피카츄.

포획을 결정할 최종 심사만을 앞뒀다.

========== 작품 후기 ==========

이번 캐릭터는 정착이 좀 걸릴 듯한 느낌이네요

하지만 But 근시일 내에 자연스럽게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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