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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몬, 넌 내 거야! -->
이상해풀을 포획한 건 예정대로다.
하지만 당연히 이대로는 쓸 수 없다.
쓰기 위해서는 한참은 굴려야 한다.
'최소 이상해꽃까지는 진화를 시켜야지.'
포켓몬 리그는 만만히 봐서는 안될 장소다.
지우가 수십년째 포켓몬 마스터의 꿈만 꾸는 이유가 있다.
심지어 유리야는 태생이 브론즈.
이상해꽃으로 진화시켜도 한참은 부족하다.
다윈의 진화론을 깨부수는 혁명적인 발견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야를 팀에 받아들였다.
"내가 그만큼 리야 너를 아낀다는 방증이야. 부끄럼쟁이라 평소에 못 말해서 미안하다."
-오~~ 꼴에 분위기 잡는데
-사스가 잘 타는 쓰레기
-이걸 이렇게 포장한다고?ㅋㅋ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후배다.
실력도 늘어나고, 방송도 잘됐으면 싶다.
아끼는 후배는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모르겠다.
〈저…… 저…… 분명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자꾸 스트레스가 쌓여요. 아껴주는 게 아니라 갈구는 거 같아요.〉
사실 주위에 따르는 후배가 별로 없다.
솔직히 그렇게 인망이 있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유리야가 가장 아끼는 후배이자, 갈구는 후배이자, 절친한 후배다.
"대체 뭐가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 그냥 단순히 듀오하는 것 뿐이잖아."
〈선배가 그 나쁜 아이였잖아요! 저 저격해서 골탕 먹인 거잖아요!〉
"……."
-한동안 잠잠하다 했다?
-진짜 쓰레기 아니랄까봐……
-사스가 살아있는 쓰레기
-유리야의 담당을 책임진다! 인간 쓰레기 레전설!
안 들키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시청자 제보가 들어왔다.
지금 레전설이 하고 있는 아이디 좀 많이 수상해?
전적이 유리야 담당 일찐 그 녀석 아니야?
'……듀오할 아이디가 달리 없었어.'
롤은 정말 불편한 게 아이디를 키우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
일단 궁여지책으로 닉네임은 변경했지만 결국 걸렸다.
시청자들이 생각보다 좀 많이 날카롭다.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내 방송은 키지 않았다.
시청자들을 유리야의 방에 몰아줬다.
추천 유도 멘트도 하면서 나름 성의도 보였다.
"너가 굳세게 컸으면 해서 시련을 준 거야. 잘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들지 않았니?"
〈저 분명 학대 받고 있는 거에요. 선배는 사실 저 싫어하는 거에요.〉
그런 오해를 하면 슬프잖아.
내가 리야를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데.
그리고 막말로 너도 학대하고 있잖아!
〈저는 그런 나쁜 짓 안 해요오! 우리집 고양이들이랑 무척 친하단 말이에요.〉
"아니, 니 계정을 학대하고 있잖아. 2천 판을 넘겼는데 브론즈가 말이 돼?!"
〈선배 때문에 실버에서 강등된 거잖아요!〉
"그 실버를 내가 보내준 거잖아!"
-으악ㅋㅋㅋㅋㅋㅋㅋ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약 주고 병 주고 약 주고 진짜……
애초에 내가 듀오 안 했으면 넌 평생 브론즈였어.
그 심해 밑바닥에서 구출해준 왕자님한테 감히.
'아니, 왕자님은 조금 역겹네.'
아무튼 나 덕분에 실버 왔던 거다.
그러면 하늘 같은 선배 말을 따라야지.
"브론즈&실버라고 괜히 묶이는 게 아니야. 더 올라가겠다는 생각이 안 드니?"
〈저는 실버면 만족해요. 그리고 선배가 실버부터는 사람이라면서요.〉
"그래, 맞아. 근데 같은 사람이라도 진화가 덜 됐어. 너는 지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야."
〈흐에엥!〉
영장류가 첫 진화에 발을 디딘 것 정도로 만족하면 안되지.
나와 함께라면 너도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 있다.
그래야만 포켓몬 리그에 도전이 가능하다.
〈저 진짜 롤챔스 나가야 돼요? 나가면 욕 엄청 먹는다는데.〉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트린 거야?"
〈달래도 그랬고, 시청자들도 그랬어요.〉
"너 딱 말해. 나야, 시청자야? 누구 말을 더 믿어."
〈선배말…… 믿어도 돼요?〉
-이걸 속는다고?
-어차피 마스코트잖아
-경기 뛰면 욕 바가지로 먹겠지
-정말 경기 내보낼 생각 있기는 함?
당연히 정말이고 혼또고 혼모노지.
요즘 애들은 의심이 너무 많다.
선량한 유리야를 흔들지 않았으면 싶다.
"내가 바쁜 경기 와중에도 니 연락 한 번도 안 씹었잖아. 그치?"
〈그랬…… 어요.〉
"너를 골탕 먹일 생각이었으면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108가지가 넘어. 너 108번뇌 한 번 당해볼래?"
〈히잉…….〉
-갑자기 협박으로 가는데?
-사스가 담당 일찐 클라스
-당근과 채찍 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당근?ㅋㅋ
내가 유리야를 아껴서 하는 말이다.
롤이라는 세계는 정말 비정하다.
티어가 낮으면 항상 을의 입장이다.
남들에게 서러운 말 들어도 부들부들 떠는 수밖에 없다.
아끼는 후배가 그런 말 듣는다고 하면 나 못 참는다.
의리 빼면 시체인 게 나란 남자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저격했던 새끼가 누구였더라?
"시청자 말은 한 귀로 흘려. 오빠 한 번 믿자."
〈믿어볼게요……. 저 정말 욕 안 먹겠죠?〉
"달래 못 봤어? 너도 한 순간에 여신님, 아니 공주님되는 거야."
〈헐…… 정말정말요?〉
리야가 살짝 동화 속에 살고 있다.
공주님은 상당히 잘 먹히는 단어 선택이다.
꿈과 희망이 넘쳐 보이는 잔인한 현실 동화로 인도한다.
* * *
유리야의 실력으로는 사실 턱도 없다.
비정한 게 아니라 글자 글대로 현실 직시다.
유리야의 티어가 과거에 브론즈5였고 현재 브론즈1이다.
'다이아1도 어처구니 없을 판국에 브론즈1은 말도 안되는 거지.'
시청자들이 장난 아니냐고 자꾸 묻는 것도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정말 장난 아니고 받아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는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유리야 이리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쪼르르 달려온다.
달려옴과 동시에 교전이 일어난다.
적 탑라이너 말화이트의 궁극기.
꽈아앙-!
막을 수 없는 돌격은 스킬 메커니즘이 간단하다.
그냥 돌진해서 쿠웅! 박는 거라 피하기 어렵다.
비전이 빠진 나는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했다.
적 정글러 리심까지 오면서 위험에 쳐하지만.
"유리야 궁!"
랄라의 궁극기 커져라가 발동된다.
음파를 맞히고 날아오던 리심이 튕겨진다.
에어본이 풀리자마자 지옥 같은 카이팅을 선물한다.
파삭!
마법 화살이 적중하며 그 아래에 얼음 장판이 깔린다.
이즈레알의 코어템 얼어붙은 장갑의 효과.
둔화를 최대한 이용해 거리를 벌린다.
툭!
툭!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한 채 평타를 툭툭!
리심은 채 닿지 못하고 죽고 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미 봇을 터트리고 라인을 스왑한 상황이다.
성장 차이가 나는데 실력 격차까지 더해진다.
혼자 남은 말화이트가 허겁지겁 도망가려 한다.
"유리야 큐!"
내 앞비전과 함께 챠라랑! 보라색 창이 쏘아진다.
느려진 말화이트 밑에 얼음 장판이 깔린다.
무한 카이팅에 농락 당하며 처절한 죽음을 맞는다.
─더블 킬!
유리야사랑해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고작해야 브론즈&실버 따위가 어딜 감히.
물론 살짝 위험했던 것도 사실이다.
까딱 잘못하면 브론즈&실버에서 죽을 뻔했다.
유리야의 적절한 스킬 활용 덕에 살 수 있었다.
오히려 역전까지 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 과정은 얼핏 유리야가 잘한 것처럼도 보인다.
"유리야 잘했어 손."
〈우쒸! 저 강아지 아니에요!〉
"아무튼 잘했어. 방금은 네 슈퍼 세이브야."
〈히히.〉
-유리야 뿌-듯
-잘하긴 했다. 뭐지?
-말하는 대로 바로바로 하네
-조교의 결과가 아닐까……
유리야가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잘 들은 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쌓아올린 신뢰가 이룩해낸 기적이다.
사고의 과정 없이 하라는 것만 그대로 한다.
대신 커맨드가 단순해진다는 단점은 있다.
아니, 마린이 일렬로 오면 어떡해!
러커한테 한 방에 다 쓸리잖아.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눠서 지시한다.
방금 전처럼 이리와, 궁, 큐, 손.
참고로 현실에서는 손도 잘한다.
〈선배~.〉
"왜."
〈근데 저 미드라면서 왜 서포터 연습 시켜요?〉
"넌 아무것도 몰라도 되니까 시키는 대로만 해."
〈히잉…….〉
-유리야 서러워ㅠ.ㅠ
-좀 알려주면서 하자
-리야도 하면 되는 아이임!
-멸망전 때처럼 잘하려면 배워야지
아니, 어차피 이해 못하잖아!
얘가 방금 전에 리심 튕기는 타이밍을 알고서 궁극기 썼어?
그냥 하라니까 한 거지.
머리에 잡지식 넣어주면 과부화 걸려서 로딩 시간만 길어진다.
"그리고 멸망전도 강아지 마냥 쪼르르 달려가서 1인분 한 거잖아."
〈흐에엥. 자꾸 저 강아지 취급하지 마요.〉
"강아지 귀여운데?"
〈그렇긴 해요. 근데 전 고양이를 더 좋아해요.〉
-의식의 흐름……
-행방불명된 그녀의 심통
-이것이 유리야를 다루는 방법인가?
-조련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내가 유리야를 괜히 쓰려는 게 아니다.
어설프게 잘하는 애들은 오히려 쓰기 힘들다.
오더를 내려줘도 잘 이해를 못하고 스스로 해보려다가 사고친다.
그런데 유리야는 아예 이해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괜찮다.
하라는 대로 원투! 커맨드만 입력해주면 된다.
캐릭터를 하나 더 조종한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내가 힘들어지긴 하지만.'
어차피 힘들 예정이었으니 조금 더 고생을 한다는 마인드다.
이것이 유리야를 영입한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야, 유리야."
〈네, 선배!〉
"너 레벨업하고 스킬 손가락으로 찍더라?"
〈손가락으로 어떻게 찍어요~ 저 마우스로 클릭해요.〉
-아아, 그런 것이었나
-마우스로 클릭하는 거 인정이자너~
-레전설 빡치겠다ㅋㅋ
유리야에 대해 웬만한 건 이해해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가끔 좌시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띈다.
얘가 레벨업하고 스킬을 찍는 게 느리길래 봤더니.
"야 빡대가리야! 컨트롤+QWER 해서 찍으라고!"
〈저 마우스로 찍는 게 편해요.〉
"니 의사 안 물어봤어. 그냥 하라면 해!"
〈히잉…….〉
-빡대가리야!
-사소한 걸로 트집 잡지 말자
-ㄴㄴ 키보드로 스킬 찍는 거 은근히 큼ㅋㅋ
천상계에서는 스킬 빨리 찍는 것의 차이로 킬각이 잡힌다.
특히 2레벨과 6레벨 때 엄청나게 작용한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시킨다.
이런 기본적인 것은 하나하나 뜯어 고쳐줄 필요성이 있다.
"나중에 불시 검사해서 못하면 너네 집 쳐들어가서 특별 교육할 테니 그리 알아."
〈무슨 불시 검사에요! 저 그런 거 받을 나이 지났어요!〉
"요에 지도 그릴 나이도 지났어?"
〈저 여자에요오. 그런 말하지 마요오!〉
두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멘탈 관리다.
유리야를 두들기다 보면 정신이 평화로워진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마음의 안녕을 되찾는다.
결코 낙하산 인사로 앉힌 게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내가 중심이 되는 팀이다.
그만큼 내 캐리력을 북돋아주는 게 중요하다.
유리야라는 존재 하나가 이렇듯 안팎으로 도움을 준다.
더군다나 롤은 멘탈 게임.
그날 컨디션이 좋아야 최대 기량이 발휘된다.
유리야와 함께라면 항상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내가 가르쳐주는 것들 메모장에 받아 적어. 그리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 한 번씩 복습해."
〈롤이 무슨 공부에요?〉
"공부 맞아! 프로게이머들이 그 정도도 안 하고 연봉 받을 거 같아?"
〈저는 프로게이머가 아닌데…….〉
"프로게이머 도전할 거잖아. 아니야?"
〈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실감이 잘 안 나요.〉
"걱정 마. 내가 너를 어엿한 프로게이머로 만들어 줄 테니 진도만 따라와."
-이거 진지한 거였어……?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네
-이러다 정말로 롤챔스 나가면……
기본적인 것만 교육을 시키면 써먹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금 의아해 하는 시청자들.
나중에 롤챔스 보고 의심했던 자신을 뉘우쳤으면 싶다.
'하지만 부족해.'
풀포켓몬은 분명 유용한 존재다.
키우기만 해도 관상용으로 제법 쓸 만하다.
하지만 그 전략 하나만으로는 LCK, 롤챔스라는 높은 벽을 넘을 수 없다.
물론 불포켓몬도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 녀석이 바빠서 적극적인 참가가 힘들다.
메인 포켓몬을 유리야로 두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새로운 포켓몬을 획득할 필요성이 있어.'
질로 안된다면 양으로 찍어 누른다.
피카츄, 혹은 꼬부기 포획 작전을 실행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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