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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몬, 넌 내 거야! -->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한 가지 불편한 게 있다.
돈슨처럼 과금을 유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아이디를 마음대로 생성하지 못한다.
'생성 자체는 마음대로 하지 다섯 개 내에서.'
문제는 하나하나 30레벨까지 손수 키워야 한다.
이 과정이 웬만큼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
솔로랭크 양학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지 장치.
물론 나는 러이갓과 달리 양학이 컨텐츠가 아니다.
아이디를 그렇게 양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사르륵…!
카직트의 궁극기 아공간 암습.
은신하여 살며시 접근한다.
가볍게 날갯짓하자 닿는다.
콰흑!
날개 진화를 했기 때문에 도약 거리가 길다.
그리고 상대는 멍청해서 반응도 못한다.
착지하여 가볍게 쓰다듬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설의 출현!
진작에 전설을 띄워버린 카직트다.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원콤이 나온다.
심지어 상대는 9데스 상태.
방금 것으로 정확히 10데스를 채웠다.
타닥!
죽이자마자 바로 엄지와 약지로 알트탭한다.
게임 화면이 내려가고 원하는 게 뜬다.
영상에는 흡족한 알림이 떠있다.
─챌린저 유리야님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부들부들부들부들!
방송 중인 유리야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눈을 똥그랗게 뜬다.
입술을 꾹 다물고 몸을 자잘하게 떨어댄다.
당연하게도 시청자들은 놀려댄다.
-유리야 10데스ㅋㅋㅋㅋㅋㅋㅋㅋ
-뻐스 태워준다면서요?
-지옥행 버스였던 거임ㅋㅋ
유리야는 한 마디도 안 하고 볼을 부풀린다.
그리고 아이템을 사서 기지에서 나온다.
이 만큼 죽이면 게임을 포기하는 게 보통이다.
천상계 애들도 템 다 팔고 미드 오픈한다.
팀탓 하면서 싸우고 막 난리가 난다.
하지만 리야는 그러지 않을 거라 믿었다.
'이래 봬도 리야가 포기할 줄을 몰라.'
정말 미련할 정도로 꾸역꾸역 한다.
자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볼따구가 미어 터져랴 먹는다.
안타깝게도 이번 판은 적팀이 자체적으로 서렌을 쳐버렸다.
─적 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에 동의하였습니다!
게임을 너무 터트렸나 보다.
오랜만에 저티어에서 하다 보니 힘조절을 못했다.
그래도 웬만하면 서렌은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나 괜찮아요ㅠ.ㅠ 카직트 대리인가 봐요
게임에서 나와 전적창.
풀리츠크랭커를 하던 트롤이 유리야를 다독여준다.
같이 듀오를 한 브론즈 시청자라고 들었다.
-듀오도 서렌을 하게 만드시는……
-본인이 괜찮대잖아!
-카직트 대리는 ㅇㅈ
-저건 누가 봐도 현지인은 아니지~
유리야방 분위기가 너무 지나치게 훈훈하다.
이럴 때 BJ탓을 해줘야 멘탈이 부서지지.
괜찮다고 착한 척 코스프레를 해댄다.
한 가지 거슬리는 말이 보인다.
'대리 아닌데? 본주인데?!'
누구를 대리 게이머로 만들려고.
확실하게 내 명의의 아이디가 맞다.
어제 한나절을 쌍부로 경작 돌리면서 손수 키웠다.
손도 많이 가고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그럴 가치가 차고 넘친다.
현재 진행 중인 유리야의 방송.
부들부들 떨어대는 반응이 심신의 피로를 날아가게 만들어준다.
〈죄송해요…… 제가 못해서 졌어요. 그래도 다음 판은 꼭 이겨드릴게요!〉
파이팅을 외치며 포기할 줄 모른다.
심지어 듀오까지 속행하려고 한다.
'훗! 그래야 내 제자답지.'
믿고 있던 대로 미련이 넘치는 녀석이다.
* * *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그토록 떠들썩했던 지난 승강전이 거짓말 같은 정도로 잔잔하다.
롤챔스도 끝나고, 승강전도 끝나며 화젯거리가 없기 떄문이다.
사실 커뮤니티라는 게 장작이 없으면 타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 있는 게임은 장작이 어느새 들어온다.
현재 불타오르는 대상은 한 명의 여성BJ.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롤이라는 게임을 하다 보면 무조건 생기는 장면이다.
당하는 이는 높은 확률로 아군이 된다.
이따금 자신이 될 때도 있다.
여성BJ가 갱을 당해 무참히 사망한다.
확실히 이쁘장하고 귀엽긴 하다.
히잉…… 하는 모습도 보호 욕구를 자극한다.
근데 그게 뭐 별일이라고?
요즘은 여캠도 프로게이머 하는 시대다.
외모 좀 튄다고 화제를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그 여성BJ가 또다시 갱을 당해 죽었다.
아니 뭐 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
영상을 가만히 보자 죽는 장면만 나온다.
-대체 몇 번을 죽는 거야ㅋㅋㅋ
-얘 누군데 저렇게 못해요?
-BJ유리야 있잖아 겁나 못하는 애
-아ㅋㅋㅋㅋㅋㅋ
BJ유리야 아시는구나!
파프리카TV의 롤여캠으로 진.짜.겁.나.못.합.니.다.
주르륵 설명충이 등장할 정도로 아는 사람은 안다.
특징은 얘가 착한데 멍청하고 순수하다.
보는 입장에서 다소, 아니 많이 암 걸린다!
그러한 모습이 매력적이라 고정팬들도 생긴다.
그 유리야가 아주 처절하게, 철저하게 당하고 있다.
〈흐에엥…… 나만 갖구 그래.〉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울상 가득한 얼굴이 귀엽기는 하나 동시에 빡친다.
아군에 저런 미드라이너 있으면 게임 진행이 안돼!
-똥 싸는 애들이 저렇게 귀여우면 용서해줄 생각은 있음
-ㅇㅇ데이트 한 번에 퉁친다
-크~ 님들 대인배들이네요. 분당 1데스 하는 미드를ㅋㅋ
아무리 예뻐도 용서 가능한 범위가 있는 법이다.
저 정도로 죽으면서 자꾸 징징대면 화난다.
괜히 예수님, 부처님도 키보드 집어 던지는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영상을 볼수록 다른 생각도 든다.
대체 얘 몇 번을 죽는 거지?
혹시 영상 끝날 때까지 죽기만 하는 건 아니지?
이윽고 설마는 현실이 된다.
크허엉!
애꾸사자의 포효 소리가 들린다.
이후 한 사람의 목숨이 사그라든다.
그 한 사람은 따질 것도 없이 유리야.
적절한 편집으로 다른 장면, 같은 결과가 빠르게 반복된다.
BJ유리야의 죽음이 10스택까지 적립된다.
댓글란에는 혹시 하는 소리가 올라온다.
-혹시 피맥이 화풀이 하는 거 아님?
-레전설의 그녀자너ㅋㅋ
-근데 저거 탱이 아니고 딜애꾸사자임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레전설과 밀접한 관계라는 이야기가 있는 그녀다.
승강전을 져버린 화풀이로 복수를 하는 건 아닐까?
당연히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탱이 아니고 딜 애꾸사자다.
순수하게 딜템만 두른 만큼 폭딜이 장난이 아니다.
콰직!
발톱을 내려찍음과 동시에 사라지고 만다.
머리통이 글자 그대로 뽑히고 만다.
어처구니가 없는 순간 폭딜!
궁극기를 쓴 애꾸사자의 암살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식간에 덮친다.
천상계라면 핑크 와드라도 깔았겠지만 실버&브론즈.
대비를 할 리가 없고 학살은 자행된다.
처음에는 갱을 당해 죽었다.
이제는 그냥 가만히 뛰놀다 죽는다.
〈흐에에엥! 쟤도 있는데 왜 나만 노려!〉
애꾸사자가 노리는 건 단 한 명.
주위에 아군이 있건 말건 점사한다.
은신 궁극기로 뛰어드니 제지할 방법이 없다.
13데스, 14데스, 15데스!
이쯤 되면 죽어있는 시간이 더 길 정도다.
하지만 계속 죽자 아무리 바보라도 깨닫게 된다.
상대 정글이 자신만 의도적으로 노리고 있구나!
드디어 깨달은 유리야의 두뇌가 풀가동한다.
비장의 계책을 짜내는데 이른다.
〈나 포탑 밖으로 안 나갈 거야. 이 안에서만 안전하게 파밍할 거야.〉
애꾸사자의 궁극기 포식의 시간은 은신이다.
은신은 포탑 주위에 있으면 보인다.
즉, 포탑을 끼고 있으면 안전하다.
한 가지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크허엉!
포탑이 있건 말건 뛰어들어 잡아먹는다.
궁극기와 아이템의 이동 속도 증가.
그 빠른 속도와 도약은 포탑을 무색케 만든다
또다시 애꾸사자가 유리야를 덮치며 사정없이 유린한다.
〈쟤가 왜 우리집에 있어!〉
-응, 이제 너네집 아니야
-유리야 빡쳤어! 샷건 치는데?
-샷건도 소심해ㅋㅋㅋㅋ
-키보드로 피아노를 침ㅋㅋ
제 분을 못 이기고 부들부들!
떠는 데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표현하다.
롤유저라면 살면서 한 번은 친다는 바로 그 샷건이다.
평소 화낼 줄을 모르는 유리야다.
소심하게 앙탈을 부리는 데서 그친다.
하지만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나 잡으려고 눈을 뒤집어 깠어! 왜 나한테만…….〉
부들부들 떨면서도 게임은 한다.
부활하자마자 바로 미니언을 향해 달린다.
휑하게 밀린 미드 라인을 통해 거대 미니언 웨이브가 밀려온다.
크허엉!
숨어있던 사자 한 마리도 반갑게 맞이해준다.
부활하고 채 10초가 지나지 않아 다시 죽는다.
화면이 익숙했던 회색빛으로 물든다.
〈흐아아앙! 흐아앙…… 게임을 할 수가 없잖아! 왜 나만 괴롭히는 거야.〉
드디어 퍼엉-! 터져버린 유리야가 울분을 토한다.
너무너무 서럽고 화가 나서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다.
하지만 죽어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입 뿐이다.
〈저 분명 게임을 하고 있는데 너무 심심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야 죽어있으니까……
-그 와중에 팀원들이 잘해줘서 더 잔인해
-이런 게임은 항복이라도 빨리 받아야 되는데 ㅠ.ㅠ
밸런스가 은근히 잘 맞다 보니 게임이 진행된다.
그 바람에 유리야의 고통은 끊이지 않는다.
이윽고 20데스를 돌파.
다행히 게임의 균형도 서서히 무너져 간다.
〈애꾸사자, 너는 정말 나쁜 아이야. 그렇게 나를 죽여야만 속이 시원하니? 내가 너한테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본진이 깨끗하게 밀리고 패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심호흡을 마친 유리야가 또박또박 말한다.
의도적으로 자신을 저격하고 있을 애꾸사자.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분한 속을 달랠 수가 없다.
크허엉!
말을 하는 와중에 또 죽는다.
유리야의 볼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채 부들부들 떨던 안면이 진정된다.
개비스콘을 먹은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장면이다.
─유리야 담당 일찐님이 제압 당했습니다!
-적 다섯 다 있는데 들어간다고?
-유리야는 따고 죽었네ㅋㅋㅋㅋ
-담당 일찐 열일 중
-인간향 첨가한 수준의 인성……
잡고 나자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결국 상처 뿐인 패배.
심지어 헬게이트가 열린 실버5다.
브론즈로 강등 당한 유리야의 볼따구가 터지려고 한다.
터지기 직전에 영상이 종료되며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낸다.
『Korea Bronze Girl』
일련의 이름으로 한국을 넘어 전세계 등지로 퍼져나간다.
* * *
최근의 일상은 굉장히 보람차다.
하루의 시작이 굉장히 말끔하다.
─승리!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두 글자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화면 속 유리야가 부들부들 떨어댄다.
〈쟤 왜…… 자꾸 나 저격하는 거야. 나랑 대체 무슨 웬수가 진 거야!〉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두 팔을 흔들어댄다.
솜방망이 같은 주먹 끝도 떨린다.
그런데 착각을 하면 안된다.
'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괜히 하는 말이 아니고 유리야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런 만큼 새겨 들어야 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를 올려준 것처럼 너를 내려가게 하리라.'
실버가 되더니 부심만 늘고 말도 안 듣는다.
하늘 같은 선배님이 말씀하시는데 어딜 감히!
말을 안 들으니까 나도 손을 쓸 수밖에 없게 됐잖아.
그렇게 몇 번 저격으로 친히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최근의 일상 중 가장 보람찬 시간이 되었다.
'유리야의 패배를 감상하며 음미하는 커피의 향이란…….'
날이 갈수록 갈구는 재미가 늘어가는 유리야다.
리액션도 점점 풍부해져서 앞날이 기대된다.
유리야가 5데스를 찍고 팀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다시 한 번 빠져버린 진흙탕 같은 브론즈.
더 이상 실버라고 자처할 수 없는 자신!
힘들었던 과거로 돌아간 유리야가 울상을 짓는다.
-리야야. 요즘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괜찮니?
〈선배…… 저 힘들어요. 요즘 엄청 죽기만 해요. 게임을 하는데 자꾸 심심해져요.〉
키보드를 두들겨 파프리카TV에 로그인 했다.
가볍게 말을 걸어보니 얘가 많이 힘든가 보다.
눈망울이 글썽글썽 내가 아는 리야로 돌아왔다.
-걱정 마. 내가 다시 실버로 이끌어줄게. 오빠 믿지?
〈헉! 선배 감동이에요……. 정말 정말 선배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상해풀을 성공적으로 포획했다.
#쌍부- 경험치 부스터X2
경작- 경험치 재배, 경험치만을 목적으로 한 게임
========== 작품 후기 ==========
나쁜 말로 쓰면 싸이코패스
좋은 말로 쓰면 사랑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