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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44화 (14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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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몬, 넌 내 거야! -->

"아니, 너 요즘 미드 많이 하잖아? 문제 있어?"

〈마, 많이 하는 건 맞는데요…….〉

얘가 알쏭달쏭한지 머리를 갸웃거린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전부 안되나 보다.

유리야의 머릿속 CPU가 과열 상태다.

'과열될수록 로딩이 오래 걸리지.'

한두 번 경험해본 게 아니라 척하면 착 안다.

이 녀석 반응이 너무 찰져서 놀려 먹기 딱 좋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저…… 잘 모르겠는데요.〉

"아는 건 뭔데?"

〈우쒸! 아무튼 저 실버에요. 프로들은 챌린저인데 같이 게임 하면 지잖아요.〉

"지는 게 아니라 맨틀 안쪽까지 쳐박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신박한 놀리는 방법 아님?

-레전설 그의 인성질;

-프로 됐다고 부심 부리는 거야?

나는 아까부터 순도 100%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

너를 파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라이너로 영입하고 싶다.-FACT

유리야는 아는 게 없다.-FACT

실버가 프로와 라인전 서면 맨틀 안쪽까지 쳐박힌다-FACT

'어느 하나 사실이 아닌 게 없는데?'

왜 이토록 오해를 사는지 모를 일이다.

유리야의 CPU 처리 용량이 과부하가 됐다.

말문이 막힌 채 눈을 꿈뻑꿈뻑 금붕어 마냥 동그랗게 뜬다.

"야, 유리야. 내가 멍청한 표정 짓지 말랬지?"

〈저, 저! 멍청한 표정 지은 적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지 마요오.〉

"내 지인이 그러고 다니면 나도 마음이 아파! 그리고 니 표정 진짜로 멍청해."

〈히잉…….〉

-인성 대폭발!

-인성 잔치하나요 지금?ㅋㅋ

-레전설은 진짜 실망을 안 시킨다

-또 쿨탐이 돌았네. 오랜만에 와서 또 유리야 갈구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정말 오해 받기 쉬운 타입이다.

아끼는 후배인 유리야에게 먼저 기회를 주려는 건데.

파프리카 프릭스에 드는 순간 방송이 뜬다.

이거는 내 뇌피셜이 아니라 증명된 사실이다.

유리야를 아끼기 때문에, 잊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온 거다.

〈선배!〉

"왜 이 빡대가리야."

〈저 가지고 놀면 좋아요? 저도 바보 아닌데. 실버가 프로 못하는 거 모르지 않는데…….〉

코를 훌쩍훌쩍 하면서 감성팔이를 하고 앉았다.

세상 진짜 억울해서 살겠나.

근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너 바보 아니었어?"

〈다, 당연히 바보 아니죠. 선배는 지금까지 저를 바보로 봤던 거에요?〉

"아니었구나. 영락없이 바본 줄 알았지."

〈흐에엥…….〉

연거푸 코를 마시며 온갖 비극의 히로인인 척은 다 한다.

눈물까지 찔끔 흘린다.

여자가 울면 끝이야?

내가 여자 우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고 말 안 했어?

"야, 유리야. 내가 울지 말랬지? 우는 순간 우리 끝이랬지?"

〈아~! 오해 낳을 말하지 마요. 진짜 사귀어 줄 것도 아니면서.〉

-침착하십시오! 오해는 님이 낳고 있습니다

-유리야 고백 사건 기억 난다……

-그때 달래 때문에 묻혔었지ㅋㅋㅋ

-유리야 진짜 저 쓰레기 좋아하나?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까부터 지 혼자 착각하고 자폭하고 있다.

이런 오해가 쌓이니까 친절하고, 착하고, 진실성 있는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루머가 퍼지는 거 아니야!

"야, 유리야."

〈왜요오. 왜 또 가만히 있는 저 괴롭히려 그래요.〉

"가만히 있으니까 그렇지! 그 티어에 밥이 넘어가?"

〈선배가! 실버면 사람이라고 해도 된다면서요. 브론즈는 사람 아니라면서요. 그래서 열심히 한 건데…….〉

-우리 리야 서러웠어ㅠ.ㅠ

-정말 저런 말을 했다고?

-전브협 소속으로서 좌시할 수 없다!

-근데 브론즈는 사람 아닌 거 맞지ㅎ

브론즈 사람 아닌 거 맞잖아.

내가 또 틀린 말을 했다고 몰아세우려고.

자꾸 감성팔이 하면 현실갱 가는 수가 있다.

〈오면 문 안 열어줄 거에요!〉

"평생 집 안에서 안 나오게?"

〈히잉…… 그러지 마요.〉

-현실 지인의 무서움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작 쿵짝~

-레전설이면 하고도 남음ㅋㅋㅋ

-하고도 남음이 뭐야 진짜로 했잖아……

최근에 워낙 일이 바쁘다 보니 유리야랑 안 논 감이 있다.

하지만 절대 잊은 적이 없고, 놓아줄 생각도 없다.

부려먹기 좋은 대상이라 항상 첫 순위에 꼽힌다.

이번 기회에 노예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려고 했는데…….

〈저…… 저, 지금 일상이 너무 행복해요. 선배랑 듀오하는 건 좋은데요. 듀오하면 또 어그로 끌려요. 나쁜 시청자들 몰려올 것 같아요.〉

"……."

정론이긴 한지라 반박할 말이 안 떠오른다.

아무리 내가 인성이 좋고, 바른 말만 하고, 욕 하나 안 하는 된 사람이라도 시청자들은 다르다.

파프리카TV 시청자들이 많이 짓궂다.

유리야 같은 애들은 놀리기 좋은 먹잇감이다.

〈원래 안 그랬는데 선배 때문이에요!〉

"왜 나 때문이야!"

〈선배가! 선배가……. 저 자꾸 놀려서, 시청자들도 저 놀려요.〉

"……."

-유리야 놀리는 거 꿀잼 ㅇㅈ이자너~

-유리야 원래 순진무구한 이미지였는데ㅋㅋ

-어느 순간 밥탱이가 됐지

-밥탱이 리야도 귀여움!

이건 내 잘못이 아니지.

다른 사람이 하는 짓을 따라하는 분별력 없는 어른이들의 문제다.

결국 설득시키는 건 실패했다.

실패했다기 보다는 포기했다.

방 분위기도 별로 안 좋고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따금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뿐이지.'

유리야가 착각하는 게 있다.

너는 거절을 했지만, 나는 그 거절을 거절한다.

나는 목표로 삼은 대상을 놓아준 적이 없다.

포획하고자 한 포켓몬은 반드시 잡는다.

이상해풀이 돼서 그런지 유리야의 포획 난이도가 상승했다.

포획 난이도가 상승했다면 그에 걸맞는 몬스터볼을 쓸 뿐이다.

* * *

가슴이 철렁했던 유리야지만 이내 진정했다.

그 이내라는 시간이 로딩 포함 하루로 다소 길긴 하다.

'내가 진짜 바본 줄 알아 선배는!'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혹시 몰라 찾아보기까지 했다.

프로게이머들은 전부 티어가 높다!

즉, 티어가 낮은 자신은 될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훌륭한 논파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했지만.

〈성훈 오빠가 그랬다고? 그 또라이가 진짜……. 언니도 알겠지만 걔는 정상이 아니라서 조심해야 돼. 흥미 본위로 끌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최근 많이 친해진 동생인 달래다.

롤도 잘하고, 믿음직스럽고, 선배랑도 잘 아는 사이라 전화로 물어봤다.

듣고 난 리야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선배라면 정말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또, 또 나 놀려 먹으려고 그래!'

긴 로딩 시간 끝에 찬찬히 생각을 해봤다.

이번 일은 보통 큰일이 아니다.

텔레비전에 나가면 엄청 놀림 받을 것이다.

몇몇 시청자들이 친절하게 조언도 해줬다.

-리야야 프로는 좀 아니지……

-레전설이랑은 어울리면 안돼

-그 쓰레기는 해로운 쓰레기다

-실버가 나가면 무조건 욕먹어. 대국민급으로 욕 먹을 걸?

"히, 히익……."

고정 시청자들과 상담한 결과 결론이 나왔다.

완강히 거부를 하면 된다!

그러면 제아무리 선배라도 끌고 갈 수 없다.

'어차피 방학이라서 집밖에 안 나가도 돼!'

유리야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선배가 음흉한 계획을 꾸몄다는 걸 알아챘다.

한동안 집에서 게임만 해야지!

원래 게임할 생각이었는데 더 해야지!

엄마한테도 선배가 괴롭혔다고 해야지.

유리야는 시험 기간 못 다했던 한을 풀기로 했다.

"시청자 중에 귀여운 브론즈 친구 있어? 누나가 특별히 듀오해줄게. 뻐스 태워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뻐스!

-실버되더니 누나인 척하는 리야

-유리야가 더 귀여운 게 함정ㅋㅋ

이제 자신은 더 이상 브론즈가 아니다.

자신보다 못하는 시청자들도 분명 있다.

브론즈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입장이다.

"브론즈3이니? 누나도 옛날에 브론즈3이었어. 너도 누나 따라하면 실버 올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해!"

-으악ㅋㅋㅋㅋㅋㅋ

-(정보)얼마 전만 해도 브론즈5였다

-과연 리야는 버스를 태워줄 수 있을 것인가ㅋㅋ

잘하는 BJ들의 방송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교육 방송, 그리고 버스 태워주기.

훈수만 듣는 것은 이제 사양이다.

자신도 시청자들을 가르쳐주고 싶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솔킬 따였니? 괜찮아. 누나가 캐리해줄게. 브론즈면 충분히 실수할 수 있어."

-브론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리야보다 못하다니 신선하네

-유리야 우-쭐한 거 보소ㅋㅋ

서포터를 하던 시청자가 죽었다.

봇라인에서 솔로킬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정도야 괜찮다는 듯 여유만만.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다

무엇보다 평소 하던 티어보다 낮다.

리야의 럭키가 갑작스런 앞점멸을 시전했다.

뾰롱~!

상대가 딸피라고 눈이 뒤집어졌다.

정말 말도 안되는 킬각이다.

그것이 먹히기 때문에 브론즈다.

쏘아진 속박 구체가 아링을 묶는다.

점화를 걸고 평타까지 툭툭!

간발의 차이로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실버의 킬각이죠? 브론즈는 아무고토 모타죠?"

솔킬을 딴 리야가 신이 나서 흥얼거린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그녀 자신도 실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에게 당했습니다!

상대 정글러 카직트에게 잡아먹혔다.

체력도 없거니와 깜짝 놀랐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있다 사망!

그럼에도 장본인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리야도 브론즈에서 하니까 잘하네~

-갱은 아깝다. 근데 어쩔 수 없지

-설마 진짜로 리야가 캐리하나?

"흥, 흥, 흥~."

콧노래까지 부르며 라인에 복귀한다.

죽긴 했지만 따고 죽었으니 개이득!

긍정적인 마인드로 라인전을 진행한다.

솔로킬을 딴 이후로 자신감도 붙었다.

파앙!

럭키의 E스킬 반짝 구체가 폭발한다.

이에 맞은 아링의 체력이 뭉텅 깎인다.

아이템 차이와 더불어 레벨 차이.

심지어 티어 차이까지 나고 있다.

악독했던 주입식 교육.

그리고 멸망전에서의 서러움!

유리야도 한 단계 발전하는데 이른다.

브론즈 정도는 맞상대할 힘을 가졌다.

물론 그래봤자 본질이 어디 가진 않는다.

싸캉!

카직트가 또다시 유리야를 습격했다.

곧바로 속박 구체를 날렸으나 회피.

점멸도 없는 탓에 빼도 박도 못하고 죽었다.

-Q를 대체 어디로 날리시죠?

-카직트 또 킬주면 안 좋은데……

-라인전이 안 밀리니 갱을 당하네ㅋㅋ

하지만 이번에는 할 말이 있다.

분명 자신은 와드를 깔아 놓았다.

어째서 안 보인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 와드 깔아 놨는데…… 내가 못 본 거야?"

-ㄴㄴ 카직트가 은신으로 왔긔

-핑크 와드를 박았어야지!

-여자의 촉 어디 감?

실력으로 진 것도 아니고 갱을 당했다.

게다가 이쁘고 귀엽고 멍청하기까지 하다.

시청자들은 이 정도쯤이야 당연히 이해해준다.

물론 같은 팀 정글러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블안던 블안던! 블루 안 주면 던짐! 블루 안 주면 던짐! 흐에엥!"

두 번이나 죽은 미드라이너다.

적 정글에게 킬까지 헌납했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리야가 가고 있음 핑을 세차게 찍었음에도 불구.

아군 정글러 리심은 냉정하다.

코앞에서 강타로 먹어버렸다.

-변함없이 블루에 환장하시는……

-블루 먹으려고 미드하잖아ㅋㅋ

-겨우 두 번 죽은 건데 걍 주지~ 리심 너무하다

미드 설 때 블루에 환장하는 리야는 부들부들!

진짜로 던지지는 않지만 화가 난다.

무척 화가 난 채 라인으로 되돌아가던 도중.

─적에게 당했습니다!

카직트와 마주쳐 죽고 말았다.

블루를 먹기 위해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다.

반항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죽고 만다.

"정글 차이 너무 심해!"

정글 탓을 한껏 하고 싶은 리야다.

그런데 그 정글이 역으로 정치를 해온다.

리심이 챌린저 유리야(럭키)가 사라졌다고 알림!

리심이 챌린저 유리야(럭키)가 사라졌다고 알림!

리심이 챌린저 유리야(럭키)가 사라졌다고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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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야의 머리 위에 미아핑이 콕! 콕! 콕!

다섯 번 연속으로 찍히자 못 참겠다.

유리야가 있는 힘껏 울분을 토한다.

"흐에에엥!!''

시청자들은 웃겨 죽겠지만 리심은 글쎄~.

실부심을 부리기 위해 시작했던 게임이 기묘하게 흘러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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