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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43화 (14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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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몬, 넌 내 거야! -->

이전에 행보관과 딜교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그때는 이딴 것도 연봉 협상이야?

그랬지만 이번에는 정말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롤챔스르 계기로 수북하게 쌓인 포인트.

1만 포인트에 달하는 『연봉 협상 -중급편-』을 배웠다.

그 덕분인지 원하는 대로 수순을 착착 밟아갈 수 있었다.

강하게 나가자 기분 나빠하는 눈치를 보이며 전화를 끊더라?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재기발랄한 목소리로.

'아래 사람 중에 유능한 직원이 한 명은 있나 보네.'

솔직히 나는 겸손한 편이다.

아니, 진짜로, 리얼루다가.

내가 겸손 안 했으면 파프리카 프릭스 진작에 파프리카 레전설로 개칭했다.

그만큼 내가 없으면 안 굴러가는 팀이다.

1승을 챙기는 것도 요원했을 팀이다.

스킬의 도움이 없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워낙 겸손을 지향하는 사회다.

겸손하지 않으면 톱스타도 한순간에 나락이다.

풍토가 그렇다 보니 나도 숨을 죽이고 있는 거지.

'숨 죽이고 있다고 대우까지 죽이면 정말 섭해?'

능글맞은 부류의 인간들에겐 직설적으로 말을 해줘야 된다.

말을 안 해주면 지들 이득만 쏙 빼먹으려고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괜히 헬조선 소리 듣는 게 아니다.

윗대가리들 중 제대로 된 인간을 보기 드물다.

파프리카TV는 내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대외적인 평가가 이미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이래 봬도 의리파다.

"저도 저지만 선수들 대우가 이게 뭡니까? 제대로 된 코치, 감독도 없고. 심지어 연봉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잖아요? 대표님이 무급에 무지원으로 월드컵 뛴다고 역지사지 해보세요."

농담이 아니라 한국 롤챔스는 롤판을 대표하는 위상이 있다.

한국 우승팀이 무조건 롤드컵 우승팀!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프로 리그를 생으로 뛰어 달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요구다.

세상에 최저 시급이 왜 있고, 근로기준법이 왜 있겠는가?

이쪽 세계가 약간 치외법권 느낌이 있어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는다면 쟁취를 해야지.

그럴 듯한 구두 약속으로 구슬리려고 하지만.

〈스프링 시즌 출전을 약속해주시면 저희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과거 있었던 레전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

그 대부분이 냉정한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뒷사정이다.

착한 척하는 사람들한테 매몰차게 대했다.

3자의 눈에는 내가 잘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뒤에서 나보고 싸가지 없다고 소문도 퍼트린다.

사람이란 동물은 추악하며 이기적이다.

지 아쉬울 때만 다른 사람 앞에서 순한 척한다.

그런 같잖은 모습들을 하도 보다 보니 신물이 났다.

'착하다는 게 장점인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부류야.'

자신이 착하다는 점을 내세워 평판을 얻는다.

그리고 평판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9할이 그러하다.

유리야 같은 희귀 동물은 레어 포켓몬이다.

"좋은 말로 구슬릴 생각 마시고요. 먼저 하세요. 신뢰를 얻고 싶으면 먼저 하시라고요. 대화는 그 다음이니까."

파프리카TV의 안 좋은 소문들이 괜히 생겼겠나?

긍정적으로 검토만 하다가 끝나니까 문제지.

지들 스스로 자진 고백을 해온다.

〈저희는 동등한 입장에서 잘 해나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오시면 안되죠~.〉

어느 분야에서든 잘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왜냐면 손해를 보게 만들려는 인간들이 있다.

자신과 같은 눈높이로 내려와라.

왜?

그래야 공평하니까.

공평이라는 개념을 잘못 알고 있다.

어째서 자본주의는 득세하고 공산주의는 망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능력을 가진 자에게 대우를 안 해줘서 그렇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공평하게 안 나눠 갖고 독식해서 그렇다.

'바로 니들처럼.'

나 없으면 안 굴러간다는 걸 인지하게 해준다.

인지하게 해주자 그제서야 상황을 입감한다.

한 기업의 CEO인 만큼 요지를 바로 이해했다.

어째서 톱니바퀴가 아니라 기계인지.

내가 하려는 게 정말 숭고한 투쟁인지.

잠깐 오해할 수 있는데 나는 어리숙하지도 않지만 착하지도 않다.

'다른 애들이랑 협상할 필요 없이 나만 잡으라는 소리지.'

쓰레기 같은 발상이라고 욕을 한다면 그건 모든 선구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첫 번째로 사냥터를 발견한 사람이 추가 경험치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는 좀 더 좋자는 취지다.

기본적인 선수 대우의 약속과 내 실력에 대한 합당한 대가.

솔직히 매판 하드 캐리하는데 더 받는 게 당연하다.

내가 이렇게 총대를 멘 덕에 다른 팀원들의 대우도 올라간다.

"탁월한 선택하신 겁니다. 아무쪼록 파프리카 프릭스 힘내보죠. 한 마음 한 뜻으로 파이팅!"

〈…….〉

물론 모든 것을 다 얻은 건 아니다.

욕심을 부리다간 테이블이 파투나는 수가 있다.

코치와 감독에 대한 부분은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구해도 문제다.

지금 나는 파프리카 프릭스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머리가 하나 더 달리면 쌍두룡!

겁나 멋있겠지만 지휘권이 양분되며 배가 산으로 간다.

고작 한 시즌만에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홀로 배의 선장이 된 만큼 책임감도 불어난다.

근데 애시당초 잘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어차피 잘해야 한다면 보상이라도 두둑하게 받겠다.

'지금의 계약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야.'

다른 게임단들에게서 들어온 제의들.

액수만 따지면 파프리카 프릭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시즌 계약이 아닌 연봉제라 발이 묶인다.

모르는 사람들 눈치 보는 것도 불편해서 싫다.

한 마디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

카오스 시절부터 단체에 속하는 건 질색이었다.

'한 가지 불가피한 문제가 따라오긴 했지만…….'

파프리카TV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한 명.

남수길 대표 이사도 이 하나 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홍보 효과가 워낙 커서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달래가 일 때문에 적극적인 참가가 힘든 상황이다.

여러가지 고민을 해본 결과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이를 빌미로 더 좋은 조건을 성사시켰다.

'파이리가 없으면 이상해씨를 잡으면 되는 일이지.'

슬슬 손도 입도 근지러워지던 참이다.

레어 포켓몬을 포획하러 갈 시간이다.

* * *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전 여파.

파프리카TV는 눈에 띄게 시청자 수가 상승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낙수 효과라는 게 있는 법이다.

보러 왔는데 선수들이 방송을 안 하네?

심심해서 다른 방송들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롤BJ들은 평균 시청자 수가 늘어났다.

방송이 활성화되며 최근 파프리카TV는 분위기가 좋다.

"이게 바로 여자의 촉이라는 거죠? 리심 아무고토 모타죠? 완전히 새됐쬬?"

그런 와중 시청자가 오히려 줄었다.

많이 보면 천 명씩도 보던 방송이다.

최근에는 200~400명 사이를 유지한다.

그럼에도 방송 분위기는 훨씬 즐거워졌다.

고정 시청자들만 남아서 하하호호.

BJ본인도 텐션이 잔뜩 업돼서 지칠 줄을 모른다.

"또 이겨버렸죠? 질 줄을 모르죠? 미드 차이가 게임 지배해버렸쬬?"

-연승했다고 신났네 리야ㅋㅋ

-팩트)2패하고 2승했다

-이제는 골드를 목표로 가즈아!

-에이~ 골드는 에바지

유리야는 최근 일상이 뿌듯하고 행복하다.

그도 그럴게 더 이상 브론즈가 아니다.

떨렸던 매일매일을 감내한 보람이 있다.

브론즈로 강등되면 시청자들이 놀릴 텐데!

성훈 선배도 엄청 뭐라고 갈굴 텐데…….

엉덩이 때리면 이번에야 말로 화내야지.

"절대 브론즈로 안 내려가죠? 시청자들 부들부들하죠?"

-ㅂㄷㅂㄷㅂㄷㅂㄷ!

-크…… 유리야가 현지 적응을 해버렸어

-리야가 실버에 알 박다니 감개무량하다

-우리 브론즈 리야 돌려내 엉엉 ㅠ.ㅠ

"흥, 흥, 흥~ 브론즈 리야 이제 없죠? 리야는 평생 실버죠?"

시청자는 다소 떨어졌지만 BJ본인은 흥겹다.

콧노래를 부르며 실버 리야의 삶을 만끽한다.

사실 시청자 수가 많은 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 대부분이 놀리려고 온 나쁜 시청자들이다.

멸망전 당시 임팩트가 하도 커서 유명해졌다.

그로 인해 속앓이를 하면서 끙끙 아파했다.

고정 시청자들만이 남자 방송할 맛이 난다.

티어도 실버5 0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실버 4티어로 승급했다.

연승까지 해버리며 기세가 한창 물이 올랐다.

"흐히히, 내 방 브론즈 시청자들 있어? 누나 방송 보면~ 너희들도 실버 올 수 있어 실버."

-누나래ㅋㅋㅋㅋㅋㅋㅋㅋ

-실부심 왜 이렇게 웃기지

-우리 리야 꽃길만 걷자^^

유리야방의 고정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 착하다.

BJ본인이 순두부다 보니 시청자들도 따라간다.

근데 원래 순두부는 으깨 먹어야 제맛이다.

-야, 유리야

-레전설 찐이야?

-사신이 왔다!

-담당 일찐 등판ㄷㄷ

"헉!"

갑작스러운 불청객.

아니, 반쯤 강도라고 봐도 된다.

평화로웠던 일상이 쩌적 금이 가기 시작한다.

-너 시간 많지?

"저……, 저 그게."

-빡대가리야! 방학하고 하루종일 방송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히잉……."

신상을 낱낱이 알고 있는 특급 강도다.

거짓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 강도가 다짜고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해온다.

-잠깐 프로게이머 좀 하자

"???"

-바보 같이 입 벌리지 말고 대답해. 잠깐 프로게이머 하자고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잠깐 프로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건가요

-나만 이해 안되는 거야 지금?

마른 하늘에 날벼락.

유리야의 인생 제2차 대격변이 다가왔다.

* * *

잠깐 프로게이머 좀 하자는데 얘가 로딩 시간이 길다.

머릿속에서 이해가 안되는지 알쏭달쏭.

한참을 멍 때리다가 드디어 입을 연다.

〈어~~~~아뇨! 저 프로게이머 못하는데요. 실버에요.〉

-그걸 곧이곧대로……

-설마 직설적인 의미일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사람 있음?

이해고 나발이고 글자 그대로의 의미다.

한국말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니가 왜 실버야?"

〈저 실번데요. 실버 4티어인데요~.〉

특유의 그 때려주고 싶은 우쭐함.

반응에서 보건데 거짓부렁은 아닌 듯하다.

혹시 몰라 검색해보니 정말 실버 티어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해씨가 이상해풀이 되어부렸어?'

잠깐 방치했던 사이에 자체 진화를 해버렸다.

야생 포켓몬 기간이 너무 길었던 모양이다.

이건 아예 상정치도 못한 일이다.

보나마나 브론즈로 강등해서 징징대고 있겠지.

그리고 시청자들은 우리 리야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러면 리야는 저, 저, 열심히 해서 실버 다시 가볼게요!

평생 컨텐츠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 누구랑 듀오했냐? 누구랑 바람 폈어!"

〈이상한 말 하지 마요! 저 바람 핀 적도 없고……. 듀오도 별로 안 했어요.〉

-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 또……

-파도 파도 괴담만!

-레전설 어그로에 시청자 폭풍 상승 중ㄷㄷ

채팅으로 하다가는 속 터질 거 같아서 전화로 전환했다.

화가 나서, 어이가 없어서 소리치고 말았다.

다소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말도 해버렸다.

근데 달래 이후로는 시청자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달래랑 듀오했어? 둘이 좀 친해졌나 보네?"

〈저희 엄청 친해요. 제가 언니로서, 연장자로서 많이 가르쳐주고 있어요. 그리고 롤은 배우고 있어요.〉

잠깐만 타임.

현웃 터졌잖아.

니가 가르쳐주길 뭘 가르쳐줘!

여자로서, 게이머로서 모든 부분이 햄스터랑 구미호 수준으로 밀리는데.

나름 머리는 좋으니 공부는 가르쳐줄 수도 있겠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무래도 달래가 많이 맞춰주나 보다.

달래도 은근히 외톨이라 동성 친구가 생겼다면 좋은 일이다.

"됐고, 프로하자고 프로."

〈제가 프로를 어떻게 해요오~! 실버인데.〉

"실버가 프로 하지 말라는 법 없어. 내가 하자면 하는 거야."

-진심으로 하는 말임?

-설마…… 파프리카 프릭스 입단 제의?

-농담이겠지. 유리야보고 롤챔스라도 나가라는 말인데ㅋㅋ

바로 그 말이다.

뭐 하나 돌려 말한 게 없는데 이해하는 게 늦다.

〈저보고…… 롤챔스를 나가라구요? 멸망전처럼 쉽게 나갈 수 있는 거에요?〉

"그래, 유리야. 너를 파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라이너로 정식 영입한다."

〈???〉

-실화?

-서폿도 아니고 미드라고?

-오늘 장난이 과하다 남절아ㅋㅋ

오늘따라 유난히 오해를 많이 받는다.

========== 작품 후기 ==========

어제 수정의 여파로 오늘은 1연재에요

어제 1연재를 하려다가 자르면 애매한 부분이라

#주인공이 너무 까인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요

까는 팬문화가 익숙지 않으실 수 있어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 최근 팬문화는 까는 쪽으로, 유머로 승화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게임 방송 채널들도 그런 개념을 받아들이는 추세에요 ㄹㅇ루다가 특히 S사가 그런 거 많이 하죠)

그래서 전작과 달리 본 소설 팬 반응은 그런 쪽으로 서술이 돼요

물론 한 번씩 짚고 넘어갈 겁니다

어째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달래의 대외적인 반응에 대한 부분도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쓰레기짓을 안 한다

그런 말씀도 있었는데

주인공 나름대로 공인 됐습니다

공인이 너무 깽판 치면 싹이 잘려요

애초에 주인공은 그냥 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되는 마음 따듯한 쓰레기에요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정말 최대한 깽판은 칠 겁니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처럼 죽이거나 할 수는 없어요!

주인공이 갑자기 마안을 개안하고 시간을 멈춰서 게임 중에 상대 선수 모가지 치고 오고 그럴 수는 없잖아요

현실 기반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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