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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41화 (14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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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眞파프리카 프릭스 -->

"뭐라고……?"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의 본사.

보고를 받은 남수길 대표의 표정이 굳는다.

눈치 없는 부하가 신이 나서 떠든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전 여파로 최근 시청자 수가 5할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단기적 수익도 그에 준하고요. 물론 승리일 이후 수익은 줄고 있지만 시청자 수 하락은 완만합니다."

즉, 단기적인 효과만이 아니다.

고정 시청자가 될 수 있는 유입이다.

소기의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한 셈.

장기적으로도 봐도 가치가 엄청나다.

"긍정적인 상승세가 이루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무작위로 선정한 428명의 20대 남녀에게 파프리카TV의 이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 년도 대비 3배 이상의 폭발적인……."

"아니, 그거 말고."

머리가 아파진 남수길이 손바닥을 젓는다.

다른 보고를 하라는 제스처다.

한껏 흥분한 부하 직원이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사장님이 원하시는 보고 서류를 부랴부랴 찾아 읽는다.

"협력 관계 요청한 기업들 리스트 말씀하신 거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겁.나.많.습.니.다."

새로이 탄생한 롤챔스의 대형 신인팀 파프리카 프릭스.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가지고 싶다.

인수나 합병에도 관심이 있다.

수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줄줄이 요청을 보내왔다.

"홍보 스폰을 자처한 기업은 셀 수도 없고, 파트너쉽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단체도 다수입니다!"

파프리카 프릭스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팀장이다.

잘될수록 자신의 성과, 그리고 인상.

좋아질 수밖에 없기에 이토록 흥분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대체 왜 이렇게 잘되고 있는 거야……?'

부하 직원의 보고를 멍하니 듣고 있던 남수길은 어이가 빠졌다.

금송아지를 바랬는데 황금마차가 도착한 셈이다.

아예 규격 이상의 대성공.

자신도 어느 정도 들은 바는 있다.

하지만 보고를 들을수록 현실감이 와닿는다.

인터넷 이슈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말씀대로입니다! 지금 파프리카 프릭스의 주가가 치솟았어요. 파프리카TV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잔뜩 흥분해서 외치는 부하 직원.

그의 말대로 최근 파프리카TV의 주가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표인 자신이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다른 이유가 있나 찾아봤지만 롤챔스의 선전 외에는 없다.

BJ대표팀, 파프리카 프릭스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흥해버린 여파다.

본래 상정했던 이슈화와 선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너무 지나치다.

"자네."

"네, 사장님."

"만에 하나 말이야, 만에 하나."

"파프리카 프릭스에 대한 사안은 어떤 것이든 대답 가능합니다!"

"그렇게나 자세히 알고 있다면 기대하겠는데…… 1부 리그에서 광탈을 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대답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듣고 싶다.

부디 자신이 틀리다고 말해주길.

눈치 없는 부하는 포장도 없이 직설적이다.

"그건…… 여파가 상당하겠는데요? 일단 주가가 오른 이유에 대한 분석을 여기 자료를 통해 보시면……"

파프리카TV의 주가가 오르게 된 이유.

개인 방송에 대한 전망이 점점 밝아지는 이때 기업 이미지의 개선은 크다.

양지로 발돋움 하는 순간 시장의 규모가 달라진다.

주가의 상승은 이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반대로 지금의 기회를 잃는다?

단순히 되돌아가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신뢰와 이미지가 밑바탕된다.

미래적 가치가 떡락하는 수가 있다.

'이 만한 수준의 흥행을 바란 게 아니었는데…….'

본래 상정했던 건 적당한 이슈와 적당한 선전이다.

승강전 데뷔로 이슈를 낳고, 2부 리그에서 활약한다.

파프리카TV의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홍보 효과를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성비.

최소한의 투자로 안정적인 이득을 추구한다.

어차피 선수들은 BJ로 쓰기 때문에 인건비가 없다시피 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황금알을 낳는 오리다.

그런데 그 오리가 진짜로 황금을 먹으려고 한다.

1부 리그팀이 돼버리면 돈을 쓸 일이 좀 많아지는 게 아니다.

"안 그래도 운영 경비의 예산 증대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아, 괜찮습니다! 분석한 바에 의하면 장기적, 그리고 단기적으로도 훨씬 더 많은 이득이……."

적당히 해먹고 말 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사를 팀장으로 배정했다.

케케묵은 뒷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란 이야기다.

열정은 뭐 이리 넘치는지 부담되게 적극적이다.

그만큼 관련 자료도 자세히 뽑아오긴 했다.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일이라서 문제다.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고…….'

뱉는 순간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다.

잘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크다.

삼킬 경우 다소 예산은 들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긴 하다.

문제는 사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 번 발을 내디디면 다시 떼기가 힘들다.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눈치 없는 부하가 말을 이어온다.

"근데 웬만하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뭐? 확신하는 이유는?"

"확신까지는 아니긴 한데요……."

CEO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답이다.

확신까지는 아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말을 하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라면 뭐라도 듣고 싶다.

"레전설 선수가 워낙 선전을 해주는 덕에 기대치의 성적은 충분히 나올 거라 봅니다 다만……."

아까부터 자꾸 사족이 붙는 녀석이다.

그 사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열정 페이로 사람 부려 먹을 생각에 심취하던 남수길에게는 최악의 보고였다.

* * *

화창한 겨울날이다.

겨울 치고는 화창한데 결국은 겨울이다.

바깥이 조낸 춥다는 이야기다.

〈우리 조금만 더 방황하고 다시 만나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 전화가 온다.

오자마자 개빡쳐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제정신이냐?

나 지금 몇 분 기다렸는지 알아?

〈아, 죄송합니다. 제가 기다리게 만들었나요?〉

"아뇨…… 제가 몇 분이고 기다려야죠. 예, 말씀하시죠."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 생뚱 맞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달리 전화할 일이 없다 보니 착각해버렸다.

파프리카TV의 남수길 대표 이사님이다.

〈전화 좀 길게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죠?〉

하지만 탈룰라는 탈룰라고 용건은 용건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간다.

초면부터 소리 질러서 미안하긴 한데.

"지금 통화 안됩니다."

〈지금 많이 바쁘신가요?〉

"예, 너무 추워서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는데 진짜다.

솔직하게 말씀드린 거다.

너무 추워서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어도 손은 다르다.

당연히 맨손이고 찬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장갑이라도 끼었으면 모를까 폼 안 나게 그런 걸 왜 끼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이런 것도 다 밀당이야.'

평소 같았으면 아이고 사장님!

머리 박았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요.

관계의 역전은 처음 제의 받았을 때부터 꾸미고 있었다.

승강전을 제패하며 내 주가가 한껏 올라갔다.

재계약을 신경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기지배는 진짜 사람 얼어 죽이려고 작정했나.'

이룰 만큼 이뤘으니 한동안 등따습게 쉬어야지.

바로 약속이 잡혀버렸다.

달래와의 부당 계약이 발목을 잡았다.

이 추운 겨울 밖에서 덜덜 떨고 있는 이유다.

롤챔스를 참가하는 대가.

그리고 열심히 하는 조건.

나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주장해왔다.

우리 춘자, 달래되더니 귀여워졌네?

는 개뿔이 데이트 코스가 등산이다.

지각까지 포함해서 나를 엿 먹일 생각이 한가득이다.

'최소한 어제 좀 만나던가.'

똑같이 화창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쌩쌩 분다.

추워 죽겠는데 하필 꼭 오늘로 하잔다.

어제는 수금해야 하는 타이밍이라 귀하신 몸 행차가 안되시단다.

안 그래도 여캠 대기업이었던 달래다.

롤챔스 이후로는 완전히 대세가 되셔 버렸다.

나도 대세라면 대세지만 풍력 면에서 꿇으니 수금에 토달 수가 없다.

"누구~게!"

엿을 먹인 장본인이 드디어 도착하셨다.

여자들은 뒤에서 눈 가리는 게 귀여운 짓이라 생각하나 보다.

근데 연락도 없이 지각해서 이 짓거리 하면 계급장, 아니 성별 떼고 한 판 붙고 싶다.

"야, 내가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거 몰라 알아?"

"안다, 왜?"

"아는데 한다고?"

"여자들은 화장 하고 머리 말리고 하면 시간 많이 걸린단 말이야~."

광교산 등산을 데이트 코스로 잡아 놓고 그 변명을 대면 믿겠니?

그리고 나한테 애교 안 통하는 거 알지 않니?

아니, 뭐 예쁘게 꾸미고 오긴 했는데.

"어차피 땀 흘릴 거 그냥 오지 왜……."

나름 본격적인 스포츠웨어다.

내 조언대로 장소에 걸맞는 옷차림이다.

옷걸이가 좋아서인지 은근하게 섹시하다.

한 마디 하려다가 말았다.

예뻐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있다.

더 타박하지 않자 손을 잡더니 바로 등산길로 이끈다.

"여기 힘든 코스도 아니고 길도 잘 뚫려있어."

"많이 와봤나 보네?"

"응. 답답할 때."

의외……는 아니다.

원래 활동적인 얘고 체력도 있는 편이다.

등산 같은 운동은 잘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건전한 목적이 아니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니 뒷담 까면 속이 확 뚫려."

"……."

메아리가 퍼지면서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등산을 마치고 산 아래에 있는 빵집.

광교산 메아리까지 먹으면 기분 전환이 된다고 한다.

"하나 물어봐도 돼?"

"진짜 물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나 왜 찼어?"

"……."

겨울의 등산로.

등산객이 거의 없어 대화를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특히 산에서는 평소 못하던 이야기들이 오가곤 한다.

자연 환경 때문은 당연히 아니고.

앞 사람의 얼굴이 안 보이는 탓일 것이다.

풀어야 할 오해라면 지금 푸는 것이 맞을 듯싶다.

"니가 너무 좋은 애라서, 그리고 어려서 놔줬어. 나 같이 쓰레기한테 얽혀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온다.

달래의 대답이 늦는 이유는 아마 그래서일 거다.

숨이 벅차서.

한 마디가 겨우 새어 나오나 보다.

"진짜야……?"

"구라지 십년아."

"야 이 시발놈아!"

갑자기 발차기를 해와서 넘어질 뻔했다.

내가 반응 속도가 좋으니까 산 거지.

하마터면 인생 하직하는 줄 알았다.

"등산길에 위험하게시리……"

"너야말로 진지하게 대답 안 해?"

"너가 아니고 오빠. 그리고 진지하게 대답한 거 맞아."

그걸 진짜라고 물으면 응 진짜야…… 어색어색.

이런 흐름이 될 게 뻔하잖아!

알아서 눈치 좀 챌 것이지.

"진짜로…… 그런 이유였어?"

"이유야 여러가지 있는데 하나하나 다 말하다간 밤 샐 거 같고. 니가 너무 나한테 빠진 거 같아서 놔줬어."

솔직한 사정을 말하자면 부담도 있었다.

이렇게 좋은 애가, 앞으로 더 좋게 될 애가.

나 같은 새끼한테 빠져서 인생 낭비하는 게 아닌지 걱정됐다.

'아니……, 추한 변명이지.'

당시 내가 춘자를 좋아하는 감정이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진짜로 연인이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도피를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쫄보 새끼."

"아니, 근데 솔직히 이건 인정해줘야지. 너도 가끔 닭살 돋을 때 있었잖아."

"아니시에이팅 하지 마라?"

누가 롤유저 아니랄까봐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나와 춘자는 어렸다.

서로를 옭아매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싫어져서 헤어진 건 아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느꼈다.

그렇기에 더욱 헤어지려고 몸부림쳤다.

'군대를 간 이유의 절반 정도가 춘자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추억이지만 상관이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 본인과 함께 하고 있다.

인연이 더 이어질 듯한 기미를 보인다.

방황하고 다시 만나자 묘한 기분.

기묘한 등산이 조금 더 이어진다.

========== 작품 후기 ==========

진짜야? 구라지 십년아는 인터넷 드립이에요.

혹시라도 불편하실 까봐 씁니다

헤이즈 (Heize) - 조금만 더 방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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