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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39화 (13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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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眞파프리카 프릭스 -->

한타가 도래하면 화면이 넓어진다.

단순히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다.

옵저버가 카메라의 줌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암살자.

소리 소문 없이 파고 들어 거둔다.

싸캉!

가장 먼저 노려진 건 원딜러 부시안이었다.

이니시가 잘 걸린 탓에 조급했다.

뒤따라가 숟가락만 얹으면 쓸어담을 각이다.

얹기 전에 터져버렸다.

지나치게 잘 커버린 카직트다.

스치듯 내리찍은 갈고리에 목숨이 뜯긴다.

터엉-!

하지만 방심을 한 건 한순간이다.

그리핀도르는 즉시 반격에 들어갔다.

루나의 점멸 방패치기가 카직트를 후려친다.

콰아앙!

이어진 궁극기 연계도 훌륭했다.

가히 정석과도 같은 콤보다.

문제가 있다면 단 하나.

너무 잘 컸다는 사실이다.

사르륵…!

카직트가 아테나의 시미터로 스턴을 풀었다.

그 효과로 이동 속도가 증가하며 궁극기에 의해 배가 된다.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코리아나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콰흑!

치지직…!

패시브가 묻은 평타와 함께 점화.

얼마 맞지도 않았는데 반피가 나간다.

깜짝 놀란 코리아나가 점멸을 쓴 것도 무리는 아니나.

푸드득!

곧바로 따라 날아간 카직트가 공중에서 잡아 뜯는다.

히드라까지 터지자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진다.

공기를 그대로 박차며 이블퀸 앞에 착지한다.

연이은 암살의 성공과 슈퍼 플레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카직트도 체력이 깎였다.

지금이라면 딜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츄륵!

촬! 콱!

이블퀸이 과감하게 딜을 박는다.

그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점이 있다면 한 가지.

〈나보다 체력 낮은 카직트가 왜 앞에 있었겠습니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강소리가 터지지만 그건 아니다.

카직트는 궁극기 진화를 마친 상태다.

은신시 받는 피해량이 순간적으로 감소한다.

절반으로 확 줄어버리니 버텨내지 못할 것도 없다.

한 턴을 버티자 이제는 카직트의 턴이 돌아온다.

고독 상태인 이블퀸이 잡아먹힌다.

─트리플 킬!

이블퀸까지 죽자 이제는 보너스 스테이지다.

서포터인 루나는 당연히 딜이 없다.

특성인 아찔한 게임으로 체력도 일부 찼다.

─쿼드라 킬!

반항 못하는 서포터는 시간 문제.

루나까지 마무리되자 이제는 단 한 명이다.

홀로 우직하게 네 명의 공격을 받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피맥 입장에서는 세상이 원망스럽겠네요.〉

〈심지어 죽이지도 않았어요. 왜냐! 펜타킬이 코앞이거든요!〉

강빈 해설의 말대로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도망만 못 가게 발을 붙들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네 명에게 집중 포화를 받으며 어그로 핑퐁.

가히 슈퍼 플레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레전설과 차이가 있다면 하나 뿐이다.

피맥은 버텼으나 레전설은 뚫어버렸다.

딜러와 탱커라는 근본적인 한계.

그 이전에 난이도 차이도 있었다.

유리몸 같은 딜러로 한타를 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피지컬과 판단력이 요구된다.

두 가지가 극한으로 갖춰지자 이러하다.

그리핀도르의 진영은 완전히 붕괴됐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발이 묶인 정도다.

마지막 수확을 거두기 위해 달려가는 카직트.

─FFs 달래님이 Gryffindor 피맥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마무리…!

먹음직스러운 한 입을 먹지 못한 채 한타가 마무리된다.

광우스타가 쿵쾅으로 막타를 뺏어버렸다.

자칫 실수라고도 보일 수 있으나.

〈뺏겼어요! 달래 선수한테 펜타킬 뺏겼는데요?〉

〈장난치려다 진짜로 먹은 건지 아니면 평소의 감정을 푼 건진 저희로서는 알 수 없겠지만…….〉

레전설 본인으로서는 좀 많이 빡칠 수 있다.

장난인지, 아니면 감정인지.

자세한 건 인터뷰에서 확인해볼 부분이다.

방금 전 한타로 인해 게임이 사실상 기울었다.

킬적인 이득과 바론이라는 두둑한 보너스.

그리고 카직트의 4단 진화가 쐐기를 박는다.

꾸드득!

카직트와 애꾸사자의 이스터에그다.

승리한 쪽은 챔피언 스펙이 강화된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4단 진화를 이루어내다.

카직트의 입이 기형적일 정도로 크게 벌어진다.

마치 히드라처럼 가시를 발사하는 기관이다.

이제는 세 갈래로 나가며 둔화 효과도 증가한다.

〈카직트의 모든 스킬이 진화를 마쳤습니다. 레전설 선수가 롤챔스 최초로 카직트 4단 진화에 성공했어요!〉

〈어, 처음 있는 일인가요?〉

〈해외 리그는 모르겠지만 국내 리그에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클끼리가 해설자로서 확신을 가지고 단언한다.

데이터를 추산하는 건 해설자의 일이다.

롤챔스 최초의 카직트 4단 진화.

지금껏 어느 선수도 이루어낸 적이 없다.

난이도 문제라기 보다는 카직트 대 애꾸사자의 구도가 보통 안 나온다.

두 챔피언이 동시에 나오는 메타가 지금껏 없었다.

나오게 됐고 승자는 자명하다.

레전설이 최초의 4단 진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츄루룩!

미드 2차 포탑 앞에서의 대치 상황.

달라진 카직트의 가시 발사가 쏘아진다.

이전처럼 피격 범위가 뻔하게 좁지 않다.

〈가시 발사 진화 덕분에 대치 상황에서 이전과는 존재감이 다르죠. 펜타킬 같은 쿼드라킬도 먹은 이상 포킹 데미지 무시 못합니다.〉

작년 2013년도의 스프링 시즌 카직트가 OP로 손 꼽힌 이유다.

대치 상황에서 포킹 몇 번 하면 상대 체력이 걸레가 된다.

그러다가 한 명이 킬각 내주는 순간 메뚜기 월드!

물론 너무 사기라서 너프가 되었다.

패시브가 더 이상 가시 발사에 안 묻는다.

하지만 펜타킬 같은 쿼드라킬을 먹은 카직트의 포킹이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론 버프까지 있어 대치가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

그대로 미드 억제 포탑, 억제탑이 밀리며 고속도로.

남은 수순은 돌려 깎기로 승기를 굳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되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

라인전 이후 했던 것처럼 변수를 만들어 보겠다.

피맥의 애꾸사자가 사이드 라인을 밀며 적을 교란한다.

콰흑!

안타깝게도 그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카직트에게 1대1로 잡아먹히는 사냥감이 됐다.

탱커인 만큼 순식간에 난도질 당하지는 않겠지만.

〈스킬 대충 쓰면 안돼요 피맥! 아악~ 안 그래도 불리한데 여기서 잡히면 게임이…….〉

강화 목줄을 활용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클끼리 해설이 탄식하지만 뒤를 잡힌 시점에서 죽은 목숨이다.

가시 발사 진화를 마친 카직트는 추노도 뛰어나다.

둔화를 계속 묻히며 끝까지 따라가 목을 딴다.

-확인 사살ㄷㄷ

-피맥 멘탈 폭-발

-궁극기까지 썼는데 안 놔주는 인성 수준;

패자의 말로를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

이후 경기의 흐름은 자명해진다.

아니, 더더욱 쉽게 무너진다.

승패를 역전할 변수 자체가 사라졌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윽고 억제탑, 쌍둥이 포탑, 넥서스가 밀리며 두 번째 세트가 끝난다.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진용준 캐스터가 외친다.

〈접전 끝에! 파프리카 프릭스가 그리핀도르를 잡고 먼저 롤챔스 시드권을 획득합니다~!〉

* * *

살짝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어수선한 자리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첫 번째 세트의 MVP부터 만나보겠습니다. 달래 선수,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첫 번째 세트 MVP를 빼앗겼더라?

달래가 떡하니 내 옆에 앉아있다.

진용준 캐스터와 인터뷰를 주고 받고 있다.

그보다 더 빡치는 건 다름이 아니다.

"수많은 팬분들이 달래 선수를 응원하러 이 자리에 와주셨거든요~ 혹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보내는 메세지 한 번 가능할까요?"

진용준 캐스터의 부탁에 달래가 온갖 내숭을 떨어댄다.

팬 여러분들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해요!

손으로 하트까지 만들면서 여자여자한 척 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이윽고 기다리던 주제가 나왔다.

"펜타킬을 일부러 뺏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알죠. 일부러 뺏었어요."

"아아~. 약간 감정이 담긴 듯한 건 기분 탓이겠죠? 레전설 선수가 섭섭하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걔는 한 번 띄워주면 우주 끝까지 잘난 척해서 한 번 끊어줘야 돼요."

관중석에서 왁자지껄 떠들썩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웃겨?

사람이 펜타킬을 뺏겼는데 웃음이 나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났다.

끝나고 두고 보자 이 생각 뿐이었다.

근데 저걸 저렇게 변명한다고?

'솔직히…… 찔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은데.'

아무리 그래도 펜타킬은 줘야지.

진용준 캐스터가 나에게 질문을 건네온다.

마음 같아서는 인터뷰고 나발이고 뒤엎고 싶지만.

"레전설 선수! 달래 선수에게 조금 화가 났을 수도 있겠어요?"

"평소에 펜타킬을 하도 자주 해서 별로 화가 나거나 하진 않습니다."

"지금 어금니 깨물고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으늡느드."

세상이 치사한 게 여자랑 싸우면 남자가 무조건 쫌팽이 취급 받는다.

죄는 본인에게 묻고 일단 괜찮은 척을 한다.

달래가 한 가지 더 싸움을 걸어온다.

"이건 개인적인 질문은 아니고 팬들의 메세지인데…… 혹시라도 오해하실 까봐 양해부터 드릴게요."

"팬분들이요? 어떤 건데요~?"

"달래 선수의 패션 감각을 동경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많이 심플해지셨어요."

평소 여캠이 여캠하는 달래다.

누가 보면 코디네이터 하나 두는 줄 알겠다.

연습보다 복장 관리를 더 열심히 하는 거 같다.

그런 달래가 최근 들어 심플하게 입는다?

오늘은 간단하게 정장 차림.

그것도 치마가 아니라 바지.

'물소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겠지.'

근데 저게 당연한 거다.

롤챔스가 무슨 패션쇼도 아니고.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지 알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

"얘가 입지 말래요."

"이분이요?"

"예, 얘가."

불똥이 이쪽으로 튀어온다.

짚이는 게 있기는 하다.

"장소에 걸맞은 옷차림을 하라고 조언을 했던 적은 있어요."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다만 일부 팬들이 아쉬워할 수 있겠네요 레전설 선수한테."

이걸 나한테 책임전가 한다고?

진용준 캐스터 저번부터 살짝 마음에 안 들려고 한다.

동의해주는 척하면서 덤터기를 씌운다.

나도 이러면 세게 나가는 수가 있다.

"아무리 요즘 시대가 개방적이라도 이렇게 소란스러운 저잣거리에 반쯤 헐벗고 다니는 건 말이 안됩니다. 칠거지악까지는 안 지키더라도 남녀칠세부동석은 시대가 변한 지금에도 새겨 들어야 하는 격언이 아닌가……."

관중석에서 우~ 하는 야유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이쁜 여자 감상하고 싶으면 패션쇼나 강남 거리나 클럽을 가!

발정난 물소들이 게임 대회에서 여자 찾고 앉았다.

이상한 애들이 다 있네 정말.

"입장상 차이라는 게 분명 있겠죠! 두 분께서 만약 쌓인 게 있다면 푸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가 헛기침을 하며 정리한다.

약간 찍힌 기분이다.

이후에는 정확하게 게임 내 질문만 이어졌다.

애꾸사자를 대비해서 뽑은 픽이었는지.

최초로 4단 진화를 한 기분이 어땠는지.

2단 점프 같은 기묘한 건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준비된 플레이가 아니었나요? 아니면 관전상의 오류라던가."

"제가 손이 너무 빠르다 보니 땅에 닿기도 전에 뛴 것 같습니다."

"아~~ 레전설 선수는 대답이 항상 제 상상을 벗어나요. 부디 상상을 벗어나는 건 게임 내 플레이로 한정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겨듣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말미에 힘이 실린 건 착각이 아니겠지.

넌지시 건네는 경고의 의미로 새겨 들어야 할 듯하다.

경기를 승리하고, 캐리까지 했는데도 자리가 살짝 무겁다.

관중석의 눈초리가 은근하게 날카롭다.

달래팬들이 많다 보니 별꼴을 다 겪는다.

아무튼 이로써 롤챔스 1부 리그로의 승격이 확정되었다.

명실상부한 프로게이머로 한 걸음 발돋움했다.

'딱히 실감은 안 나지만.'

진짜 실감이 날 수밖에 없는 폭탄.

대형 사고의 잇따른 폭발은 필연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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