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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도르 -->
관전을 하며 질타했던 만큼 진지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탑라인에서 딜챔프를 하려면 잘해야 한다.
그것도 어지간히 잘해서는 안된다.
내가 괜히 춘봉박 선수한테 더 잘해야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응원했던 게 아니다.
'나 스스로한테도 해당되는 말이니까.'
현재 진행되는 게임.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다.
'3천…… 그렇게 유의미한 격차는 아니야.'
게임 시간 20분에 글로벌 골드 3천 차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코 많은 수준도 아니다.
아군 한두 명이 잘리고 포탑 한두 개가 밀린다면?
그 순간 따라잡히게 되는 격차다.
지금의 상황을 보다 유의미하게 활용해야 한다.
사르륵…!
어둠 속에 녹아 사라진다.
SKY T1 S의 호롱이란 애는 그러다 진짜 사라졌지만 그건 카직트의 특징을 못 살린 거다.
'한 마디로 선빵 필승이지.'
그럴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챔피언이다.
플레이어 본인의 피지컬.
그리고 설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툭!
툭!
바론 앞 강가.
깔아둔 핑크와드를 적 이블퀸이 지운다.
한 놈만 걸려라 두고 보고 있었다.
이윽고 거리가 닿으며 날아오른다.
푸드득!
날개 진화를 마친 카직트는 도약 거리가 여유롭다.
공중에서 갈고리를 내려찍으며 히드라.
이어진 패시브 평타가 결정타가 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FFs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방템 하나 갖추지 않은 이블퀸은 한지다.
손가락에 침 발라서 찌르듯 푹-! 뚫린다.
고독 상태의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성공적인 암살이었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적은 혼자가 아니다.
이블퀸과 같이 시야 작업을 하던 루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판단을 내려온다.
콰아앙-!
궁극기 백점 폭발이 작렬한다.
뒤이어 원딜러인 부시안까지 따라붙는다.
연계 CC에 당하는 순간 몸이 약한 카직트는 찢기겠지만.
사르륵…!
간혹 착각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아군이 한 명 죽었다고 어, 복수해야지!
쓸데없이 칼 갈다가는 같이 가는 수가 있다.
콰흑!
은신과 함께 사용하는 앞점멸.
루나의 뒤를 따라오던 부시안이 봉변을 맞는다.
패시브 평타와 발사된 가시가 발을 느리게 만든다.
터엉-!
물론 이블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고독 상태가 아니라 순식간에 죽일 수 없다.
무엇보다 서포터인 루나가 옆에 지키고 서있다.
루나의 방패치기에 의한 스턴.
밤하늘의 검으로 속박까지 연계된다.
잘 큰 적 원딜러 부시안의 총알이 투둥! 아프게 박힌다.
'근데 한 가지 까먹고 있어.'
나는 정글이 아니라 탑 카직트다.
성장이란 측면에서 비교를 불허한다.
한 대 맞은 부시안이 의아함을 느낀다.
어, 이거 왜 이렇게 아프지?
심지어 강타가 아니라 점화.
부시안의 몸이 활활 타오른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카이팅해야겠다는 생각에 뒷걸음질 친다.
푸드득!
그 순간 날아오르며 공중에서 찍는다.
체력이 절반 가량 닳은 부시안.
강화된 갈고리의 잃은 체력 비례 %뎀에 터져버린다.
─더블 킬!
홀로 있기 때문에 고독 상태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히드라까지 사용하자 내려앉기도 전에 죽는다.
그대로 공중을 박차며 연이어 날갯짓한다.
[카직트의 잠재력을 한 단계 끌어내었습니다!]
[챔피언 「카직트」의 숙련도 한계치가 개방되었습니다.]
2단 점프.
워낙 자연스럽게 사용돼서 내가 놀랐다.
착각이 아니라는 걸 방증하듯 떠올랐다.
이따금 보이는 숙련도의 상승이지만 고작 첫 판, 그것도 도중.
생각 이상으로 궁합이 좋은 챔피언일지도 모르겠다.
한타에 접어들자 확신으로 굳어진다.
* * *
어흥!
애꾸사자라는 챔피언이 가진 장점.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까다로운 건 궁극기다.
사용시 보이지 않는 은신 상태가 되며 상대의 위치가 드러난다.
노리스크의 이니시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 장점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홀로 있는 거미여왕을 정확하게 휘감는다.
이어진 코리아나의 쇼크 웨이브를 피할 수 없다.
〈아~ 거미여왕 거미줄도 못 타고 그대로 죽었습니다! 저라딧 선수 또 끊겼어요!〉
저라딧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다.
끊긴 건 자신의 잘못이 맞다.
그건 인정하지만 거미줄 못 쓴 건 고려해줘야지!
-강소리가 또……
-정보)속박 당하면 거미줄을 탈 수 없다
-이 정도로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ㅋㅋ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해설을 하다 보면 간혹 실수할 때가 있다.
그 실수가 하도 잦다 보니 붙을 별명이 강소리.
강빈 해설의 설명은 다소 어긋났지만 큰 틀에서는 맞았다.
〈피맥 선수가 픽의 이유를 보여주고 있네요. 확실히 운영 단계에서 빛이 납니다. 이렇게 몇 번 더 끊어 먹으면 따라갈 수 있어요 그리핀도르!〉
클끼리 해설도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이다.
비밀병기?
혹시 비밀 변기를 잘못 말한 건 아니시죠?
망신을 당할 뻔했으나 말렸던 라인전을 복구 하고 있다.
피맥의 애꾸사자가 팀운영의 중심이 된다.
궁극기 쿨마다 유효타 내지 킬을 가져온다.
문제가 있다면 다른 한 명이 미친놈 마냥 날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싸캉!
카직트가 갈고리를 날카롭게 내리친다.
이블퀸의 체력이 순식간에 토막이 난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쿠확!
이블퀸은 궁극기까지 쓰며 도주했다.
애처로운 반항이지만 독 안에 든 쥐다.
날아오른 카직트가 공중에서 기묘하게 꺾인다.
〈2단 점프! 솔직히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멋있고 화려하네요.〉
〈멋있으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전부터 보았지만 레전설 선수가 플레이 엄청 화려하게 잘해요!〉
화려한 것도 중요하지만 실속이 있어야 한다.
속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
화려하기만 한 건 솔로랭크의 야흐오로 족한다.
피지컬 챔피언을 극한으로 다루며 입롤을 실현한다.
아니, 입롤조차 넘어서고 있다.
또다시 터진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에 현장, 그리고 커뮤니티의 반응도 폭발한다.
-ㅁㅊ 저거 관전 오류 아님?
-점프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날아다니네
-카직트가 저 정도로 사기챔이었나;
-레전설이 하면 모두 사기가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
여느 매드무비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다.
경기 시작 초보다 벌써 두 배 이상 불어난 시청자.
입소문을 타고 소문난 맛집이 널리 퍼진다.
곧 있으면 두 맛집의 매상 대결이 펼쳐진다.
꾸직!
끄드드득!
암살을 병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6레벨을 찍은 카직트의 세 번째 진화.
겉껍질이 허물처럼 벗겨지며 탈피한다.
〈궁극기 진화로 가네요. 가시 발사가 너프된 이후로 보편적인 선택이 되었죠. 물론 보다 주목해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클끼리가 언급하려는 건 다름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애꾸사자와 카직트의 이스터에그.
-드디어 퀘스트 떴나?
-떴네ㅋㅋ 진짜 피말리겠다
-한쪽 실수로 잡히는 순간ㅈㅈ
-인생 한 방이다. 가라 피맥몬!
관중들도 시청자들도 입을 모아 외친다.
인생 한 방!
카직트와 애꾸사자는 라이벌격 챔피언이다.
16레벨에 이르자 퀘스트가 뜬다.
한쪽이 잡히는 순간 다른 한쪽에게 특수 능력이 부여된다.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계기!
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한다.
〈그리핀도르, 승기 뺏어올 수는 기회입니다. 반대로 파프리카 프릭스, 승기 굳힐 수 있어요. 양팀 모두에게 큰 의미를 둔 한타가 다가왔습니다.〉
양팀 모두 공격적인 운영을 특기로 한다.
기존의 프로팀들처럼 간보면서 파밍파밍.
그런 거 없이 기회가 있을 때 과감하게 저지른다.
게임 시간 26분에 30킬이 넘게 나왔다.
대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히 이례적이다.
그렇게 과감하다 보니 서로 실수도 잦지만 그만큼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좆밥대전이 재밌음!
-얘네 둘이 1군팀 제외하면 원탑인데ㅋㅋ
-두 팀 중 하나는 무조건 롤챔스에서 보겠네 크~
-둘 다 전투력 쩔어서 올라오면 잼날 듯
물론 서로 치고 박는다는 게 이유가 있어야 된다.
지금까지는 양팀 모두 이유 있게 잘 치고 박았다.
팽팽하게, 어느 한쪽으로 무너지지 않으며 이르렀다.
* * *
피맥은 점점 끓어오르는 자신의 경기력에 묘한 흥취감을 느끼고 있다.
원하는 대로 경기가 술술 풀린다.
불리했던 게임을 비비기 직전까지 따라왔다.
이기는 순간 한 단계 벽을 깰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이제 진짜 코앞까지 왔어.'
한 번,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
스킬창 위에 떠오른 퀘스트.
카직트를 잡는다면 이후의 운영도 탄력을 받는다.
해골 목걸이 풀스택을 단숨에 적립할 수 있다.
궁극기가 크게 강화되며 한타력도 증대된다.
패시브인 야성 스택이 빠르게 쌓이는 덕에 어그로 핑퐁이 좋아진다.
지지지직!
물론 한타를 이기고 카직트의 머리를 따냈을 때의 이야기다.
아군 원딜러 부시안이 충분히 성장했기에 해볼 만하다.
자신이 한타에서 이니시만 잘 걸면 된다.
적진을 붕괴시켜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러기 위해 뽑은 애꾸사자야.'
픽의 이유를 절반쯤 보여줬다.
운영으로 상대를 크게 뒤흔들었다.
나머지 절반을 보여줄 무대는 한타.
적들의 위치가 수상하다.
시야를 선점해 유리함을 굳히겠다는 속셈이다.
바론 지역에서 엿보이는 불온한 움직임은 이미 살피고 있다.
두근! 두근!
애꾸사자의 궁극기 포식의 시간.
들리는 심장 소리는 상대의 것이다.
어두운 공간 속 적들의 위치가 낱낱이 파악된다.
바로 지금.
상대의 틈이 보인다.
예리하게 선 감각에 피맥은 몸을 맡겼다.
이후의 연계는 자신이 아닌 팀에게 맡긴다.
과연 뜻한 대로 해줄지.
반쯤 도박이란 걸 암에도 움직인다.
믿고자 한 것, 하고자 한 것은 한다.
그것이 피맥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호롱!
콰드득!
첫 세트의 과오를 만회하겠다.
피맥의 이니시에 깔끔하게 호응한다.
미키짱의 코리아나가 궁극기로 싸잡는다.
2인궁이지만 누구에게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
일단 적 원딜러인 핑크스가 묶였다.
바로 옆에 있던 미드라이너 구리가스도 온전치 못하다.
파아앙-!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판단.
구리가스는 일단 궁극기를 내질렀다.
광역딜을 포기하고 진영을 무너뜨리는데 중점을 뒀다.
술통 폭탄의 넉백에 의해 진영이 갈린다.
그로 인해 피맥은 고립 당했다.
여기서부터가 자신이 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크허어엉-!
적 진영 한복판에서 터트리는 포효.
점멸로 한 턴을 벌며 스킬쿨을 돌렸다.
강화된 야성의 외침으로 단단해지며 체력을 회복한다.
'버텼어…!'
버티는 순간 이긴다.
버텼으니 이겼다.
머릿속에 떠오른 세 글자에 피맥은 전율했다.
게이머로서 성장할 수 있는 한 차원 위의 벽.
이 한타, 그리고 이 경기를 계기로 넘어설 수 있다.
게임 중반부터 느끼고 있던 확신이 비로소 체감되려던 순간.
─아군이 당했습니다!
상황이 워낙 아비규환이다.
자신은 네 명의 적에 둘러 쌓여있다.
아군쪽으로 봐줄래야 봐줄 여유가 없다.
그런데 네 명?
나머지 한 명은?
싸캉!
마치 유리를 긁는 듯한 마찰음이다.
알고 있다.
불과 20분 전만 해도 당하고 있었다.
카직트의 갈고리가 아군을 한 명씩 스친다.
스칠 때마다 패전보가 울린다.
자신이 네 명이나 붙들고 있는데 대체 왜?
떠오른 의문이 커질 때마다 스르르 사라진다.
한 단계 깰 수 있을 듯 느꼈던 벽.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에서 점점 지워져 간다.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
쏟아부어 최상의 결과로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어째서 이런 상황이.
머릿속에 와버린 뇌절 상태.
행동이 멈춘 피맥을 향해 떨어진다.
포식자가 마지막 한 명을 잡아먹는다.
========== 작품 후기 ==========
설정 수정은 보류를 해보겠습니다
좀 더 원만한 합의점은 없는지 고민을 해봐야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