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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37화 (13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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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도르 -->

인간은 고독해지면 죽는다.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여지 없이 실천해주는 챔피언이다.

어흥!

부쉬에서 사자와 마주쳤다.

애꾸사자.

상대가 준비해온 비밀병기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내가 준비해온 카드와 맞물린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모를 수가 없다.

'카직트의 라이벌이라고 들었지.'

일종의 이스터에그까지 있다고 들었다.

우연찮은 일이지만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라인전에 집중해야 할 때.

콰흑!

푸직!

뛰어온 사자와 서로 두 대씩 주고 받는다.

애꾸사자가 발톱을 연이어 내려찍는다.

평Q.

그리고 나도 똑같이 평Q긴 하지만.

'느려.'

패시브가 묻은 평타다.

등 돌은 애꾸사자가 느려진다.

따라가서 한 대 더 때릴 수 있는 환경이다.

콰흑!

똑같이 평타 한 대씩 주고 받자 이쪽이 우위다.

잠깐 부쉬에 숨으며 패시브를 발동시켰다.

눈치 챈 애꾸사자는 미니언을 향해 뛴다.

'아깝네. 고독 한 방 더 먹일 수 있었는데.'

부쉬, 수풀은 애꾸사자의 영역이다.

폴짝폴짝 제 안방 마냥 뛰어다닐 수 있다.

하지만 강제로 고독 상태에 접어든다는 단점도 가진다.

카직트라는 챔피언이 가진 특성.

혼자 있는 상대에게 추가 데미지를 가한다.

부쉬를 활용하면 패시브 활성화도 방금처럼 쉽다.

물론 그래봤자 약간의 딜교환 우위.

서로 두란 방패 스타트라 체력은 찬다.

중요한 건 내가 부쉬를 점했다는 부분이다.

휘리릭!

애꾸사자가 목줄을 던져 미니언을 야금야금 먹는다.

본래라면 호쾌하게 뛰어들어 찍어버려야 했다.

부쉬를 빼앗긴 이상 플레이가 제한된다.

'라인 주도권도 뺏기게 되지.'

정글 카직트를 배워보기 위해 마스터했다.

개인적으로 근접AD를 특별히 사랑한다.

단순한 욕심이 기연으로 연결됐다.

정글이 아닌 탑으로 쓰는 카직트.

장점은 이미 가져갔듯 부쉬의 주도권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를 시행하기 위해 불렀다.

─FFs JustLightThis님이 애꾸사자를 지목!

저라딧의 거미여왕이 동선을 꼬았다.

역버프로 블루와 늑대, 두꺼비를 먹었다.

그렇게 3레벨을 찍고 레드가 아닌 탑으로 달려온다.

'치사한 게 아니라 특성을 활용하는 거야.'

카직트는 다이브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거미여왕은 말할 것도 없는 동류다.

주의해야 할 건 오직 역갱 뿐.

그런데 상대도 역버프 스타트다.

즉, 역갱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터억!

쏘아진 거미여왕의 실뭉치가 허공을 가른다.

빗맞혔다.

점멸로 피한 것도 아니고 무빙으로 흘려냈다.

크허어엉!

애꾸사자가 아낀 점멸로 위치를 바꾸며 시간을 끈다.

기어코 스킬쿨을 한 번 더 돌려버렸다.

터져 나오는 강화된 야성의 외침.

그 효과로 애꾸사자가 단단해지며 체력이 차오른다.

포탑에 몸을 대던 거미여왕이 거미줄로 피신한다.

만약 내가 카직트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위험했겠지.

푸직!

단단해졌다면 그만큼 더 세게 때리면 그만이다.

포탑을 낀 애꾸사자는 고독 판정.

회복한 체력도 점화로 반감시켰다.

두 번째 갈고리 찍기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애꾸사자가 나름 슈퍼 플레이를 하긴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시간을 끈 정도다.

애초에 상대 정글이 백업을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잘하긴 했는데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어.'

선취점을 따오며 미니언 웨이브까지 포탑에 먹인다.

빼앗긴 아래 정글이 아쉽지 않을 만큼 큰 이득이다.

반대쪽에서 대각선의 법칙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상적인 상황.

쾅!

몸무게에 걸맞게 가벼운 내리침이다.

절도 있는 내려치기가 적을 공중에 띄운다.

광우스타의 슈퍼 세이브가 인성제로를 살렸다.

쿵!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겠다.

어거지로 들어온 이블퀸이 다시 한 번 투웅!

탑에서의 이득이 고스란히 굳으며 승기를 가져온다.

* * *

새로이 찾아온 시즌4.

일각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장신구 와드는 피맥의 버프가 아닐까?

〈피맥 선수가 와드 안 사기로 천상계에서 유명한 선수죠?〉

〈유명하기를 넘어서 아이덴티티입니다. 본인 말로는 와테크, 와드로 하는 재테크라고…….〉

클끼리 해설이 짤막하게 선수 배경을 늘여놓는다.

일부러 와드를 사고 다음 집타이밍에 판다.

그러면 상대는 와드를 박았다고 착각한다.

그 정도로 와드에 쓰는 돈을 아까워 하는 선수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와드를 공짜로 준다고?

피맥 버프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했다.

〈피맥 선수의 강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약간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요.〉

동물적인 감각.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생뚱 맞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관심이 가기도 한다.

지금 여기…… 우리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어!

당연히 귀신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롤에서는 정말 귀신에 비견될지도 모른다.

정글러의 기척.

그림자가 보일 리는 없겠지만 예상은 가능하다.

상대의 움직임 등 여러가지 심증을 바탕으로 말이다.

〈와드를 전혀 박지 않고 그만큼 자신의 성장에 투자합니다. 그가 탑에서 내려왔을 때 다른 탑솔러 이상의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에요.〉

이런 독특한 플레이가 바탕이 되어 어마어마한 캐리력을 낳는다.

피맥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알려지게 된 근원이다.

물론 일련의 플레이는 리스크도 상당하다.

그렇게 잘하면서 랭킹은 왜?

챌린저 10위 안쪽에 진입한 적이 거의 없다.

던지는 판은 진짜 신명나게 던지기 때문이다.

싸캉!

한 번 죽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애꾸사자가 카직트의 갈고리에 쥐어 뜯긴다.

피맥은 미니언을 타며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싸캉!

점멸과 함께 들어간 확정 폭딜.

남은 점화 2틱과 함께 타들어간다.

갱킹에 말린 피맥이 이제는 솔로킬까지 당했다.

〈체력이 없을 때 카직트한테 맞으면 죽거든요! 아~ 방심을 하고 말았습니다 피맥 선수!〉

반쯤 영혼이 빠진 목소리의 강빈 해설이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요점을 짚었다.

진화된 카직트의 갈고리.

잃은 체력의 8%에 달하는 추가 물리 피해를 입힌다.

심지어 타이밍이 날카로웠다.

클끼리가 해설을 덧붙인다.

〈순간적인 고독 상태를 매섭게 노렸습니다. 이건 게임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한 방이에요.〉

창과 방패의 싸움.

애꾸사자와 카직트의 싸움은 그렇게 정리된다.

스킬쿨을 계속 돌려 회복하는 애꾸사자.

그리고 회복하기 전에 죽이려는 카직트.

방금 전, 카직트의 창이 방패를 꿰뚫었다.

고독 상태가 되면 약 반 배 가량 뼈아프게 박힌다.

그 찰나를 예리하게 캐치했다.

애꾸사자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목숨을 끊었다.

〈라인전이 비교할 수 없게 힘들어집니다. 이제는 부쉬에 들어갈 수도 없어요.〉

〈부쉬 없는 애꾸사자는 팥 없는 찐빵 아닙니까? 부쉬의 왕이 부쉬를 못 들어가요 부쉬를!〉

게임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한 방.

의미 없이 내지른 포장이 아니다.

애꾸사자가 픽의 이점을 살릴 수 없게 됐다.

부쉬에 들어가는 순간 잡아먹힌다.

카직트가 고독각을 날카롭게 노린다.

회심의 한 수로 준비해왔을 비밀병기가 완벽하게 카운터 당한다.

〈탱애꾸사자,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픽인데…… 힘을 못 쓰네요. 아무리 피맥 선수가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도 이렇게 압박 당할 때는 장점이 퇴색됩니다.〉

탱애꾸사자는 1년 전 탑을 지배했던 픽이다.

너무 사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프.

그랬던 애꾸사자를 피맥이 꺼냈다.

비밀병기라고 했을 정도니 상당하겠지?

근데 무기라는 건 한쪽의 특권이 아니다.

똑같이 예상치 못한 카드로 맞받아쳤다.

-카직트가 훨~씬 더 세네

-탱애꾸사자 쓰레기 같은데?

-라이벌챔이 약속한 듯이 튀어나오네ㄷㄷ

난생 처음 보는 라인전 구도다.

안 그래도 집중되던 두 팀의 경기.

보다 활활 타오르며 준 롤챔스급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이 둘의 대결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피맥 대 레전설, 양팀 에이스의 라인전이다.

지금 흘러가는 게임의 승패를 좌지우지한다.

〈처음에 거미여왕이 나오면서 재밌는 구도가 나왔잖아요. 말씀하셨던 신맛집 대 구맛집.〉

〈그랬죠. 근데! 예상치 못한 경쟁점이 또 들어섰어요~.〉

〈그게 또 롤의 재밌는 부분 같습니다. 지금 레전설 선수처럼 장점을 활용할 줄 안다면 대세가 아닌 픽도 쓸 수 있거든요!〉

고독이라는 특성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레전설의 카직트가 피맥을 상대로 우위에 선다.

애꾸사자에게 역으로 부쉬를 빼앗으며 장악하는데 이른다.

〈물론 아직입니다. 방심하다가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양 선수 모두 긴장해야 합니다.〉

애꾸사자는 탱커인 만큼 안정감이 있다.

반대로 딜러인 카직트는 불안 요소가 남았다.

CC기 연계에 걸리는 순간 힘도 못 쓰고 죽는다.

심지어 미드나 원딜도 아닌 탑.

탑에서 딜챔프를 하는 건 리스크를 안는다.

물론 레전설인 만큼, 보여준 게 있는 만큼 신뢰 또한 있지만.

〈애꾸사자가 픽의 이유를 보여주고, 이스터에그까지 달성한다면 게임 충분히 모르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1부 리그에 올라온 적이 없는 두 팀.

고작해야 승강전에 불과한 경기가 화제의 중심이 된다.

* * *

준비, 그리고 확신을 거쳐 꺼낸 카드다.

스스로 비밀병기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도 있었다.

한 가지 안일했다.

과정이 아닌 결과에 말이다.

싸캉!

카직트의 갈고리에 잡아뜯긴다.

진화한 탓에 길어진 사거리.

같은 근거리 챔피언임에도 농락 당한다.

'부쉬에 들어갈 수만 있어도 리치는 문제가 아닌데…….'

부쉬에 들어가는 걸 허락 받지 못하고 있다.

들어가는 순간 더욱 강렬하게 박힌다.

고독이라는 특수 능력.

의아한 일이다.

혹시 비밀병기의 정체가 새어나간 건가?

그래서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가져왔나?

'어둠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은 없어.'

팀원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스크림에서도 쓴 적이 없다.

솔로랭크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캐로 연습한 정도.

상대가 갑작스레 꺼낸 탑카직트가 자신이 기껏 준비한 애꾸사자를 완벽하게 카운터친다.

어안이 벙벙한 상황.

하지만 게임은 진행해야 한다.

한 번 더 지면 정말로 탈락이다.

'원한 이전에 스스로에게 용납이 안돼.'

원한 따위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보다 지고 싶지 않다.

적어도 저 레전설이란 이에게는.

피맥은 자신의 본질을 알고 있다.

피지컬, 동물적 감각.

그 이전에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상대 또한 이 세 박자를 갖췄다.

정체성을 빼앗겼다는 기분이다.

이 게임을 진다면 적지 않은 충격으로 와닿을 것이다.

'과정은 몰라도 결과까지 내주진 않아.'

탑신병자답게 지는 게임을 하기 싫어하는 피맥이다.

하지만 이번 게임만은 집중해서 할 생각이다.

역전의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크허어엉-!

애꾸사자의 외침과 함께 단단해진다.

강화된 W스킬 야성의 외침.

카직트가 가한 피해 만큼 체력이 차오른다.

불타는 망토가 나오자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솔킬을 내주진 않는다.

상대도 그걸 알았는지 라인 클리어에 중점을 둔다.

'집중한다면 지금이라도 이길 수 있어.'

라인전의 패배.

가히 굴욕적이지만 참겠다.

인내하여 달콤한 승리의 미주를 마시겠다.

그 과정을 넘어서면 자신은 한층 성장할 것이다.

문득 든 직감을 피맥은 확신했다.

확신을 이루어가는 과정.

'쉽지는 않겠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자신의 특기다.

괜히 와드를 안 사는 아니다.

와드를 안 사면 게임을 더 집중할 수 있다.

언제 어느 때 상대가 엄습할지 모른다는 공포.

그 공포를 오히려 즐기면서 게임을 했다.

자신이 롤을 하는 이유의 절반이었다.

〈피맥형 저희 라인전 이겼으니까 내려와서 파밍하세요. 복구할 시간 저희가 벌 테니까.〉

〈근데 형 귀환 타면서 와드 하나만 좀…….〉

팀원들이 받쳐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애꾸사자의 진면목은 한타와 운영.

늦지 않았다.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2코어만 띄울 수 있으면.'

불타는 망토와 정령힘의 향상.

이 두 개의 코어템이 갖춰졌을 때가 애꾸사자의 전성기다.

7초 기다려 체력 수정까지 빠듯하게 짜낸 피맥은 봇으로 향했다.

'조급해 하지 말자. 천천히, 그리고 길게.'

만약 용준을 하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로 자신에게 중요한 경기다.

극한까지 올라간 정신력.

각성을 눈앞에 둔 피맥의 눈이 불타올랐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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