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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36화 (13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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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도르 -->

자드의 카운터 미드 리픈!

이는 상당히 과장된 감이 있다.

처음 꺼낸 선수가 워낙 많이 잘했다.

자신이 보통 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기로 증명했다.

그 선수는 다름 아닌 테이커.

롤드컵을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떨쳤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생긴 충들.

미드리픈충의 계보를 자신이 끊겠다.

그리고 레전설을 잡아 목표하던 바를 이루겠다.

「레전설? 저를 상대하려면 더 연습하셔야 될 겁니다.」

지난 인터뷰 당시 미키짱이 저지른 발언이다.

비밀병기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묻히고 말았다.

그 본인으로서는 정말 아쉬웠던 일.

지금에 와서는 살짝 다행인 감도 있다.

터엉-!

쿠훙!

두 겹으로 퍼지는 광역 물리 피해.

리픈이 스턴과 함께 히드라를 터트렸다.

순간 쫄아버린 미키짱은 뒤로 그림자를 깔았다.

'점멸이라도 쓰면 큰일 나니까…….'

리픈이 지나치게 성장을 잘했다.

대체 얼마나 센지 짐작도 안 간다.

무식해야 용감할 수도 있는 법이다.

뜨거운 냄비가 아 뜨거!

알게 되는 순간 움츠리게 된다.

한 번 당했던 미키짱은 매순간 소극적이다.

짧은 시간, 강렬하게 임팩트가 남았다.

일종의 트라우마와도 같은 현상이다.

안 그래도 불리한 구도에서 더욱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Gryffindor 미키짱님이 리픈이 사라졌음을 알림!

솔로랭크가 아닌 프로 무대.

각 선수의 멘탈 관리가 더욱 두드러진다.

만약 적 미드가 미아 상태라면?

위치 확인이 안된다고 콜을 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그것이 수차례 계속해서 반복된다.

스스로 말을 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미아핑이 찍히면 다른 팀원들은 사리며 손해를 본다.

미안함과 책망.

머릿속이 복잡해진 미키짱은 한 번 놓치고 말았다.

〈아, 미안…… 리픈 위치 잠깐 놓쳐버려서.〉

그 잠깐에 의해 필연적으로 굴러가는 스노우볼.

그리핀도르의 봇 듀오가 로밍에 당하고 말았다.

하도 잘 커서 포탑을 끼고 있음에도 의미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FFs 레전설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그리핀도르의 성적은 물론 좋다.

최근 기세도 한껏 물이 올랐다.

하지만 경험의 부족은 언제나 발목을 잡는다.

게임을 이기는 법이 뭐였더라?

당황이 스스로의 목을 조인다.

한껏 차오른 자신감이 무너진 미키짱은 연거푸 실수만 반복한다.

"중간부터 아예 정신줄을 놨었어. 미안하다 진짜!"

첫 번째 세트를 허무할 정도로 쉬이 내줘버렸다.

아예 제대로 된 싸움조차 못한 수준이다.

그동안 잘해온 만큼 실수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

"야, 좀 심하긴 했어! 다음 세트는 잘하자."

"그래, 리스크 적은 픽 뽑고 버스나 타 임마~."

사실 자신들도 부담스러웠다.

아, 이거 너무 연승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적절한 때 실수해서 한 번 졌다.

자신들이 다 못해서 진 것도 아니다.

팀원 한 명이 게임이 안 풀린 탓이다.

다음 세트부터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패배를 몰랐던 만큼 면역 또한 없다.

진지하게 상황을 곱씹는 사람은 단 한 명.

피맥은 미키짱의 단점에 대해 이전부터 핀잔을 주어왔다.

'그래서 수비적인 픽을 해달라고 했던 건데.'

미키짱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다.

한번 흥하면 가차없이 몰아친다.

반대로 말리면 밑도 끝도 없다.

최근 기세가 워낙 좋아 그 단점이 드러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거지 없어진 게 아니다.

종종 스크림에서 지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괜찮다.

아니, 뭐 잘하면 되는 거잖아요 형~.

껄렁껄렁하게 받아넘기니 할 말이 없다.

아무리 팀장이라도 자신은 선수지, 코치나 감독이 아니니까.

'역시 꺼내는 수밖에 없어.'

도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한 걸음 물러섰다.

롤챔스에 올라가 후일을 기약하자.

첫 경기를 이겼다면 그 말을 따랐을 것이다.

패배한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승격을 못하면 애초에 롤챔스를 못 간다.

무엇보다 그리핀도르는 절대 기세가 꺾이면 안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LML에서도 성적이 안 나오던 팀이다.

그런 팀이 갑작스레 경기력이 폭발하고 있다.

그 근원이 되는 힘의 절반이 바로 기세다.

선수들 각자가 가진 힘의 최소치와 최대치.

기세가 좋은 덕분에 최대치가 자연스레 발휘된다.

스포츠에서는 흔히 컨디션이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실력 상승이 동반된 덕분이지만.'

강팀을 상대로도 전혀 라인전이 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선수들 각자가 잠재력이 있다.

피맥은 자신이 그 잠재력의 개화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없는 경험까지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자신도 매경기 실수를 반복한다.

그 실수에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을 뿐.

자신들은 아직 한참은 더 성장해야 한다.

이런 곳에서 무너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상대가 그 레전설.

도선생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피맥은 결단을 내렸다.

* * *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2384만큼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캐리가 주역이 되어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슈퍼 플레이가 승리의 열쇠가 되며 21808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물 밀듯이 들어온다.

노다지 수준이라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전성기 피지컬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한 가지 더 신경 쓰이는 알림이 떠올랐다.

이전에도 몇 번 봤었던 알림이다.

숙련도의 한계치 돌파.

[리픈의 잠재력을 한 단계 끌어내었습니다!]

[챔피언 「리픈」의 숙련도가 이미 한계 상태입니다.]

[숙련도 상승의 반환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너무 잘해서 더 오를 곳이 없다는 슬픈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정점의 삶.

시스템에게조차 인정을 받아버렸다.

일상과도 같아서 그다지 특별할 건 없는 일이다.

'문제는 다음 세트지.'

이대로 두 번째 세트도 이긴다면 그냥 좋다.

비밀병기고 나발이고 이기는 게 장땡이다.

그리고 나도 웬만하면 꺼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준비는 해두는 게 맞아.'

상대 미드라이너 미키짱을 즈려밟았다.

다음 세트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최소 적극적으로 나오지는 못할 거라는 판단.

만약 나온다 해도 도인디라면 상대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탑라인.

터지지 않았을 뿐 게임 내내 아쉬웠다.

"으어어억-! 이런 미친놈을 봤나, 아니 미친 남자를 봤나. 뭐 저렇게 잘하는 거야?"

본인도 알고 있다는 듯 부르짖는다.

까놓고 말해서 그냥 발렸다.

실력 차이가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다.

김재슥이 못했다기 보다는 상대가 잘했다.

에이스를 자처할 만한 실력이 있더라.

운영 주도권을 내줬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 * *

비밀병기가 안 나온 건 아쉽다.

아쉽긴 하지만 관중들은 마냥 기분이 좋다.

〈첫 번째 세트의 MVP! 드디어 나왔네요. 역시 나올 때가 됐었죠~?〉

진용준 캐스터가 담담한 듯 담담하지 않게 발표한다.

그도 그럴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오늘을 바라고 찾아온 관중들이 격하게 흥분한다.

이윽고 첫 번째 세트의 하이라이트가 송출된다.

MVP 선정의 이유로 손 꼽힌 장면들이다.

루나가 날카롭게 검을 꽂는다.

이어지는 궁극기가 콰아앙-!

붙들고 있는 사이에 도착한다.

레전설의 리픈이 싹 쓸어버린다.

봇라인 로밍을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이후의 플레이들도 과연!

-버스 잘 타네

-달래 여신님이 다 만든 건데 저 새끼 뭐임?

-운영자님 버스 어그로 강퇴 좀요

-쳐내!

가장 잘했다고 보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받을 만큼 충분히 잘한 것도 사실이다.

〈프로필 사진부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달래 선수, 팀을 위한 희생이 항상 돋보였던 만큼 MVP에는 이견이 없겠습니다.〉

〈저는 처음 봤을 때 연예인이 여기 왜 왔나 했어요~.〉

〈진용준 캐스터뻘에서 연예인이라고 하면 연배가 꽤…….〉

관중석이 떠들썩하게 환호한다.

흔하지 않은, 흔할 수가 없는 여성 프로게이머.

심지어 파프리카TV에서 여캠을 할 정도로 외모가 특출나다.

달래의 MVP 인터뷰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 팬들이 한가득이다.

정말로 MVP를 받아버리자 감격에 겨워 눈물이 흐를 지경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레전설 5연속 MVP할 뻔했는데 까비

-억울하겠다

-여자가 벼슬이냐? 어휴 그 성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이거 너무 대놓고 몰아주기 아니야?

간혹 착각할 수 있는 사실이다.

MVP는 캐리한 사람의 동의어가 아니다.

롤챔스 MVP의 선정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중계진, 제작진, 연출팀, 기자단.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공정하게 한 표씩 행사한다.

해당 게임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선수.

그리고 오늘 경기 소감을 듣고 싶은 선수.

어느 정도 사심이 섞일 수는 있지만 의도해서 몰아줄 수는 없다.

〈달래 선수가 있었기에 레전설 선수도 안정적으로 캐리를 할 수 있었던 거에요! 서포터의 희생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섭한 노릇이죠~.〉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에 관중석이 떠나갈 듯 호응한다.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이견을 내뱉는 사람 없다.

있다면 즉시 참수할 것이기 때문에 곧 사라진다.

아무튼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이어진다.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선수 교체가 있었다.

한 번 있었던 흐름인지라 클끼리가 자연스럽게 추측한다.

〈미드가 워낙 터져서 가려졌는데…… 사실 김재슥 선수는 간담이 서늘했을 겁니다. 피맥 선수가 말카림의 숨통을 턱 끝까지 조였었어요.〉

말카림 장인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피맥이다.

김재슥은 그에 비하면 솔직하게 한 수 밀린다.

하마터면 탑 차이가 크게 벌어질 뻔했다.

미드 차이로 인해 만회를 하긴 했지만 불안하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레전설이 탑으로 출전한다.

이번에야 말로 나올 것인가?

〈첫 세트에는 결국 안 나왔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믿어요. 참고로 최근 대세픽인 탑티바나를 처음 선보인 선수도 피맥이었어요.〉

〈아, 그랬었군요~? 비밀병기를 과시할 만도 했네요!〉

그 본인의 피지컬과 실력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부분.

바로 꿀챔피언의 발견이다.

탑라인 메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도 한 건 터트릴지 모른다.

아니, 터트리지 않으면 안된다.

〈레전설 선수의 캐리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전 세트가 워낙 압도적이었어요. 같은 흐름 또 나오면 티바나로는 부족합니다.〉

탑티바나를 가장 먼전 사용한 건 맞다.

맞기는 하지만 가장 잘하는 건 아니다.

이미 프로들 사이에서 메이저픽이 됐다.

그에 반해 피맥은 약간 정체된 느낌이다.

못하는 건 아닌데 잘한다고 하기에도 좀.

피맥의 팬들도 내심 바라고 있다.

〈새로운 맛! 자신의 맛! 찾을 때가 됐어요! 원조 맛집도 연구를 게을리하면 따라잡힐 수 있는 겁니다~.〉

진욘준 캐스터의 언급대로다.

자신의 장점을 백분 살려야 한다.

이윽고 진행되는 양팀의 픽차례.

파프리카 프릭스가 말카림을 잘랐다.

그리핀도르의 선택지가 보다 적어진다.

그래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기로 했다.

〈티몽……? 티몽은 아니죠. 애꾸사자 나왔네요. 이건 높은 확률로 탑이에요.〉

〈동물 장인 피맥 아닙니까? 피맥의 동물원에 오늘부로 사자가 추가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관중석이 잠시 술렁이더니 이내 진정된다.

그도 그럴게 아직이다.

아직은 확신해도 될 단계가 아니다.

괜히 들떴다가 아니면 옆사람 보기 창피하다.

허위보도가 아니었다는 속보.

그리핀도르의 픽이 전부 완료됐다.

라인 또한 재조립되며 피맥 선수가 애꾸사자를 가져간다.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레전설 선수는 거미여왕. 재밌는 구도가 됐죠?〉

〈맛집을 새로 열었는데 이전 맛집의 체인점이 앞에 들어선 꼴이에요! 구맛집과 신맛집의 대결,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관중석에서 파도가 친다.

탑거미여왕의 창시자가 바로 피맥.

최근에 들어 티어가 내려갔지만 아직까지도 종종 쓰인다.

진용준 캐스터의 비유대로 구맛집 대 신맛집의 대결이다.

과연 어느 맛집이 더 맛깔이 날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듯 밴픽도 마지막까지 봐야 한다.

〈뭐죠? 카직트랑 다시 스왑을 했는데요?〉

쿨감 90%의 조냐를 돌리던 강빈 해설이 깜짝 놀라 소리친다.

========== 작품 후기 ==========

생각을 해봤는데

초반 설정을 손목 고쳐주는 대신 여자랑 게임해야 하는 저주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수정이 아주 힘든 방향은 아니라서

솔직히

제가 설정을 엄청 잡고 쓰는 편은 아니에요

쓰다 보면 캐릭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느낌적인 느낌

지금까지 써본 결과는 고치는 방향이 맞는 거 같기도 해요

물론 기분으로 결정해서는 안될 문제라 독자님들 의견을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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