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 그리핀도르 -->
파프리카 프릭스 대 그리핀도르.
두 팀이 맞붙기 전부터 불타올랐다.
대체 무슨 비밀병기를 꺼내려고 하는 걸까?
피맥이 약간 허언증 기질이 있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추측들이 이미 오갔다.
〈저는 이런 생각까지 해봤어요.〉
그 커뮤니티 반응들을 누구보다 챙겨보는 해설자다.
최근에는 특히 더 민감해진 클끼리가 이야기를 꺼낸다.
〈티몽이 요즘 평가가 좋잖아요?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챌린저 구간에서는 무려 밴까지 나옵니다.〉
놀랍게도 현실이자 리얼이자 레알이었다.
2014년의 초는 처음이자 마지막 해다
티몽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필했던.
조합 상관없이 무조건 가져가도 되는 1티어 픽이었다
탑에서 파밍만 하면서 버섯밭만 일구어도 1인분.
시즌3에 존재하던 오라클이 삭제된 여파다.
〈물론 솔로랭크 한정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빨간 장신구를 모두가 갖추는 게 아니다 보니까…….〉
새로운 시즌으로 넘어가며 생긴 꿀챔프다.
물론 확실한 파훼법이 존재한다.
솔로랭크가 아닌 팀 게임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피맥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오늘 꺼낸다는 비밀병기가 혹시 티몽이 아닐까?
〈실제로 피맥 선수가 티몽 장인이기도 해서 가능성은 충분해요. 물론 비밀병기 치고는 임팩트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밀병기라는 건 밝혀지기 않았기 때문에 비밀병기다.
놀랍게도 피맥은 챌린저 구간에서 티몽을 한다.
최근은 물론이고 시즌3 이전에도 해왔다.
동물 장인 피맥, 유명한 이야기다.
거미여왕, 말카림, 티몽 등.
동물 챔피언만 골라서 하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참고로 거미도 곤충이 아니라 동물이에요. 동물 장인 피맥! 비밀병기도 동물 챔피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피맥 선수 모스트에 야흐오도 있던데…… 야흐오는 동물이 아니지 않아요?〉
띄워주는 와중 강빈 해설이 쓸데없이 흐름을 끊는다.
인간형 챔피언인 야흐오.
확실히 동물이라기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동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동물 맞음
-우리팀 야흐오는 개새끼지 개새끼지
-개는 말이라도 듣지 야흐오는 진짜……
-피맥 솔랭에서 야흐오로 22데스까지 함!
그렇게 많이 죽어도 결과적으로 이긴다.
픽의 이유를,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 피맥의 비밀병기라는 카드.
더불어 그 상대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클끼리가 말을 잇는다.
〈반면에 파프리카 프릭스의 대처도 기대가 돼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뉴메타를 선도하는 팀이기도 하거든요?〉
파프리카 프릭스를 정의하는 또 다른 단어.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멸망전 올스타!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파프리카TV에서 열렸던 동네 대회다.
동네 대회 주제에 흥행이 어지간한 준메이저급이었다.
BJ의 총출동도 재밌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메타의 선도.
얼마 전 롤챔스를 뒤흔든 야흐오 원딜이 바로 멸망전에서 나왔다.
〈멸망전이라는 대회에서 사용된 게 시초였어요. 물론 지금은 메타상 사용이 안됩니다.〉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간 거잖아요? 한동안 정말 롤챔스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한 때 솔로랭크, 롤챔스를 강타했던 초특급 뉴메타다.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야흐오가 원딜러로 활약하며 롤판을 잠깐 터트렸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일반 커뮤니티들도 들썩였다.
물론 한 달이 약간 넘어 진정되었다.
신규 시즌과 야흐오의 너프.
하지만 그 창시자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장충동 원조 족발, 춘천 원조 닭갈비, 속초 원조 닭강정! 각 분야의 창시자들은 다르거든요~.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거에요!〉
〈살짝…… 배가 고파지네요. 경기가 빨리 끝난다면 회식 자리 희망합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기대가 된다.
양팀 모두 이번 메타에 대한 파훼책.
혹은 꿀챔프를 들고 나왔을지 모른다.
동시에 스스로 목을 조일 수 있는 발언이기도 했다.
-응 그래봤자 용준 예정이야^^
-현실은 컵라면이죠?
-10시 넘어가면 밥집 문 닫음~
피해갈 수 없는 숙명.
진용준 캐스터는 용준한다.
경기가 장기전이 되며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컵라면을 먹는 진용준 캐스터의 사진이 이따금 인터넷에 올라온다.
너무 처량한 나머지 만들어진 유행어다.
요즘 메타가 그렇게 흘러가는 감이 있다.
〈평균 경기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추세긴 합니다. 하지만 양팀 모두 초반에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공격적인 팀이고, 초중반에 분명 승부수를 던질 거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클끼리 해설의 회식 희망, 총체적인 정리와 함께 양팀의 첫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 *
빈 수레가 요란한 건지.
아니면 아직 숨겨두고 있는 건지.
첫 번째 세트는 이변 없이 시작됐다.
상대 쪽에서 이렇다 할 승부수를 던져오지 않았다.
'전자면 몰라도 후자는 살짝 빡치는데?'
자신들의 전력이 우위다.
그냥 맞붙어도 할 만하다.
그렇게 판단했으니 부려오는 여유다.
나를 상대로 여유를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깨우치게 만들어준다.
화락!
챠라락!
그림자가 깔리며 스킬.
자드의 보편적인 라인전 견제다.
노코스트라서 상대하는 입장에서 약간 화난다.
챠락.
하지만 노코스트인 건 리픈도 마찬가지다.
기력도 소모하지 않는 만큼 오히려 우위.
가벼운 도움 닫기 한 번으로 표창을 흘려낸다.
콰항!
가볍게 피한 이상 다스킬쿨이 남는다.
E스킬 용기를 대쉬기로 활용.
자드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다.
내려친 3타에 의해 자드가 붕-! 떠오른다.
'얘가 너무 극단적이야.'
그리핀도르의 미드라이너 미키짱.
어떤 선수인지 대략 알기는 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은 게 있다.
높은 피지컬을 장기로 삼는다.
여차할 때 슈퍼 플레이를 보여준다.
반대로 말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쿠훙!
딜교환에서 손해를 본 자드는 조급해졌다.
조급함이 사소한 빈틈을 만든다.
그 빈틈을 놓칠 내가 아니다.
점멸 스턴으로 발을 묶자 대처를 못한다.
자드의 그림자는 스킬쿨이 긴 편.
그에 반해 리픈은 보다 짧다.
그 찰나의 차이.
생기고 만 빈틈.
킬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내 앞에서 피지컬 믿고 알짱되면 안되는데.'
자신감이 있는 건 좋다.
근데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내 앞에서 딜교환 자신감 있게 하는 건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행위다.
찰칵!
선취점을 따고 구입하는 아이템.
티아매트는 라인 클리어와 유지력을 높여준다.
성장력에 보다 박차가 가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콤보와도 상관 관계가 매우 깊다.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더라고.'
레전설 콤보라든지.
자기들 멋대로 명명을 한다.
띄워주는 건 좋지만 착각을 바로 잡고 싶다.
내가 강빈 해설을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난잡한 수식어의 사용을 일체 금한다.
직관적인 설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레전설.
이 세 글자 앞뒤에 수식어는 필요없다.
* * *
살짝 실망일 수 있는 일이다.
비밀병기 준비해서 왔다며?
그린피도르의 밴픽이 너무 정상적이다.
〈실망을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리핀도르 자체가 워낙 재밌는 팀입니다. 믿고 보셔도 될 만큼.〉
클끼리 말미에 힘이 붙는다.
그만큼 자신이 하는 말에 자신이 있다.
그리핀도르가 처음 LML을 뚫고 올라왔을 때.
격찬을 하며 이 팀은 될 팀이다.
될성부른 떡잎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승강전에서 고전하지 않을 거라 예견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흐름이었다.
마진 소드라는 1군팀을 호쾌하게 잡았다.
실력이 있는 팀이라는 건 틀리지 않았으나.
─FFs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럼에도 가차없이 썰린다.
레전설의 리픈이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승전보!
현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가장 바라던 희소식이다.
클끼리의 예견은, 바람은 무위로 돌아갔다.
미드 차이가 역력하게 나고 있다.
레전설이 미키짱을 때려 패고 있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게임을 공격적으로, 재밌게 한다는 게 사실은…… 그만큼 위험 부담을 안는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미키짱 선수가 라인전 욕심이 좀 과했네요.〉
클끼리가 씁쓸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솔킬이라는 건 당연히 리스크를 짊어진다.
그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피맥과 함께 MVP를 수상한 다른 한 사람.
그리핀도르의 미드라이너 미키짱은 질투심을 느꼈다.
피맥형도 말했듯이 만난다면 자신도 보여주겠다.
〈보여주는 건 일단 다음 세트를 기약해야겠습니다. 자드가 이 정도로 망하면 스스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 힘들죠.〉
〈스스로 못 보여준다면 팀플레이에 기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그리핀도르의 버블티가 살금살금~ 가고 있거든요?!〉
여기서 한 번 리픈을 제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진용준 캐스터가 짚은 대로 가고 있다.
그리핀도르의 정글러 버블티.
거미여왕이 리픈의 사각을 잡았다.
터억!
독침과 함께 실뭉치가 쏘아진다.
이어진 자드의 호응에 의해 느려진다.
느려진 리픈을 표창이 정확하게 노린다.
구오오…!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겠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
떨어진 것까지는 분명 좋았다.
콰항!
자드는 굉장히 현란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그만큼 약점도 명확하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예측할 수 있다.
궁극기 사용시 나타나는 위치는 반드시 자신의 뒤편.
쓰기를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
점멸과 함께 내질러졌다.
-헐 또 레전설 콤보?
-그냥 터져버리네ㄷㄷ
-이번엔 좀 다른 콤보 같은데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일맥상통하다.
어처구니 없는 속도로 들어간 순간 폭딜.
절묘한 점멸 활용으로 거미여왕까지 쓸렸다.
조금 더 버텨보지만 이내 같은 최후를 맞는다.
─FFs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당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벙찔까?
해설하는 입장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클끼리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이게 어렵냐는 듯 간단하게 요약해버린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레전설 선수가 더블 킬을 따버렸습니다!〉
강빈 해설이 담백하게 상황을 요약한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덕분이다.
그리고 순간 판단력이 매서웠다.
상대가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토막냈다.
리플레이를 통해 송출되는 화면.
보지 않고 넘어가면 너무 섭하다.
오직 그 선수만 가능하다는 콤보다.
레전설 콤보가 다시 한 번 재현이 된다.
-점멸 3타 판단이 지렸다ㅇㅈ?
-자드 궁 따라오는 걸 역이용해버리네
-근데 왜 저렇게 세지;
-레전설이 레전설 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콤보가 나가는 속도와 판단력이 전부 좋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스택이 적립됐다.
맞지 않았기에 행할 수도 있었다.
〈Q스킬의 짧은 도약으로 피했어요. 실뭉치도, 표창도 스치지도 못했습니다. 레전설이 말합니다. 느려.〉
-오소이!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원피스 덕후들 신났네ㅋㅋㅋ
-견문색 패기 켰나?
코웃음을 치듯 눈앞에서 피한다.
맞히지 못하자 그리핀도르는 조급해졌다.
조급함에서 나온 아주 사소한 빈틈.
지나칠 만했음에도 놓치지 않고 캐치했다.
미드 라인의 붕괴에 가속도가 붙는다.
탑과 바텀의 사소한 차이?
논할 가치조차 없게 됐다.
〈비밀병기? 꺼낼 테면 꺼내봐라. 오히려 레전설 선수가 미드 리픈이라는 범상치 않은 픽으로 캐리하고 있어요!〉
〈테이커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시도는 했지만 결과가 나온 적은 없었는데…… 역시나 리픈 장인! 미드 리픈 완벽하게 소화하며 라인전을 초토화 시킵니다.〉
원래 리픈을 하는 선수다.
미드 리픈, 충분히 꺼낼 만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포지션이 바뀌었을 뿐만이 아니다.
챠락, 챠작 콰항!
가볍게 3타를 내려치자 정리된다.
유령, 늑대까지 쓸어먹고 성장한다.
더티 파밍에 의해 보다 탄력을 받는다.
로밍을 갈 수 있는 조건도 보다 프리하다.
이제는 정글러의 눈치도 안 봐도 된다.
리픈의 성장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
누가 어느 쪽을 만만히 본 건지.
눈높이 교육이 세대를 넘어 이루어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