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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도르 -->
BJ라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다.
일단 대표적인 나쁜 점.
귀찮다.
겁나 시시콜콜 물어본다.
-레전설 찐딴 줄 알았는데 은근히 인싸네
-여캠 둘 끼고 뭐함? 여캠 둘 끼고 뭐함?
-해명해라!
-남친 절대 아님은 무슨 맨날 끼고 놀면서
결승전 직관 갔을 때와 마찬가지다.
이상한 유언비어 퍼지지 않도록 미리 공지했다.
유리야, 달래와 친목을 다지고 올 거다.
공지를 할 만도 했던 게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특히 달래는 유명인이 됐더라고.'
페이스북 등 SNS에 널리 퍼날라졌다고 한다.
알아보는 사람을 넘어 귀찮게 하는 사람도 생기더라.
눈에 힘 줘서 쫓아 보냈지만 아무튼 괜히 한 공지는 아니었다.
-나 어제 용산CGV에서 달래 여신님 실물 봄ㅋㅋ
-실물 어떰? 캠이랑 차이 남?
-달래 실물 존예지. 구글에 사진 많음
-사진도 찍었는데 개꿀띠 ㅇㅈ?
'저런 소름끼치는 새끼들이 진짜로 있어서 문제야.'
다른 사람을 사진을 왜 허락도 없이 찍어.
실례라는 개념 이전에 그냥 개념이 없는 애들이다.
공적인 자리도 아니고 놀러 다니는데 사진 찍혀봐라 기분이 어떻겠나.
BJ는 참 애매한 위치다.
일반인이면서도 동시에 공인이다.
정말 짜장도 아니고 짬뽕도 아닌 반반 같은 존재.
하지만 반반이기에 좋은 점도 있다.
즉각적인 해명이 가능하다.
"내 방 시청자들 아니랄까봐 진짜 눈치 없다."
-뭐야? 눈치 까라는 거임?
-혹시나 하던 양 다리ㄷㄷ
-삼각관계였던 거임!
-무조건 리야가 손해 보는 입장일 듯
그건 인정.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우는 건 리야겠지.
걔는 우는 거 외에 다른 모습이 상상이 안 가.
근데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런 상스러운 게 아니다.
"여자 둘이 쇼핑 가는데 남자 데리고 가는 이유가 뭘까? 내가 이 이상까지 말해야 돼?":
-그래……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
-짐 들러 갔구나?
-여자들이 꼭 짐꾼 부르더라
실제로 짐꾼 노릇을 하기도 했다.
영화 보고, 밥 먹고 땡!
당연히 그럴 리 없었고 끌려 다녔다.
기분 전환한다면서 백화점을 몇 시간씩 쏘다녔다.
'제발 연습도 좀 그렇게 하지.'
뭐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인터넷으로 사면 되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편해졌는데.
왜 굳이 밖에까지 나와서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음
-이 새끼 찐따인 거임, 인싸인 거임?
-걍 쓰레기인 거임
-그거네 ㅇㅈ
아니, 정말로 바쁜 시즌이다.
한가하게 물건이나 고를 때가 아니다.
웬만하면 빠지고 싶었지만 어제는 리야 기분이 안 좋았다.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감안한 건 반나절 정도다.
그런데 정말 어지간히 오래 쇼핑하더라?
여자들 평소에는 약한 척 개쩔면서 쇼핑할 때는 지구력이 무슨.
'그 지구력의 반에 반만 써서 게임을 해봐! 티어가 달라지겠네 티어가.'
달래는 올라갈 수 있으면서 안 가서 문제고.
리야는 강아지처럼 해도 모자를 마당에 더 안 해서 문제고.
그러니까 나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한나절 짐 들다 뻗었다.
집에 와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피맥이 선전포고한 거 봄?
-비밀병기 있다더라
-님 상대팀 그리핀도르임! 대진표 뜸!
그리고 현재.
채팅창에 올라오는 속보는 이미 들었다.
롤챔스 승강전 최종전의 대진이 공개됐다.
승격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다.
'무조건 이겨야 되는 경기인데…….'
안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상대가 선전포고를 해왔다.
비밀병기를 갖추고 있다는 오피셜이다.
물론 방송적으로 여유롭다는 표정을 가장한다.
"비밀병기? 근데 나는 피지컬이 그냥 병기야."
-그냥 병X 아님? 변기거나
-피지컬은 피맥도 엄청 좋음!
-피맥은 원래 피지컬로 먹고 살잖아
-피자랑 맥주 먹고 사는 거 아님?
얼마나 좋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수치는 알 수 있다.
챌린저 50위권 안을 유지하는 실력.
그리고 그리핀도르의 대외적인 평가.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대다.
어지간한 1군팀보다 위협적이라는 말이 많다.
비밀병기까지 있다면 상당한 고전이 될 것이다.
'최근 메타가 좀 변한 게 아니야.'
지난 시즌2에서 시즌3으로 넘어왔을 때도 대격변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의 다른 게임이 돼버린 수준이다.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
이번 시즌4도 그만한 변화를 상정해야 한다.
이미 그 전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각 라인의 1티어 챔피언이 바뀌었다.
게임의 흐름도 적지 않게 변했다.
피맥이란 사람이 언급했다는 비밀병기.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도 준비 중이다.
* * *
야흐오 때는 정말 본의 아니게 꿀빨러가 됐다.
신규 챔피언인데 나한테 딱 맞더라.
소위 말하는 인생 챔피언을 찾았다.
'근데 나는 원래 꿀빨러가 아니야.'
그냥 잘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무척.
달인은 무기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무기의 질이 중요하다.
쓰던 무기만 고집하다가는 도태된다.
게임의 본질을 망각한 적이 없다.
일류 프로게이머의 필수 조건.
해당 메타의 1티어 챔피언들을 마스터한다.
나 같은 경우 저격밴도 많이 들어와서 더더욱 요구된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
최근 방송은 일부러 간략하게 마친다.
오늘만 해도 적당히 생존 신고만 했다.
금전적으로 먹고 살만 해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워낙 바빠서가 크다.
두어 시간 머리 싸맨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괜히 시간 아깝다고 툴툴댄 게 아니다.
탑, 미드, 원딜 최소 세 개의 포지션.
가능하면 정글도 챔프폭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나름 중심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구축해야 한다.
까놓고 말해서 나 아니면 팀이 안 굴러간다.
포지션을 전부 소화해야 만들 수 있는 각이 넓어진다.
'상대 에이스를 봉쇄하고 오히려 격차를 벌려야 돼.'
페닉스 썬더 전에서는 미드와 정글.
SKY T1 S전에서는 지긋지긋한 왕린.
이번 그리핀도르전은 패기가 대단하다는 피맥이다.
직접 상대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비교 못하겠다.
근데 솔직히 왕린보다 안될 거 같은데?
왕린이 나보다 못하는 거지 어디 가서 꿇릴 실력은 아니다.
'옛날에도 내 밑 언저리에서 놀았으니까.'
처음 로드 오브 로드가 카오서들에게 주목 받았을 때.
경쟁 열풍이 불면서 너도 나도 하게 됐다.
네임드들 사이에서 1위 경쟁이 불붙었다.
승자는 따질 것도 없이 나.
그러면 패자는?
왕린은 하다가 좆망겜이라며 자기 지인들을 끌고 접었다.
당시 왕린은 챌린저 10위권.
최근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피맥도 랭킹이 낮은 건 아니지만 그 이하다.
타닥, 탁!
키보드를 두들겨 검색해보니 확실해진다.
현재 랭킹 42위.
최고 점수도 10위 안쪽으로 간 적이 없다.
물론 점수가 모든 실력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렇다 쳐도 왕린 윗줄로는 생각이 안된다.
결국 주의해야 하는 건 딱 하나 비밀병기.
[카서트 숙련도 ☆☆★★★]
[카시오가피 숙련도 ☆★★★★]
[카직트 숙련도 ☆☆☆☆☆]
내 입장에서 롤은 신규 챔피언들 투성이다.
군대 간 이후에 나온 건 다 신규 챔피언이다.
아무튼 그렇다.
하지만 그조차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일류 프로게이머로서 필수 조건이다.
적어도 남들 못지 않은 무기를 들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 이상.'
그럴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다.
포인트만 사용하면 익히는 건 어렵지 않다.
솔직히 치트키긴 한데, 양심 살짝 찔리긴 하는데…….
'양손, 양다리에 모래 주머니 차고 하는데 이 정도는 봐줘야지.'
게임 시스템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피지컬 상승!
상대의 피지컬을 5초간 디버프시켜 반토막!
이런 걸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애초에 더 상승 시킬 피지컬도 없다.
내 판단과 반응은 이상이 없는 최선이다.
그게 내가 게이머로서 가지는 자존심이며 자긍심이다.
'여하튼…….'
최근 이슈를 터트리고 있는 덕에 포인트는 넉넉하다.
그만큼 소비하는 양도 많지만 새 발의 피다.
챔피언 숙련도 몇 개 찍는 정도로는 이제 표도 안 난다.
[1000포인트가 소모되었습니다.]
[카직트의 숙련도가 5단계가 되었습니다!]
[정글 카직트가 완숙됨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개방됩니다.]
"어?"
당황한 나머지 육성으로 새어 나왔다.
조금 많이 사용해도 될 일이 생겨버렸다.
* * *
그리핀도르.
창단 역사는 의외로 짧지 않다.
하지만 딱히 길지도 않은 게임단이다.
처음 게임단을 창단한 건 2012년의 윈터 시즌.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이다.
그 1년 동안 낸 성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후발 주자로 합류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노하우도 없고, 지원도 애매하다.
2부 리그에서 올라오지 못하던 것도 당연하다.
그랬던 그리핀도르가 고작 한 시즌만에 달라졌다.
LML을 제패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널리 떨친다.
그 중심에 피맥이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세간에서는 피맥, 역시 피맥.
피자에는 역시 맥주지!
그리고 겜잘알 하면 역시 피맥이지!
프로게이머 데뷔하면 성공할 줄 알았다!
너무 별 볼 일 없는 게임단에 지원했다.
다소 의아하던, 걱정하던 BJ시절의 팬들.
이제는 축하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열을 올린다.
어두운 배후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도선생님. 지금까지 전부 말씀하신 대로 되었습니다."
그리핀도르의 탑라이너이자 팀장.
그런 피맥의 목소리가 지극히 공손하다.
전화를 걸고 있는 상대의 직책이 우위기 때문이다.
〈나는 딱히 한 게 없지. 다 형이 잘한 거야.〉
"겸손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그리핀도르가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건 전부 어둠…… 아니 도선생님 덕분이니까요."
말하자면 그리핀도르의 비선 실세다.
운영비 명목으로 수고비까지 전달 받고 있다.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면 정식 계약을 하지?
그는 양지에서 살 수 없다.
다크.
소문이 무성한 천상계 아마추어 유저다.
그리고 평생 아마추어로 살아야 할 인간이다.
마음만 먹으면 1위를 찍을 수 있는 실력으로 대체 왜?
의문이 들겠지만 나름의 사정이 존재한다.
저질러버린 과오는 씻고 싶어도 씻을 수 없다.
"게임사가 부당한 제재만 내리지 않았어도 도선생님과 함께 트로피를 들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늘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BJ로 성공하고, 형은 프로게이머로 성공해. 길이 다를 뿐이니까.〉
앞에서는 쉬쉬하지만 본인들은 당연히 안다.
다크의 본래 아이디는 어둠.
어둠의 다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대리 게임, 비매너 행위 기타 등등 수많은 악질적인 행위로 인해 1000년 정지에 이른다.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자 신분 세탁을 했다.
그것이 바로 현재 파프리카TV의 BJ다크다.
한편으로 아쉽기도 한 일이다.
그 뛰어난 실력으로 만약 프로를 지망했다면?
지금만 해도 랭킹 2위, 테이커의 등 뒤에 바짝 붙어있다.
그리핀도르의 운영에 관여하는 건 어쩌면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형이 말했던 그 꿀챔 있잖아.〉
"예, 도선생님."
〈나는 그거 진짜 미쳤다고 생각해. 고작 파프리카 프릭스 따위에게 꺼내기는 아까울 정도로.〉
그런 만큼 결코 대강이지 않다.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때로는 비판도 불사한다.
피맥의 선택에 다크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강행하려 하는 이유.
"딱히 선전포고를 지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어차피 승격은 해야 될 뿐더러…… 전부터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었잖아요."
레전설, 그만 아니었어도 다크는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BJ의 입지를 다지며 파프리카TV 삼대장에 합류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나타난 굴러온 돌.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이제는 레전설로 통하는 녀석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그런 건 형이 신경 안 써도 돼. 어차피 나는 파프리카TV 뜰 거야. 중국 쪽에서 오퍼가 들어왔거든.〉
"그래도 저는 마음에 안 듭니다. 한 번 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알았어. 형이 진심이면 나도 못 말리지.〉
둘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아니다.
애초에 피맥은 누군가를 따를 사람도 아니다.
그저 게이머로서 존중, 존경할 뿐.
공통의 적이라면 타도할 수 있을 때 타도하는 게 옳다.
피맥의 투쟁심이 불타오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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