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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27화 (12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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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악연 -->

사실 그런 게 좀 있다.

이 집 지나가다 대충 들린 건데 꽤 맛있네?

다음에도 여기 지나갈 때 들러봐도 괜찮겠다!

아니, 맛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TV에도 나오고 백아저씨도 맛있게 먹던데…….

가격도 더럽게 비싸면서 왜 맛은 이거밖에 안되지?

한 마디로 기대치의 이야기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력을 기대하고 오신 팬분들은 아쉬울 수 있어요. 실망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두들겨만 맞다가 끝났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해본 거 아니냐?

보통 신인팀이 1부 팀을 상대하면 이런 원사이드한 경기가 나온다.

〈경기가 총체적 난국이었어요. 라이너들의 기량도 밀리는데 정글러도 주도적이지 못했어요. 오히려 무리하다 잘리는 등 안 좋은 모습이 되풀이됐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적나라하게 되짚는다.

약팀이니 만큼, 프로게임단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좋게 포장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타박도 필요하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기대되는 신인팀인 건 맞지만, 아직 LCK라는 큰 대양에서 헤엄치기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따듯한 눈으로 지켜 봐줘야 할 신인팀이에요! 초반부터 너무 닦달하면 될 것도 안되거든요~.〉

클끼리가 부드럽게 정리한다.

지난번처럼 다른 의도가 섞인 게 아니다.

원래라면 페닉스 썬더와의 경기 때도 이런 그림이 나와야 했다

당시와는 한 가지 다른 점.

맞장구쳤던 진용준 캐스터가 잊지 못할 이야기를 물어온다.

〈페닉스 썬더와의 경기 때는 레전설 선수가 자드로 엄청난 캐리력을 선보였었죠?〉

〈예……, 레전설 선수가 확실히 팀의 중심이 되어 게임을 리드했으니까요.〉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낙수 효과가 있다.

한 라인이 잘하면 다른 라인도 저절로 풀리게 된다.

페닉스 썬더와의 경기 때는 레전설 선수가 엄청났다.

그로 인해 다른 라인들도 경기력에 문제가 없었다.

만약 출전한다면 구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할 만도 하지만 너무 오바해서도 안된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게…… 상대 좀 강해요. 그리고 도인디 선수도 못한 게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방금 전 경기만 놓고 보면 쉽게 좁힐 수 있는 격차는 아니었습니다.〉

감정이 남았다기 보다는 진지한 정론이다.

파프리카 프릭스,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관심과 기대가 지나치다.

좋아해주는 건 좋은데 선수들 부담이 너무 크다.

한 번 꺼트려서 기대치를 낮출 때도 됐다.

물론 민심이 허락하는 내에서 말이다.

-크흠! 불편하다 불편해

-해설들 너무 까는 거 아니야?

-달래 누님 열심히 하시는데 그건 언급도 안 하고……

결과적으로 몰매를 맞은 셈이다.

팬들의 입장에서 심히 언짢을 수 있다.

아니, 이쁜데 황송한데 조금 못할 수도 있지!

이렇듯 민심이 안 좋을 때는 희생양을 만들면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일방적으로 밀린 건 또 아니에요. 조커 카드인 레전설 선수가 출전한다면 이어지는 세트 기대해볼 만합니다!〉

〈맞습니다. 에이스! 레전설 선수가 벤치에서 느~긋하게 관람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벤치에서 코파던 레전설 1패

-아, 레전설 때문이었네

-레전설 욕하면 되는 거임?

레전설을 대신해 나온 도인디 선수.

충분히 제역할을 해냈다는 해설이 경기 중에 이미 오갔다.

중견 미드라이너인 이지용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반반을 간 거지 잘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레전설은 결코 이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승산이 올라가는 거지 5대5로 보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SKY T1 S는…… 사실 승강전에 내려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나쁜 팀이거든요.〉

김은준 해설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고 넘어간다.

SKY T1 S.

지난 상대팀인 페닉스 썬더와 비교할 팀이 아니다.

죽음의 조만 아니었어도 승강전 올 일이 없던 팀이다.

-솔찌 페닉스 썬더랑 SKY T1 S를 비비는 건 아니긴 하지

-페닉스 썬더는 워낙 약팀이라ㅋㅋ

-이건 레전설이 나와도 힘듬. 애초에 체급 차이가 너무 남

1부 리그 롤챔스는 용담호혈이다.

2부 리그 입장에서 보면 그저 천상계.

하지만 그 천상계 사이에서도 당연히 체급이 나뉜다.

페닉스 썬더는 말하자면 사천왕의 최약체다.

열 번 찔러야 죽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 번만 찔러도 죽는 녀석이다.

SKY T1 S는 최소 다섯 번은 찔러야 죽는 강력한 팀이다.

그런 강팀으로 한 두 번째 세트.

과연 이번에야 말로 나올 것인가?

여캠인 달래를 제외하더라도 파프리카 프릭스는 많은 기대를 받는 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바로 그 레전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게이머다.

과연 그의 실력이 거품인지 아닌지 아직도 논란이 한창이다.

-헐?

-전략인가? 아니면 노린 건가?

-어느 쪽이든 이건 「치킨」각이다

그 레전설이 드디어 등장한다.

이윽고 시작하는 두 번째 세트.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해버렸다.

숨은 속사정까지 알고 있는 팬들은 몰래 팝콘을 뜯는다.

* * *

코치의 보고에 왕린은 심기가 매우 언짢아졌다.

하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레전설과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성향도 안다.

'시건방져도 그렇게 시건방진 녀석이 없었지.'

그 녀석이 유별나게 고약했던 이유.

따지자면 한두세네 가지로 정리될 게 아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도발이 가장 악질적이었다.

실력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비교를 해온다.

어떻게든 경쟁을 해서 자신이 위에 서야 만족하는 녀석이다.

'아니, 그것까지는 이해해.'

왕린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자신도 그렇게 질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자존심이 강하다 보니 안 좋게 표출될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4대 명문의 클랜장이었다.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녀석은 소외되다시피 했다.

"픽을 마지막으로 배정할까요?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SKY T1 S의 전담 코치인 최성호.

보통은 코치가 선수보다 나이가 많아 편하게 대한다.

왕린의 경우는 그 반대기 때문에 상하 관계도 거꾸로다.

눈치를 보는 코치의 물음에 왕린은 옛날 생각이 떠올렸다.

'탑으로 부딪혀오다니.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새끼야.'

그 독선적인 성격.

무엇 하나 양보하지 않는 오만함.

군대를 전역했다고 들었음에도 변한 게 없다.

어느 게임이든 실력이 좋으면 평판도 뒤따른다.

아무리 쓰레기짓을 해도 인정 받기 마련이다.

레전설은 주위 사람들을 스스로 배척한다.

'도를 넘는 쓰레기 새끼였어.'

왕린은 카오스 시절 원탑 라인을 가장 잘했다.

원탑 라인은 롤로 따지면 탑&미드에 해당하는 포지션이다.

게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상응하진 않지만 아무튼 다른 포지션들한테 부심을 부리진 않았다.

내가 미드는 제일 잘하지만 탑은 너가 더 잘한다.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시너지를 내보자.

클랜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에 반해 레전설.

롤로 따지면 이런 느낌이다.

내가 미드를 제일 잘해.

탑도 내가 제일 잘해.

정글도 내가 제일 잘해.

원딜도 내가 제일 잘해

서폿도 내가 제일 잘해.

대화가 안 통하는 쓰레기 새끼다.

무조건 지가 잘한다고 박박 우긴다.

그런 새끼가 사사건건 허구헌날 시비까지 걸고 다니니 평판이 좋을 수가 있을까?

지금의 상황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내 픽 마지막으로 미뤄."

"알겠습니다. 그럼 그 방향으로 밴픽 콜을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세트.

레전설이 미드가 아닌 탑과 선수 교체를 해왔다.

카오스 시절에도 숱했던 본 만큼 진절머리가 난다.

자신이 레전설을 기억하듯 레전설도 마찬가지다.

십중팔구 의도적인 시비다.

예전이었다면 주위 시선 때문이라도 상대했겠지.

왕린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며 어처구니를 달랬다.

'프로의 세계는 이기는 자야 말로 승자야.'

자존심 싸움을 안 받았다고 승자가 아닌 게 아니다.

가진 바 카드를 전부 사용해서 이긴다.

그것이 바로 프로가 가져야 할 자세다.

'꼴값을 떠네. 똑같은 쓰레기 새끼들이.'

최성호 코치가 속으로 몰래 한숨을 쉬었다.

* * *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잘 기억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할 가치가 없다는 표현이 옳다.

그럼에도 인상이 남는 사람이 있고, 그중에서도 왕린은 특별하다.

'특별한 쓰레기였지.'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해지지 말자고 다짐했을 정도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4대 클랜 왕린가의 클랜장이었다.

'중국계 한국인이라서 클랜명을 저렇게 지었다고 들었는데…….'

뜬소문은 그렇다 치고 클랜장인 왕린.

게임 내에서 나머지 팀원들을 수족처럼 부린다.

자신에게 모든 지원을 올인시켜 마치 왕처럼 게임한다.

그만큼 캐리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이긴 한데 그게 순수한 실력일까?

의문이었고 과거 몇 번이나 충돌을 했었다.

클랜의 가호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안 나왔다.

이곳 롤챔스에서 다시 한 번 자웅을 가린다.

만난 덕에 궁금증도 하나 해소됐다.

'정말로 30대긴 했구나.'

나이가 많다면서 나이 부심을 부리더라?

말하는 건 어린 놈 같으면서.

굉장히 언짢았는데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이가 많다고, 연장자라고 봐주는 건 없다.

챠락.

가벼운 평캔 한 번으로 시비.

리픈은 언제 골라도 손에 감기는 18번이다.

자신감 있게 꺼냈고, 상대도 자신감 있게 받아쳤다.

후픽의 이점을 살려 네네톤으로 카운터 쳐왔다.

카오스 시절부터 거슬렸던 점이다.

팀의 투자를 기반으로 유리한 스타트를 끊는다.

꾸드득!

네네톤이 확정 스턴기로 응수해온다.

미니언의 공격까지 더해지며 손해.

하지만 분노를 모으기 전이라면 다르다.

챠작, 콰항!

분노를 모으지 못한 네네톤은 약하다.

스턴 시간도 짧아서 금세 풀린다.

따라가서 나머지 2타.

에어본으로 미니언의 공격까지 끊으며 딜교환을 우위에 선다.

'네네톤이 리픈 카운터인 건 맞아.'

게임과 캐릭터만 다르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롤에서는 챔피언, 카오스에서는 영웅.

유리한 상성을 상대가 가져간다.

그리고 나는 보란 듯이 분쇄한다.

'내 가위는 주먹을 이기거든.'

대충 그런 느낌의 게임을 보여줬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틀린 비유다.

가위바위보로 정의할 건 아니다.

그도 그럴게 네네톤 대 리픈의 상성.

모든 구간에서 네네톤이 앞서는 게 아니다.

챠락.

먼저 라인을 밀며 2레벨.

상당히 리스크를 진 선택이다.

격한 딜교환을 나누면 나는 체력이 빠진다.

그에 반해 네네톤은 Q스킬로 흡혈을 할 수가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위험하다.

그러니까 단기적으로 끝장을 낸다.

선 2레벨이 찍히자마자 점멸 스턴.

쿠훙!

0.75초가 지나 풀리자 네네톤이 도망간다.

스턴을 걸더니 점멸로 내뺀다.

대처가 지나치게 안일하다.

'나 레전설이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까먹었나 보네.'

실낱 같은 빈틈만 내줘도 죽는다.

네네톤은 분노 관리에 소홀했다.

스턴 시간이 짧게 풀리고 만다.

콰항!

평캔으로 따라가서 마지막 3타.

에어본에 뜬 네네톤에게 떨어진다.

마지막 평타 한 방이 목줄을 끊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일단 잠 좀 깨게 만들어준다.

픽도 픽이지만 라인전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

나를 만났으면 알아서 꼬리를 말아야지.

어디서 감히 맞파밍을 하려 그래.

'왕린이 괜히 개노답 삼형제 첫째였던 게 아니야.

내가 가장 호구로 삼던 인종들.

친히 개노답 삼형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자존심 살짝 긁어주면 아닌 척하면서 어금니 꽉 깨문다.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사소한 빈틈을 후벼 판다.

당시에도 정말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당해줬다.

잊었다면 바로 다시 눈높이 교육을 시켜준다.

하지만 첫째인 이유가 있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안 나온 원인이 있다.

왕린, 그 하나에게 투자되는 건 밴픽만이 아니다.

쿠화악!

카직트의 지나치게 빠른 2렙갱.

동선과 시간대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블루를 치다가 탑 상황을 보고 올라왔다는 소리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상대가 조금만 늦었어도 빼거나 역으로 잡을 수 있었다.

스킬쿨이 돌아오는 몇 초의 시간이 안타깝다.

그만큼 백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소리다.

'적 정글이 노이로제 수준으로 탑만 보고 있겠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녀석이다.

쓸데없는 헛수고라는 사실을 재인식시켜준다.

========== 작품 후기 ==========

포인트는……

잊혀진 건 아니고 굳이 언급하지 않는 정도입니다

달래와의 솔로랭크로 신경을 안 써도 될 만큼 쌓아 놨잖아요

현재도 달래랑 경기를 하는 덕에 많이 쌓이고 있죠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면 분량이 의미 없이 불어나요

본작품의 주된 요소가 게임 시스템이 아니기도 해서……

물론 곧 다시 나옵니다

작품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기도 해서 잊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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