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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악연 -->
지나치게 뜨거웠던 현장의 반응이다.
어지간한 1군 게임단들의 단두대 매치급이었다.
필연적으로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직관 후기가 도배된다.
「여캠 달래 실물 ㅗㅜㅑ…….」
「달래 직촬로 달린다.jpg」
「직관 간 사람 승리자 ㅇㅈ? 어 ㅇㅈ~」
프로게이머는 공인이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각도기를 부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롤 커뮤니티들이 글자 그대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도 그럴게 흔한 일이 아니다.
롤판에도 한 명쯤 나와줬으면 싶다.
스타크래프트 때는 서지수라는 걸출한 여성 프로가 있었다.
마케팅을 노린 이벤트성이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일단 경기력에 문제가 있진 않았다.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경기 내내 산뜻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늘부터 달래 누님 팬클럽 1호 한다!
사람이 어쩜 그리 예쁠 수가 있지?
현장에서 봤는데 진심 여신인 줄!
그런데 게임도 엄청 잘해!
나보다 훨씬 잘해……
└티어 다이아1이래
└남절이…… 아니, 레전설 버스긴 하지만ㅋ
글쓴이-경기로 실력 인증한 거 ㅇㅈ?
└ㅇㅈ! 재능충이라 금방 느실 듯!
미인, 그것도 많이 미인은 얼굴만 봐도 황송하다.
심지어 몸매까지 쭉 빠지고 의상은 감사하다.
이따금 일어나는 여캠의 실물 논란.
확실하게 이견의 여지를 잠재웠다.
파프리카TV의 게임단 창단.
그 근본적인 목적이 바로 이 이슈였다.
달래의 활약만으로도 일련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그런데 조금 차고 넘쳐버렸다.
─클끼리 개인 방송에서 간나데스크 열었네
어제 해설 편파 이유랑 레전설 관련
인터뷰대로 개인 감정이 있긴 했나 봐
경기 본 사람이면 느끼긴 했을 듯
└ㅇㅇ너무 노골적이었음
└멸망전 때도 싫다고 말했어서 빼박이야
└그래서 결국 누구 잘못임?
글쓴이-자기가 선이니시 걸었으니 잘못했대
선을 넘었나.
넘지 않았나.
따진다면 클끼리의 언행이 부적절한 건 아니었다.
다만, 해설자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벗어났다.
과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했다.
일어난 논란 자체는 그것으로 정리가 됐으나.
─레전설이 진짜 말도 안되게 잘해서 이긴 거야
클끼리가 텐션이 낮아서 띄워주질 않은 거지
호카게 빙의해서 라인전 터트리고 스플릿 무쌍 찍었는데
레전설 아니었으면 파프리카 프릭스가 지는 게임이었음
└아아, 그랬던 건가?
└이타치가 왜 강한지 알아?
글쓴이-탈주 닌자니까!
└지각에 이런 복선이……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흑흑
사실 당시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레전설, 이런저런 소문 있는 인간인 건 알았지만 잠수 타다가 경기 지각하는 건 좀 많이 아니지!
경기 어떻게 하나 두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좀 많이 잘하네?
이 정도면 면죄부 줘도 되겠네?
다른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며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일이다.
─레전설은 왜 이렇게 미워하는 사람이 많냐?
인터뷰 하는 거 들어보니까 사정 있는 지각이었네
말하는 것도 논리적이고 개념도 있고
근데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거야?
└싫어한다기 보다는 애증의 존재지
└약간 다크 같은 느낌이었음
└레전설은 다크처럼 쓰레기 짓은 안 했을 걸?
└레전설 오랜 팬인데 그건 맞음. 본인이 쓰레기일 뿐이지
롤판 불변의 법칙이다.
인성과 스타성은 반비례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나름 일리가 있다.
실제로 현재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 중 그렇고 그런 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불밤의 빅빠따맨.
SKY T1 S의 왕린.
그 외 기타 등등 파면 팔수록 나오는 수준이다.
롤드컵 이후 세계적인 인기스타로 오른 테이커조차 부먹충이라는 꼬리표가 따른다.
이쯤 되면 도저히 우연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그 마침표를 찍어버렸다는 느낌이다.
레전설이야 말로 가장 대표적인 예시.
만약 이대로 정말 프로게이머로 활약을 한다?
롤챔스에 제대로 말뚝을 박는다?
기어나올 이야기가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당장만 해도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욕설, 남탓 안 했다는데 걸즈데이 파동을 봐라.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돌들을 닦달하지 않았는가?
그 장본인이 오래간만에 방송을 켰다.
* * *
나에게 있어 당연한 결과긴 하다.
하지만 내심 쫄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롤은 결국 팀게임이고, 팀운 게임인 법이니까.
"팀원이 못해도 내가 레전설인데 질 리가 없잖아?"
물론 입으로는 가오를 잡아준다.
정말 오랜만에 키는 방송이다.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경기의 활약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내 경기력에 반해버린 팬들.
아무리 마음이 중요하다고 해도 좀 더 표출을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법이잖아.
살짝 폼을 잡아줘야 쏘는 맛도 생긴다.
-어휴, 1주일만에 방송 키고 똥폼 잡고 있네
-BJ들 다 지들이 캐리했다고 입터는 중
-병풍선 유도하는 거잖아ㅋㅋ
-생활비가 궁했니 남절아?
오랜만에 온 이상 민심이 안 좋을 줄은 알고 있었다.
근데 정말로 돈 때문에 방송하는 게 아니다.
본의치 않게 지갑이 두둑한 상태다.
'……달래가 이쁜 짓을 좀 하더라고.'
먹고 싶은 거 사먹으라면서 100만권 수표를 주더라.
안 이래도 된다고 거절했는데 억지로 주머니에 넣었다.
약간 기둥서방 되는 기분이라 오묘했지만 싫진 않았다.
'미안하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받은 거지!'
사람 관계라는 게 원래 마음이다.
그걸로 달래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일단 받는다.
나중에 그만큼 잘해주고 나도 사주고 하면 되는 거지.
너무 쓰레기 같은 발상이라 스스로 뜨끔해진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내 사람 배신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시청자들한테도 의리를 다한다.
"경기 준비하려고, 프로 리그 공부하려고 폐관 수련한 거야. 경기력으로 보답했잖아 솔직히."
-그건 ㅇㅈ
-자드 겁나 잘하긴 하더라
-근데 이미 다른 BJ들이 방송 키고 승리풍 싹 쓸어먹음ㅋㅋ
-달래 어제 10만 개 넘게 받은 거 암?
"뭐라고……?"
어그로지?
10만 개를 받았을 리가 없지?
파프리카TV에 별풍선이 그렇게 터질 수는 있어?
이슈가 되다 보니 소위 말하는 흐름을 탔다고 한다.
러이갓형이 말했던 별풍선은 흐름이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긴 한가 보다.
열혈들도 신나서 쏘고, 일반 시청자들도 쏘고, 새로 유입도 엄청나게 오고.
시청자 수 1만 명을 돌파하며 난리가 났었다는 이야기가 채팅창에 올라온다.
"우리 달래가? 아, 정말 자랑스럽구나."
-10만 개 받았다니까 친한 척 역겹죠?
-응 이미 버스 떠났어^^
-달래가 니 욕 ㅈㄴ 하더라. 늦은 주제에 개뻔뻔하다고
"……."
참고로 달래는 어제 커피 한 잔만 더 하다 집으로 보냈다.
계속 있으면 뭔 일 생길까 두려웠다.
팬이 알아보고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얘가 기분이 붕 떠있었다.
2년만에 재회를 한 거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집에 가서 바로 방송 키고 별풍 10만 개 땡겼네?
심지어 내 뒷담 씹었다는 소리까지 들리네?
달래의 본심이 무엇인지 헷갈리려고 한다.
'내가 믿어야지. 내가 안 믿으면 어? 누가 달래를 보다듬어 주겠어.'
당연히 농담으로 하는 말이다.
돈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진 않는다.
다만, 내 안에서 달래의 크기가 조금 커진 것 같은 기분은 든다.
─레전설의재림님 ,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레전설의재림님이 1098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시청자들 안에서도 나라는 사람의 크기가 커지게 됐다.
어째서 게임을 저렇게 잘할까?
정체를 고백한 아이어맨의 기분이 이해가 가는 듯하다.
"아~ 레전설 너무 잘한다고 통 큰 팬가입 감사합니다. 솔직히 받을 만하긴 했지."
-이런 새끼가 레전설이었다니
-쓰레기짓 할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클끼리만 아니었어도 진짜 바로 들통났다
-는 클끼리랑 쳐싸움ㅋㅋ
다소, 아니 좀 많이 일이 불거지긴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
실력으로 보여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나도 쓸데없이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클끼리 반성을 한다면 나도 받아준다.
어제 인터뷰로 이미지 개선도 많이 됐다.
-어제 인터뷰 뻔-뻔하더라
-남탓을 한 적이 없다고요 님이?ㅋㅋㅋ
-읍읍데이 때 팀탓 개하는 거 봤는데 무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라는 건 생길 수 있다.
생긴 논란에 대해 결코 회피하지 않는다.
의문이 드는 부분 전부 답변해준다.
"인터뷰 때도 말했지만 저는 살면서 욕설과 남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욕설까진 인정해줌. 근데 남탓은 아니지
-걸즈데이 영상 부검 갈까? 부검 가??
내가 강압적으로 오더를 하긴 했다.
착각하면 안되는 게 오더는 팀탓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플레이에 참견한 것.
"나는 남탓을 안 해. 내가 남탓을 한다면 그건 실제로 걔탓이기 때문이야. 고로 나는 남탓을 한 적이 없어."
-이철희급 무적 논리인데?
-아나 진짜 개답답해 진짜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쓰레기가 쓰레기했을 뿐이자너ㅋㅋ
아니, 내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저 입으로만 챌린저인 시청자들.
고급 이론을 말해준다고 이해할 리가 없지 않은가.
팀게임에서 남탓은 당연한 거다.
중요한 건 헛소리, 그리고 억지를 안 부리는 거다.
내가 남탓을 할 정도면 그 인간은 그냥 못하는 게 맞다.
'이렇게 말하면 클끼리한테 조금 미안하긴 한데.'
클끼리는 실제로 못했기 때문에 많이 미안하진 않다.
솔로랭크에서 괜히 뭐라고 했던 게 아니다.
옛날 일인 만큼 이제는 서로 웃으면서 넘어가야지.
첫 데뷔전이 생각 이상으로 잘 풀렸다.
오해들도 이제 곧 사그라들 것이다.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 승강전.
파프리카 프릭스 같은 특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소외 받는다.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게임단들에게는 다르다.
두 가지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반성.
떨어진 팀들에게 승강전은 일종의 수치 플레이다.
우리가 지난 시즌에 미흡해서 2군팀들과 경쟁이나 하고 있구나.
당연히 열에 아홉은 찍어 누른다.
그조차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형제팀이 우승한 SKY T1 S로서는 특히 더 심정이 언짢다.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는 프로 미드라이너들에게 있어 교양 과목이다.
다루지 못하는 선수를 찾는 게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이지용의 코리아나는 역시 다르다.
〈아…… 점멸까지 쓴 회심의 갱킹이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무위로 돌아가면 안되는데요~.〉
승강전 A조 SKY T1 S 대 페닉스 썬더의 경기.
강빈 해설이 아쉬움을 함께 해준다.
페닉스 썬더는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에게 2대 0으로 완패를 당했다.
오늘 경기에서 최소 반반은 가야 조2위를 노릴 수 있다.
미드 라인 갱킹을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이지용 선수가 너무 가볍게 흘려버려서 보람도 없어요. 이렇게 되면 탑만 끝장이 났죠.〉
김은준 해설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경기를 논한다.
강팀의 입장에 서는 게 그의 해설 스탠스다.
그 스탠스에 따르면 이미 경기는 끝장이 났다.
꾸드득!
네네톤이 든 거대한 칼이 휘둘러진다.
그로 인해 티바나의 목이 돌아간다.
그냥 대놓고 치는 상남자식 깡다이브!
〈왕린의 네네톤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저 괴물을 이제 어떻게 막나요? 정글 와도 절대 못 잡습니다!〉
SKY T1 S의 2연승이 사실상 확정이 되는 흐름이다.
미드 라인도 오히려 이지용의 CS가 더 많다.
수차례 갱킹의 위협을 당했음에도 말이다.
〈이 선수는 CS를 정말 만들어 먹어요. 쓸데없는 지팡이 나왔고, 이제 곧 있으면 라둔의 죽음 투구까지 갖춰집니다.〉
〈미드도 탑도, 봇라인의 황금수염과 우르프 선수도 엄~청 잘해주고 있어요~! 이걸 대체 무슨 수로 역전합니까? 무슨 수로!〉
오늘도 「용준」 안 해도 되겠구나!
진용준 캐스터의 얼굴이 밝게 빛난다.
중계를 할 맛이 평소보다 더욱 북돋는다.
승강전이 가지는 두 번째 의미.
바로 클라스의 증명이다.
운이 나쁘서 잠깐 미끄러졌을 뿐이다.
이 정도 경기력이면 믿어줄 만하지 않나?
자신의 팀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 대답의 함성은 이미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있다.
SKY T1 S가 파프리카 프릭스 이상으로 페닉스 썬더를 완벽하게 찍어 누른다.
========== 작품 후기 ==========
달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네요
근데 이 소설은 루트를 탄다거나 연애를 한다거나 하진 않아요
완결쯤 됐을 때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