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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20화 (12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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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파프리카 프릭스 BJ대표팀의 엔트리는 여섯 명.

즉, 한 명이 빠진다 해도 대회를 치르는데 문제는 없다.

〈그 양반은 왜 지가 오라고 해놓고 크악~~! 퉤!〉

〈재슥씨는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자시고 말을 해줬지라.〉

-헐~ 재슥이는 알고 있었던 거임?

-같은 카오스 원로 유저잖아

-레전설이 배틀이면 재슥이는 벌쳐였지만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남절과의 협상 결과 플랫폼을 옮기기로 했다.

지금은 적응 기간을 가질 겸 동시 송출.

파프리카 프릭스의 탑솔러를 맡고 있는 김재슥으로선 어이가 살짝 많이 털린다.

팀장인 남절, 아니 이제는 레전설이라고 불린다.

아무튼 레전설이 현재 빤쓰런한 상태다.

방송국에 공지사항 하나 달랑 띄우고 잠수 탔다.

〈일단 제가 팀장 대리로 팀 유지는 해볼게요. 어찌 됐건 연습은 해야 되니까.〉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나머지다.

팀장이 맛이 가자 오히려 뭉치게 됐다.

자칭 팀장 대리 인성제로가 일단 팀원들을 모았다.

모은 건 좋은데.

〈아니, 당신이 왜 팀장이에요? 이런 건 점수순으로 하는 거 아니에요?〉

〈점수순으로 하면 저보다 발언권 높은 사람 없을 텐데…….〉

원팀장이 하도 압도적이었다.

실력으로 한 번씩 깔아 뭉갰다.

어쩔 수 없이 입에 지퍼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저라딧도, 도인디도 겜존심으로 어디 가서 안 꿇린다.

다들 자기 포지션에서 한따까리 하는 실력자들이다.

한 마디로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

누가 No.2의 자리를 차지할지 기싸움을 벌인다.

저마다의 기준을 제시하며 합리화를 해버린다.

도저히 단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던 그때.

〈달래는요~ 오빠들 말다툼 하면 슬퍼요. 사이좋게 연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달래 착하기도 하긔^^

-맞아맞아 싸워서 좋을 거 없잖아

-여신님 마음 고생하게 하지 마라!

팀내 유일한 정상인을 표방한다.

달래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싸움을 말린다.

외모까지 출중하니 남자인 이상 안 넘어갈 수가 없다.

정상인이라면 분명 그랬겠지만…….

애초에 정상인 존재하지 않는다.

레전설이 모은 시점에서 한 명, 한 명이 걸출한 인재들이다.

〈달래씨.〉

〈네~, 인제 오빠.〉

〈전부터 겁나 거슬렸거든요? 역겹게 내숭 좀 떨지 마시죠?〉

〈뭐, 씨발?〉

-춘자 ON!

-여혐국 인성제로가 또……

-춘자가 나오게 만들다니 큰 실수한 거야

그리고 정상인은 없었다.

애초에 레전설에게 가장 먼저 스카웃된 사람이 달래였다.

그렇게 4파전이 5파전이 변했을 뿐.

난장판이 개판이 돼버린 정도다.

서로 간에 견제, 그리고 서열 정리.

30분 가량 격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윽고 단 하나의 주제로 단합했다.

〈쓰레기 새끼. 지가 강제로 롤하게 시켜 놓고 잠수를 타?〉

〈솔직히 저는 레전설은 잘 모르는데 남절씨는 이전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크아-! 그 양반은 옛날부터 지 꼴리는 대로만 하고 다녔당께. 오죽 했으며 AOS게임에서 척살 명령까지 떨어졌으야.〉

사실 단체의 결속력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희생양을 하나 만들면 된다.

뒷담을 까다 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공감대도 생겨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안될 새끼였네요. 안될 새끼.〉

〈안될 새끼 두고서! 그냥 우리끼리…… 연습합시다. 형이지만 욕하는 시간도 아까운 쓰레기야.〉

〈그거 인정.〉

-레전설욕으로 대동단결!

-We Are The World~!

-어떻게 한 명도 실드쳐주는 사람이 없냐ㅋㅋ

그렇게 레전설 없는 레전설팀.

약칭 레없레팀의 연습이 이어졌다.

롤챔스 승강전까지 남은 약 1주일 동안.

*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약칭 롤챔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한국의 E-스포츠 리그다.

지나가던 E-스포츠 팬에게 롤 리그를 물어보면 열에 열은 롤챔스를 꼽는다.

그만큼 인지도 면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만만하다는 인식도 있다.

롤챔스에서 못하는 팀들은 다 개밥들 아니야?

현장의 사정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롤챔스는 소위 말하는 1군들의 리그다.

말하자면 프로 리그의 천상계.

솔로랭크에서 천상계는 다이아, 마스터 챌린저를 일컫는다.

하도 잘하다 보니 다이아 티어가 상대적으로 묻힌다.

그런데 이 다이아가 브실골플로 내려가면 양학을 해버린다.

'LML은 문제가 안되는데 항상 롤챔스에서 한 걸음씩 막힌단 말이야.'

現페닉스 게임단의 감독 이승철.

페닉스 라이트닝과 썬더팀을 맡고 있다.

두 팀은 롤챔스에서 정말 실망시키지 않는 샌드백이다.

경기에 나온 순간 결말이 보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LML에서는 가히 여포와 같은 기세.

상대적으로 약한 형제팀인 페닉스 썬더팀조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페닉스 라이트닝은 1부 리그인 롤챔스에서 윈터 시즌을 마쳤다.

문제가 있다면 두 팀 모두 승강전 신세다.

현재 게임단의 사정은 상당히 급박하다.

'후우…… 이번에도 애매하게 죽만 쓰면 진짜로 위험해져.'

초조함에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씹는다.

위에 있는 자일수록 책임 또한 무겁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감투가 아니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순간 가장 먼저 입김이 들어온다.

이미 구단주로부터 최후통첩이 들어온 상태다.

이승철은 이번 승강전에 자신의 감독 인생을 걸었다.

"감독님! 승강전 대진 나왔습니다!"

게임단의 스태프 내지 코치로 보이는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그 정도 급박한 사안이다.

이승철 감독이 초조하게 손톱을 씹은 이유가 바로 이 대진 탓이다.

받아든 대진표를 쭉 살펴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온는 건 페닉스 라이트닝.

같은 조에 있는 게임단들이 제법 할 만했다.

'라이트닝은 웬만하면 올라가겠군. 설마 IM을 상대로 지진 않겠지.'

대중적인 평가에서 IM 게임단은 페닉스 게임단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세부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르다.

자신들은 롤챔스에서 성적을 못 냈을 뿐이다.

여타 대회들에서 나름대로 활약을 하고 있다.

같은 급으로 평가를 한다면 섭섭할 노릇이다.

이번 승강전에서 확실하게 고하를 나눌 것이다.

'애초에 라이트닝은 별로 걱정이 안됐어. 문제는 썬더인데…….'

형제팀인 라이트닝보다 성적을 못 내고 있다.

그런 썬더의 기량도 이번에 끌어 올려야 한다.

구단주 측에서 그런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일단 롤챔스.

승격을 하고 나야 뭘 보여주던가 할 수 있다.

대진표를 훑어보던 이승철 감독이 머리를 움켜 잡는다.

"SKY T1 S…… 이건 조졌구나."

순간적으로 격한 표현이 나와버렸다.

그도 그럴게 SKY T1 S는 SKY T1 K의 형제팀.

이번 롤챔스 승강전에서 가장 요주의해야 할 강팀이다.

강팀 주제에 승강전에 내려오다니?

윈터 시즌 조별 리그에서 죽음의 조에 속한 탓이다.

형제팀인 SKY T1 K와 썩어도 준치라는 불밤과 같은 조였다.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E-스포츠 관계자, 각 게임단의 코치와 감독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높다.

그런 SKY T1 S와 같은 조에 속했다는 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이지만…….

"그래도 나머지 팀이 괜찮습니다! 안정적으로 2위를 목표하기에는 더 난 것 같은데요?"

"그렇지……. 꼭 조 1위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승철 감독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간다.

대진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해볼 만하다.

롤챔스 승강전은 기본적으로 1군팀들을 위한 대진 방식을 가진다.

일단 총 네 개의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

세 팀 사이에서 2등만 하면 본선이다.

한 번 더 이기면 승격 확정이다.

한 마디로 강팀 입장에서는 아차해서 미끄러질 변수가 거의 없다.

대형 스폰서가 미는 팀이 떨어지지 않도록 두는 안전장치다.

그 점이 페닉스 게임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얘네들이 요즘 말이 많다는 걔네 맞지?"

"예, 맞습니다. 풋내기 아마추어들이죠. 심지어 여캠도 꼈다는데 대체 프로 리그를 뭘로 생각하는 건지……."

이승철 감독 또한 피식 웃으며 같이 혀를 찬다.

파프리카 프릭스.

BJ들로 팀을 구성해서 게임단을 짰다고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 번씩 전부 조문을 돌렸다.

X를 눌러서 JOY를 표한다는 느낌이다.

바보짓도 저런 바보짓을 하는 인간들이 있네.

'업계 사정을 모른다면 저지를 수도 있는 실수긴 해.'

어째서 1부 리그와 2부 리그가 격한 차이가 날까?

이유는 절대 개개인의 실력 때문이 아니다.

2부 리그에도 솔로랭크 상위 랭커들이 다수 포진한다.

페닉스 게임단만 해도 내로라하는 인재들을 보유했다.

다만 전략의 가짓수, 게이머로서의 경력 등.

하루아침에 일구어낼 수 없는 것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런 기본기가 하나도 없는 게임단의 창단이라?

비싸게 산 시드권을 바닥에 버리는 꼴이다.

어처구니 없지만 어차피 자신들의 일도 아니다.

'아니지, 우리는 받아먹는 쪽이 될 테니까.'

드디어 페닉스 게임단도 기세를 탈 날이 온 건가.

이승철 감독이 콧바람을 가볍게 내뿜었다.

* * *

[손목의 부상이 완치되었습니다!]

[이제 스킬 사용 없이 신체 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아슬아슬했던 부분이다.

보유하고 있던 모든 포인트.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밑바탕되어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무능한 신의 말대로 2개월이 조금 더 걸렸다.

이제 포인트 신경 안 쓰고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겠네.

개꿀이라는 생각이 떠오른 찰나.

[현재 손목의 상태 0/100]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전성기 피지컬에 근접해집니다.]

'…….'

돌아온 건 현재의 손목 상태일 뿐 전성기 시절은 아니라고 한다.

자세한 건 해봐야 알겠지만 대략적인 짐작은 간다.

'스킬 쓸 때의 그 감각이겠지.'

계륵 같은 느낌은 있으나 포인트만 때려 박으면 만사 오케이다.

마음 같아서는 무능한 신을 때려 박고 싶긴 한데 아무튼.

승강전에 출전해 쓸어 담으면 차고 넘칠 포인트다.

'그게 문제지.'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꼭 잠수를 탈 필요까지는 없었다.

시청자들이 방송 안 한다고 눈치는 주겠지만 얼굴에 철판 깐지 오래돼서 그러려니 한다.

진짜 고민은 처음으로 프로 데뷔를 하게 된다는 데있다.

'레전설이라…….'

나를 의미하는 익숙한 세 글자다.

지금에 와서는 당연하게 된 호칭이다.

하지만 처음 이 별명은 내가 지은 게 아니다.

'누군가가 지어준 것도 아니야.'

굳이 정의를 하자면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어느샌가 나는 레전설이 되어 있었다.

굉장히 뜬금없는 소리긴 하나 이 설명이 옳다.

옛날 내 아이디는 레전드였다.

당시 했던 게임은 당연히 카오스.

카오스는 아이디 중복이 가능하다.

레전드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너무 흔한 닉네임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불렸다.

가장 잘하는 레전드.

그런데 조금 많이 잘해.

유저들 사이에서 조금씩 개변됐다.

레전드로는 부족하니 전설을 합치자.

'매일라이프가 매멘이라 불리는 것처럼.'

혹은 뱅기가 뱅 더 정글 갓기라 불리는 것처럼.

네임드들에게는 나름의 별명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별명이 어느샌가 내 아이덴티티가 됐고, 스스로 바꾸는데 이른다.

이 과정 자체가 워낙 옛날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냥 레전설.

너무나도 당연하게 된 세 글자의 무게를 나는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

'더 이상 장난스레 임할 수가 없어.'

내가 레전설이었음을 밝히는 것.

언젠가 올 것이 확실했던 수순이다.

막상 찾아오게 되자 태도가 진중해진다.

레전설이라는 세 글자는 뭉개져선 안된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기대치의 이야기.

레전설은 항상 고고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스스로 말하긴 뭣한 일이지만…….'

팬들이 그것을 바랬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격한 자존심, 겜존심 자연스레 생겼다.

내 성격이 원래부터 나빴던 건.

맞다.

이른바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셈이다.

근데 원래 사람은 있을 곳 찾아가는 법이다.

'단언컨대 롤 잘하는 사람 중에 정상인은 존재하지 않아.'

인성이 안 좋거나.

성격이 배배 꼬여있거나.

둘 중 하나는 무조건이다.

인성 좋은 게이머가 부먹충이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나는 그런 천인공노할 반인륜적인 행위는 저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성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밀리고 싶지 않다.

이것 또한 나의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타닥, 탁!

인성에 비례한 실력.

그러니까 나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잘하지 않는 레전설은 레전설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관조하는 버릇이 생겼다.

'멸망전때와는 달라.'

롤챔스의 승강전.

떨거지 리그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리 과거에 내가 날고 기었다.

그렇다고 해봤자 과거는 과거다.

롤에서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벌써부터 오만해져서야 안된다.

오만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내라는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한다.

탁!

엔터키를 치는 것으로 마지막 문장이 정리된다.

이번 롤챔스 승강전 상대팀들에 대한 분석.

그리고 프로 리그에서 쓰이는 전략들.

그래봐야 기본적인 것이다.

기본적인 것부터 해나가야 하는 처지다.

쌓은 모든 것들이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준비는 갖췄어.'

남은 것은 이용하는 것 뿐.

가장 고되고 힘들 실전이 남았다.

롤챔스 승강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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