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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드라마 -->
결승전 관람은 나름대로 의미도, 재미도 있었다.
해프닝도 생겨서 약간 보람도 챙겼다.
흔히 말하는 관심종자 기질이다.
'그래, 양손의 꽃이잖아 양손의 꽃.'
남자라면 그런 하렘 한 번은 꿈꾸기 마련이다.
외모만 따지면 내로라하는 인재들.
외모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이 격하게 문제다.
카메라를 통해서는 상당히 부러운 광경일 거다.
해설자들이 감탄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아무튼 그 즐거운 시간은 지나갔다.
그리고 현재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렀다.
밥도 안 먹고 헤어지기는 뭣하지 않은가?
유리야가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하아…….'
막상 테이블에 앉자 어색해서 문제다.
아니, 어색하다는 표현은 틀리다.
정의하기는 뭣한데 부담스럽다.
아마 이 단어가 그나마 근접한다.
'부담스러운 것도 틀려. 대체 뭐지?'
좋아한다고 마구마구 티를 내온다면.
야, 귀찮으니까 저리 떨어져!
옛날 분위기로 이끌어갈 자신이 있다.
지금은 자신이고 나발이고 없다.
개꿀잼 몰카라도 찍히는 기분이다.
차라리 놀림 받는 거면 마음이라도 편하겠다.
"오빠, 내 옛날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더라?"
"왜, 왜? 싫어? 지울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날카로운 달래의 질문에 당황했다.
물론 당사자 앞이니까 빈말로만 해주는 말이다.
푸른 눈의 백룡과 엑조디아를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용할 수 있는 패는 가지고 있는 게 옳다.
기껏 떡상한 춘트코인을 버릴 생각은 없다.
달래의 대답이 자꾸 상상의 나래를 벗어난다.
"아니, 갖고 있어줘서 고마워."
"……뭐? 고맙다고?"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해줄 줄 몰랐단 말이야."
뭐지?
이런 포용력을 기대한 게 아닌데.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짓도 아닌데?
'내 상상력이 부족한 건가? 내가 잘못한 건가?'
켕기는 짓은 열댓 가지 한 걸 같지만 고마운 짓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지금 같은 주제로 대화하는 거 맞나?
달래가 이렇게 참한 쪽 아이였나?
"근데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다른 사람 보여주면 안된다?"
"당연하지. 푸른 눈의 백룡과 엑조디아는 내 기억 속에 묻어둘게."
"우웅."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젓는다.
얘 대체 왜 이러지.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 먹은 게 아닌지 진지하게 걱정된다.
"열혈들은 내가 달랠 테니까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마."
보여주지 말고 오빠 혼자만 봐줘.
머리가 지끈거리기를 넘어 아득해진다.
혹시 달리 잘못한 점이 없나 스스로 곱씹어보게 된다.
"저…… 선배."
"왜 리야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제발 좀 해주렴."
"혹시 달래씨랑 엄청 친하셨던 거에요……?"
그 달래가 잠깐 화장실 때문에 일어섰다.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던 리야가 물어본다.
많이 들었다고는 했지만 실상 말해준 건 별로 없다.
"옛날에 잠깐 사귀긴 했지."
"어머머…… 사귀었어! 과거의 연인!"
리야가 깜짝 놀란 듯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인다.
미안하지만 니 목소리 워낙 하이톤이라 다 들린다.
동네방네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듣기만 해.
"2년 전에 잠깐 사귄 거야. 헤어지고 처음 만나는 건데…… 쟤가 왜 저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머어머! 그거잖아요 그거. 미련 남은 거잖아요. 다시 사귈 거에요? 정말 그럴 거에요?"
중간 단계를 확 건너뛰고 진행시키지 마라.
그리고 만에 하나 사귄다 해도 내가 너한테 왜 보고를 해.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지대한 동네 아줌마들 보는 거 같다.
"달래씨 예쁘잖아요. 안 사귈 이유 없잖아요. 선배한테 아깝잖아요."
"쓸데없는 주석이 좀 많다?"
"근데…… 엄청 어른스럽고, 여캠이기도 하고, 좋으신 분 맞잖아요."
유리야의 말이 신경에 거슬리지언정 틀리지는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따진다면 그 말이 맞긴 하지.
솔직히 옛날에도 싹수가 있었다.
완전히 늘 푸른 소나무가 돼버리니 나도 많이 벙찐다.
그런데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유리야라면 정말 모를 수 있다.
"니가 쟤보다 연상이야."
"???"
"달래가 너보다 한 살 어리다고."
"허억!"
정말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입도 롤챔스 우와녀 마냥 벌리고 있다.
다대기가 트리플 킬을 따내며 전세를 역전시켰을 때랑 똑같은 표정이다.
'그래봤자 겨우 한 세트 이긴 거지만.'
5전 3선승제는 세 판을 이겨야 한다.
한 세트 딴다고 이변이 생기지는 않는다.
결국 무적함대 SKY T1 K가 우승을 차지했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운적인 요소 따질 것 없이 그냥 압살이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쟤가 무슨 목적으로 치근대는지 진짜 모르겠거든? 니가 좀 대화에 끼어서…… 흐름 좀 끊어!"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옆에서 무슨 아침 드라마 보는 아줌마처럼 스파게티만 쪽쪽쪽.
니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밥이나 먹고 있으니까 쟤가 기가 살았잖아!
"저…… 저…… 선배가 눈앞에서 알콩달콩 하니까 가슴이 너무 아렸는데…… 선배는 화 내고, 제 탓하고, 소리 치고. 흐에엥……."
얘는 갑자기 또 울고 앉아있다.
그 사이 볼 일을 마치고 온 달래가 재미난 걸 봤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게 이런 걸까?
'무슨 깨물어 죽을 알콩달콩이야. 아, 죽겠네 진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숨이 가빠진다.
혈압이 오르면서 뒷목이 당긴다.
이거 설마 지능적인 암살은 아니겠지?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춘자의 돌발 행동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울고 있는 유리야를 달래며 노는 흐름.
나이는 유리야가 위인데 달래가 언니 같다.
노래방도 가고, 술도 마시고 즐겁게 놀았다.
정신 없이 놀다가 헤어지고 나서야 다시 떠오른다.
'대체 뭐였을까?'
꿈을 꾼 것 같은 하루였다.
* * *
당연하게도 꿈이 아니다.
잔뜩 취해 일어난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필름이 끊긴 건 아니다.
원래 사람의 뇌는 불필요한 기억을 삭제한다.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으니 침대에 눕는 과정은 필요 없다는 거겠지.
그렇게 자체 검열이 이루어진 건 그렇다 치는데.
"어제 내가 만난 사람이 춘자가 맞나?'
숙취 때문에 찌푸려진 인상이 더욱 구겨진다.
한 가지 가정을 하기로 했다.
나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어제 있었던 사건들은 그저 기억의 혼선이다.
과거 춘자와의 즐거웠던 추억들.
오랜만에 춘자를 만나니 기억이 엉킨 것이다.
'그래! 분명 그런 걸 거야!'
개비스콘을 먹은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지끈대던 머리도 다소 맑아진 것 같다.
숙취 해소로 콩나물 라면을 끓여 먹자 흥겨워진다.
먹고 나서 양치질을 하고 누워서 다시 잤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겠지.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되는 듯한 흐름이었다.
-야, 박춘자!
〈미친 새끼인가? 술 덜 깼냐?〉
'이런 찰진 반응이야. 난 이걸 원했어!'
다시 일어났을 때는 해가 중천에 뜬 후였다.
달래는 이미 수금 방송을 하고 있었다.
말을 걸자 정다운 인삿말이 들려온다.
그렇지, 춘자라면 이래줘야지!
어제는 헛것을 본 게 분명하다.
납득을 하고, 채금도 먹었으니 내 할 일 하기 위해 나가려던 순간.
-헐, 레전설 등판ㄷㄷ
-남절아 빨리 방송 키고 해명해라!
-님 어제 롤챔 간 거 잉벤에 다 뜸ㅋㅋ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다.
* * *
2013-2014 롤챔스 윈터 시즌의 결승전.
몰고온 흥행 만쿰의 값어치를 톡톡히 해줬다.
긴장감 넘치는 격전 끝에 SKY T1 K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에 대한 화두들이 올라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롤 관련 커뮤니티들은 결승전 이야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다.
한 번 짚고 넘어가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소리다.
다른 재미난 화제가 있다면 그쪽에 더 관심이 간다.
똑같이 결승전 이야기긴 해도 이쪽은 결론이 안 났다.
─100% 레전설이 맞을 수밖에 없다니까?
걸그룹 파동 때랑 사진 비교해봐
머리카락 딱 두 달 정도 긴 느낌
얼굴형은 거의 비슷하게 빼박이고
└지금 논점이 그게 아닌데;;
└윌리를 찾아라 하는 게 아니에요
└얼굴 자체는 비슷할 수 있음. 문제는 타이밍이지
레전설과 비슷하게 생긴 일반인이 롤챔스에 잠깐 나왔다!
헐, 대박.
에이, 오바.
만약 그런 일이었다면 자잘한 소란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 일이 아니라서 문제다.
좌우의 배경이 지나치게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롤챔스 우와녀로 떠들썩했던 사건이다.
─뭐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야?
알고 보니 롤챔스 우와녀가 유리야고
옆에 있던 미녀는 여캠 달래고
가운데 있는 사람은 남절!
인 줄 알았는데 레전설이었던 거임?
└개꿀잼 몰카의 몰카의 몰카의 몰카였던 거임ㅋㅋ
└그런 식으로밖에 추론이 안돼
글쓴이-개인적인 지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ㅇㅇ남절이 입장에서는 그게 유일한 변명일 듯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이름 그대로 첫 등장부터 이목을 끌어모았다.
롤여캠인 유리야를 하드 갈굼하며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솔로랭크 사건, 멸망전 기타 등등.
허구헌날 커뮤니티에 입방아가 오르는 단골이었다.
그런 그가 레전설이라니?
잘 모르는 사람들도 지나가다 한 번씩은 보았다.
─레전설이 걔 맞지?
걸즈데이 상대로 막말한 간 큰 새끼
어쩐지…… 이제 퍼즐이 짜맞춰지네
남절이 이 새끼 여혐력이 보통이 아니었어
└여혐력ㅋㅋㅋㅋ
└여혐력 Max 찍었으니 걸즈데이 귀한 줄도 모르지
└만렙이여 만렙
└주위에 미녀가 저렇게 많으면 걸그룹도 막 대하게 되는 건가?
일각에서는 부럽다라는 시선도 꽂힌다.
그도 그럴게 유리야와 달래.
세부적인 직종은 달래도 메인은 여캠이다.
즉, 기본적인 와꾸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 둘을 끼고 롤챔스 직관을 하러 가다니.
가히 천벌을 마땅한 일이긴 하나…….
정말로 남절이 맞긴 맞는 걸까?
상황이 급작스럽다 보니 잘 모르겠다.
심증에 심증이 얹어진다.
같이 직관을 갔던 롤챔스 우와녀.
지인인 유모양은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몰라요. 저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말하지 말랬어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아무것도 몰라요오.〉
아무튼 모른다고 한다.
워낙 거짓말을 못해서 더 거짓말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지인인 박모양은.
〈쓰레기가 쓰레기 했을 뿐인데 문제 있나요? 초아 오빠가 그런 쓰레기 신경 쓰지 말라고 별풍선 많이사랑개를~ 달래도 초아 오빠 많이 많이…….〉
수금을 하는데 여념이 없으시다.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기는 한데 본인이 언급하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심증이 나와 더 따져볼 것도 없는 수준이다.
애초에 본인이 말을 했다.
롤챔스 직관을 하러 갈 거라고.
여캠들과 함께 가니 오히려 오픈한다.
혹시 모를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달래와 리야와 떨거지 하나.
남절이를 가리킨다는 건 이미 예고돼 있었다.
과연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가지고 있을지.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본인 신분을 밝히는 게 반드시 요구되진 않아. 하지만, 신뢰라는 관점에서는 이미 무너진 거지. 채팅창에서 언급 나오는 대로 대국민 사기극 느낌도 없지 않아 있거든.〉
現롤챔스 해설자이자 파프리카TV BJ이기도 한 클끼리.
멸망전 해설도 맡았던 만큼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심정을 격하게 토로했다.
└자기가 제일 나서서 실드쳐줘놓고ㅋㅋ
└롤챔스 해설자 판단이 틀릴 때도 있네
└클끼리는 대인민 간나극 벌이지 않음?
└??? : 이즈한테 일단 궁 썼어
사실 롤판 사건/사고 관련해서 양심을 찾아야 하는 클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그 자신이 레전설은 절대 아니라고 말을 해줬다.
결과적으로 간접적인 피해를 받아버렸다.
이곳저곳에서 사고가 복합적으로 터진다.
태풍의 눈이 돼버린 장본인의 오피셜.
─속보! 남절이 방송에 공지 올라옴
SEE 2014. 01. 11
공지사항 내용 딱 한 줄
BJ명 전설의 재림으로 바뀜
└ㅁㅊ놈 끝까지 똥폼 잡네
└달래 피셜: 저 새낀 그냥 상또라이다. 신경 꺼라
└근데 저 날짜가 무슨 의미지?
└롤챔스 승강전 날짜랑 겹치는 거 같은데……
롤챔스의 승강전 당일로 기약이 잡혔다.
많이사랑개- 별풍선 12486개
========== 작품 후기 ==========
잠시 급전개가 이루어졌는데…… 이내 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