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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드라마 -->
최근 곰곰이 고민하는 내용이 두 가지 있다.
일단 하나는 지금 바로 물어보고 싶다.
달래에 대한 이야기다.
"춘자야."
〈…….〉
"달래씨?"
〈네~ 오라버니!〉
맞다.
이번 건 춘자가 아니라 달래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전부터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이 안 난다.
"너 알파벳 뭐 좋아하냐?"
〈D 다음.〉
"아, 그래? 생각보다 크네."
-둘이 뭔 대화하는 거임?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거냐……?
-에이, 그런 거면 저렇게 안 말하지
-일단 E컵 메모
그거가 맞다.
저리 쿨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쟤가 좀 쿨하다.
그리고 원래 가슴 큰 여자들은 도리어 당당하다.
"달래 가슴 E컵이래. 춘자는 B컵이었는데."
〈야!! 옛날일 말하지 말라고 했지?!〉
"아, 귀 아파. 소리 좀 지르지 마."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황스럽지만 일단 감사^^
-와, 큰 줄은 알았는데 디따 크시네ㅎ
-E컵이면 대체 상위 몇%냐?
-1%도 안될 걸……
나는 롤 티어 상위 0.01%다.
챌린저 티어가 대충 그 정도 된다.
왕년에는 첫 손가락에도 꼽혔는데 1%가 대순가?
'그래, 대수긴 하지.'
솔직히 흔히 보긴 힘들긴 해.
내 지인이라니 1%라 살짝 자랑스럽긴 해.
언제 한 번 만나고 싶은 마음이 격하게 들기도 해.
근데 본질문은 이런 상스러운 게 아니다.
"달래야. 오빠랑 같이 듀오를 하면서 시청자 많이 빨았지?"
〈뭘 빨아. 내 매력에 넘어온 거지.〉
"아무튼간에 결과적으로다가."
-달래 누님 매력 폭발해요^^
-성격 털털해서 너무 좋아요!
-E컵이라길래 더 좋아졌음!
-남절이 이 새끼 달래님한테 껄떡대지 마라
내 시청자들 태반이 물소가 되어버렸을 정도다.
성격이 더러워서 한계가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저걸 털털하다고 실드 치고 있네?
'털털한 게 아니야. 그냥 성격이 더러운 거야.'
털털한 여자라는 타입.
그런 건 2010년도 이전의 감성이다.
시대착오적 발상이 남아있던 시절 말이다.
그때 여자가 Y염색체처럼 말하고 다니면.
와, 언니 털털하네요. 성격 좋네요.
이랬던 거지 요즘은 다르다.
성격에 성별의 차이를 따지는 건 구시대적 사고다.
이제는 털털이 아니라 성격 나쁘다는 표현이 맞다.
어떻게 하늘 같은 남자한테 감히 말대꾸를……
-쓰레기 새끼
-그러니까 달래가 널 질색하는 거야
-어휴, 하루도 쓰레기통 마를 날이 없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에 어금니 꽉 깨물고 있네.
말대꾸를 못한 건 당시 내 쪽이었다.
심지어 내가 순수했던 시절이다.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던 나이다.
샴푸 냄새만 맡아도 심장이 두근두근.
아무튼 이딴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고.
"달래방 열혈분들이 풍이 가뭄이다 못해 쩍쩍 갈라진 내 방 조금만 신경 써주면 기쁠 거 같다."
〈뭐래. 니 방 시청자들 많잖아. 쏴달라 그래.〉
"안 쏴준다고오-! 여캠이랑 같은 줄 아냐? 최저 시급도 나올까 말까야."
2013년 최저 시급 4860원.
방송으로 큰 돈 바라는 건 아니다.
근데 솔직히 방송 재밌게 보고 있으면 조금은 쏠 수 있잖아?
사람 이렇게 째째하게 만들어야 쓰겠니?
〈열혈 오빠들이 니 암살 비용은 댈 수 있다는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해줘."
메이저 여캠방 큰손들이 그런 말하면 진짜 죽을까 두렵다.
한숨 잤더니 다음 날 눈 안 떠지는 거 아니야?
역시 큰손분들 답게 유머 감각이 넘치셨다.
─달래의그늘님 ,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달래의그늘님이 1082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달래랑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요^^
"형님!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누구보다 달래 아끼고 있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캠이 노다지긴 한가 보다.
한 300개만 터져도 감지덕지 하려고 했는데.
1000개를 그냥 동전 던지듯이 쏴버리네.
클라스가 다르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비-굴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래도 열혈컷 천 개는 넘었나 보네ㅋㅋ
-남절이 용됐자너~
방송을 한지 나름 두 달 가까이 됐다.
슬슬 내 직업이 BJ인지, 프로 지망인지 헷갈릴 정도다.
요즘은 다 겸사겸사 한다니 딱히 특별할 건 없겠지만.
'이러다가 본질을 망각할 수가 있어.'
어차피 대회 날짜는 정해져 있다.
조급해 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음가짐의 문제.
늘어져도 될 시기는 지났다는 소리다.
〈저기요. 오라버니.〉
"네, 볼 일 끝난 달래씨 왜요."
〈너 내 방 건빵이더라?〉
건빵.
팬가입을 안 한 시청자를 뜻한다.
왜 새삼스럽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니 방 팬가입이라도 할까?"
〈응, 해죠.〉
"진심?"
〈웅, 끄덕끄덕.〉
효과음을 입으로 말하고 있네.
살다살다 별의별 소리를 다 들어본다.
더욱 더 역겨운 건 저걸 귀엽다고 빨아주고 있다.
〈달래는요. 오빠들이 팬가입 해주면 너무너무 고마울 것 같아요~.〉
-ㅠ,ㅠ 1개로라도 반드시 할게
-난 100개로 통 크게 해야지~
-솔직히 달래방에서 100개 크지도 않겠지만 마음만이라도…….
'그 마음 나한테 줬으면 일일매니저 줬어 리얼루다가.'
쟤는 그런 거 안 쏴줘도 잘 먹고 잘 사는 애다.
시청자들 중에 정말로 숨어있는 큰손.
혹은 흑우가 될 인재들.
걸러내기 위해서 팬가입 받는 거다.
여캠들 속셈이 다 그러면 그렇지.
'근데 왜 나한테 해달라고 하지?'
흑우들을 흔들기 위한 속셈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긴 하다.
아니, 이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흑우되는 지름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이 난다.
이런 걸 보고 과몰입한다고 하는 건가.
어렸던 춘자가 여캠 달래가 되는 꼬라지를 보니 별별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
이게 중요하다.
* * *
달래와의 솔로랭크는 끝내기로 했다.
일단 실력적인 증명은 그럭저럭 됐다.
본인도 본인 방송이 있는데 더 희생시킬 수는 없다.
'무엇보다 슬슬 팀을 짜야지.'
아니, 팀은 이미 짰다.
다섯 명 전원 구했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원래 랜선 지인은 적당히 믿어야 돼.'
막상 대회 당일 날 안 오면 어떡하려고?
곤란한 건 나고, 뭐되는 것도 나다.
그러니까 예비 멤버가 필요하다.
"솔직히 프로게이머 할 거 아니면 스트리머가 답이긴 하잖아요."
〈그 말이 맞긴 하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사투리 가득한 대답.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물론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생물은 아니지만 술도 마셔야 되고, 다른 할 일도 많고."
〈근데 시방 내가 걱정되는 건 머시다냐……. 그짝 플랏폼에 가면 잘될랑가 모르겠어~.〉
얼마 전, 솔로랭크에서 만난 PD김재슥이라는 분이다.
게임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친구 추가를 보냈다.
이후,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꼬셨다.
전화를 연결한 시점에서 이미 9할 이상 넘어왔다.
"스트리머로서 금전적인 수입도 필요한 부분이니, 이번 기회에 초석을 다지면 좋겠죠."
사실 평생BJ할 것도 아닌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입 바른 소리도 아니다.
애초에 본인도 어느 정도 바라고 있다.
'아무리 오늘만 사는 사람도 미래에 대해서는 고민하게 돼.'
나만 해도 군대에 있을 때 진로 걱정 오지게 했다.
김재슥이라는 사람도 다를 거 없다.
오죽하면 30살에 한강 물온도 확인하러 가겠다.
그런 말을 반농담삼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솔직하게 까메오팟TV는 돈이 안된다.
플랫폼 성향 자체가 그러하다.
팟통령이라 불릴 만큼 인기가 있음에도 사정이 그렇다.
팬들이 다소 쏴주긴 하겠지만 직업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돈 보고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최소 먹고는 살아야지.
〈그짝 사장님이 좋게 봐주기만 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못할 건 읎겠는디~.〉
플랫폼 성향이 달라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기회가 왔다면 안 잡을 이유는 없다.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내가 참말로 딱!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단 말이여.〉
안 나올까 싶었던 이야기였다.
* * *
파프리카TV의 게임단 출범 소식.
정식으로 롤챔스에 엔트리를 올렸다.
그 멤버에 관해 화제가 달아오르는 건 필연이었다.
─파프리카 프릭스 게임단 엔트리.txt
일단 알려진 거랑 크게 다를 건 없네
팀장 남절, 달래, 인성제로, 저라딧……
근데 뜬금없이 재슥이가 왜 껴있냐?
└헉! 황재슥 대륙 진출ㄷㄷ
└팟통령께서 그럴 리가 읎당께!
└완전히 옮기는 건 아니고 동시 송출이래
└하긴 재슥이도 먹고 살아야지ㅋㅋ
까메오팟TV의 유명 스트리머.
김재슥이 BJ대표팀 명단에 끼어있다.
동시에 플랫폼을 이적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까메오팟TV는 금전적인 수익이 거의 안된다.
스트리머 본인도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그의 고정 팬들은 PJ(PD+BJ)가 된 재슥이의 새 출발을 아쉬워하면서도 응원한다.
─잘하는 탑솔러BJ가 별로 없으니까 이해는 함
재슥이 나름 챌린저도 간 적 있으니 낄 만해
근데 나머지 한 명은 무슨 이유일까?
둘이 사이 안 좋지 않았나
└이해타산적인 관계로 꼈을 듯
└솔직히 실력은 확실하잖아
글쓴이-그렇긴 한데…… 좀 의미불명이란 느낌
└도인디는 프로 지망이니 몸값 높이고 싶었겠지
일전에 솔로랭크에서 악연이 있었다.
멸망전에서도 큰 격차로 쳐발리고 말았다.
개인적인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 두 사람이다.
프로 지망 겸 BJ를 하고 있는 도인디.
그가 BJ대표팀에 참가한다면 적지 않게 힘이 된다.
現챌린저 상위권에 빛나는 명실상부 최고 수준의 아마추어다.
다만, 어떠한 목적으로 참가했는지가 의미불명.
전조도 없이 발표된 사안인 만큼 궁금증이 일 만도 하다.
그렇기는 하나 그런 사소한 부분을 따지고 들 시기가 아니다.
─드디어 SKY T1 K 대 삼선 레드의 리벤지 매치네!
생각해보면 섬머 준결승부터가 시작이었어.
삼선 레드 잡고 SKY T1 K가 날아올랐잖아
그때는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ㅋㅋ
└빨간 쓰레빠가 스프링 우승팀이었는데 당연히 상상 못했지……
└롤챔스 잡고, 롤드컵 잡고, 윈터 시즌도 파죽지세ㄷㄷ
└SKY T1 K를 막을 수 있는 건 삼선 레드밖에 없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롤챔스 결승전의 날이 다가왔다.
승강전이 치러지는 건 이 이후다.
지금 당장은 당연히 결승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도 그럴게 15연승을 달리고 있는 SKY T1 K.
과연 이 팀이 패배라는 걸 경험할 수 있는지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상상이 안된다.
섬머 시즌 준우승팀인 KTX 롤러코스터 B팀조차 무릎 꿇었다.
막을 수 있는 팀은 이제 라이벌인 삼선 레드 뿐이다.
결승전의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테이커의 천적 다대기를 믿어봐야지
다대기 장군님이 일 한 번 내줄 거야
최근에 야흐오 완전히 물 올랐잖아
└근데 SKY T1 K는 전 라인이 다 세서~
└테이커가 캐리 못하면 다른 쪽이 캐리함ㅋ
글쓰이-그래도 나는 믿는다……
└못 이겨도 상관 없는데 한 세트만 좀 따자!
워낙 말도 안되게 잘하니까 시기하는 팬들도 많다.
그 팬들의 일념이 기적을 만든 건지.
결국 결승전 두 번째 세트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우리에게 돈!〉
야흐오를 완벽하게 카운터 치겠다.
투사체 스킬이 없는 카서트.
그리고 광우스타의 CC기.
심지어 팀에 탈진이 두 개다.
다대기의 야흐오를 염두에 둔 밴픽이다.
SKY T1 K는 처음부터 준비해왔다.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야흐오라는 챔피언의 폭발력.
이를 완벽에 가깝게 다뤄내는 실력.
다대기가 이변을 만들어내며 캐리했다.
현장의 열기가 폭주하듯 달아오른다.
엄청난 대흥행이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그 대흥행에 잠깐 갑분싸.
─헐, 저런 미녀도 롤챔스를 보러 오네
예쁘긴 예쁜데 표정이 너무 웃기다ㅋㅋ
금붕어처럼 쩍 벌리고 있어
다대기 트리플 킬 보고 놀란 거 맞지?
└카메라 역대급 타이밍ㅋㅋ
└섹시하다기 보단 귀여운 타입?
└곧 롤챔스 우와녀로 검색될 듯!
└근데 저거 유리야 아니야……?
스포츠 리그라는 게 원래 남자들을 위한 장소다.
E-스포츠 리그는 특히 더 그런 게 있다.
치어리더가 있을래야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이쁜 여자 한두 명 뜨면 발칵 뒤집힌다.
카메라도 은근히 그쪽을 잡는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잡아보니.
└유리야 말고 달래도 있는데?
└가운데 남자 누구?
└설마설마 하지만……
소란스러운 결승전 와중 잠깐의 눈호강.
한 번쯤 있어주는 편이 안구 운동이 된다.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과한 다큐가 되는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저는 별풍은 됐고 원고료 쿠폰 좀요^^
내일 급진도가 나갑니다
깜놀할 수 있으니 미리 말씀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