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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16화 (11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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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카드에 모든 것을 걸겠어! -->

두구두구두구두-!

힘찬 말발굽 소리가 중원으로 향한다.

중원 정벌.

이곳 김재슥의 방송에선 미드 로밍을 일컫는 말이다.

퍼억!

말발굽이 적팀의 미드 라이너 르풀랑을 밟고 지나간다.

광채의 검이 갖춰진 탓에 데미지가 어마무시하다.

그럼에도 한 틱 부족해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안일했나? 점화 걸었어야 했나?"

사람이 어찌 완벽할 수 있을까.

개인 방송에서 흔하게 나오는 광경이다.

소위 말하는 딜계산과 판단력의 작은 오차다.

르풀랑은 체력이 떨어지면 분신과 본체로 나뉜다.

이것만으로도 까다로울지언데 은신.

순간적인 은신 탓에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

뒤늦게 후회를 한들 어쩔 수가 없다.

재슥은 스스로 너무 안일했다며 자책한다.

그런데 솔로랭크는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도 안일하다.

툭!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안일해진 르풀랑.

돌진 빠진 말카림은 뚜벅이잖아?

농락을 하기 위해 다가가서 툭 쳤다.

치지직…!

평타가 닿음과 동시에 거리가 닿는다.

점화가 걸리며 목숨이 타들어간다.

스스로 죽음을 자처한 꼴이다.

"나도 안일했지만 저 친구는 더 안일했어~."

-빛재슥

-안일해버렸네ㅋㅋ

-깐-깐한 점화!

결국 르풀랑을 잡으며 중원 정벌을 성공시켰다.

이미 탑라인은 터트려버린 상태.

마지막 남은 것은 남만 뿐이다.

-남만 정벌 가즈아-!

-빨간 안경만 잡으면 됨!

-근데 하필 빨간 안경이라 불안하다……

미드가 중원, 봇은 남만이다.

북방인 탑은 라인전 단계에서 토벌했다.

상대 탑라이너인 또도 박사를 아예 찢어버렸다.

소거법에 의해 남은 라인은 남만.

그 남만의 상태가 현재 심상치 않다.

딜교환도 안되는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챵! 챵! 타앙!

맞으면 누구나 아픈 은탄의 3타다.

하지만 탱커가 맞으면 몇 배는 더 아프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슥으로선 소름이 끼친다.

〈야아! 배인한테 그러지 좀 마…….〉

아군 원딜러 고르키의 체력이 반토막 났다.

저러다가 또 킬 주면 치우는 사람만 고생한다.

아군이 솔킬을 주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으어어어억-!〉

-빨간 안경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갓간 안경ㄷㄷ

-슥재 오열

배인이라는 챔피언에 대해 노이로제를 앓고 있다.

오열할 만도 하나 과민반응인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인 게임의 구도는 지극히 유리하다.

듀오인 팤선장이 정글 차이를 발라버렸다.

방금 전 르풀랑을 잡음으로서 미드도 풀렸다.

이대로 쭉 내려가 남만 정벌을 해버리면 그만.

〈내가 지금 가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있을 테니께 배인은 인쟈 인생 끝났어.〉

말카림의 발굽이 거세게 흙을 박찬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두 번째로 빠른 챔피언.

그런데 킬을 먹고 귀환해 의병대까지 달았다.

의병대는 라인 복귀 속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페라리 같은 기세로 달려나가 이윽고 도착한다.

남만 정벌, 봇라인 코앞까지 도착한 순간.

쿵! 쾅!

적팀의 서포터 광우스타가 이니시를 걸어왔다.

아군 봇듀오가 공중에 붕-! 떠버리며 위험하다.

적기에 맞춘 재슥의 로밍이 전황을 뒤바꿔낸다.

두구두구두구두-!

다시 한 번 속도를 올려 가속한다.

말카림의 E스킬 멸망의 질주.

상대를 한 발굽에 짓이겨버리는 무자비한 일격이다.

어지간한 원딜러는 이것만 당해도 빈사 상태다.

그런데 말카림은 궁극기가 따로 있다.

빨간 안경의 최후는 자명해야 했지만.

투웅!

가소롭다는 듯 튕겨버린다

어째서 재슥 그가 배인을 싫어하게 됐는지.

과거의 트라우마가 다시 한 번 되살아난다.

* * *

재슥이라는 녀석은 한 마디로 바보다.

동네 바보 같은 녀석이다.

다만 때때로 놀라운 폭발력을 보여준다.

두구두구두구두-!

달래의 이니시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도착한다.

적 탑라이너 말카림의 뜬금없는 로밍.

당연히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타이밍이 까다롭다.

아군 서포터의 CC기가 전부 빠져있는 상황이다.

상대 브루저가 원딜을 물기에 최적화된 구도다.

말카림이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온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궁극기 구르기와 함께 쏴버린다.

상대를 밀어내는 효과를 가진 선고.

말카림의 돌진을 강제로 취소시킨다.

내가 배인을 괜히 한 게 아니다.

'얘가 아주 무대포야 무대포.'

앞뒤 생각 없이 일단 달려들고 본다.

그 기세에 압도돼 실수하는 사람도 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

반대로 침착하게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다.

챵! 타앙!

벽꿍에 당한 말카림의 체력이 뜯겨나간다.

은타의 3타가 아주 묵직하게 박힌다.

이윽고 스턴 시간 1.5초가 끝난다.

쿠워어어어-!

끝나자마자 바로 무서운 기세로 쏟아진다.

말카림의 궁극기 그림자의 습격.

점멸로 쿨하게 피하며 건다.

치잉-!

빌지워터의 해군칼이 가진 액티브다.

상대의 이동 속도를 2초간 둔화시킨다.

모든 스킬이 빠진 말카림은 이제 샌드백.

물론 적은 말카림 하나가 아니다.

아주 잠깐 공황 상태에 빠졌을 뿐이다.

이내 정신을 차린 적 봇듀오가 나를 향해 몰려온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몰려왔을 때는 이미 결판이 나버린 후다.

광우스타의 협공까지 더해지며 사망.

말카림이 죽자 나머지는 편의점 이벤트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미사일이 빗나가는 고르키와 5레벨 풀리츠크랭커.

카이팅으로 적당히 능욕하며 찢어발긴다.

기세가 좋은 건 괜찮았지만 너무 기세만 좋았다.

-말카림 갱-승!

-겁나 불쌍하게 죽이네;;

-저렇게 죽으면 진짜 빡치겠다……

배인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아마 나 때문일 것이다.

챔피언 자체가 손을 너무나도 탄다.

잘하는 사람이 잡았을 때 파괴력이 워낙 엄청나다.

탱커, 브루저가 잘 크든 말든 장난감처럼 농락한다.

그 극한을 봐버리니 노이로제가 걸릴 만도 하다.

딱히 내 책임은 아니고 본인 실력이 모자란 탓이다.

'말카림도 한 번 제압했으니 게임 분위기는 넘어온 것 같은데…….'

이겼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타의 변수가 분명 남아있다.

걱정되는 수준은 결코 아니지만.

* * *

8할 가량.

승기는 사실상 굳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봇라인에서 일어난 참사가 갑분싸를 끼얹는다.

〈으어어어억-! 빨간 안경을 왜 밴 안 하는 거야 왜애!!〉

-재슥이 발작

-철퇴각이다 무빙하자ㄷㄷ

-근데 보통 배인 밴 안 하지 않음?

보통이 아니라 원래 밴을 안 한다.

김재슥 본인이 치를 떨 정도로 혐오할 뿐이다.

기껏 쌓아올린 공든 탑이 상대의 슈퍼플레이 한 번에 무너진다.

탑라이너, 특히 탱커를 하는 자라면 어이가 터져버린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승산이 없는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이김.〉

-팤선장 승리 선언!

-걱정하지 말래 재슥아

-ㅇㅇ팤선장만 믿자

김재슥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그 자신도 PD다.

말을 한 단어로 짧게 하는 것이 특징.

짧은 말투에 반비례해 실력은 챌린저 티어다.

우두루라는 비주류 챔피언으로 정글을 재패했다.

1티어 정글러인 리심을 복날 개 패듯 패버렸다.

성장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이 정도로 잘 크면 한타에서 거의 깡패 수준이다.

─팤선장의부캐님이 바론 백작을 지목!

깜짝 바론에도 상당히 능한 챔피언이다.

설마 15분에 바론을 칠 리가?

우두루의 무한 실드라면 안될 것도 없다.

방심한 상대의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친다.

-이걸 기바오가?

-믿고 따르는 팤선장의 오더……

-15분 햇바론을 맛나게 먹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바론이다.

하지만 15분에 먹으면 더 맛있다.

차후에는 20분으로 조정되지만 현재 2014년에는 15분에 젠이 된다.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그만큼 체력도 낮고 잡기도 쉽다.

팤선장의 기습적인 4인 바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

현재 바론 백작 잡기 쉬운 대신 강화 귀환을 제공하지 않는다.

적팀의 탑라이너 또도 박사.

궁극기를 키더니 미친 듯이 달려온다.

그 탓에 팤선장을 포함한 4인의 귀환이 끊겼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무리한 행위로 인해 또도 박사는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후다.

그분이 올 시간을 몸으로 벌고 있었다.

〈심판의 때가 왔다!〉

괴물 같이 성장해버린 배인.

원딜러가 초반에 딜이 안 나온다는 것도 챔피언 나름이다.

몰락한 기사의 검을 먼저 가는 배인은 1코어부터 무쌍을 찍는다.

마침 무대 또한 화려하게 갖춰졌다.

우어억!

백호 태세로 전환한 우두루가 빠르게 달려간다.

빠르게 달려가봤자 결국은 뚜벅이다.

몰락검이 가진 액티브.

슈욱…!

체력과 이동 속도가 빨려버린다.

그렇게 기가 한 번 빨리니 속수무책.

제아무리 잘 컸어도 못 붙으면 의미가 없다.

쿵! 쾅!

악착같이 다가가보지만 적은 혼자가 아니다.

광우스타의 박치기에 제지되고 만다.

그 이후로는 카이팅 당하는 신세.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한 명, 한 명 배인의 3타에 터져나간다.

심지어 도망 갈 퇴로는 진작에 차단돼있다.

바론 지역은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올해 양식 대박이요!

-도망도 못 가고 죽네ㅠ.ㅠ

-풀츠 혼자 몰래 귀환 타다 끊김ㅋㅋ

동그란 울타리가 쳐져있는 바론 지역.

가두리 양식장에서 아무도 생존하지 못하고 수확 당했다.

안 그래도 잘 큰 배인이 쿼드라 킬까지 먹고 나자 미쳤다.

이후 배인 반경 2티몽 미터 안으로 접근도 못한 채 게임이 끝난다.

〈으어어어억-! 저런 MD챔을 왜 밴 안 하냐고!!〉

-정신병 ON

-MD챔 주의보ㄷㄷ

-빨간 안경은 밴이 답이다!

김재슥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빨간 안경이랑 게임을 하면 안되는지.

그리고 왜 빨간 안경을 무조건 밴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원딜 철학을 논하기에 이른다.

〈다른 원딜은 잘 커도 한타 가면 내가 찢어븐다고야. 근데 저 빨간 안경은 탱커로는 죽일 수가 읎-어!〉

정말 원딜 차이.

그것도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챔피언 탓에 게임을 졌다.

한창 잘 커서 날아다닐 시점에 지옥 같은 카이팅으로 무너졌다.

굉장히 발작할 만도 한 상황이지만 한 켠으로는 의문이 든다.

-진짜 레전설인 거 아닐까?

-지금 슥재 자극하면 철퇴 맞는다ㄷㄷ

-빨간 안경이 바로 레읍읍……

한 번 철퇴를 맞고 쏙 들어갔던 의혹.

저 남절이란 사람이 레전설이 아닐까?

너무나도 현저한 차이로 져버린 마당이다.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아니, 그냥 이건 빨간 안경이 MD챔이라 뭔 짓을 해도 이길 수가 읎다니께? 한 판 더 해보면 알지 안켔냐고? 암, 해봐야제잉.〉

남자 자존심에 지고는 물러설 수가 없다.

무엇보다 현재 게임은 단순한 솔로랭크가 아니다.

파프리카TV 대 까메오팟TV.

플랫폼 대항전의 냄새가 물씬 난다.

당연히 바로 다음 큐를 돌리고 있었다.

천상계 큐는 원래 잡히는데 오래 걸린다.

이윽고 3분 가량이 지나 만나고 만다.

운명의 여신은 상당히 짖궂은 존재다.

-무등산 호카게

-그림자단의 수장!

-재슥이 오랜만에 자드 꺼내네ㄷㄷ

말카림 만큼은 아니지만 자드 또한 18번이다.

상대 원딜 꼬라지를 두 눈 뜨고 보기 싫을 때.

원딜러를 무조건 죽일 수 있는 암살자를 한다.

〈이제 저짝 원딜은 무조건 죽은 목숨이야! 배인을 하던 뭘 하던 걸리는 순간 찢기는 거제.〉

그 배인을 상대로도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

자드는 확실히 원딜 암살에 특화돼있긴 하다.

애초에 존재 의의가 스플릿과 원딜 암살이다.

빨간 안경 나올 테면 나와봐라.

자신만만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자 제보에 의하면 적팀으로 또다시 만난 상태다.

굳이 시청자 제보를 흘깃할 필요도 없다.

같은 시간에 듀오를 돌리면 높은 확률로 적으로 만나게 된다.

인원이 적은 천상계에서는 그 확률이 거의 100%에 수렴한다.

이 말인즉, 상대도 알고 있다는 의미.

구태여 배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다 게임을 쉽게 이길 카드가 있다.

-도라이븐???

-남절이의 도라이븐이라고?

-이건 닷지해야 한다 재슥아……

-무슨 닷지야! 남자라면 한 판 붙어야제-!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다.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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