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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카드에 모든 것을 걸겠어! -->
오랜만에 키는 방송이다.
별별 말을 다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방송적인 타박은 없다.
-휴방 동안 뭐하고 놀았냐?
-보나 마나 리야랑 놀았을 듯
-ㄴㄴ춘자도 있다 빼먹지 마라
속이 올라올 것 같은 채팅이 눈에 보인다.
백보 양보해서 리야는 봐줄 수 있다.
리야는 아직 꿈과 희망이 있다.
근데 춘자는 아니야.
"춘자 걔는 그냥 여캠이잖아. 걔랑 썸을 어떻게 타."
-옛날에 탔다며
-볼장다봐서 이제 관심 없는 거임?
-남절이 은근히 능력남
-능력남 ㅇㅈㄹㅋㅋ
남이사 누구랑 놀던 말던 뭔 상관이야.
중요한 건 더 놀 생각이 없다는 부분이다.
내 방송은 어디까지나 롤방송이고 오늘은 할 게 많다.
-그래서 어제는 왜 방송 안 함? 챌린저 찍고 이 차가 식기전에 온다면서!
롤에 관련된 질문인 만큼 받아줄 요량이 있다.
이 차가 식기 전에.
내가 잠시 재미삼아 바꾼 아이디다.
사흘 만에 챌린저를 달았지만 하루가 더 지체됐다.
'근데 아이디가 리야♡쪼꼬네?'
이런 말하긴 뭣한데 아이디 진짜 개역겹다.
어떻게 저런 아이디를 달고 다니냐.
팬닉일 수도 있지만 심술이 난다.
살짝 놀려주고 싶은 기분이다.
"어제? 리야하고 땀 좀 흘렸지."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퍼토리 너무 뻔하다
-리야집 가서 머슴살이하고 온 거 아님?
-ㅇㅇ잔뜩 부려 먹혔을 듯
시청자들 은근히 날카로워졌네.
너무 많이 써먹어서 리야는 이제 안 먹힌다.
사귀지 않는다는 사실이 완전히 탄로 났다.
"학교에서 일 있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어. 미안한 일이 좀 있어서."
-좀?
-조금?
-쪼금?
"……그래, 좀 많이."
별풍선에 팔려 심각히 쓰레기짓을 했던 게 사실이다.
아니, 근데 본인이 괜찮다는데 왜 니들이 그러세요.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 격하게 한다.
아무튼 오늘은 리야와 놀 일이 없다.
놀고 싶어도 리야가 기말고사라 바쁘다.
대신 다른 여캠이랑 놀아재낄 예정이다.
-춘자?
-달래님 진짜 어여쁘시긴 하더라……
-근데 그분은 너무 예뻐서 부담감
-리야가 딱 복스러운 느낌이라 좋지ㅋㅋ
내 방 여론은 아직까지 리야에게 치중돼 있다.
아무래도 스토리도 많이 있고, 별 일도 많았고.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춘자 왜 안 오냐?"
-수금하고 있던데?
-여캠이자너~
-바쁘다고 좀 이따 한다더라
27레벨이길래 밥 좀 먹고, 일 좀 보는 사이에 30렙 찍으라고 했다.
경험치 부스터 곱빼기로 받고 경작 돌리면 금방이다.
그런데 다시 왔더니 수금하고 있네?
"안되겠다. 이 카드를 제물로 받쳐 춘자를 소환해야겠다."
알고는 있었지만 얘는 말로 해선 안되는 타입이다.
서로 구질구질한데까지 가봐야 한다.
위협하지 않으면 듣지를 않는다.
E드라이브-새 폴더(2)-나무발발이.
'아니……, 이건 내 거고.'
하마터면 방송사고 날 뻔했다.
할미새사촌 폴더에 정리해 놨다.
이 카드를 벌써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고딩 교복ㅗㅜㅑ……
-춘차 누님 일진 시절.jpg
-ㄹㅇ루 껌 좀 씹으시는 언니인데?
-여신 포스 살짝 난다
춘자의 고등학교 2학년 때 모습이다.
한창 외모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 때.
그리고 학교에서 서열 정리도 한 번 하셨을 때다.
'이기시고 한 꺼풀 더 위풍당당해지셨지.'
기센 모습이 현재의 달래와 누가 봐도 겹친다.
시청자들도 충분히 알아볼 만한 과거 사진이다.
그 다음 사진은 한껏 뽀샵까지 해버린 부류다.
-헐…… 졸예시네
-괜히 여캠하는 게 아니구나ㄷㄷ
-자연 미인이야? 성형 하나도 안 했어?
-미드 차이는 좀 있는데?ㅋㅋㅋ
미드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
고등학교 때랑 어떻게 비교해.
몰라보게 참해지셔서 나도 깜짝 놀랐다.
"이거 말고도 많아. 사진 폴더가 무슨 100메가가 넘더라."
-스토커세요……?
-100메가는 ㄹㅇ루 소름
-전자발찌 달랑달랑~
-정말 춘자 따라다녔던 스토커였던 거 아니야?
아니, 사람을 대체 어떻게 보고!
찍어 준 게 1/4고, 같이 찍은 게 1/4고, 나머지 반이 보내준 거다.
여자는 지 이쁜 거 아는 시점부터 사진을 열라게 찍어대는 생물이다.
그렇게 세 장 넘겨보기 직전에 본인이 소환됐다.
-야 이 또라이 새끼야! 남의 사진을 왜 쳐보고 있어. 고소 당해 볼래?
"아니, 이건 제 지인인 춘자 사진입니다. 춘자가 저한테 보내준 거에요. 제가 제 추억 넘겨보는데 왜 달래씨가 훼방하시죠."
-아오 씨. 롤할 테니까 그만 봐라
아무래도 춘자는 별 7개 이상의 고레벨 몬스터인가 보다.
제물을 두 장이나 바쳐야 소환이 되네.
그런데 소환된 주제에 말투가 띠껍다?
"아, 협박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푸른 눈의 백룡을 꺼낼 것 같아."
-롤 하게 해주세요. 그만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오라방……
-달래의 굴욕
-역시 전설의 레어 카드!
-대체 어떤 사진이길래 꿇는 거야ㅋㅋ
과거의 지인은 흑역사를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
무조건 본인이 알고 있는 이상이다.
원래 사람은 잊고 싶은 기억은 스스로 지운다.
당연하게도 지인은 지우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한다.
곱씹어볼수록 더더욱 살아나는 흑역사!
춘자가 부들부들 대는 건 자업자득이다.
나도 구질구질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얘랑은 항상 진흙탕 싸움이다.
'춘트코인 떡상 오지네. 이 맛에 존버를 하는 건가?'
언제 한 번 써먹을 날이 있겠지.
하나하나 소중하게 보관한 보람이 차고 넘친다.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게 달래와의 첫 번째 솔로랭크.
배치고사의 첫 번째 판이 시작한다.
* * *
여자는 게임을 못한다.
가히 차별적인 발언이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다.
실제로 못하고, 사고를 하도 많이 쳐서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정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마디로 게임을 하는 목적이 다르다.
남자가 게임하는 이유는 잘해지려고.
그러면 여자는 게임을 왜 할까?
─여자들 게임하는 목적은 친목 아니야?
순수하게 즐기고 싶어서 하는 애들이 많더라
남자친구가 하니까 따라하는 애들도 있고
그 게임이 하필 「롤」이라 문제가 생기는 거지
└롤이 진짜 만악의 근원이야
└경쟁 게임이라서 팀이 못하면 빡쳐
└버스 타고 올라오는 여자들 진짜……
└여왕벌 듀오해주는 물소가 졸빡임ㅋㅋ
사실 RPG게임 때도 비슷한 문제는 흔했다.
수면 위로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을 뿐.
속된 말로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AOS게임은 무시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같은 팀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불거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달래라는 여캠 챌린저 버스 받네!
는 남절이 버스ㅋㅋ
예고된 거긴 하지만 좀 그렇다?
배치고사부터 전투기 태워주네
└개부럽다. 나도 여자하고 싶다!
└여캠이 여캠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같은 팀이니까 도와주는 거겠지
글쓴이-애초에 뽑은 것 자체가 흠ㅋㅋ
안 그래도 의미불명의 낙하산이었다.
그런데 버스까지 태워주니 좀 그렇네?
한국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롤 커뮤니티.
잉벤이란 곳에서는 여캠 배척이 심하다.
열심히 제 실력으로 올라가는 유저들은 뭐가 되냐?
나름의 대의명분을 가지고 갓끈을 고쳐 맨다.
특히 이번 사건은 용의주도하게 관찰 중이다.
─크흠~ 타의 귀감이 될 챌린저가! 어, BJ가 말이야!
아무리 같은 팀에 속했다고 해도!
배치고사 도와주는 건 아니란 말이지……
한국 롤판이 대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쯔쯔쯧
└지당하신 글이네요^^
└요즘 애들은 스스로 해나갈 줄을 몰라!
└여캠들 버스 타는 거 너무 꼴보기 싫어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안 그래도 잇따라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남절의 행보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그런데 여캠 버스나 태워주고 앉았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일을 키운다.
그만큼 관심이 점점 지대해진다.
─하도 달래달래 하길래 한 번 봤는데
생각보다 잘하는데……?
적어도 못하지는 않던데?
까는 사람들 보고 까는 거 맞음?
└에이, 알아보고 까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인터넷이 다 그렇고 그렇지
└선조치 후보고!
└나도 봤는데 버스 탈만은 하더라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
여캠이 당연히 여캠할 줄 알았지.
오히려 홍보에 많은 도움만 줬다.
한 남녀의 케미가 또다시 E-스포츠판을 뒤흔든다.
* * *
복귀 유저는 상당히 힘들다.
나도 일단 일종의 복귀 유저.
그렇긴 해도 중간중간 할 만큼 했다.
군대에 갇혀 지낸다고 아예 두문불출하진 않는다.
이따금 외박도 하고, 휴가도 나가고.
그에 반해 달래는 아예 1년 이상 손을 뗀 입장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아득한 천상계에서 게임을 하는 거면 모를까.
배치고사는 고작해야 실버 내지 골드 티어다.
〈저 나쁜 쥐가 달래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혼내줬어요. 시청자 오빠들, 저 잘했어요?〉
-우리 달래 잘했어!
-이쁜 거시 롤도 잘 허눼^&^
-토이치 점사 날카로웠는데?
-이쯤 되면 그냥 잘하는 게 아닌지……
봇라인 원딜&서포터의 2대2 딜교환.
날카로운 원딜 점사로 1킬을 거둔다.
멈추지 않고 6레벨을 찍자마자 그어버린다.
타라랑~♬
쏘냐의 궁극기 파워센도.
넓은 범위의 광역 스턴기다.
아직 5레벨인 광우스타는 반항할 수단이 없다.
터엉!
이어진 선고가 쐐기를 박는다.
포탑에 쳐박힌 광우스타는 스턴.
두 번 더 평타를 박아넣자 마무리된다.
-가차 없는데?
-이건 좀 너무 매섭다;
-언랭이 이런 킬각을 본다고??
언랭, 솔로랭크 티어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달래는 이제 겨우 배치고사 여덟 번째 판.
재능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좀…… 한다?
채팅창에 연거푸 물음표가 올라온다.
〈나쁜 소가 달래를 자꾸 괴롭혀서 너무 화가 났었어요.〉
-그랬구나~
-화날 만하지^^
-더 혼내주자 저 나쁜 소!
'단체로 뽕이라도 쳐 마셨나?'
누가 봐도 그냥 정신병 걸린 킬각이잖아.
내가 호응 안 했으면 궁&점멸 날린 거다.
쟤는 옛날부터 지 꼴리는 대로 들어간다.
"달래야."
〈네, 오라버니~.〉
"역겹다."
〈니 면상요?〉
-딜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챌린저 상대로 딜교 이기는데?
-달래 누님 애정합니다^^
어떻게 한 마디를 안 진다.
게임 또한 한 번도 안 지고 있다.
생각보다 아주 폐급이 되진 않은 모양이다.
"근데 언제까지 서포터 할 거냐?"
〈오라버니는 달래가 어떤 포지션 하길 원해요?〉
"탑 가서 니가 좋아하는 개싸움이나 해."
〈달래는요. 그런 폭력적인 포지션 못해요~.〉
-여자한테 탑을 시키려고 하네……
-어휴, 누가 여혐 새끼 아니랄까 봐
-달래 서포터 잘하는데 트집 잡는다고?
달래는요~ 그런 폭력적인 포지션 못해요.
내가 니한테 잡아뜯긴 머리만 두 봉다리다.
살다살다 어처구니가 없기로서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안타깝게도 달린 애들은 기본적으로 다 물소다.
내가 그토록 춘자가 왕년에 껌 좀 씹었다.
말을 해줬음에도 애교 한 번에 헬렐레~.
'내 방 시청자들이 그러면 그렇지 물소 새끼들.'
이쁘면 인생 살기 편하다는 말이 거짓부렁이 아니다.
그 춘자조차 여캠이 됐을 정도니 말 다했다.
아무튼 배치고사는 수월하게 마무리된다.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121만큼 획득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시기에 의해 89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이딴 걸 시기하고 앉았네.'
여캠이랑 듀오하는 게 부러웠나 보다.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됐다.
확실히 롤판에서 여자는 치트키 같은 존재다.
같이 있기만 해도 어그로가 쭉쭉 끌린다.
방금 전 뜬 시스템창의 알림.
솔로랭크 양학 이상으로 포인트가 들어온다.
방송을 안 킨 걸 감안해도 처참한 차이다.
고작 골드 티어에서 이 정도다.
그런데 만약 까마득하게 올라간다면?
'챌린저 가느라 탈탈 털었던 잔고를 다시 채우고도 남겠지.'
다가올 롤챔스를 대비해 예비 탄환을 장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춘자의 재활을 도운다면 더더욱.
유리야와 달리 기본기는 분명 있는 녀석이다.
〈우리 혀니오빠가 달래 천사처럼 예쁘다고 천사개를~! 달래가 오빠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일단 저 역겨운 리액션부터 어떻게 하고.
#천사개- 별풍선 1004개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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