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 이 카드에 모든 것을 걸겠어! -->
한동안 소원했던 리야와의 관계.
삽질 사건 이후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올 정도다.
「선배 선배! 창밖 봤어요? 초승달이 무척 이뻐요!」
현재 시간 오전 6시 30분.
유리야가 새벽 감성에 빠져들었나 보다.
까톡으로 이상한 소리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익숙한 벨소리……, 가 아니라 잠깐 헷갈렸다.
확실하게 리야의 번호가 맞다.
억하심정을 누르고 전화를 걸고 있다.
유리야가 평소보다 맹맹한 목소리로 받는다.
〈헐, 이 꼭두새벽에 전화 거시면 어떡해요. 저 방금 일어나서 목소리 이상하단 말이에요…….〉
"그럼 까톡은 보내도 되고?"
〈네! 초승달이 무척 이뻐요!〉
생뚱맞은 동문서답이지만 얘는 원래 이렇다.
이런 부분은 진작에 내성이 들었다.
하지만 이 하나 만큼은 도저히 봐주기 힘들다.
"지금 창밖에 뜬 달이 초승달이야?"
〈선배 초승달도 몰라요? 초승달은요~ 보름달에서 한 입 크게 파먹은 모양이에요.〉
아~ 초승달 아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뜨는 시각은 해가 뜬 오전이며, 지는 시각은 해가 진 후 밤이기 때문에 보기가 진.짜.겁.나.어.렵.습.니.다.
"그런 초승달이 이 꼭두새벽에 보일 리가 없잖아."
〈뭐가요? 누가 봐도 초승달이잖아요. 이런 건 직접 보고 확인해봐야 하는 거에요. 자, 일어나서 창밖을 봐보세요. 이제 아셨죠?〉
유리야가 특유의 그 때려주고 싶은 우쭐한 말투로 어처구니 없는 억지를 부려온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한다.
분명 창밖의 달은 초승달 모양이겠지.
180도 뒤집어 놓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니가 본 건 초승달이 아니라 그믐달이란다."
〈왜요. 왜 초승달을 그믐달이라고 불러요? 초승달은 초승달인데.〉
만약 손이 닿는 거리에 있었다면 2차전을 시작했을 것이다.
유리야 엉덩이가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아니, 이 노래 생각보다 야하네.'
아무튼 엉덩이를 촥 소리나게 때리는 형벌이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촉촉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안타깝게도 전화 너머라 할 수가 없다.
리야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인다.
"맥스웰 방정식도 모르는 주제에 무선 전자 장치 사용하지 마라."
〈??〉
벙찐 유리야가 대꾸하기 전에 끊는다.
현재 시간 오전 6시 34분.
뜰 수 있는 달은 그믐달이다.
이래서 문과는 안된다는 거다.
'리야 때문에 일찍 깨버렸으니 하루의 시작을 앞당겨 볼까.'
챌린저를 달성하는데 사흘.
그리고 리야를 도와주는데 하루.
나흘 동안 오직 나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당연하게도 방송은 한 시간도 하지 않았다.
방송국 게시판은 언뜻 훑어보자.
-챌린저 찍었는데 왜 방송 안 킴?
-어차피 솔랭 돌릴 거면 방송 키고 하라고!
-남절아 10초 준다 방송 켜라…… 9초. 8초 그런 거 없다
.
.
.
방송국 게시판에 민심이 폭주하고 있다.
BJ란 직업 생각보다 많이 귀찮네.
며칠 좀 쉬었다고 별의별 소리가 다 올라왔다.
'그냥 쉰 것도 아니고 챌린저 찍고, 팀도 꾸리고 얼마나 바빴는데!'
시청자들은 오직 방송 못한 데만 초점을 둔다.
바빴던 입장에서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챌린저는 엊그제 찍긴 했지만.
'그래, 리야썰은 안 풀긴 했지.
당연히 시청자들은 모르는 이야기다.
내가 놀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근데 내가 괜히 사흘에 하루를 더 보탠 게 아니다.
'이게 다 큰 그림이야.'
시간이라는 건, 기다린다는 건 불필요한 일이 아니다.
한 여름 달콤하게 열리는 맛있는 복숭아.
기다림을 인고했기에 맛볼 수 있는 과실이지 않은가?
타닥, 탁!
이래 봬도 시간 낭비 안 하는 편이다.
키보드를 두들겨 검색해본다.
과연 납득할 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나흘 안에 해오라고 퀘스트를 줬었다.
'이년 봐라?'
엉덩이를 맞을 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
* * *
〈회장 옵빠~! 별풍선 만두 개 실화야? 달래는 오빠 위해서 매일 만두만 먹으면서 방송할 수 있을 거 같아. 감동이야 정말~.〉
흔하디 흔한 여캠의 리액션이다.
하지만 터지는 별풍선의 단위가 말해준다.
이 여캠은 결코 흔하게 널려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달래 덕에 오늘도 힐링하고 간다^^
-회장 형님 힐링에 1만 개ㄷㄷ
-여캠은 진짜 많이 받는다……
-남절이 방은 100개도 큰손인데ㅋ
파프리카TV에 산재하는 여캠들.
시청자 수는 일반 방송보다 적다.
그런데 오히려 별풍선은 많이 받는다.
이렇듯 큰손 형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쏘는 별풍선의 자릿수가 하나 내지 두 개가 다르다.
아주 간혹 세 개가 다를 때도 있을 정도로 클라스가 남다르다.
-헐, 댄스 리액션 가나요?
-달래 열일하네!
-드디어 눈호강 타임이 온 건가
그리고 여캠 본인의 리액션도 남다르다.
메이저 여캠이 괜히 메이저인 게 아니다.
증명하기라도 하듯 한 차례 폭풍이 인다.
-))
-((
-))
-((
.
.
.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가사와 리듬에 맞춰 엉덩이가 흔들어진다.
시청자들도 함께 채팅을 치며 리듬을 탄다.
채팅으로 리듬을 맞춰봤자 얼마나 맞출 수 있겠냐만은.
지금 중요한 건 리듬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아니다.
안구가 호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이저 여캠의 흔치 않은 진심 댄스 타임.
복장 또한 눈이 절로 가게 야시시하다.
푹 파인 상의는 가슴골과 쇄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숱한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도 하다.
너무나도 흥에 겨워 시청자 전원 빠져든다.
그렇게 또 한 명의 흑우가 탄생하기 직전.
〈오빠들 댄스 잘 봤어요? 업이랑 즐겨찾기는 센스인 거…… 아.〉
격한 댄스를 마치자 숨이 가쁘게 차오른다.
그조차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눈호강이다.
속된 말로 슴가가 위, 아래. 위, 위 아래~ 솟았다 내려갔다 한다.
여캠 본인도 굉장히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가 한순간에 썩창이 된다.
보기 싫은 것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아나~ 작년에 왔던 망나니 잊지도 않고 또 왔네.〉
-나한테 하는 말이냐?
〈그럼 니 말고 내가 표정 구길 일이 어디 있어. 이 뜻깊은 날에?〉
고작 한 시청자의 난입으로 방송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대체 왜?
그 대답은 이미 과반수 이상의 시청자들이 알고 있었다.
-남절이 이 새끼 진짜 안될 놈이네
-방송 안 하고 여캠 쳐보고 있냐?
-현장 검거 완료
-여기가 남절이 대기방인가요?ㅋㅋ
근래 들어 떠오르고 있는 신인BJ다.
멸망전 당시 독보적인 활약.
더불어 미칠 듯한 방송감까지 챙겼다.
하지만 최근 방송을 쉬고 있는 상태다.
쉬는 사이 그의 시청자들은 어디로?
친한 지인의 방송에 흘러가기 마련이다.
-대체 뭐가 뜻깊은 날인데. 내가 못 올 곳 왔어?
〈회장 오빠가 만두 개 쏴주셨거든? 분위기 망치지 말고 얼른 꺼-져!〉
가장 친한 유리야도 최근 방송이 뜸하다.
두 번째로 연관이 있는 BJ달래.
잠깐만 봐도 눈길을 사로잡는 여캠이다.
평균 400명 남짓하던 방송이 천 명 내외로 늘어난 이유다.
- 나도 오기 싫어. 근데 어떤 백수가 내가 준 퀘스트를 안 해놨더라?
〈어쩌라고. 나 방송 바쁘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나중에 와.〉
-아니, 방송 키고라도 찍어! 대회 참가해야 하는데 니가 언랭이잖아!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그 본인으로서도 살짝 찔린다.
그런데 원래 잘못했을수록 더 세게 나가야 된다.
〈나 그럼 참가 안 해. 딴 여캠 구해.〉
-세게 나오네. 너 나한테 그래도 되겠니?
-달래 태세 전환ㅋㅋㅋㅋ
-춤 추다가 갑자기 싸우네
-이눔들아 회장님 불편하시다!
정작 회장님은 해맑게 웃으신다
원래 여캠들은 방송이 다가 아니다.
특히 열혈들하고는 커넥션을 가진다.
개인적인 톡 등으로 이야기가 오가기 마련이다.
방송에서는 말하기 힘든 오해.
1대1 대화를 통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가 있다.
이래 봬도 철두철미한 스타일이다.
저 자식이 언제 또와서 깽판칠지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아는 만큼 대비를 해뒀다.
-어차피 여캠 못 구해서 망하는 거 방송이나 살려야지. 춘자썰 다 풀어야겠다. 오랜만에 시청자 어그로 제대로 끌겠네
〈아, 오빠 장난이지~ 왜 정색하고 그래. 안 그래도 내일 안에 찍으려고 했어.〉
그런 사적인 대화로도 차마 할 수 없는 이야기.
있는 법이고 고삐는 상대에게 넘어가 있다.
상대가 세게 나오자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하지만 이 하나 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다.
〈오빠, 자꾸 백수백수 하는데 나 진짜 바쁘거든? 열혈 오빠들이랑 분위기 좋은데 자꾸 찾아와서 방해하면 곤란하지.〉
-옳소!
-남절이 이 새끼 진짜 쓰레기라니까
-여캠 하루 수입이 얼만데 니가 챙겨줄 수 있냐?
여캠의 수입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많이 받는 곳은 많이 받고, 적게 받은 곳은 적게 받고.
그런데 그 적게가 한 달에 최소 500만원 선이다.
메이저 여캠인 달래는 일단 0이 하나 더 적힌다.
앞자리는 매달 바뀌지만 적어도 1은 아니다.
즉, 할 만한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는 소리다.
-열혈 형님들. 제가 많이 불편하시죠?
-네
-칼대답ㅋㅋㅋㅋㅋㅋ
-불편한 거까진 아닌데 조금 과한 감이 있더라고~
그 수입의 과반수를 책임지는 이들이 바로 열혈팬.
클라스가 다른 달래방 열혈들의 심기가 좋지 않다.
대놓고 싫은 기색을 내는 열혈.
재밌긴 한데 너무 과하다는 열혈.
어느 쪽이든 편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편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어째서 자신이 쓰레기인지 PR한다.
-저 춘자 옛날 사진 많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하나하나가 초울트라레어인데 딜교 허쉴?
-콜
-허허, 사회 생활 할 줄 아는 친구구먼~
〈야~! 내 사진을 왜 아직도 갖고 있어.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여캠방 열혈들은 기본적으로 사심이다.
키다리 아저씨 느낌으로 쏘는 큰손들.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심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사심이 깊은 만큼 관심 또한 깊다.
우리 춘자가 어떻게 크고 자랐는지.
마치 연예인 과거 검색하듯이 알고 싶어한다.
-남절이 생각보다 많이 싸이코네……
-이게 챌린저의 딜교각인가?
-친구면 사진 갖고 있을 수도 있긴 하지ㅋ
-대체 얼마 만큼 친구였던 걸까? 아니면 혹시!
그 심층 심리를 제대로 분석하여 스트라이크!
물론 춘자와의 과거가 살짝 궁금하긴 한다.
그래봤자 현남친이 아닌 이상 관심 밖이다.
큰손들은 대부분이 나이대가 있는 사람들이다.
전남친 가지고 찌질거리는 경우는 보통 없다.
그 의혹이 있는 남절과도 쿨하게 딜교를 받는다.
〈씨발 새끼야…… 게임 좀 안 했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돼?〉
-어련히 알아서 30레벨 찍던가. 나도 이 카드 꺼내기 싫었어
-춘자 ON!
-달래 부들부들부들부들~
-진심 빡쳤나 보다. 빡친 모습도 이뻐♡
사람이 콩깍지 씌이면 어떤 모습도 이뻐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연예인 뺨치게 이쁘기까지 하다.
물소들에게 있어 이조차도 하나의 이벤트.
각성 이벤트가 끝난 춘자는 무시무시해진다.
〈현피 뜨자. 내가 오늘 니 숨통 끊고야 만다.〉
-그렇게 세게 나와도 되겠어?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 내가 만만하니?〉
리미터 끊어졌는지 아무 말 대잔치다.
그 정도로 빡쳐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솔직하게 남절이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해도 될 만한 카드가 있었다.
-푸른 눈의 백룡급도 하나 있다. 다섯 장 모으면 게임 끝나는 것도 있어. 깝칠 테면 깝쳐봐
〈오빠~ 오라버니! 저 롤하고 싶어요. 같이 하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래 ON!
-엑조디아도 있었어??
-대체 어떤 사진이길래 공유 좀요!
여캠방 열혈들은 그렇게 큰 거 안 바란다.
남자들이 원하는 이상의 여성상이면 좋겠다.
왜냐면 진짜로 그렇고 그런 과거를 가진 여캠들이 많다.
이를 테면 술집에서 일했다던지.
아니면 더 깊은 곳까지 갔다던지.
잘 사는 사람들일수록 그런 여자가 주위에 많이 꼬인다.
순수한 여자를 보고 싶어서 오는 큰손들.
메이저 여캠들은 대부분 그렇게 성장한다.
애정하는 춘자의 옛날 사진까지 접수한다면?
사심이 더 깊어질지 언정 얕아질 일은 없는 것이다.
굉장히 역겹기는 하나 원래 남자가 다 그렇다.
사심이 있는 상대를 더 알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과연 메리트 있는 딜교환이고 챌린저 다운 이니시였다.
춘자는 부들부들 떨며 귀환각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소환자의 전장으로 강제 송환.
BJ대표팀의 구색이 드디어 갖춰진다.
#만두개- 10002개(110만원 상당)
========== 작품 후기 ==========
iKON - 사랑을 했다(LOVE SCENA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