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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가 식기 전에 -->
500만 한국 롤팬들에게 희소식.
윈터 시즌의 결승전 라인업이 정해졌다.
삼선 레드가 대항마로 떠오르며 크게 달아오른다.
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한창이다.
─삼선 레드 싸라인네~
3대빵 정도 해줘야 분위기 살지
마진 실드 정도는 압살해줘야지
이제 결승전만 기다리면 되나?
└마진 실드 물 오른 상태라 몰랐는데……
└기세 등등하자나~ 설욕할 수 있자나~
└요즘은 슼이랑 빨간 쓰레빠가 대세인가 봐
└맛밤, 마진은 한물 갔지
2013년은 롤판의 세대 교체가 되는 과도기다.
얼밤과 불밤, 마진이 지배했던 한국의 롤챔스.
SKY T1과 삼선 게임단의 상위권 랭크가 당연시됐다.
하도 둘이 맞붙으니 이제는 라이벌 관계가 돼버렸다.
두 게임단의 매치업이 흥행을 몰고 올 정도다.
그런 윈터 시즌의 결승전 사정은 그렇다 치고.
─와, 롤챔스 승강전도 개꿀잼이겠는데?
사수하는 쪽도, 올라가는 쪽도 만만치 않아
이번에 잘못하면 정말 격변 일어나겠다
또다시 세대 교체 한 번 될지도?
└왜? LML에서 누구 올라갔는데?
글쓴이-그리핀도르!
└그리핀도르 세지. 무시 못하지
└난 걔네 보다 BJ대표팀이 더 궁금함ㅋㅋ
1부 리그의 승강전.
웬만한 종목의 대회는 대부분 있다.
하지만 롤챔스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한 마디로 하늘과 땅.
1부 리그와 2부 리그는 범접할 수 없다.
이변이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소리다.
이번 만큼은 다르지 않을까?
일각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쟁쟁한 게임단들이 1부 승격을 노린다는 소문이다.
─그리핀도르는 LML에서 이미 검증이 됐지
가끔 1부팀이 강등됐을 때랑 비슷해
2부팀들 찍어 누르면서 우승해버림ㄷㄷ
뒤에 어둠이 있다는 소문이 꺼림칙하지만……
└아, 그리핀도르 어둠 코치설?
└그냥 있는 뜬소문 아닌가
글쓴이-그리핀 탑이랑 어둠이 워낙 친해서……
└이번 승강전 꿀잼일 것 같긴 해ㅋㅋ
조별 리그에서 미끄러져 승강전,
그래봣자 웬만하면 다시 올라가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분명 반쯤 철밥통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번 윈터 시즌의 승강전은 피 튀기는 전쟁을 예고한다.
2부 리그에서 올라온 게임단의 기세가 워낙 만만치가 않다.
무엇보다 BJ대표팀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고 있다.
─BJ대표팀 라인업 은근히 화려하네ㄷㄷ
일단 그 어둠을 줫발라버린 남절이
그 남절이에게 줫발려버린 인제&저라딧
대기업 여캠 와꾸 ㅆㅅㅌㅊ 춘자 누님!
└뭐지? 외모만 화려한 거임?
글쓴이-아니……, 은근히 실력도 챙겨줘
└인성제로랑 저라딧은 솔직히 준프로급이지
└춘자 누님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던데?
정말로 과연 챌린저가 맞긴 할까?
실력이 좋긴 한데 면허증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랬던 남절이 챌린저를 초고속으로 달며 인증했다.
바야흐로 솔로랭크와 롤 커뮤니티에 파급을 몰고 왔다.
명실상부 정글 캐리 메타라는 걸 증명해버린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혁혁한 살생부를 채워버렸다.
─어제 라딧이 털리는 거 개웃겼는데ㅋㅋㅋ
정글 차이 찌려서 당선되니까 정색해서 변명하고
리벤지 한다면서 또 털리고 멘탈 나가서 인제랑 싸우고
그러다가 남절이 와서 BJ대표팀 하자니까 쪼개고ㅋㅋ
└엄마랑 싸웠는데 엄마가 치킨 사옴.gif
글쓴이-딱 그 표정ㅋㅋ
└리심판 정글 레벨 차이 미쳤지 않나ㅋㅋ
└1저라딧=6렙 차이자너~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통칭 롤갤에서는 밈도 생겼다.
1저라딧=정글 6레벨 차이.
cm, kg처럼 일종의 단위다.
롤갤식 밈으로 자매품으로는 1도슈, 1어둠 등이 있다.
〈어? 우리 정글 0.5저라딧이네. 정글 차이 역겹다.〉
정글 레벨 차이가 3이라는 소리다.
보통 게임이 아무리 터져도 1저라딧까지는 가지 않는다.
6레벨 차이라는 건 탈주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위업이다.
남절과의 대결은 찬란한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고작 솔로랭크 한 판임에도 이슈가 돼버릴 만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불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남절이 정도면 롤챔스에서 먹힐 거라고 봄
솔랭은 솔랭 대회는 대회라는 말도 어느 정도지
마챌 구간 양학 수준으로 탈탈 털잖아
진짜 웬만한 프로도 그렇게 못할 걸?
문제는 팀원들인데 받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라딧, 인제…… 못하진 않는데 1부급은 애매하지
└2부 리그부터 천천히 커리어 쌓으면서 가야 됐어
└근데 진짜 프로는 해봐야 암. 남절이도 아직 몰라
└여캠 족쇄는 어떻고ㅋㅋㅋ
사실 웬만한 프로들은 솔로랭크에서 다 날고 기었다.
솔랭 1위? 그거 아마추어 때 한 번씩 돌려 먹는 거잖아.
프로에게 솔로랭크 1위는 자격증 가산점 정도의 의미다.
있으면 괜찮긴 한데 그게 결정타가 되지는 않는 수준.
정말 의외라고 할 수 있는 프로까지 1위 경력이 있다.
아마추어 랭킹 1위라는 어둠의 다크가 프로와 비교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무조건 인생이 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 풀릴 확률이 지극히 높아진다.
그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BJ대표팀 마지막 한 명 만큼은 신경 써서 뽑아야 돼
아무리 반쯤 예능이라도 실력은 보여줘야지
아무것도 못하고 허무하게 지면 진짜……
팀다크의 뒤를 잇는 갑분싸가 예고된다
└프로 리그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연하지~
└지들 돈 주고 시드권 산 건데 왜?
글쓴이-그딴 발언이 프로 의식 겁나 없는 거;
└아무튼 못하면 욕 바가지로 먹을 건 확실해
파프리카TV의 게임단 창단.
굉장히 좋은 쪽의 관심을 보내는 팬들도 많다.
그와 반대로 우려의 의사를 내비치는 팬들도 있다.
그도 그럴게 E-스포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20년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수백만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모인 결정체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세대가 바뀌었다.
당연한 줄 알고 막 대하는 인간들이 생긴다.
얼마 전 팀다크 사건이 E-스포츠 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정색을 하고 갓을 고쳐 쓰는 팬들이 생길 만도 하다.
과연 파프리카TV의 BJ대표팀의 행보가 어찌 될지.
마지막 한 명의 귀추가 주목된다.
* * *
잡초를 뽑는 건 싫어한다.
왜?
귀찮고 팔 아프니까.
전역 이후로 다시는 안 할 줄 알았다.
푹!
흙이 튀기며 묻혀있던 잡초가 같이 뽑혀진다.
겨울의 땅은 단단하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정말로 몰랐다.
땅도, 흙도 얼 수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이걸 또 할 줄도 꿈에도 몰랐는데.'
공병 시절 질리도록 했던 삽질.
또다시 삽을 쥐고 땅을 파고 있다.
물론 그때와는 한 가지 다르긴 하다.
쥐고 있는 삽이 흔히 말하는 S급이다.
군대에 있던 삽들은 대부분이 썩어 빠졌다.
S급 삽은 중대 내에 몇 개 안되는 희귀품이다.
'작업할 때 가장 템빨 많이 타는 게 삽이거든.'
F급, B급, S급.
작업 효율이 2배씩 차이난다고 보면 된다.
S급 삽으로 작업하면 진짜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이등병 시절에는 선임들 작업 왜 이렇게 잘하지?
노하우 탓도 있었지만 템빨이 생각보다 컸다.
이렇게 S급 삽으로 땅을 파면 할 만하다.
'아니, 사제 삽은 S급 중의 S급인가.'
손에 감기는 그립감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삽을 들어서 땅을 푹-! 내려찍는다.
이때 느껴지는 반동이 거의 없다.
그리고 땅에 날카롭게 박힌다.
땅도 사제라서 그런지 훨씬 무르다.
지뢰 매설 훈련을 하던 연병장과는 딴판이다.
2년 공병 생활의 노하우까지 더해지자 작업은 그럭저럭 수월하다.
"선배! 선배! 음료수 사왔어요. 드시고 하세요!"
"어, 고맙다. 근데 그 캔…… 좀 차가워 보인다?"
유리야가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하나 뽑아왔다.
잡아 들자 한기와 함께 미끈거림.
하긴 따듯한 포카리스웨트가 있을 리가 없지.
"야."
"네, 왜요?"
"왜 음료수가 차가운지 PR할 시간 10초 준다."
"선배 땀 흘리고 있잖아요. 시원한 게 좋지 않아요?
이 추운 12월 중순의 한겨울에?
뼛속까지 얼어 죽이려고 작정했니?
리야가 들고 있던 다른 하나.
따듯한 캔커피를 뺏어 든다.
"히잉……."
"너는 땅 안 파잖아. 아무거나 마셔."
얼마 전 리야한테 몹쓸 짓을 저질렀다.
그 속죄를 겸해서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유리야가 가꾸는 대학교 화단의 땅파기다.
"선배 왜 이렇게 잘해요? 동아리 애들이랑 하다가 땅이 너무 딱딱해서 포기했었어요."
"나 정도면 거의 전문가야. 믿으라고 했잖아."
사과를 하고 싶어 전화를 거니 계속 바쁘단다.
뭐가 그리 바쁘냐고, 화난 거면 그냥 화났다고 해라.
말을 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밝혔다.
군대 간 사이에 추가된 한국대 8대 불가사의.
캠퍼스 부지에 요상한 식물이 자꾸자꾸 늘어난다!
누가 관리하는지는 몰라도 조경이 썩 괜찮았던 화단의 정체가 바로 리야였다.
'하긴 아무리 한국대 학생들이 많아도 이런 짓을 할 인간은 몇 없지.'
유리야네 동아리에서 저질렀다고 실토해왔다.
그 자체는 충분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다.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쁜 이유가 그 관리 작업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거 도와주겠다.
작업 끝나면 안 바쁠 테니 이야기 좀 하자.
한국 대학교에서 삽질을 하게 된 속사정이다.
"선배가 도와준 덕분에 살았어요. 흙 사와서 뿌릴 필요도 없어졌어요."
"흙을…… 사?"
"네. 영양 많은, 나무들이 맛있어하는 흙이요!"
대한민국 육군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뭐? 흙포대가 모자르다고?
그럼~ 가서 채워!
바로 1소대부터 3소대까지 출동해서 땅 파러 간다.
빈 포대에 흙 채워서 트럭에 차곡차곡 싣는다.
군대에 있을 때는 일상다반사 같은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일반인들에게는 아니다.
물을 사마시는 것처럼 흙도 산다.
땅 파는 게 어려워 그러려고 했다고 한다.
푹!
겨울철 땅은 단단해서 각도와 힘 조절을 못하면 파기 힘들다.
유리야네 동아리 애들이 포기한 것도 그럴 만하다.
공병 출신인 나에게는 어려울 것도 없는 작업이다.
"이렇게 흙도 덮어주고, 옷도 입혀주면 애들도 겨울 잘 날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얼어 죽어도 되니까 포카리스웨트 사온 거고?"
"아뇨, 아뇨, 아뇨, 아뇨."
나무에 보온재로 만든 옷 입혀주기.
힘든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리야가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목장갑을 끼고 열심히 입히고 있다.
그리고 나는 땅을 판 흙을 나무 주위에 얹어준다.
똑같은 보온의 목적으로 겨울철 나무를 위한 헌상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
그런 말을 들어봤어도 나무 팔자가 상팔자는 또 처음이네.
"마신다."
"헉! 차가워서 안 마신다면서요……."
"둘 다 마실 거야."
땅을 열심히 파다 보니 목이 마르다.
캔커피로는 갈증이 달래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리야의 포카리스웨트를 뺏어 마셨다.
"왜? 아깝냐?"
"아뇨. 그건 아닌데요. 제가 입대고 마시던 거에요."
부담스럽게시리 눈을 꿈뻑꿈뻑 뜨며 쳐다본다.
무슨 초딩도 아니고.
간접 키스 타령할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다.
"너도 캔커피 마셔 그럼."
"저, 저는 괜찮아요. 빨리 옷 입히고 작업 끝내요."
누가 봐도 당황해서 허겁지겁 나무 옷을 입힌다.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유리야와 같은 반이었을 남자애들.
개꿀잼으로 놀았을 게 분명하다.
'원래 초등학생 때는 여자애들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옛날 생각이 조금 나려고 한다.
아무튼 작업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끝났다.
주위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시선이 살짝 거슬리긴 했다.
대체 이 추운 겨울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도 대답하기가 민망한 질문이다.
이런 일을 나서서 하고 있는 것 보면 리야도 참 대단한 아이다.
리야가 속한 학과가 지향하는 대로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작업 끝났는데 그럼 이제 안 바쁜 거지?"
"저 요즘 시험 기간이라 매일매일 바빠요. 방송도 자주 못하고 있어요. 진짜에요."
"아, 그렇네."
12월의 중순.
대학생들의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다.
춘자도 있으니 이번에는 순순히 놔줘야겠다.
'인제, 라딧…… 그리고 한 명 더. 이미 구했으니까.'
내심 걸렸던 리야의 화도 많이 풀려있었다.
당장의 큰 고민거리들은 전부 덜은 셈이다.
다가올 대회 참가에 집중할 일만 남았다.
"가자 그럼. 오빠가 밥 사줄게."
"헐, 제가 사도 돼요. 선배 고생했잖아요."
"사준다고 했잖아."
조금 힘을 쓰긴 했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이전에 약속했던 대로 밥도 사주면서 마무리한다.
유리야의 평소 일상을 엿봤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사제- 사회 제품
========== 작품 후기 ==========
109화에도 추가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 여기에도 씁니다.
시그니처 풍은 해당 BJ의 특징을 따온 별풍선입니다
리심을 잘하는 저라딧은 29개가 시그니처 풍이었죠(이~쿠우! -〉 이쿠 -〉 29개)
다만 베스트BJ 이상이 조건이라 주인공은 못합니다
이후에 23개 예정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