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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가 식기 전에 -->
당연한 말이지만 솔로랭크의 목적은 한둘이 아니다.
BJ대표팀의 멤버를 구하기 위함.
그리고 챌린저 티어라는 명함.
'겸사겸사 챔피언 폭도 넓히고.'
어차피 양학에 지나지 않은 구간이다.
연습 겸해서 솔로랭크를 돌리고 있다.
물론 연습이라고는 해도 이미 완숙하다.
'3레벨 찍고 갱갱갱이지.'
거미여왕은 딱 저 세 단어로 축약된다.
처음 잡아보는 챔피언이지만 상관없다.
시스템의 보정 덕에 그럭저럭 입감이 온다.
리심, 이블퀸 등과 달리 1,2레벨 구간이 약하다.
그래서 극초반부터 깽판을 치기는 힘들다.
대신 3레벨부터 본격적인 충공깽이 가능!
하지만 상대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어떻게 말려야 하는지 꿰고 있다는 소리다.
챌린저의 초반 싸움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찰싹!
강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악착같이 달려든다.
역버프 블루를 먹고 있던 와중 덮쳐졌다.
탑&정글의 1레벨 카정.
또도 박사가 식칼을 던지며 위협한다.
그에 반해 아군 탑라이너는 무력하다.
1레벨에는 거의 도롱뇽 수준인 티바나다.
그리고 나도 챔피언 특성상 싸움이 안된다.
쿠웅!
결국 이쪽에서 걸 수 있는 승부수는 강타 싸움 뿐.
그리고 이는 상대에게 오히려 유리한 선택지다.
리심의 QQ강타는 순간적인 폭딜이 가능하기에.
'근데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
나는 골렘 뒤에 숨어있지만 티바나는 아니다.
먼저 점사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
리심은 음파를 의도적으로 아끼고 있다.
블루 골렘의 체력이 600 아래로 떨어진 순간.
코앞에서 바로 음파를 날리는 모션이 인다.
칼같이 점멸을 사용해 몸으로 대신 받는다.
터억!
강타 딜계산이 꼬여버린 상대.
그에 반해 나는 확실하게 보고 있었다.
선 2레벨을 찍고 실뭉치를 배워 날린다.
뺏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지 반응이 늦다.
실뭉치에 맞은 리심은 1.5초간 기절.
티바나와 협공을 해서 때린다.
물론 하나도 강력하지 않다.
둘 다 초반에 딜이 나오는 챔피언이 아니다.
하지만 흐름이 넘어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허겁지겁 벽을 넘어 도망가는 리심을 추격한다.
바로 거미줄을 타서 공중에서 덮친다.
마무리하며 가볍게 선취점.
'티바나가 점멸이 빠지긴 하겠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은 감안하면 이득이다.
보다 앞에 있는 것을 본다면 더더욱.
그대로 달려 적 레드 도마뱀을 강탈한다.
'내가 지금까지 저라딧의 행동 패턴을 봤는데…….'
각 유저마다 개인적인 성향이라는 게 있다.
보다 중요시하는 것, 그리고 판단의 방향.
저라딧은 손해보는 걸 무지하게 싫어한다.
성향에서 미루어봤을 때 도출되는 정답은.
이쿠, 이쿠!
아니나 다를까 아군 레드에 기어 들어왔다.
먹고서 자신의 블루까지 먹으면 2버프.
초반 죽음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내가 다가가도 우직하게 레드를 친다.
먹고서 방호로 빠져나갈 속셈이다.
안타깝지만 2레벨 강타가 더 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리심 입장에선 배수진을 친 판단이다.
당연히 그만큼 리스크도 짊어져야 한다.
서리하다 주인한테 딱 걸렸으니 본전도 못 찾는다.
'그리고 4버프 컨트롤까지 당하게 되지.'
적 블루 버프를 강탈하고 그 지역 정글몹도 싹 털어먹는다.
상대팀은 백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자기네 정글이 1레벨이니까!
리스크 있는 판단이라는 건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이렇듯 실패하면 세상에서 제일 처량해진다.
아무튼 이로써 리심은 인생이 망했다.
'지금쯤 쌍둥이 골렘을 먹고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가는 것도 재밌겠지만 강타가 없다.
그리고 동선 낭비도 너무 심하게 든다.
이대로 봇 다이브를 치는 게 현명하다.
퍼엉!
풀어놓은 폭탄 거미가 적 핑크스를 문다.
라인을 밀어놓고 시행하는 강제 다이브.
상대의 체력이 건재해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거미여왕은 다이브에 특화돼있다.
어그로 핑퐁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대신 한 가지 전제가 깔리기는 한다.
터억!
실뭉치를 맞혀야 킬연결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내 논타겟은 어지간하면 맞는다.
따라서 핑크스는 죽었다는 삼단논법이다.
취익!
콰흑!
독침을 쏘고 거미폼으로 변해 덮친다.
핑크스가 빼도 박도 못하게 사망하고 만다.
웬만하면 여기서 더 욕심을 안 내는 게 맞겠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차식님이 학살 중입니다!
챔피언도, 하는 사람도 웬만하지가 않다.
거미여왕은 다이브 능력은 사기적이다.
이를 완벽하게 다뤄낼 피지컬도 있다.
한계에 가까운 어그로 핑퐁을 성공시킨다.
서포터인 한나까지 잡으며 더블 킬!
은 아니고 킬은 원딜러가 먹었다.
'킬 하나쯤은 양보하는 편이야. 대각선의 법칙이 일어날 일도 없을 테고.'
아직 3레벨도 못 찍었을 리심이 갱을 어떻게 가.
적 정글의 인생을 종치게 하고 봇까지 터트렸다.
이렇게 되면 게임 풀이가 대단히 간단해진다.
찰칵!
오로지 갱킹에 특화된 기동력의 신발.
갱갱갱 이 세 글자로 설명되는 챔피언이다.
극한으로 조여짜는 거미여왕의 공포를 선사한다.
* * *
이쿠, 이쿠!
망한 정글러의 인생 만큼 처량한 게 없다.
어느 라인을 돌아다녀도 눈치가 보인다.
역갱을 쳐줘도 역갱을 쳐준 거 같지 않다.
-그의 잔반 처리
-그의 4렙 차.
-그의 늦은 역갱
〈아니, 이건 하…… 또도 박사가 무빙으로 실뭉치 피했으면 살 수 있는 거였잖아.〉
하지만 맞았고 그로 인해 죽었다.
역갱으로 어떻게 비빌 각도 안 나왔다.
결국 포기하고 밀려오는 미니언이라도 받아먹는 처지.
안타깝게도 상대는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취익!
퍼엉!
독침이 쏘아지며 폭탄 거미가 풀린다.
돌아갔으리라 생각했던 거미여왕.
어느새 뒤를 잡혀 협공을 당한다.
앞으로 가기엔 티바나가 걸린다.
터억!
살 수 있는 방안은 와드 방호 뿐.
장신구 와드 하나에 희망을 건다.
그조차 예상했다는 듯 스트라이크!
실뭉치가 깔끔하게 들어가며 물어뜯긴다.
어그로 핑퐁이랄 것도 없이 그냥 죽는다.
성장 격차가 하늘과 땅이기 때문이다.
-그의 저빙 실패
-여긴 무빙도 저빙임?ㅋㅋ
-저하다 추라딧……
또도 박사와 똑같이 실뭉치를 맞고 사망.
물론 엄밀히 따지면 상황이 좀 다르다.
몸이 약해서 티바나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같은 게 사실이다.
적어도 시청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전 세트에 이어 아주 탈탈탈.
게임 시간이 10분이 넘었음에도 4레벨이다.
그에 반해 상대 거미여왕은 무려 8레벨.
킬은 킬대로 쓸고 정글은 정글대로 털었다.
이쿠, 이쿠!
불리한 상황이지만 역전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솔직하게 솔랭이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어깨에 걸린 무거운 것을 차마 내려놓을 수 없다.
터억!
어려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처량하게 늑대를 먹던 저라딧은 딱 걸렸다.
반대편 정글에 있던 거미여왕이 어느새 쫓아왔다.
〈아…….〉
-그의 한숨
-그의 고뇌
-카정 스토커 수준이네ㄷㄷ
-혹시 방플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꾸역꾸역 찾아온다.
미세한 공기 방울도 흡입하지 못하도록 담궈버린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멘탈이 믹서기에 갈리는 기분이다.
고개를 푹 숙인 저라딧.
흑색 화면은 시간이 지나 컬러로 돌아왔다.
하지만 갈려버린 멘탈에 의한 뇌정지는 풀리지 않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저라딧이 행동을 망설이는 사이에도 게임은 실시간이다.
아군이 무참하게 학살 당한다.
희망인 인성제로도 봇라인이 터져버리니 답이 없다.
받아들이던, 받아들이지 못하던 남은 방법은 하나 뿐이다.
게임 시간 고작 11분.
미드 오픈이라는 굴욕적인 항복을 감내해야 했다.
고속도로가 나며 쌍둥이 포탑과 넥서스가 철거된다.
〈라딧씨.〉
〈예.〉
〈내가 정글 2, 3렙 차이까진 이해하는데~ 5렙 차이는 좀…….〉
〈그건 터지고 나서잖아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안되죠.〉
〈속보가 있어요 6렙이래요 솔직히 이제 인정하고 편해집시다 네?〉
-인제 팩폭ㅋㅋㅋㅋㅋ
-인제야말로 피해자지
-그의 정글 차이!
-그의 정글 6렙 차!
충격적인 7연패.
시그니처 풍 이쿠개가 문제가 아니다.
챌린저 정글러로서 자존심이 심각히 상한다.
설사 알아도, 억지를 부리고 싶은 게 남자라는 생물이다.
〈아니, 제 이야기를 들어봐요. 저 리심이에요. 상대 거미여왕이에요. 서로 무난하게 3레벨 찍으면 난 안 좋아요. 그죠?〉
그래서 또도 박사와 함께 1레벨 카정을 갔다.
거미여왕을 말리게 만들기 위함이다.
거기서 교전이 좀 안 좋게 풀렸다.
〈또도 박사가 진작에 거미여왕 점사했으면 잡았어요. 근데 안 때리잖아요. 이게 제 잘못이에요?〉
〈그럼 라딧씨가 잘못한 건 대체 어디 있는 건데요?〉
〈저는 1렙 강타 싸움 진 거밖에 없어요.〉
한 마디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추하기는 하지만 변명거리는 된다.
처음이었다면 들어줬을지도 모른다.
비정할지 모르나 이미 다짐을 받았다.
인성제로도 슬슬 화딱지가 나기 시작한다.
〈그게 제일 컸다고는 생각 안 하죠?〉
〈그거 반반 싸움이잖아요 강타 가지고 뭐라 할 거에요? 그거 컸죠. 근데 반반 싸움인데 어떡하라고.〉
〈그럼 라딧씨가 카정 성공하는 것도 반반 싸움 로또네요?〉
〈저는 확실한 싸움만 가요.〉
-그의 억지
-그의 추함
-슬슬 역겨움이 도가 넘는다 라딧아……
-개찢긴 거 보고 저튜브 구독 바로 취소했습니다 행님
하나하나 다 변명이 있다.
자신이 적 레드 카정 가서 죽은 것.
미드가 진작에 와서 리쉬해줬으면 잡았다.
이후로 터진 것은 절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처음에 줄 거 주고 포기하고 파밍했으면 최소한 터지는 지경까진 안 오지 않았나…….〉
〈아니, 그러면 거미여왕이 계속 들어와서 카정치잖아요. 그럼 난 또 털리는 거 보고만 있어야 돼요. 그죠?〉
〈그죠고 뭐고 반반 가라고! 왜 말귀를 못 알아 먹어!〉
〈아, 진짜 답답해. 와~ 이해를 못해!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게임을 했다고?〉
도저히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었는지.
이미 되풀어볼 단계는 지나버렸다.
억지와 자존심 싸움으로 점철된다.
서로 언성만 높이며 해결의 기미는 도저히 보이지 않고 있던 그때.
〈거 챌린저들 피드백 주고받는 와중에 미안한데 마딱이가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사건의 당사자가 나타났다.
* * *
BJ대표팀 선발의 평가를 겸한 선의의 저격이다.
그 결과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7렙 차이까지 낼 수 있었는데…….'
그게 왜 되냐면 리심이 아무것도 못 먹고 두 번 죽었다.
거기서 정글 두 캠프를 먹으면 2.5레벨.
내가 적 블루 지역을 가서 털어버리면 평생 2레벨이다.
'그런데 완전히 악으로 깡으로 아군 두꺼비를 잡고 갔지.'
내가 봇라인 다이브를 치는 사이에 말이다.
동선을 생각해보면 1레벨에 잡았다.
부활하자마자 뛰어갔다는 소리다.
게임이 끝나고 방송에 들어가니 변명 예찬 중이다.
나름대로 하나하나 열띠게 주석을 달고 있다.
생각 이상으로 창의적인 추한 놈이었다.
"다른 건 아니고 제가 BJ대표팀 꾸리는 거 아시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형님. 저는 부르면 무조건 갑니다.〉
〈…….〉
이전에 멸망전을 같이 했지 않은가.
인성제로와는 어느 정도 커넥션이 있다.
보이스 채팅도 친구 상태라 바로 난입했다.
그런 적극적인 인성제로와 달리 다른 한 명.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차마 할 말이 없다는 표현이 옳겠다.
"라딧님, 저 원망스러워요?"
〈아니요. 제가 못해서 졌어요. 그 말 들으려고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됩니까. BJ대표팀 같이 하자고요."
〈저 같이 못하는 새끼랑 팀을 왜 해요 진짜…….〉
-그의 방긋
-그의 태세 전환
-라딧이 정색하다 쪼개는 거 웃기네ㅋㅋ
저라딧의 방송 채팅창도 보고 있다.
당연히 캠 화면도 같이 보인다.
싫은 눈치는 아닌 듯하다.
문제가 되는 건 체면.
"지난 멸망전 때 꿀통통 그 그지똥싸개랑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힘들었죠! 알아주시면 저도 말하기 편하죠.〉
"방송도 못 살리고, 대회도 망하고. 저랑 했으면 어느 쪽이든 더 살지 않았을까요?"
〈맞습니다. 잘 알아보고 오셨습니다. 제가 최근에 폼이 좀 추락했을 뿐이지 아직 챌린저 750점이에요. 감 살아있습니다.〉
-최근에 육식 정글로 폼 올랐다며?
-저하다 추라딧
-꿀통통 그지똥싸개ㅋㅋㅋㅋ
-확인 사살을 해버리네……
쓸만한 충견 둘을 영입했다.
#충공깽-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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