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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가 식기 전에 -->
방송만 키면 신경 쓸 게 많은 처지다.
켕기는 게 워낙 많아서 변명은 않겠다.
하지만 빨리 티어를 올려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올라가긴 하는데 그것도 큐가 잡힐 때의 얘기지.'
마스터 구간이 조금 짜증나는 게…… 사람이 별로 없다.
큐를 연속으로 돌리면 같은 사람들 계속 만난다.
저격을 당하기 쉽다는 소리다.
'닷지도 빈번하고.'
챔피언 저격이야 그러려니 하겠다.
내가 챔피언 폭으로 골머리 썩는 편도 아니니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닷지.
상대팀에 내가 있다.
지금 이차식이 큐를 돌린다.
지들끼리 가위바위보 해서 닷지한다.
BJ명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이차식으로 통하고 있다.
'근데 그게 사실 맞는 대처야.'
태초의 인간은 불이 무서워 만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된 인간.
그게 나랑 같은 팀이 된 인간들이다.
아직도 불이 무서운지 모르는 인간은 바로 닷지 안 한 상대팀이다.
이쿠, 이쿠!
적팀의 정글러 리심이 레드를 친다.
전형적인 블루-늑대-레드 정글 루트.
틀린 건 아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수풀로 당긴다고 안 보이는 게 아닌데.'
시즌4에 추가된 장신구 와드.
그로 인해 리심의 티어가 올라갔다.
와드 방호 테크닉을 초반부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도 생각이 가능하다.
초반 와드가 있는 탓에 방심을 하고 만다.
세상에는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쿠! 확!
패시브가 은신 상태인 이블퀸.
소위 말하는 카정을 야무지게 친다.
리심을 급습하여 레드 버프를 강탈한다.
츄륵!
평타와 함께 Q스킬 가시세례가 쏘아진다.
리심은 벽으로 두 걸음 내딛으며 점멸.
강타 싸움을 진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벽을 넘으면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백업에 역으로 당한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이미 걸어 놨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드의 도트 데미지와 점화.
생각지도 못한 폭딜에 픽 죽어버린다.
영약 스타트를 한 2렙 이블퀸의 누킹이다.
'강타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점멸각을 보고 있지 그랬어.'
점화와 영약 스타트는 리스크가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솔로랭크, 그리고 양학.
이렇듯 선취점을 가져가면 리턴으로 되돌아온다.
'아예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정글 차이는 극한으로 굴려줘야 제맛이다.
상대의 동선을 추적해 내내 따라다닌다.
레벨링을 도저히 할 수 없도록 말이다.
다음에 마주칠 지역은 쌍둥이 골렘.
예측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늑대는 아직 젠이 안됐고, 레드 도마뱀 잔반도 처리해야 한다.
이쿠, 이쿠!
리심이 음파를 박고 쌍둥이 골렘을 잡는다.
일단 3렙부터 찍을 생각인가 보다.
굉장히 안정적인 선택이며 옳은 판단이다.
만에 하나 나를 다시 마주쳐도 도망갈 수 있다.
장신구 와드 방호로 역설계도 꾀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3레벨을 찍었을 때 말이다.
쿠! 확!
집에 가지 않고 대기를 타고 있었다.
강타로 큰 골렘을 뺏어 먹는다.
그로 인해 리심은 2레벨.
아직 방호를 배우지 못한 처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벨 차이까지 나자 손쉽게 찢어진다.
영약은 아직도 2분 가량 더 유지된다.
한 번 더 이득을 볼 사이즈가 나온다.
'귀환해서 바로 블루 달려서는 늦을 테니.'
집을 가지 않고 한 바퀴 빙 돈다.
항시 은신이 가능한 패시브.
미드 라인을 지나쳐 적 블루로 향한다.
슬슬 상대 늑대가 젠이 됐을 타이밍이다.
이쿠, 이쿠!
안 그래도 말린 상황에서 한 번 다시 태어난 늑대다.
챔피언과 마찬가지로 늑대도 레벨업을 한다.
두 번 죽은 리심이 힘겨운 사투를 펼친다.
처지가 딱하지만 봐주는 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차식님이 학살 중입니다!
이로써 나는 4레벨, 리심은 2레벨.
상대 봇듀오의 백업이 없음을 확인하고 두꺼비까지 먹는다.
그러자 깔끔하게 5레벨이 달성된다.
'상대 블루 지역은 이제 공백기고 레드밖에 갈 데가 없구만.'
미친 척하고 아군 정글로 오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은 당연히 글자 그대로 미친 짓이다.
그런데 상대는 생각보다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이쿠, 이쿠!
어차피 귀환을 탄 이상 적 레드 지역은 못 건든다.
유유히 아군 정글을 한 캠프 돌려고 했다.
리심이 떡하니 아군 유령을 카정 치고 있더라?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차식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상대팀은 갑분싸가 온다.
혹시 리심 고의 트롤 아니야?
그렇지 않다.
리심으로서는 나름 최선의 판단이었다.
'최선이라기 보다는 리스크 있는 도박이란 표현이 맞지.'
아군 정글을 한 차례 털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카정을 불발로 돌린다.
성공만 하면 답이 없던 정글 격차가 다소 좁혀진다.
실패를 했으니 이제 게임은 아예 물 건너갔다.
상대 입장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버겁다.
불쌍해서 한 번 봐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군 탤런이 글쎄~.
써컹!
적 유령 지역에 와드를 하나 박아 놨다.
리심이 치자마자 점멸로 넘어간다.
목베기로 접근하더니 점화까지.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이고, 요즘 애들은 정이 없단 말이야 정이.'
걔 잡아봤자 이제 골드도 별로 안 줄 텐데.
벼룩의 간을 빼먹는 수준으로 너무했다.
게임은 불과 6분이 되지 않아 끝났다.
* * *
이따금 있는 일이다.
여기가 정말 스파게티 맛집이야?
막상 먹어보니 스파게티보다 피자가 더 맛있더라.
음식의 맛은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하지만 배달 온 짜장면이 더 맛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은 전설적입니다……!
마치 미니언 웨이브가 클리어 되듯 허수아비처럼 쓰러진다.
갑툭튀한 적 이블퀸에게 무참히 썰린다.
이제는 더 이상 한숨조차 안 나온다.
-그의 트롤
-그의 개망신
-그의 6렙차
게임이 어찌나 터졌는지 정글 레벨 차가 6이나 벌어졌다.
웬만큼 미드를 박아도 나기가 힘든 수준의 격차다.
게임의 내용을 알아야만 이해가 가능.
당연하게도 모든 시청자가 알지는 못한다.
뒤늦게 들어온 시청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숨도 쉬지 못하고 털렸다는 자취만이 보인다.
[전체]부시안(0/2/0)-미드 밀고 리심 리폿 좀요
[전체]파이어뱃(1/3/0)-어뷰 산 새끼 누구냐?
[전체]랄라(0/1/0)-어뷰가 아니라 그냥 실력임ㅋ 꼴에 BJ던데
팀원들의 한탄이 쏟아져도 대꾸할 수 없는 처지다.
저라딧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마를 쥔다.
넥서스가 밀리고 진짜 게임이 끝난 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아니, 마딱이 개새끼들 왜 이렇게 하는 거야……. 난 억울해. 피해자야. 게임 어디서 터졌는지 보여줘요?〉
-부검 들어가나요?
-그의 피해자 선언!
-함 들어보자 라딧아ㅋㅋㅋ
오늘 처음 온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이게 대체 변명이 가능한 부분인가?
하지만 기존 시청자들에게는 다반사.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기대까지 했을 정도다.
〈여기 핑 보이지? 내가 1레벨에 미드한테 와드 박아달라고 했어. 근데 코리아나가 안 박지. 이게 챌린저랑 마딱이의 차이야.〉
이블퀸의 2렙 카정은 악명이 높다.
그만큼 대처법도 연구가 돼있다.
적 두 번째 버프에 와드 하나.
정글러가 박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박다가 점멸 빠지면 큰일난다.
그래서 보통 미드나 탑이 박아준다.
〈챌린저였으면 무조건 박아줬어. 인정해, 안 해? 안 해?! 안 하면 나 방송 안 해.〉
-애냐?
-방장 유치해서 재밌네ㅋㅋㅋ
-챌린저가 개찡찡대
이래 봬도 챌린저 정글러다.
한 판 좀 쌌다고 명성이 어디 가진 않는다.
운전면허가 자잘한 사고 한두 번으로 취소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변명을 들어보면 나름 이해가 간다.
정글을 배우러 온 만큼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
이블퀸의 2렙 카정을 당해본 사람들은 공감한다.
-근데 적 카정 가서 죽은 건?
-그건 솔직히 추했다……
-더 안 죽었으면 게임 길게 볼 만했잖아. 인정해, 안 해?
〈안 해, 이 개새끼들아…… 아니 그건 할 만한 도박이었어.〉
본인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가 나온다.
하지만 정말 저라딧 입장에서는 머리를 굴린 한 수였다.
상대가 카정에 미쳤으니 또다시 아군 정글로 기어오겠지.
안 기어온 바람에 그대로 죽고 게임이 터졌다.
〈내가 강의때 말했잖아. 이블퀸, 리심, 거미여왕 이 세 개가 제일 좋다고. 이블퀸이 1티어 중의 1티어야.〉
시즌4로 넘어오며 은신 챔피언들의 티어가 올랐다.
그로 인해 이블퀸이 더욱 매서워졌다.
엄밀하게 따지면 리심보다 윗줄이다.
패인은 분명 여러가지 있었다.
그중에서도 컸던 거 팀원들의 호응.
그리고 방금 언급한 정글 챔피언의 티어 격차다.
〈리심이 눈이 안 보이는데 안 보이는 이블퀸은 카운터잖아. 이거 인정해줘. 인정해주면 내가 캐리해서 보답할게.〉
-진짜 불쌍해서 인정해준다
-추라딧 저하다
-그의 비굴함
-자기도 어이가 없는지 웃네ㅋㅋㅋ
아예 속수무책 제대로 게임도 못하고 끝났다.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겠지만 그 본인은 오죽할까.
당연히 설욕을 하고 싶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싶다.
마스터 티어는 별 일이 없으면 이전 큐 사람들을 연속해서 만난다.
인원이 적어서 같은 시간에 큐를 돌리는 사람이 몇 없기 때문이다.
높은 확률로 설욕의 기회가 다가온다.
〈오케이, 저블퀸 잡았어! 저블퀸 필승 카드야. 보여줄게요 형님들. 믿는 만큼 보답하는 라딧이잖아.〉
생방송은 하이라이트만 뽑는 유튜브가 아니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종종 추해질 때가 있다.
내 광우스타는 문제가 없다!
부르짖는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처럼 말이다.
못했다면 다음 판에 잘하면 그만이다.
저라딧이 보여주려는 것은 그것이다.
그런데 과연 뜻대로 될지.
리벤치 매치는 일단 뜻대로 열렸다.
* * *
안 그래도 고민이 좀 많았다.
이차식, 이 차가 식기 전에.
닉네임대로 빨리 돌아오겠다.
챌린저 그까이거 가뿐하게 찍겠다.
'근데 큐가 너무 안 잡혔었어.'
엄밀히 말하면 큐는 잡히는데 닷지가 너무 난다.
한 게임 하는 시간이 배로 들고, 배로 힘겨워진다.
닷지가 많이 나면 높은 확률로 게임이 막장이 된다.
솔로랭크 불변의 법칙.
그 법칙 때문에 올라가는 과정이 더욱 지체됐다.
때마침 점수를 쪽쪽 빨 만한 제물이 배송돼서 다행이다.
츄륵!
츄륵!
늑대를 먹고 있는 적 이블퀸.
쿨타임이 짧은 가시세례로 여유롭게 정글링을 돈다.
움직이는 방향이 정글링 후 탑을 향하리란 걸 암시한다.
'도착할 일은 평생 없겠지만.'
쏘아진 음파가 정확하게 이블퀸을 향한다.
가로막고 있는 늑대는 강타로 뺏는다.
사전에 깔아둔 와드로 보고 있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차식님이 학살 중입니다!
정글링을 돌다가 체력이 빠진 상태다.
음파를 맞은 시점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전 세트 정도는 아니어도 게임이 반쯤 터졌다.
'이게 얘가 못해서 당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잘하기 때문에 당한다.
정글 동선을 합리적으로 짤 줄 안다.
그러면서 얘기치 못한 한 수도 먹일 줄 안다.
그 모든 것이 다 나한테 읽혀서 문제지.
'아직은 좀 더 봐봐야 알 듯한데…….'
적어도 아직 탈락은 아니다.
조금 더 평가를 해볼 여지가 있다.
물론 그 전에 일단 필요한 건 뜯어내고.
이~쿠우!
이블퀸을 잡고 6레벨.
적 탑라인 1차 포탑을 와드 방호로 넘는다.
미니언을 먹던 티바나를 궁극기로 냅다 까버린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티바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갱킹이다.
아니, 리심이 왜 뒤에서 튀어나와?
정글 차이가 극에 달하면 그럴 때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0점만 뜯어내면 좋겠다.'
마스터 티어 이상에는 그 아래 티어에선 볼 수 없는 문화가 존재한다.
특정 상대에게 게임을 이기면 점수를 빨았다고 표현한다.
인원이 별로 없어 등수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애들이 점수 안 빨리려고 도망만 갔다.
닷지가 하도 많이 돼서 게임을 하기 힘들었다.
점수를 아낌 없이 나눠주는 자선 사업가가 오셨다.
자진해서 덤벼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챌린저로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졌다.
BJ대표팀 선발 평가에 가산점을 넣어줄 요량이 조금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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