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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가 식기 전에 -->
리심이란 챔피언은 간단하다.
음파를 맞히면 이긴다.
못 맞히면 진다.
그런데 후반 가면 맞혀도 진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오는 거지.'
해결법은 간단하다.
음파를 맞혔을 때 무조건 이기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하아!
쏘아진 음파가 적팀의 원딜러 이즈레알에게 맞았다.
보통 맞으면 눈치 싸움을 한다.
비전을 빨리 뺄지, 늦게 뺄지.
너무 빨리 빼면 판정이 쫓아간다.
가장 이상적인 건 붙은 직후.
거리를 벌리며 카이팅이다.
결과적으로 이즈레알은 해냈다.
낮은 티어도 아닌 다이아 1티어.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듯 태연하다.
이~쿠우!
근데 높은 티어든 낮은 티어든 한 방이다.
죽창 리심에게 자비는 없다.
와드 방호로 따라가 궁둥이를 냅다 깐다.
오로지 공템만 둘둘 두른 리심.
내 사전에 방생이란 단어는 안 적혀있다.
음파를 맞은 시점에서 넌 이미 죽어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설의 출현!
극딜 리심의 위엄이다.
그중에서도 좀 심각한 부류다.
하지만 흥했을 때의 캐리력은 1류.
현재 공격력이 500에 넘어선 상태다.
'피를 마시는 칼을 두 자루쯤 올리면 이렇게 돼.'
공격력을 최대 100까지 올려주는 아이템이다.
나에게 있어 리심은 극AD누커다.
리심은 생각 이상으로 AD계수가 엄청나다.
그럼에도 롤챔스에서는 방템만 둘둘 두른다.
유통기한이 있어 고기 방패라도 하기 위함.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전혀 달라진다.
─아군이 미드 억제 포탑을 지목!
원딜러를 끊고 4대5의 상황.
하지만 다이브를 하기 녹록지 않다.
탱커가 아닌 극딜 리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 탱템만 두르는 이유가 있어.'
이럴 때 음파 타고 들어가서 맞아주기만 해도 든든하다.
힌두인이랑 땅치기를 동시에 퍼엉-!
슬로우만 묻혀줘도 아군이 마무리하는 각이다.
그런데 솔로랭크에서는 원래 아군 믿으면 안된다.
꾸드득!
신나서 포탑을 때리던 아군 원딜러.
적 네네톤의 점멸 스턴에 대처가 늦었다.
저렇게 꼭 한 명 균형 맞춰주는 사람이 있다.
이~쿠우!
점멸 궁극기로 바로 네네톤을 까버린다.
각도를 정확히 계산한 3인 당구.
몰려오던 상대가 봉변을 맞는다.
터엉-!
파앙!
음파로 따라가서 티아매트와 땅치기.
순간적으로 세 겹의 광역기가 터진다.
무려 4.0AD계수에 달하는 물리 피해다.
─더블 킬!
탱커인 네네톤은 버텼지만 딜러는 아니다.
공격력이 500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버텨?
물론 탱커라 할지라도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트리플 킬!
쿼드라 킬!
네네톤을 잡고 방호로 따라간다.
도망가는 적 코리아나까지 마무리.
한 명은 놓쳤지만 그럭저럭 만족한다.
구리가스(8/2/9)-리심 데미지 뭐야;
인어(0/4/20)-게임 혼자 하시네 재밌겠다!
핑크스(6/3/11)-딜 간다고 욕한 거 죄송합니다……
원딜러들이 특히 민감하다.
정글러가 딜을 가면 욕을 먹는 시대.
지금은 그나마 정글템은 봐주지 예전에는 아니었다.
'시즌2때는 정글러가 딜템 가는 순간 부모님 안부도 물었는데.'
정말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시즌2 정글러의 인권이 그러했다.
그 당시에도 오직 나만은 예외였다.
레전설님이네?
저 그럼 탱원딜 갑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들어본 적 있다.
지금은 은퇴한 프로게이머 거눙이라는 녀석이었다.
'원딜러들이 흔히 착각을 해.'
자신은 귀족이니, 딜러이니 대접을 받아야 한다.
잠꼬대는 잠잘 때나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원딜러나 대우를 받는 거지.
이런 광석 티어의 원딜러는 타워 깨는 기계다.
'그나마도 깨다가 적한테 잘리고 앉았고.'
타격감 있는 샌드백이라는 표현이 옳다.
한타에서 가장 먼저 죽어 놓고 하는 말.
님들 왜 저 안 지켜줌?
낮은 티어일수록 유독 원딜 징징이 심하다.
그런 답답한 꼬라지 안 보려고 딜템 올린다.
아군이 뭐라 하건 우직하게 하드 캐리.
새로 온 시즌4의 메타는 느낌이 좋다.
'특히 장신구 와드 덕에 와드돌을 팔아도 된다는 점이.'
딱 나를 위한 메타라는 촉이 온다.
완벽하게 공템으로 치장하니 더욱 강력하다.
정글 리심으로 빠르게 솔로랭크를 정복한다.
* * *
최근 솔로랭크에서 파다해진 이야기다.
이윽고 소식은 날개를 달아 날아간다.
롤 커뮤니티에서는 토론이 한창이다.
─정글 캐리의 시대가 도래한 거 아닐까?
정글템이 추가 골드 주는 게 쏠쏠하네
이제 킬 먹으면 라이너 못지가 않아
딜템 둘러도 될 거 같기도 하고~
└개백정 주제에 감히 딜템을?
└원딜 나으리들 위해 고기 방패나 해야지
└나는 마음이 넓은 편이라 1코어까지 봐줌
└1코어를 봐준다고? 대인배시네;
시즌3만 해도 정글템을 거의 안 갔다.
기껏해야 빨간 장갑, 그리고 2두란검.
초반 효율이 좋은 걸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메타였다.
그런데 시즌4에 이르러 정글템에 옵션이 붙는다.
게임사가 정글러에게 캐리력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메타가 어떻게 변동될지!
하지만 상식이라는 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런 방향으로 패치가 됐다고 한들.
사람은 입던 것이, 먹던 것이 가장 편한 법이다.
그렇게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던 솔로랭크.
한 명의 남자에 의해 폭퐁우가 몰아친다.
새로운 리심 장인의 날카로운 등장이었다.
─천상계 리심 장인 미쳤다! 얘 누구냐?
는 남절이네
닉네임 바꿨네
왜 방송 안 하고 솔랭 돌리고 있지?
└방송국에 공지 올렸던데? 잠깐 챌린저 좀 찍고 온다고
글쓴이-무슨 관우세요?
└이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
└그래서 이차식인가?!
그 유명한 삼국지 관우의 일화다.
이 찻잔의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창작이고 본인은 그런 일은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제법 간지나는 일화인 것도 사실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남절의 챌린저 선언 이틀째였다.
─남절이 뭐지? 벌써 마스터 찍었네
방송 끄고 하루종일 솔랭만 하는구나
다이아3이었는데 벌써 마스터 100점ㄷㄷ
극딜 리심으로 개꿀 빨고 있는데?
└딜리심? 즐겜픽 아닌가
글쓴이-방템 하나도 없이 딜만 올려
└남절이니까 먹히는 거지~
└ㅇㅇ챌린저 실력인데 뭐든 못하겠어
다소의 소란, 야기되었으나 딱 그 정도다.
원래 잘하는 사람인데 마음 먹으면 올라가지.
그런데 그 올라가는 속도가 도저히 심상치 않다.
하는 챔피언과 방식도 슬슬 신경 쓰인다.
일각에서 이야기가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정말로 정글러가 캐리를 하는 시대가 온 건가?
─원래 천상계 고수들이 꿀을 제일 잘 빨아
미드&정글 하던 애가 왜 정글을 하겠어?
지금이 딱 정글 캐리 메타가 온 거라니까
남절이 아무리 잘해도 저 정도로 솔랭 무쌍은 못 찍지
└하긴 야흐오, 핑크스도 남절이가 전파시켰었나
└방송 끄고 하는 이유가 있었네
└남절이 치사하다 꿀 혼자 빨라고
└만년 실버인데 딜정글하면 골드 가는 각이냐?
조용히 일어나던 파문이 일순간에 술렁인다.
계기는 아무래도 점수가 너무 빨리 오른다.
챌린저가 먼 미래가 아닌 지경까지 와버렸다.
그것도 있겠지만 진짜는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몇몇BJ들의 방송을 타고 전달된다.
롤 커뮤니티들에 영상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쿠우!
코앞에서 작렬하는 범의 일격!
리심의 궁극기가 네네톤을 까버린다.
음파를 타고 들어가 광역딜을 터트린다.
└뭐지? 뭘 맞았다고 고르키 터진 거야?
└리심템이 극딜이네. 공격력이 500이 넘어!
└딜도 딜인데 판단이 그냥 미쳤다……
└핑크스 슈퍼 세이브하고 한타까지 터트리네ㄷㄷ
아웃섹킥의 창시자, 아웃섹 이후 리심 장인은 수없이 탄생했다.
프로 리그에서 리심은 교양 과목 수준이다.
더 다루고, 덜 다루고의 차이지 못 다루는 사람은 없다.
일반 시청자들도 이제 웬만한 플레이로는 안 놀란다.
아웃섹킥?
그거 요즘 골드, 플래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유저들의 평균 실력이 크게 올라갔다.
그런 그들의 눈에조차 아리송하다.
지금까지 알던 리심과는 사뭇 다르다.
혼자서 깡패처럼 소환자의 전장을 지배한다.
〈영혼까지 털린 학종의 거미여왕!〉
〈꿀통통 108갱에 키보드 샷건!〉
〈멘탈 나간 데스노트의 절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천상계, 그것도 마스터 이상.
파프리카TV 실력파BJ들의 주된 서식지다.
애초부터 충돌은 불가피했다.
한 가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을 뿐이다.
아예 버티지도 못하고 속수무책 무너진다.
─남절이 잘하는 건가, 딜정글이 사기인 건가??
챌린저들까지 털리기 시작하니 모르겠네……
그냥 둘 다인가?
둘 다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겠지?
└그러게…… 근데 딜리심이 왜 사기지
└프로 중에 딜리심 하는 사람 없잖아
└정글템 패치로 재조명각?
글쓴이-진짜 그런 분위기인데…… 꿀 빠는 각인가
여러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큐와 실력은 합칠 수가 없다.
내 아이큐 150, 네 아이큐 150!
총 300의 머리로 완벽한 작전을 짜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챌린저 티어의 육식 정글러로 대표되는 BJ저라딧.
시즌4 메타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한 그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 * *
정글이란 포지션은 다섯 라인 중 가장 어렵다.
흔히 말하는 머리를 쓰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쉽게 시도하기 힘든 것도 사실.
최근 챌린저 정글BJ 저라딧의 방송이 흥하고 있는 이유다.
〈궁금한 거 생기면 네이버에서 지식iN 찾아보잖아? 정글하다 궁금하면 저식iN 찾아보면 되는 거야. 형님들, 잘 왔어. 오늘 느낌 있게 정글 도는 법 보여줄게.〉
시즌4가 정글 캐리 메타라고?
정글 캐리력이 그렇게 좋다고?
소문을 듣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찾아온다.
새로운 신규 팬들의 유입에 저라딧이 운을 띄운다.
〈지금 랭크 게임에서 초식하는 건 지고 싶다는 거지. 이블퀸, 리심, 거미여왕 이거 세 개가 제일 좋아.〉
-이제 아모모 하면 안되는 시대인가……
-클끼리 부들부들행
-은퇴 타이밍 잘 잡은 거지ㅋㅋ
-느낌 있게 정글 배우러 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글 꿀 빠는 법을 전수한다.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는 꿀팁들.
근 며칠 사이에 시청자 순위가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BJ랭킹이 폭등했다.
─라딧사랑개님, 별풍선 92개 감사합니다.
라딧이 시청자 많이 늘었네. 메이저 되는 거야?
〈우리 사랑개가 명강의에 빠질 수 없다고 그의개를! 그렇지, 별풍 나와줘야지. 솔직히 강의 지리잖아. 별풍 쏠 만하잖아!〉
-그의 텐션ㄷㄷ
-그의 리액션!
-이 방은 그의가 밈임?
기존 팬들의 입장에서도 어깨가 으쓱하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BJ가 드디어 조명 받는다.
실력 또한 나날이 상승하는 추세다.
그도 그럴게 정글 캐리 메타.
클끼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육식 정글의 시대다.
반대로 공격적인 플레이가 주특기인 저라딧에게는 날개가 달렸다.
〈요즘 롤 커뮤니티 보면 딜리심 약 파는 사람 있잖아. 그거? 챌린저에서 절대 안 통해. 내가 보여줄게. 챌린저가 리심을 어떻게 하는지.〉
-그의 선전포고!
-남절이 상대로 당돌하네
-멸망전에서 털리지 않음?
-멸망전은 팀빨인데 어쩔 수 없지
무엇보다 정글은 자신의 나와바리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 있는 모습을 원한다.
시청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
물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느낌 있으면 즐찾이랑 저튜브 구독까지 부탁할게. 형님들도 이 정도는 해줘야 나도 방송할 맛나잖아. 인정해, 안 해?〉
-그의 딜교환
-그의 인정!
-알았으니 빨리 돌리라고!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홍보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민심이 원하는 대로 바로 솔로랭크의 큐를 돌려 잡는다.
〈이런 마딱이 구간에서 저라딧 뜨면 정글 양보 바로 받는다니까? 형님들도 내 방송 보면 이렇게 될 수 있어!〉
-내 구간에서 5픽은 무적권 서폿인데……
-그의 챌부심
-라딧이 물 올랐긴 해
-텐션도 장난 아닌데?ㅋㅋ
챌린저 800점이 넘어간 정글러다.
이 정도면 프로를 지망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BJ, 심지어 강의에 열성적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리기까지 했다.
높은 텐션으로 깊은 유혹의 꽃미남.
뭐라도 보여주기 위해 달아올랐다.
-양보가 아니라 떠넘긴 건데ㅋ
-상대 이차식이라 정글 가기 싫음;
양보를 해준 팀원들의 일침.
사태가 조금 기묘하게 흘러간다.
#그의개- 별풍선 92개
#밈- 트렌드, 유행어
========== 작품 후기 ==========
피바피바리신은 옛날에 실제로 천상계에서 유행했어요
솔로랭크 밈이었죠
피바 리메이크 되면서 쓸 수 없게 됐지만
정말로 10년만에 제가 사는 동네도 롯데리아 말고 다른 패스트푸드 배달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바로 결제가 아닌 전화 주문이지만 배달이 된다는 사실에 감동의 눈물!
맘스터치라는 선진 문물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