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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가 식기 전에 -->
최근 롤 커뮤니티들은 성수기를 맞이했다.
그도 그럴게 윈터 시즌의 롤챔스.
보나마나 SKY T1 K의 독주다.
아니, 이팀을 대체 어떻게 막아?
그 실마리가 슬슬 보인다는 느낌이다.
삼선 레드의 기세가 무서워졌다.
이대로 둘이 만나면 어느 쪽이 이길지.
속단하기 힘들겠다는 화두가 떠들썩하다.
─결승전 진출팀은 사실상 정해졌네
준결승전 A조가 SKY T1 K 대 KTX롤러코스터 B
준결승전 B조가 삼선 레드 대 마진 실드
웬만큼 이변 없으면 닥전이지
└결승전 매치업 깔끔하고~
└전승인 SKY T1 K가 더 유력하지 않나?
글쓴이-원래 조별 리그는 힘을 숨기는 거잖아
└삼선 레드가 힘을 숨김?ㅋㅋ
힘을 숨기긴 커녕 여실히 과시하고 있다.
이례적 메타 특수의 근원격 팀이기도 하다.
야흐오를 필두로 폭발적인 파괴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기존에 약했던 팀이냐?
명색이 지난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이다.
기본적인 전력부터 롤챔스 상위권에 속한다.
안 그래도 강했던 팀에 날개가 달린 격.
SKY T1 K의 독주로 예견됐던 롤챔스가 더욱 신명나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결승전이 열리려면 아직 멀었다.
그 사이에 씹을거리가 필요하다.
─파프리카TV가 게임단 창단한다는데?
BJ들만으로 팀 꾸린다는 말이 있네
누구 들어갈지는 아직 확정 안됐고
일단 팀장은 BJ남절 걔인 듯
└아, 그 쓰레기?
└쓰레기긴 한데 실력은 확실하지
└혹시 다크도 가능?
글쓴이-정색하게 만들지 마라;
사실 누구나 한 번 상상은 해보는 일이다.
파프리카TV에서 내로라하는 BJ들.
실력이 좋아 보이는데…… 대체 왜?
개인 방송만 하고 프로를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러이갓이 마이로 롤챔스 펜타킬 하는 거 보고 싶다!
그런 허무맹랑한 부류를 제외해도 궁금한 BJ가 많다.
─BJ대표팀 꾸리면 누구누구 넣어야 되지?
일단 다크팀 거르고 마스터&챌린저 중에서
인성제로, 저라딧, 학종이, 얼쑤, 크하하, 데스노트, 꿀통통, 도인디, 미키짱, 나는듀오 등……
생각보다 너무 많네
└취미로 개인 방송 하는 애들 포함하면 꽤 되지
└BJ대표팀이면 좀 프로BJ로 정해야 하지 않나?
글쓴이-나도 그렇게 생각해
└크하하 나와서 알파고급 카이팅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 상상이 어쩌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
팀장인 BJ남절의 오피셜을 통해 밝혀졌다.
관심이, 이목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이건 무조건 누구누구 넣어야 한다!
아니, 걔는 솔직히 거품이지 사심 빼자.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진짜 누굴 뽑아도 나중에 딴 소리 나오겠다
이건 차라리 컨셉을 정해야 돼
진짜 승리를 목표할 건지
아싸리 포기하고 예능 갈 건지
└진지하게 한다고 먹힐 만큼 롤챔스가 만만하지 않은데……
└롤챔스 하위 팀들이 2부 리그 가지? 바로 양학임
글쓴이-당연히 예능으로 보는 거지ㅋㅋ
└여캠 끼는 시점에서 예능각 확정 아닌가?
물론 어디까지나 흥미 유발, 재미가 있는 정도다.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논지는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느냐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졌지만 잘 싸웠다.
과연 졌잘싸를 시전할 수 있는지다.
그렇게 예상되고 있는 BJ대표팀의 문턱.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사실이 챌린저를 뒤흔든다.
* * *
BJ학종.
얼마 전, 멸망전 보황팀 탈주 사건의 장본인이다.
삼선 게임단을 사무치게 사랑하는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소 불미스러운 사고들을 달고 살긴 하나…….
실력 하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그도 그럴게 파프리카TV에 몇 없는 챌린저 티어의 정글러다.
〈다이아 2티어요? 에이, 형님들 저한테 걸리면 그냥 다 다딱이죠~.〉
정말로 생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선.
그에 반비례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피지컬.
낮은 티어를 양학하는데 완전히 특화된 스타일이다.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BJ랭킹이 급상승한 이유다.
높은 티어와 뛰어난 양학력이 시청자들을 부르고 있다.
러이갓처럼 실버, 골드도 아니고 무려 다이아 티어를 양학해버린다.
웬만큼 잘한다는 고수들을 즈려밟는다.
그 임팩트에 매료되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가끔은 실수를 한다.
〈하~ 여기서 음파를 맞네. 리심의 신인가 이거?〉
-나왔다 신드립ㅋㅋㅋ
-얘 꼭 실수하면 저럼
-아래쪽 무빙하면 살았는데 까비
-다딱이들은 1킬 줘도 충분히 이기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굴러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탑 다이브로 선취점을 딴 학종이의 거미여왕.
유유히 빠져나가던 도중 적 리심과 마주쳤다.
에이, 다이아의 음파는 가볍게 무빙하면 피하지.
바로 쳐맞고 죽었다.
물론 엄청난 실수라고 할 만한 것은 또 아니다.
나무에서 떨어졌으면 다시 올라가면 그만이다.
피지컬이 다르고, 판단력이 다르다.
챌린저의 눈에 다이아는 귀여운 친구들이다.
다이아의 눈으로 보는 브론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그런 하잘 것 없는 친구에게 숨도 쉬지 못하고 당한다.
귀환해서 바로 늑대를 먹고 탑을 찍으려고 했다.
갑작스런 리심의 카정에 또다시 킬을 내주고 말았다.
〈안되겠다. 지금부터 빡겜 갈게요. 감 찾았습니다 형님들.〉
-감 드디어 찾음?
-2데스는 추하다 학종아……
-그래, 지금부터라도 보여줘야지!
원래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만회하는 것이다.
챌린저 정글러의 학종의 아이덴티티는 바로 갱킹이다.
거미여왕으로 정말 미친 듯이 갱만 찌르고 다닌다.
정글도 안 먹고 쉬지 않고 찌르는 108갱!
초반이 유별나게 말린 것도 아니라 괜찮다.
선취점을 먹었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하다.
지금부터라도 분명 늦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뒤를 잡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소환자의 전장을 가르는 강가에서 마주쳤다.
결과를 나누게 된 차이는 단 하나.
학종은 실뭉치를 못 맞혔다.
그리고 리심은 음파를 맞혔다.
아이템 차이도 은근히 무시 못한다.
빼도 박도 못하고 그대로 죽는다.
리심에게 내리 3킬을 헌납해버렸다.
-학종이 굴욕;
-정말 리심의 신인가?ㅋㅋ
-ㅋㅋㅋㅋ작작 죽어 학종아
여기까지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리심은 초중반이 무지막지 강한 정글러.
한 번 킬을 먹고 딜템을 사면 미쳐 날뛴다.
하지만 그 대신 유통기한이 온다.
딜템을 올린 리심은 스스로 자멸한다.
마침 아군도 굉장히 잘해줘서 분위기가 좋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처음에 탑 다이브를 따줬던 잭트.
훌륭하게 솔킬을 따내며 주도권을 가져온다.
미드도 봇라인도 가만히 냅두면 이기는 그림이다.
〈이게 롤인가? 이게 팀인가?〉
-사스가 동접 134명 팀운망겜……
-정글 털려도 팀운으로 이기는 클라스~
-어찌 됐건 게임만 이기면 되지!
운도 실력이다.
즉, 팀운도 실력이 될 수 있다.
적어도 BJ의 팬들은 바라기 마련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기길 말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수하기를 수차례.
슬슬 역겨움이 묻어 나올 정도로 죽는다.
하지만 BJ입장에서도 이쯤 되면 확신이 든다.
〈어쩐지~ 리심 방플이네. 계속 따라오는 시점부터 말도 안됐어.〉
-하긴 다이아 리심이 저렇게 잘할 리가 없잖아
-어휴, 다딱이 애들 방플 심하긴 하다
-집중해서 기분 좋게 이기자ㄱㄱ
방플은 BJ들의 숙명과도 같다.
특히 정글러들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상대가 작정하고 방플하면 게임이 힘들어진다.
그래봤자 상대는 밑천이 드러나게 돼있다.
초반에 게임이 아예 터졌으면 모를까.
팀원들이 잘하자 정글러도 강제로 풀린다.
어차피 정글은 후반에 버스 타는 라인이다.
적어도 현재 시즌3, 4의 상식은 그러하다.
기존의 상식을 당연한 듯이 뒤집어엎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탑라인을 쭉쭉 밀며 스플릿 하던 잭트.
리심에게 당당히 1대1을 청했다.
결과는 보이는 그대로 깨졌다.
-리심 왜 저렇게 세?
-ㄷㄷ완전 극공 템트리 갔네
-저러면 한타에서 녹는 거 모르나
안 그래도 성장을 잘한 리심이 딜템만 뽑았다.
방심한 잭트가 솔킬을 헌납하고 만다.
대세에는 큰 지장을 주는 실수는 아니다.
오히려 딜템만 뽑은 리심이 자멸하겠지.
아까부터 계속 그러한 채팅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자멸의 순간이 도무지 오지 않는다.
이~쿠우!
팀의 원딜러 배인이 음파를 맞았다.
깜짝 놀라 궁극기 구르기를 시전하지만 늦었다.
음파를 맞은 시점에서 은신을 해봤자 빤히 보인다.
그래도 뒤늦게 몰락 빨고 선고로 밀면 되겠지.
면상에 킥이 작렬하니 터져버린다.
극딜 리심의 위엄에 치가 떨린다.
〈이렇게 잘려주면 안되는데…… 한타 하면 무조건 이기는 걸 자꾸 잘려주네.〉
한 명, 한 명 혼자 다니는 아군들이 암살 당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 게임 진짜로 지겠다.
바론쪽 시야 장악을 시도한다.
정식 한타를 열면 질래야 질 수가 없는 격차다.
〈형님들, 리심 들어오는 순간 실뭉치 맞히고 지금까지 싼 거 다 치울게요. 진짜 감 찾았어요.〉
-그놈의 감은 맨날 찾네
-어차피 리심 딜템이야. 스틸도 못함
-들어오는 순간 그냥 아이스크림이지
아군 라이너들이 전부 상대보다 잘한다.
그에 반해 상대팀은 리심 혼자 잘 컸다.
심지어 말렸다고는 하나 챌린저 티어.
학종이의 거미여왕은 보증 받은 카드다.
섬세한 스킬샷 하며 거미줄로 어그로 핑퐁!
챌린저 티어에서 악명을 자자하게 떨칠 정도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지목!
강타 싸움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건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팀이 아득하게 유리한 상황.
막으러 오는 순간 태세를 바꿔서 덮쳐버리면 된다.
올테면 와봐라.
자신감 있게 바론을 친다.
바론 체력이 절반 이하로 줄자 상대가 다급해진다.
일단은 막으러 오지만 오합지졸이다.
진짜로 주의해야 하는 적은 단 한 명.
거미여왕의 장인 학종이의 눈이 번뜩였다.
터억!
음파를 맞히고 간을 보던 리심이 들어오는 짧은 순간.
거미폼에서 인간폼으로 순식간에 바꾼다.
그리고 바로 실뭉치를 발사해 끊는다.
기절에 걸린 리심은 아이스크림.
시청자가 말한 대로 그냥 녹아내린다.
딜템으로 재미 본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다.
학종의 생각은 분명 잘못되지 않았다.
단순히 예상을 뛰어넘었을 뿐이다.
리심이 앞점멸로 실뭉치를 뛰어넘었다.
이~쿠우!
터엉! 파앙!
코앞에서 작렬하는 리심의 궁극기.
이어서 티아매트와 땅치기가 퍼진다.
세 겹의 광역 피해가 뭉쳐진 아군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뭐지? 음파는 거들 뿐인가?〉
학종은 날아가던 도중 광역 피해에 터져버렸다.
물론 날아갔다는 판정 자체는 유효하다.
그로 인해 아군은 떼몰살.
소위 말하는 당구치기가 제대로 나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적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 갑분싸
-진짜 리심의 신인가!
-리심 템 뭐길래 저렇게 세냐?
-피를 마시는 칼을 두 자루나 올렸어
결코 안일했던 것이 아니다.
상대의 판단이 조금만 빗나갔다면.
실뭉치에 맞아 죽었거나, 당구치기가 안됐거나, 다른 스킬에 말렸거나 어느 쪽이든 궤멸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개고순가 진짜로?! 내가 봤을 때 얘는 리심의 신이야. 진짜 뭐지??〉
다이아 양학 도중 게임을 지는 경우.
롤 자체가 원래 운빨 요소가 은근히 있다.
절대로 처음도 아니고 드문 경험도 아니다.
묘하게 거슬리는 신경이 강력하게 호소할 뿐.
직감이 남다른 실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려준다.
안타깝게도 상대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얘는 안되겠네.'
올라가서 한 번 더 붙어보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촉이 온다.
딱 안되는 애라는 촉이.
'동선도 뻔하고, 움직임도 재빠르기만 하지 너무 정직해.'
솔로랭크에서는 그럭저럭 먹힐지 몰라도 대회는 아니다.
동네 조기 축구회에서 활약하는 정도로는 안된다.
내가 원하는 건 대회에서도 쓸 만한 실력.
아니, 적어도 싸지는 않을 실력이다.
'큰 거 원하는 건 아니지만 작은 걸 원하는 것도 아니야.'
솔로랭크를 돌리며 찾고 있다.
BJ대표팀에 받아들여도 될 실력자.
일단 방금 전 한 명이 내 눈에서 이탈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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