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05화 (1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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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춘자야? -->

걸그룹 이벤트 매치 막말 파동.

까놓고 말해 내 군시절 기사다.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코멘트들이 당시의 여론을 추측케 한다.

[Best Comment]-걸즈데이를 건드렸으니 합당한 죗값

[Best Comment]-어휴, 레전설 이 새끼 사고 칠 줄 알았다^^

[Best Comment]-과한 감은 있지만 본보기로서는 적당한 듯싶네요.

'내가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었어.'

보통 코멘트를 단 사람의 아이디를 눈여겨보진 않는다.

핸드폰 화면이 작다보니 우연히 눈에 띄었다.

ParkCJ94, 박춘자씨였다.

'그래, 맞아. 인정해. 나도 솔직히 언제 한 번 사고 칠 거라고는 생각했어.'

근데 그걸 지인이 달 건 아니지.

그리고 왜 이렇게 어조가 신났어.

너무 신나서 치니까 동조하는 여론이 일잖아.

물론 빙산의 일각.

저로 인해 선동되어 추천을 누른 사람은 기껏해야 2304명이다.

내가 괜히 보자마자 박춘자씨를 곤란하게 만든 게 아니다.

절대로 생트집 잡는 앙갚음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춘자야."

〈한 번만 더 춘자라고 부르면 니네 집 찾아가서 터트려 버린다.〉

"……달래씨."

〈네~ 오라버니!〉

-뭘 터트려?

-남자한테 터트릴 수 있는 건 두 알밖에 없지

-달랑달랑~

-언냐 사이다긔!

관계의 주도권, 고삐는 내가 잡고 있다.

입이 간질간질해지는 순간 큰일난다.

마침 시간도 저녁 8시.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시각이다.

여캠 하나 끝장 내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같다.

근데 원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진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터질까봐 겁나.'

쟤라면 이판사판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한 번 눈깔 뒤집히면 앞뒤 안 가린다.

그런 애가 여캠을 하고 있네?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캠을 하고 있냐?"

〈시청자분들이랑 의사소통 하는 게 좋아서요.〉

"하하, 그거 참 당돌한 정면돌파가 아닐 수 없구나."

동시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가 보기 보다 외로움탐을 하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내유외강이다.

연락을 끊고 지낸 2년이 넘는 세월.

뭐하고 지냈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정말 외로워져서 방송을 시작했을지도.

"그건 그거고 너 왜 이렇게 못하냐?"

〈나한테 뭘 바라고 온 건데?〉

"뭐긴 뭐야. 적어도 마스터는 찍어야지."

〈오빠, 나 여캠이거든?〉

"세상 말세네."

-케미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달래 엄청 잘하는 거 아님?

-ㅇㅇ챌린저 3티어인 내 눈에도 잘해보인다

-솔직히 리야보다는 훨씬 나은 듯ㅎ

달래의 실력을 볼 겸 듀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성과가 저조하다.

물론 생각보다.

리야와 비교하는 건 아득히 실례다.

타라랑~♬

쏘냐의 궁극기 파워센도가 날카롭게 그어진다.

대상은 적 원딜러와 서포터.

제대로 들어가자 인어가 아예 속수무책 썰린다.

타이밍도 완벽했고 딜 사이클도 꿰고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잡을 수 없는 킬각이다.

그 본인의 언행이 너무 역겨워서 문제지.

〈꺄~ 배인이 절 쫓아와요.〉

하~나도 위험천만해 보이지 않다.

배인 개무리하다 죽어주는 각인데.

물론 목소리를 빼고 본다면 말이다.

"혹시 너 장래희망이 여우주연상이니?"

〈장래희망이 어떻게 여우주연상이야. 배우도 아니고.〉

"아니, 못 보던 새에 연기감이 성숙한 것 같아서."

〈뭐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렸을 때 왈가닥이었어도 크면서 변할 수 있다.

근데 그건 모르는 사람일 때나 봐줄 만한 거지.

예전 모습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냥 벙찐다.

'멘탈 나갈 거 같은데?'

옛 추억은 그냥 마음속 깊이 묻어두는 게 옳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신에 소름이 끼친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지.

〈달래 무서워요~. 헐, 정글 오빠 대박! 현실에서 저렇게 지켜주는 남자 있으면 반할 거 같아.〉

-오우, 별풍 좀 뜯을 줄 아는 여캠인가?

-대기업 여캠은 이유가 있구나

-삼촌팬들 뻑가긴 하겠다ㅋㅋ

입 다물고 게임만 이기면 되지.

게임 내내 쓸데없이 리액션을 하고 있다.

더 듣다가는 저녁 먹었던 게 나올 거 같다.

도저히 뒷목이 당겨서 같이 더 못해주겠다.

"야."

〈왜 이 오빠 새끼야.〉

"니 본캐 어따 팔아 먹었냐?"

차라리 랭크 게임이면 음소거 하고 하겠다.

일반 게임이라서 듀오 돌리는 보람도 없다.

그러니까 얘가 아직 롤 계정이 30레벨이 안된다.

〈달래는요. 롤이 처음이라 너무 어려워요. 시청자 오빠들이 가르쳐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옛날에 춘자가 클끼리랑……."

〈야!! 옛날 일 말하지 말랬지?〉

"달래 말고 춘자 말하는 건데. 왜, 찔려?"

〈말하는 순간 전쟁이다.〉

-전쟁이야~ 겁쟁이야!

-갑자기 클끼리가 왜 나옴?

-달래님 정색하면 좀 무섭다……

-둘이 옛날에 뭔 일이 있긴 했나 봐

그다지 별 일은 아니다.

당시 클끼리는 동네북이었다.

원래 버스 유저들의 대우가 처참한 감이 있다.

RPG게임에서 딜러들이 탱커들한테 부심 부리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클끼리는 그중에서도 특히 심한 부류.

자체적인 캐리를 못하니까 늘 버스만 받는다.

심지어 당시에는 프로판이 활성화가 안됐다.

욕설 제재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달래는 보다시피 입이 걸걸한 아이였고.

"달래야. 알아서 나흘 안에 30렙 찍어와라."

〈님 미침? 너 때문에 롤 하는 건데 혼자 찍으라고?〉

"어차피 너 백수잖아. 할 거 없잖아."

-돌직구ㅋㅋㅋㅋㅋㅋㅋㅋ

-대기업 여캠 백수행ㅋㅋㅋㅋ

-하긴 BJ가 어찌 보면 백수 맞지~

나도 BJ라서 알지만 솔직히 방송 끄면 백수잖아.

방송을 뭐 하루종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할 때는 놀거나 잘 텐데 그때 게임하면 되지.

〈댁은 뭐 그리 잘났다고 사람을 백수 취급하세요?〉

"너 진학 생각 없다며.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빡공했니?"

내가 아는 춘자는 진학에 딱히 뜻을 두지 않았다.

폄하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직접 가르쳐줬다.

게임 만큼 재능이 없다는 건 확실히 안다.

〈대학은…… 안 가긴 했는데 어쩌라고. 너나 잘하셔.〉

"나 어디 다니는지 정말 몰라?"

〈아…….〉

-이번 딜교환은 남절이 승!

-남절이 공부 잘해?

-달래님 당황한 거 처음 본다

대학교 구경 해보고 싶다고 해서 캠퍼스 초대한 적도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잊었을 리가 없지.

당장의 딜교환은 이겼지만 그 정도로 꿇을 애가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넌 진짜 쓰레기야.〉

"너도 진짜 독한년이야."

-남절이한테 딜교환을 안 밀리네ㅋㅋ

-와작! 팝콘 팝니다

-카라멜 팝콘 인나용?

-근데 그 논리면 남절이 너도 백수 아님?

아니다.

나는 달래가 아니라도 할 일이 배정돼있다.

여캠 말고도 세 명 더 팀원을 뽑아야 한다.

'팀워크, 인간 관계 등 고려할 게 많아.'

단순히 잘하는 사람 나열하는 게 아니다.

서로 팀워크가 된다는 전제가 깔리게 된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마치 알파카와 코돈빈.

같은 팀에 있으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잘해도 서로 깎아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슈퍼가 대퍼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집단이든 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 머리 아픈 일은 싫어한다.

역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하나.

'실전 테스트지.'

천상계를 지향할 때가 왔다.

* * *

챠앙.

유리와 유리가 부딪히는 청아한 소리.

두 남자가 들고 있는 샴페인 잔이 마주친다.

질 좋고 값 비싼 잔일수록 듣기 좋은 청음이 울리는 법이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現파프리카TV의 대표 이사.

남수길이 각 자리를 돌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현재 한 호텔에서 VIP 만찬회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친목의 장이다.

사장이 아닌 대표 이사.

임원, 그리고 주주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 나쁠 게 없다.

"아, 대표님! 제가 최근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적인 목적도 있는 자리다.

한 남자가 남수길을 향해 운을 띄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아닌 척 귀를 기울인다.

"게임쪽에 상당한 투자를 기획하신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저도 들었습니다! 게임단 창단을 생각하신다고. 운영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닐 텐데 힘든 결정 하셨습니다."

특히 오늘의 자리는 하나의 안건이 대두된다.

회사의 이름을 딴 프로게임단의 창단.

따질 것도 없이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쓸데없이 일을 벌리는 건 아닌지.

주식을 가진 주주들의 입장은 소극적이다.

물론 근거 없는 비판이 허용될 자리도 아니다.

"저도 대학생 시절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했던 만큼 대표님 취지에는 동의를 해요."

"옛날엔 정말 엄청 났죠. 그런데 요즘은 영~."

"얼마 전 조작 게이머 사건도 그렇고 너무 깊이 발을 담그는 건 우려가 되거든요."

몇몇 주주들이 의아함을 표하자 반대쪽 생각을 가지고 있던 임원들도 동참한다.

그들의 의견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그도 그럴게 조작 프로게이머 사건.

마주작을 비롯한 조작 경력이 있는 前프로들이 파프리카TV에서 BJ활동을 했었다.

상당한 화제가 몰린 덕에 한동안 파프리카TV의 주가가 상승했을 정도다.

그러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요요 현상이 격하게 와버렸다.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긴 했는데.'

당시 남수길은 재빠른 대응으로 꼬리를 잘랐다.

파프리카TV에 안 좋은 프레임이 쓰여지는 건 막았다.

하지만 사건이 있었던 만큼 비판적인 시각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괜찮습니다. 일을 크게 벌리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가요~? 게임단 창단이라는 게 한두 푼 들지 않을 것 같은데……."

한 임원의 우려에 남수길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게임단 창단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드는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부담도 되지 않으며 파급력이 있다.

"선수 연봉 같은 걸 포함하면 적지 않은 액수겠지만 우리 파프리카TV의 장점이 무엇입니까? 넓은 인재풀 아닙니까?"

"오오! 이제야 대표님의 큰 뜻이 보이는 듯합니다."

"우려를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척하면 착,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가 없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부리는 입장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을 할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나가는 부분.

다름 아닌 인건비, 게임단은 선수들의 연봉이다.

비단 게임단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등 예시가 많다.

반대로 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

사업자는 터무니 없는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남수길이 말한 넓은 인재풀이 바로 이를 가리킨다.

'BJ들 몇몇 뽑아서 파트너BJ를 미끼 삼아 굴리면 쉬운 일이지.'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면 소소하게 챙겨주면 그만이다.

만에 하나 나중에 불만을 내뱉는다 한들.

플랫폼과 대적해서 손해보는 건 BJ지 자신들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스트리머 업계는 파프리카TV가 독점하고 있다.

밉보이는 순간 방송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롤BJ가 차고 넘치는 지금 게임단을 유지하는 건 아주 쉽다.

'롤챔스 시드권은 다소 출혈이지만 그 정도는 허용 내야.'

해체되는 게임단과 협상해 저렴한 가격으로 넘겨 받았다.

야기될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투자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남수길은 롤에 대해 잘 알지는 않아도 사업가로서의 머리는 비상하다.

남절이라는 BJ가 최근 E-스포츠계에서 태풍의 눈.

롤챔스에 출전한다면 거의 기필코 이슈가 될 것이다.

물론 멤버에 여캠이 낀다면 승격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애초에 승격은 하면 안돼.'

1부 리그에 드는 순간 운영비가 말도 안되게 커진다.

여캠이라는 족쇄를 달아놓은 이유도 그래서다.

그 편이 이슈 만들기도 좋을 것이며, 강등도 확정된다.

적당하게 게임단을 유지하며 2부 리그에서 굴린다.

파프리카TV가 E-스포츠에 이만큼 관심이 있다.

이미지 쇄신과 홍보에는 이 만하면 충분하다.

남수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근래 들어 확 떴을 뿐 파프리카TV는 골목 상권.

아무리 대표가 비상해도 시야가 넓진 않다는 소리다.

아주 큰 두 가지를 놓치고 말았다.

하나는 개인 방송 플랫폼이 더 탄생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달은 족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열정 페이로 홍보 효과, 그 하나에 심취한 남수길은 보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여기까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이 쓰레기짓을 해요

근데 나중에 그만큼 챙겨줘요

한 마디로 단짠 같은 인간입니다

여캠 400명이 왜 대기업이지?

오늘자에서 설명이 있었지만 여캠은 시청자가 적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캠은 게임BJ들 말고 순수 여캠이에요

대기업 여캠은 인지도, 외모, 풍력 세 가지가 기준입니다

#금일 오전에 전작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 반반무 이벤트가 올라갑니다

딱히 홍보는 아니고……

혹시 보실 분들 있으시면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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