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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04화 (1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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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춘자야?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리야와는 만난지 썩 오래되지 않았다.

1년 남짓한 인연이 제법 끈끈해서 그렇지.

갈구는 과정에서 일종의 정이 쌓이게 됐다.

'근데 리야가 처음이 아니야.'

보통 남자가 이쁜 여자 잘 못 갈군다.

단순히 말로 타박 주는 정도면 모를까.

때리는 건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다.

여자 때리지 마라!

때리면 아무튼 큰일난다!

거의 세뇌 교육 수준이라 손이 잘 안 떨어진다.

실제로 옳은 교육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야, 너 몇 살이냐?"

"……17살."

"17살이 왜 이렇게 쎄세요……?"

현피를 뜨러 나왔는데 여자라고 봐줄 수는 없지 않은가.

말다툼을 하다가 서로 귀싸대기 한 대 때리자!

그렇게 결론이 나서 내가 먼저 때렸다.

그리고 맞았다.

'딜교하면 이득 볼 줄 알았지.'

여자가 세면 얼마나 세겠어?

이틀 가량 왼쪽 귀가 안 들렸던 거 같다.

태어나서 처음 딜교환을 개털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올 정도로 위압감이 느껴지더라.

당시의 춘자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하게 겪고 있었다.

긴 생머리 하며, 날카로운 눈매 하며 딱 일진이다.

근데 사실 일진은 아니고 오히려 외톨이였다.

-일찐 언니ㅗㅜㅑ…… 교복 쫄여 입었으면 완벽

-일진은 오해였다잖아

-아니, 그래서 정말 말보로 레드 핌?

-여자 말레는 무서울 지경인데;;

"당연히 드립이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요. 그냥 엿 좀 한 번 먹이고 싶었어."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겠지만 원래 나랑 걔는 그런 관계다.

한 마디로 부랄친구다.

지금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사실 딱히 오해랄 건 없긴 해.'

담배 빼면 사실 일진이나 다름 없었다.

하는 꼬라지가 누가 봐도 일진이다.

그래도 나쁜 아이는 아니었고 이내 친해졌다.

내가 그렇게 친구가 많은 타입은 아니다.

특히 게이머 친구는 두기가 힘든 입장이다.

워낙 모나기도 했고 친목 자체를 싫어했다.

춘자에 한해서는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솔직하게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나도 남자인 만큼 여자 좋아한다.

"내가 고3이었는데 여자한테 관심 없으면 고자 새끼잖아?"

-그건 인정

-캬~ 풋풋했던 시절이네

-그래서 둘이 사귐?

-근데 왜 리야는 안 좋아해?

질문 좋았다.

선배의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리야가 나한테 그런 물음을 했던 적이 있다.

내 대답은 나보다 게임 잘하는 여자.

리야의 대답은 히잉.

한 마디로 춘자는 내 이상형이었다.

나보다 잘하지는 않아도 제법 했다.

당시의 나에게 인정을 받았을 정도다.

애초에 인정을 안 했으면 현피 뜨러도 안 갔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 까톡 교환도 하고 친구가 됐지."

-겨우 친구??

-아니, 아까는 사귀었다며

-방송 어그로 실화냐

-어휴 김 샜네

순간 만2천 명까지 몰려버린 시청자.

나는 분명 게임BJ인데 갑자기 보라BJ가 돼버렸다.

춘자의 이미지도 지켜줄 겸 시청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

'당연히 그 이후의 이야기가 있으니 못 잊었던 거지만.'

춘자 또한 나에게 호감을 가졌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거 같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교제를 했던 거겠지.

부랄친구 같은 관계였던 만큼 어색했다.

헤어지게 된 건 어찌 보면 필연이다.

티격댔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그때 여자를 때리는 법도 알게 됐는데.'

아니, 정정하겠다.

여자와 격하게 장난치는 법이다.

어디 잘못 때리면 부러질 거 같지 않은가?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차마 손을 못 댔다 처음에는.

그러다가 쟤가 때리는데 내가 가만히 맞을 수는 없잖아.

치고 박다 보니 얼마나 선을 지켜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웬만큼 때려서는 안 부서지는 같은 인간이란 것도.'

다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간과했다.

춘자에 비해 리야는 내구도가 약한 편이다.

알고는 있었는데 종종 힘이 더 들어간다.

멍이 들었던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이열~ 쓰레기나 할 법한 발상

-사이코패스의 삶.avi

-결국 춘자 때문에 리야만 고생이네

-ㅋㅋ아 여캠 실명이 박춘자야

'일단 어찌저찌 마무리는 시켰는데…….'

다소의 소란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BJ로서 방송 컨텐츠다.

갑분싸가 왔던 리야에게 고백.

그 위기를 순간의 재치로 그나마 받아넘겼다.

즐겨찾기와 팬가입 등, BJ로서는 이득을 봤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많은 것을 잃은 듯한 기분이지만.

* * *

인터넷 방송 갤러리, 약칭 인방갤.

기본적으로 BJ 뒷담에 열을 올리는 사이트다.

하지만 간혹 순기능, 긍정적인 평가가 오가기도 한다.

─남절이 얘 방송감 미쳤네 진짜ㅋㅋㅋ

그냥 겜 잘하는 겜비련인 줄 알았는데 방송 자체를 잘해

유리야랑 있었던 일로 스토리도 잘 엮고

전화하면 바로 받으니까 유리야 사심팬들도 쏠리고

이러다 조만간 삼대장 올라가겠는데?

└캠 키면 바로 삼대장 올라갈 다크호스

└삼대장이 이제 사황되는 건가?

└ㄴㄴBJ계급도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지

└요즘 BJ들 많아져서 개편할 만함

북 치고 장구 치고 BJ계급까지 정하며 노는 커뮤니티다.

원래 한국 사람들이 남 평가하는 걸 참 좋아한다.

안 좋은 쪽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그 인방갤에 최근 가장 많은 화두가 올라오는 BJ가 있다.

멸망전을 기점으로 인지도가 폭발한 BJ남절.

원래는 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줄였다.

─남절이가 BJ대표팀 여캠 누구 뽑을까?

러브 라인은 유리야를 가장 응원하는데……

솔직히 실력이 너무 미달이긴 하니까

남절이가 워낙 피도 눈물도 없잖아~

└걔는 진짜 유리야 자르고도 남을 얘지

└뽑아두고 나중에 뒤통수 칠 수도 있음

└쓰레기 중의 쓰레기!

└쓰레기 같은 매력이 있어ㅋㅋ

유리야남친절대아님, BJ명부터가 의혹에 대한 부정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의혹이 완전히 사그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갈구는 모습이 케미가 맞네?

이미 사귀고 있다거나, 둘이 사귀게 될 미래를 응원한다.

그런 일그러진 팬심을 가진 팬들이 적지 않게 있다.

특히 이곳 인방갤에선 대세 의견이 됐을 정도다.

그도 그럴게 롤 커뮤니티가 아니다.

유리야가 대체 얼마나 많이 못하는지.

아예 멸망전에서 죽을 쑨 게 아닌 만큼 정확히 모른다.

그런 그릇된 러브 라인을 응원하는 팬들.

안타깝게도 일말의 가능성을 분쇄시켰다.

BJ남절이 유리야에게 공개 고백을 해버렸다.

─남절이 돈미새 빙의해서 유리야한테 고백함!

열혈이 고백에 천 개 미션 건 걸 진짜 질렀어

당연히 불발일 줄 알았는데 받더라??

우리 리야 남절이한테 농락 당했어

└술이라도 쳐먹었나?

└쓰레기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OK한 건 아닌 걸로 아는데

글쓴이-집 찾아간다는 건 누가 봐도 1일이지

이런 고백 컨텐츠는 사실 유별난 게 아니다.

파프리카TV에서는 오히려 흔한 수준이다.

남캠들이 심심하면 하는 게 여캠 꼬장이다.

문제는 대상이 바로 그 유리야.

순진하기를 넘어 한탄스럽다.

심지어 방송이란 것도 몰랐다.

정말 진지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건…… 한동안 두 방송이 터지겠구나.

인방갤러들은 팝콘만 뜯으면 되겠구나!

아니었다.

그의 쓰레기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속보! BJ달래 실명이랑 전남친 까임!

남절이랑 옛날에 교제했던 걸로(추정)

남절의 주장에 의하면 실명이 춘자(추정)

방송 다 보고도 이게 실화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갑자기 탐방 가길래 뭔가 했는데 섭외력 미쳤자너

└유리야 고백이 워낙 커서 아무 생각도 안 하다 훅 가버림

└진짜 겜비의 방송감이 아니야 남절이는;

└달래가 해명했는데 너무 촌스러워서 실명 바꿨대

실명을 해명한 정도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일까?

유리야 사건만 해도 하루이틀 씹을 껌이 아니다.

근데 달래 사건이 워낙 커서 도리어 묻혀버렸다.

BJ달래는 평범한 여캠이 아니라 메이저 여캠이다.

소위 말하는 큰손들이 즐비하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BJ로서의 인지도도 남다르다.

파프리카TV에는 게임 방송만 있지 않다.

시청자 수는 적을지 언정 파급력은 오히려 위.

풍력, 별풍선도 단위 수가 다르게 엄청 받는다.

괜히 이 추운 겨울에 헐벗고 춤추는 게 아닌 것.

그렇게만 생각을 했다.

당장은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겠지.

─최근 대세인 남절X달래 분석 들어간다

일단 인방갤 여론은 얘네 둘이 사귀었다

솔직히 나는 아니라고 봐

둘이 이어지는 스토리가 너무 없어

달래가 풍 마르니까 겜비 시청자 빨려는 거임 빼박

└누가 여론이 쟤네 둘이 사귀었대?

└척 보면 척이지

└달래 풍 안 말랐는데? 잘만 받음

글쓴이-더 받고 싶은가 보지~ 여캠들 우결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여캠 관련 화제는 인방갤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십거리다.

단순히 퍼나르는 것을 넘어 자체적인 생산도 한다.

이를 테면 뇌피셜에 의한 사건의 확대 해석이다.

그런 그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말도 안된다.

자신들이 여캠을 하루이틀 본 게 아니다.

남캠이랑 달달각 잡는 거.

특히 게임BJ와 엮이는 건 거진 9할이 빼박이다.

보라 시청자랑 게임 시청자는 보통 안 겹친다.

그리고 게임 시청자는 순수한 경향이 있다.

여캠들이 오빠야~ 하는 순간 헬렐레.

넘어오며 한순간에 블랙 말랑카우가 돼버린다.

─내가 보기에 남절이 잘 나가니까 스폰 들어온 거임

아니면 엔터쪽에서 입김 넣었거나

유리야가 하꼬였다가 갑자기 확 준메이저 됐잖아?

시청자도 많고, 방송감도 좋은데 손 안 내밀 이유가 없지

└이거다!

└캬 말 잘하네ㅋㅋㅋ

└이것이 인방갤의 추리력인가?

└인방갤 수사대 출동이자너ㅋㅋㅋㅋㅋ

실제로 적지 않은 BJ들이 엔터에 소속돼있다.

실제 연예기획사…… 라기 보다는 BJ들의 연합이다.

잘 나가는 BJ를 중심으로 라인을 탄다고 보면 된다.

우리쪽 라인에 들어와서 방송해봐라!

파프리카TV에서 우리 입김이 얼마나 센데~.

라인 타는 순간 니 방송 성장은 보장해줄게.

이런 식으로 먼저 타고,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도 흔하다.

남절이의 케이스도 비슷한 게 아닐까?

혹은 개인적인 스폰, 한 마디로 문의가 들어왔을 수도 있다.

─애초에 남절이가 달래방 간 것부터 말이 안됐어

남절이가 갑자기 탐방 간 이유가 뭐야?

BJ대표팀 멤버 찾으려고 갔던 거지?

달래가 롤여캠도 아닌데 대체 왜 뽑아

└아, 그런 거야?

└롤알못이라 몰랐는데 하나 알고 감

└어두운 냄새가 풀풀 나네ㅋㅋ

└이제부터 각 잡고 롤하면 빼박이다

롤 커뮤니티가 아니라 다소 늦었을 뿐이다.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BJ달래는 게임BJ가 아닌 순수 여캠.

진성 겜비련인 유리야와는 다르다.

가만히 앉아서 하하호호 떠들면서 수금하는 게 주컨텐츠다.

가끔 가다 큰손이 오시면 춤도 추고, 허리도 흔들고.

그런 여캠이 롤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심지어 멸망전 같은 것도 아니다.

남수길 대표 이사가 밀고 있는 BJ대표팀.

무려 프로팀을 지향하는 진지한 프로젝트다.

실력도 없는 달래를 낙하산으로 꼽는다고?

이제야 모든 퍼즐이 끼어 맞춰진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인방갤 여론은 이번 사건을 그렇게 해석한다.

그 반박이 올라오는 건 고작 하루였다.

─남절X달래 소환자의 전장 데이트 들어갔는데?

일단 달래 아이디는 있나 보네

전적 있는 거 보니까 좀 한 듯?

의외로 롤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지 명의 계정 아니겠지

└대리면 바로 신고 들어감

└보나마나 한나, 랄라로 버스만 탈 걸?

└보포터 해서 1인분 묻어가는 스토리 뻔하다

화제가 커지자 자칭 롤잘알들이 유입된다.

자신이 롤 좀 한다면서도 너도 나도 한 마디.

서포터로 뒤에서 힐이나 보호막 주면 1인분 쉽다.

딱 봐도 좀 연습시켜서 멸망전처럼 버스 태워주겠지.

확실히 틀린 의견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놓고 보자면 가장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픽션을 가뿐하게 깔아뭉갠다.

새로운 롤여캠의 패왕 등극에 롤 커뮤니티들이 들썩인다.

#보포터- 보호막으로 원딜을 시팅해주는 서포터

#돈미새- 돈에 미친 새끼

#큰손- 별풍선 많이 쏘는 분들

#풍력- 별풍선을 얼마나 받는지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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