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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춘자야? -->
솔직히 말해 다소 흥분한 감이 있긴 했다.
변태적인 성취향.
그런 것이 아니라 쌓인 게 좀 많지 않았다.
맞아, 내가 잘못한 건 있어.
유리야한테 미안하다고도 생각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시 당하는 건 아니지.
유리야에게 이실직고를 받은 다음 날.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화가 충전되더라.
만나기 직전에 모종의 트러블까지 있었다.
유리야의 얼굴을 보자마자 뚝-! 끊어져 버렸다.
원한을 생각보다 과하게 풀고 말았다.
다음 날 리야의 회신.
참가 안 하겠다면서 멍이 든 사진을 보내왔다.
-ㅗㅜㅑ……
-대꼴인데?
-리야 엉덩이 지금 원숭이 엉덩이임?
-사진 공유 좀요^^ [email protected]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성추행범 같잖아!"
심각하게 고민을 토로하자 장난스러운 반응이 들려온다.
시청자들한테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그리고 이번 경우도 내 잘못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모르게 힘이 실린 감은 있어. 리야한테는 미안해. 엄청 미안하긴 한데…… 찰지더라."
-야 이 미친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타격감 논하고 있네
-이건 진짜 미투각인데?
어디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누구 인생을 보내버리려고.
당연히 그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사과도 하고 그랬다.
내가 성격이 약간 욱하는 기질이 있다.
인정하지만 아예 선으로 줄넘기하는 정도는 아니다.
잘못하면 무릎 꿇는 일이 있더라도 용서를 구하는 편이다.
-그건 ㅇㅈ
-진짜 꿇을 줄은 몰랐자너ㅋㅋㅋㅋ
-할 때는 하는 남자다 우리 남절이
우리 남절이 소리도 듣고 내 방송도 많이 정착을 했다.
그래서 시청자들과 진지하게 논하고 있다.
대책을 대체 어떻게 세워야 할지.
그 이전에 물어보고 싶다.
여성 시청자가 있다면 특히.
전력으로 휘두른 것도 아니고 딱 예끼 이놈아 느낌이었다.
"겨우 두 대 맞았다고 멍든 건 걔 피부가 약한 잘못 아니냐?"
-이런 핵폐기물급 쓰레기를 봤나;;
-반응을 어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사고 구조가…… 사이코패스인데?
-이 방은 BJ가 어그로 끌어서 보기 좋네요^^
자칭 여성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고정 매니저를 주고 할 말 해보라고 했다.
내 방 시청자답게 쌍욕부터 박긴 했지만 나름대로 건설적인 비판이었다.
"맞아. 여자 피부가 남자 피부와는 다르지……. 그리고 리야가 많이 여리여리 하니까."
-제발 나가 죽자 남절아……
-지구의 산소를 아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려요!
-조금이라도 한강물 따듯할 때 다이브각 봐
-다이브각 ㅇㅈㄹㅋㅋㅋㅋ
채팅창이 심하게 난잡한 감은 있지만 이럴 때는 차라리 욕 듣는 게 편하다.
세상 살면서 가장 난감할 때가 욕조차 듣지 못할 때다.
갑분싸가 찾아왔던 지난 멸망전이 그랬다.
그때와 달리 리야도 답장은 다 받아준다.
살짝 화난 티를 내는 정도다.
다행이긴 한데 대회 불참은 진짜 아니지!
"얘가 방송도 안 하고 있네."
-너 때문에 안 하는 거^^
-ㄴㄴ원래 리야 방송 늦게 킴
-아닌데? 리야 방송 이때쯤 키는데?
채팅창에서 또다시 소란이 인다.
가만히 두면 내 탓이 될 분위기다.
해결할 수 있는 손 쉬운 방법이 있다.
〈떨려오는 별빛 반짝이는데 넌 어디를 보고 있는지~〉
-?? 전화 거는 거?
-대박
-여캠 전화번호를 알고 있네
-남절이의 유일한 존재 가치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전화가 연결된다.
다음부터 또 답장 늦거나 전화 기다리게만 해봐라.
그런 일 있으면 볼기짝을 짜장면 면발 마냥 불게 만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보세요.〉
뾰로통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화가 살짝 난 거지 안 난 건 아니다.
이해하는 부분이고 충분히 고려는 하는데.
─리픈원탑남절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리야한테 고백해서 OK사인 받으면 천 개 미션
-이걸 갑자기?
-이 미션 받으면 진짜 쓰레기다
-남절이의 쓰레기력을 시험하겠다!
-와, 열혈 방송감 미쳤네ㅋㅋ
다른 분이면 생각도 안 했겠지만 좀 쏘신 분이다.
꿀통통 방에서 내 방으로 넘어오신 분이다.
심지어 열혈팬이라서 무시할 수도 없다.
근데 그래도 천 개는 무리지 않나.
"꼬셔 보라고? 꼬시면 진짜 천 개?"
─압도적인다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ㄹㅇ루다가
물론 진지하게 하는 거면 나도 안 한다.
나름대로 절도를 지키는 남자다.
하지만 장난삼아 한 번 정도라면.
'그래, 인생 뭐 별 거 있나.'
결코 별풍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거부하면 분위기가 죽잖아.
이런 건 원래 흐름 타는 거다.
방송을 살리기 위함이다.
"리야야."
〈왜요.〉
"오빠가 미안하다 때려서."
〈저 엉덩이 아파서 지금도 방석 깔고 앉아있어요…….〉
-리야 서러워ㅠ.ㅠ
-아직이야?
-빨리 고백ㄱㄱ
-진짜 하는 건 아니겠지……
일단 리야를 달래고 시작한다.
지난 앙금을 풀어야 다음 대화도 이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매번 풀리기 무섭게 다시 쌓이는 듯한 건 기분 탓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손찌검은 안됐는데 다시 한 번 사과할게."
〈한두 번 아니잖아요. 맨날 쥐어 박고 여자 엉덩이 때리고.〉
"그래……, 오빠가 죽일 놈이다."
-상습범ㄷㄷㄷ
-사탄: 아; 이건 좀……
-SM클럽회장: 방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이번엔 저도 잘못한 거 있으니까 봐줄게요. 다음에 밥 사주세요.〉
"다, 당연히 사줘야지. 안 그래도 돈 들어올 데가 있어서."
-야 이 쓰레기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
-여캠이랑 밥탐 잡기 개이득!
-설마 저 돈이 미션풍 말하는 건 아니겠지?
-같은 여자로서 리야 진짜 착해; 나 같으면 귀싸대기 날렸어
여성 시청자의 뼈아픈 일침이 가슴을 콕콕 지른다.
하지만 본인이 용서를 해준다는데 귀싸대기는 참견이지.
그리고 리야도 내 방송을 보고 의식하는 걸 수도 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리야야."
〈넹?〉
목소리를 낮게 가다듬는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하는 거다.
리야도 방송 경력이 있는 만큼 잘 받아줄 거라 믿는다.
믿고 있기에 저지르는 깡다이브.
"멸망전을 계기로 우리가 여러 일이 있었잖아."
〈네, 맞아요.〉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너가 여자로 보이려고 그런다."
10초, 세상에 단 둘만이 존재하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채팅창에는 ㅋ과 ?만이 터질 듯한 속도로 도배된다.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지.
정색하고 욕이라도 해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저, 저, 저……정말 일부러 말 끊은 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시 심호흡 좀 할게요.〉
"어, 그러렴……."
〈선배 제가 지금 바로 대답하기 힘들어서 그런데요. 지금 선배집 찾아가도 돼요?〉
아니, 잠깐만 이건 좀…….
너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다.
만약에 인터넷에서 들은 썰이라면 커플 새끼들 엿이나 먹어라.
누가 봐도 라면 끓이는 각이잖아.
그렇게 단정지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게 분명하다.
"미안해, 방송 중이었어. 집은…… 와도 돼."
-전화 끊겼어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남절이 이 새끼는 「진짜」다
니들이 하라며!
해도 괜찮다며!
이렇게 심각하게 번질 줄은 몰랐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별풍선이 아니다.
─리픈원탑남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두 분 사이 잘 풀리길 기원합니다^^
-병 주고 약 주고ㅋㅋㅋ
-으아 이건 유료 블랙 당해도 할 말 없겠다
-열혈도 미안하데잖아ㅋㅋㅋ 1000개 쐈잖아ㅋㅋㅋㅋ
리야의 이미지를 지켜줘야 한다.
여캠이 남친 사건 터지면 큰일난다.
속된 말로 풍력이 떨어지고 열혈이 탈주한다.
"지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리야가 이렇게나 순수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제가 얘한테 마수를 뻗칠 일은 때려죽여도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반응 보면 이건 절대 주작일 수가 없음
-대박이다. 인방갤에 무조건 올라간다!
-꼬실 수 있는데 안 꼬시는 새끼…… 그래서 더욱 멋진 새끼……
도저히 각본으로는 짤 수 없는 드라마다.
그 생생함에, 리얼리티에 시청자들이 압도됐다.
천만다행 채팅창 분위기와 민심은 나쁜 편이 아니다.
오히려 나와 리야의 관계를 의심했던 몇몇 이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훌훌 털어버린 모양이다.
다행이긴 개뿔이 리야 진짜 어떡하지.
-둘이 뒤에서 사귀는 거 아닌지 의심했는데 미안해졌다
-리야는 다른 여캠들이랑 다르다니까? 호박씨 안 까
-일편단심…… 남절이를 받아줄 수 있는 포용력……
-빡대가리야의 재평가가 시급하다!
미안하면 별풍 좀 쏴!
아니다, 별풍으로는 지금 마음을 달랠 수 없다.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옛말에 여자는 여자로 잊으라는 격언이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 아니, 여캠 탐방으로 간다."
-여기서?? 진짜로?
-뭐지? 겜비의 방송감이 아닌데
-리야를 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여캠들 고백해서 혼내주나?
내가 고백하는 게 혼내주는 거냐?
탐방.
다른 BJ의 방송에 놀러 가는 행위다.
파프리카TV의 문화에 대해 모르지 않다.
물론 이 탐방은 기본적으로 남캠의 컨텐츠다.
잘생긴 남캠이 여캠과 이야기를 나눈다.
말하자면 인터넷 헌팅 같은 느낌이다.
게임BJ들도 은근히 해.'
방구석 겜비놈들이 어딜 감히 여캠한테 비비려고!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환영 받는다.
왜?
게임BJ들은 기본적으로 시청자가 많으니까.
홍보 차원에서 나쁠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 내 시청자는 7천 명.
의도치 않게 일이 생겨서 많아지고 말았다.
전화위복,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기회다.
"시청자님들, 진정하시고요. 제가 홧김에 가는 게 아니라 팀 멤버 구하려고 가는 거에요. 제 맘 아시죠?"
-응 몰라
-아~ 그 BJ대표팀 만든다는 거?
-그거 진짜 하는 거임? 농담인 줄 알았는데
농담 아니고 진짜 하는 거다.
어찌 불순한 의도로만 이런 짓을 하겠는가.
BJ대표팀을 꾸려 프로 리그를 나갈 예정이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몇 번 설명을 했었다.
남수길 대표 이사님이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고.
좋은 멤버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노력 중이다.
'챌린저는 의외로 문제가 안되는데.'
가장 영입 난이도가 높은 건 여성BJ.
그것도 파프리카TV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한 명!
속된 말로 와꾸가 돼야 한다는 전제가 상당히 까다롭다.
"이번 기회에 돌아다니면서 적절한 분으로 구해보겠습니다."
-자연스러운 쓰레기……
-쓰레기짓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이렇게 자연스러우면 욕할 수도 없자너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 탐방은 아니지!
채팅창의 민심이 살짝 안 좋기는 하다.
하지만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물소들이 연거푸 괜찮다를 외칠 때 잠입한다.
"이분은…… 예쁘시긴 하지만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네요."
-아니, 소개팅 나오셨어요?
-남절이 주제에 뭘 가림
-근데 솔직히 나도 별로다
-거르고 다음ㄱㄱ
"이분은 눈코입도 오똑하고 정말 제 이상형이긴 한데…… 진짜 사람이 아니네요."
-돌직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못하긴 못한다……
-브론즈5야 브론즈5!
-리야가 잘해 보이긴 처음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
리야가 롤여캠들 사이에선 실력이 나름 나쁘지 않다.
물론 얘도 브론즈5였지만 내가 많이 키워서 진화를 좀 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
-진짜로 사람이 없긴 하다^^
-롤여캠들 실력이 다 그렇지
-원래 여자들이 게임을 잘 못해
세상에 원래는 없다.
잘하는 여자도 있다.
이 넓은 파프리카 대륙에서 내 감으로 그런 여자를 찾겠다.
-여길 들어간다고??
-아니, 이분은 대기업인데
-애초에 이분 롤여캠이 아님
-후퇴하자 후퇴!
여캠으로 검색해서 쭉 훑어보자 마음에 쏙 드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심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다.
-야, 오빠 왔다. 인사 박아라
BJ달래라는 분이다.
애청자 23만 명, 시청자 400명.
다섯 손가락은 아니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드는 대기업 여캠이다.
그 대기업 여캠을 상대로 자연스러운 인사로 운을 띄운다.
-남절이 이 미친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 진짜 대기업임 손대면 큰일남;;
-남절아 이분 롤여캠 아니고 그냥 여캠이라고……
시청자들이 자꾸 말리려고 한다.
가만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어차피 이쁘면 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BJ남절님? 혹시 탐방 오신 거에요?〉
대기업 여캠답게 탐방이 익숙한 모양이다.
시청자가 많은 남자BJ가 탐방을 온다.
그러면 여캠들은 자기 홍보를 한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의 방송 컨텐츠.
파프리카TV의 문화라고 들었다.
가볍게 타파해준다.
-춘자야 오빠다. 좋은 말로 할 때 인사 박아라
싸늘하게 굳은 BJ의 표정.
애시당초 지금 이 순간을 위한 탐방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