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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 볼기짝 -->
최근 롤챔스를 휩쓸고 있는 희소식이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정말로 실화.
프로 리그에 새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다대기!
야흐오의 칼끝이 바람을 가른다.
출시된지 한 달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규 챔피언.
챔피언 자체가 컨셉이 독특하고 스킬 구조가 맛깔난다.
원래 칼 쓰는 챔피언은 기본적으로 멋있다.
그런 데다 사무라이 컨셉이라니?
소위 말하는 충들이 안 하고는 못 배긴다.
〈야흐오는 딜 기대치가 진짜 높아요. 후반 가면 치명타 확률이 90%가 넘어서서 아예 딜계산이 안될 정도입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챔피언이 워낙 세다.
세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프로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연구했고, 실제로 스크림에서도 왕왕 쓰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들리기만 할 뿐 나오지를 않아 애간장이 타고 있었는데…….
드디어, 정말 드디어 올 것이 왔군!
SKY T1의 영원한 라이벌 삼선 게임단이 꺼내고 말았다.
〈밴픽 때도 말씀드렸지만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하고 있었어요.〉
〈B조의 1위 결정전이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조커 카드든 뭐든 있으면 아낌 없이 사용해야죠!〉
진용준 캐스터의 힘찬 외침대로 오늘 경기는 중요도가 높다.
사실상의 조 1위 결정전.
심지어 사이가 썩 안 좋다는 소문까지 흐르는 두 팀이다.
삼선 게임단과 KTX롤러코스터는 견원지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만큼 무언가 보여줄 줄은 알았다.
김은준 캐스터도 야흐오의 픽이 나왔을 때 대단히 들떴었다.
예견한 픽이 맞아 떨어질 때 해설자로서 보람이 생기는 법이다.
결과적으로 맞은 건 딱 절반이었다.
포지션이 틀려버렸기 때문이다.
휘익!
휘익!
야흐오가 미니언 사이를 누비며 적에게 접근한다.
상대는 이를 막기 위해 스킬샷들을 던진다.
그 투사체들을 너무나도 당연한 듯 차단.
─발암을 맞아라!
일으켜진 바람의 장막이 모든 투사체를 집어삼킨다.
하지만 자신이 쏘아낸 회오리는 예외다.
일직선상으로 뻗어지며 그 끝에 아슬아슬 걸친다.
회오리를 맞은 쏘냐가 공중에 붕-! 떠버리고 만다.
아직 궁극기가 없는 5레벨 타이밍.
딱히 위험한 그림이 아니어야 정상이다.
문제가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쿵! 쾅!
쏘냐가 나온 시점에서 미드가 아닌 봇라인이다.
광우스타가 점멸 박치기를 깔끔하게 연계한다.
쏘냐가 다시 한 번 공중에 묶인다.
그 타이밍을 놓칠 리가 있을까.
야흐오가 점멸로 냅다 배때지에 칼을 쑤셨다.
이를 지켜보던 강빈 해설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거죠! CC연계되는 순간 그냥 죽는 거에요!〉
일명 쏘약약.
굳이 설명하자면 쏘냐의 기본 스펙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방금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나름 적절한 해설이었다.
야흐오가 로밍을 온 게 아니라 야흐오 원딜.
그 어처구니 없는 조합이 성공하는 분위기다.
삼선 블루가 KTX롤러코스터 B팀을 상대로 선취점을 가져온다.
아니, 멈추지 않는다.
─우리에게 돈!
충분히 만족해도 될 상황이다.
구태여 무리까지 안 해도 괜찮았다.
그럼에도 과감히 다이브를 시도한다.
삼선 블루의 봇듀오가 코돈빈의 이즈레알을 아작낸다.
〈마치 원수를 즈려밟듯 잔인한 다이브였습니다. 광우스타가 내려치고, 야흐오 궁극기 연계되고, 탈진까지 거니 제아무리 코돈빈이라도 사릴 수가 있나요?〉
다시 송출되는 리플레이 화면을 김은준 해설이 나지막하게 설명한다.
이즈레알은 생존기가 좋아 다이브에 제법 강하다.
심지어 원딜 코돈빈은 사리기의 달인이었다.
그런 코돈빈이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고 죽었다.
결코 안일했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의 다이브가 워낙 매서웠고 연계가 훌륭했다.
〈일반적인 조합이었다면 이렇게 안됐을 거에요.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야흐오 원딜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게 연구가 마쳐진 조합인가.
조커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에 대한 해답이 지금 당장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알파카가 혁신적인 시도를 성공시켰다.
라이벌인 KTX롤러코스터 B팀을 상대로 두 세트를 전부 따내는데 이른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한 차례 파란이다.
화제가 크게 번졌을 리도 없다.
다다음날 토요일 오후 2시.
형제팀인 삼선 레드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자드 밴 됐고 상대가 구리가스까지 가져간 상황이라면 그렇죠! 야흐오 해볼 만하죠. 최근 다대기 선수가 솔로랭크에서 맹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만약 여기서 미친 척하고 야흐오가 원딜로 간다면 낄낄…….〉
〈그런 사고가 설마 두 번 있을까요.〉
정색한 김은준 해설이 클끼리 말을 딱 잡아 끊는다.
데이터에 상정한 그의 설명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틀린 것이 있다면 기존의 상식.
삼선 블루에 이어 레드까지 야흐오 원딜을 픽한다.
─다대기!
팀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선수에게는 다소 미안하다.
연습한 픽을 뺏어서가 아니라 챔피언이 원래 그래.
다진 고춧가루 양념 같은 느낌의 기합과 함께 핑크스가 갈라진다.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야흐오가 원딜이라고!〉
현재 롤챔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전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클끼리가 신이 나서 외친다.
지난 삼선 블루의 경기 때는 해설 엔트리가 아니라 답답하기만 했다.
〈저는 이런 필살기성 전략을 게임단 차원에서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요?〉
〈정규 대회가 아니라서 그럴 겁니다. 일종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단기적인 화제가 있었어요.〉
파프리카TV배 멸망전.
상당한 파급을 몰고 왔지만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대회다.
아마추어 대회에 티몽이 나온다고, 갓렌이 나온다고 그게 의미가 있을까?
기껏해야 해프닝이고 해당 BJ의 팬들이 따라하는 정도다.
러이갓이 『롤드컵 코치들도 배워간☞운영 캐리』.
이런 방제를 한다고 정말 배워가지도 않고.
보황이 『야흐오 100판 장인 완벽 해부(이분 최소 외과의사)』.
이런다고 장인의 노하우를 훔쳐갈 일도 없다.
전체적인 E-스포츠 유저에 비하자면 새발의 피, 까지는 아니어도 새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이라도 몇몇 게임 전문가들의 귀에는 들어간다.
이렇게 실전에서 사용되자 일약 파문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삼선 게임단이 벤치마킹을 넘어 자신의 색깔로 가져오는데 이른다.
첫 번째 세트에서 야흐오 원딜이 선전.
두 번째 세트에서는 허를 찌르고 만다.
원딜 야흐오에 이어 미드 야흐오로도 마진 실드를 압살해버렸다.
〈롤드컵 당시 테이커의 미드 리픈이 생각나지 않나요?〉
〈아니, 근데 그때랑은 상황이 다른 게…….〉
최소 3일은 솔로랭크 안 돌리는 게 신상에 좋을 대격변이 일어났다.
경기가 끝났다 한들 소란이 끝난 건 아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김은준 해설이 특유의 정색으로 대답한다.
〈테이커의 미드 리픈은 확실히 근거가 있었습니다. 자드와 구리가스 같은 근접 챔피언들이 미드 패왕에 올라있는 지금, 리픈이 그들을 상대로 라인전이 꽤 괜찮으니까요.〉
항상 데이터, 그리고 근거에 기반하여 말하는 김은준 해설이다.
처음 미드 리픈이라는 상상초월의 픽이 나타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예시를 들어 설명을 성공시켰다.
그런 김은준조차 이번 만큼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야흐오가 원딜 포지션으로 대활약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도저히 조커 카드라고 단정할 게 아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근접 서포터들의 티어가 오른 감이 있잖아요?〉
〈그걸 감안해서 본다고 쳐도……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단계 아닐까요.〉
이미 새 시대의 바람을 보고 왔다.
긍정적인 클끼리와 달리 아직은 갸우뚱한 김은준.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선수가 그리고 시대가 선택할 일이었다.
* * *
내 개인적인 사정을 떠나서 롤챔스는 당연히 챙겨본다.
흘러가는 메타도 알아야 되고, 배워야 할 것도 아직 많다.
다만 최근에는 여러 일이 많다 보니 건너뛴 감이 있었다.
'이렇게 짬 생길 때마다 봐둬야지.'
마침 롤챔스가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다.
핸드폰 화면으로나마 감상을 하려 한다.
그런데 조금 익숙한 장면이 흘러나온다.
사각!
싸캉!
두 번의 칼질이 한순간에 내질러진다.
흔히 말하는 평캔이 아니다.
단순히 스킬이 그러하다.
Q스킬 바람 가르기가 일종의 평타.
온힛 효과가 있으며 사거리도 길다.
마치 모 만화의 발도제처럼 무시무시한 위엄이다.
'그래봤자 나한테는 안되지만.'
멸망전 이후 내 시그니처 픽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그 야흐오가 롤챔스에 나왔다는 사실.
'아니, 뭐 할 수도 있는 거지.'
야흐오가 꼭 나만을 위한 챔피언일까?
당연히 아니고 선수들도 연습해서 쓴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다.
쿵! 쾅!
그런데 그 야흐오가 원딜로 나왔다.
광우스타가 적 랄라를 박치기로 박아버렸다.
야흐오의 궁극기가 연계되며 하늘에서 썰린다.
그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해설이 이어진다.
클끼리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설명한다.
〈요즘 메타에서 감히 짤포터를 해? 야흐오 원딜로 바로 응징 들어가죠!〉
'뭔 소리야 대체?'
뇌에 정지가 왔던 것도 잠시였다.
한 마디로 옛 시대가 지나갔다.
얼마 전, 시즌4가 들이닥쳤다.
여러가지 패치가 됐지만 가장 큰 건 서포터 전용 아이템.
그로 인해 서포터들의 티어가 재정립됐다.
근접 서포터들이 각광 받고 있다.
'그래서 짤포터의 입지가 줄어든 건 나도 아는데.'
애초에 지난 시즌에 근접 서포터가 워낙 안 좋았다.
이제는 어느 서포터든 쓰이는 춘추 전국 시대.
나도 알긴 아는데 이건 대체…….
〈아직도 야흐오 원딜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자! 메타에 순응하지 않으면 갈가리 찢기는 거에요!〉
잔뜩 흥분한 클끼리가 외치고 있다.
굉장히 익숙한 야흐오&광우스타.
봇파괴 조합이 적을 끔살낸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문제 없이 해설이 진행된다.
〈확실히 야흐오와 광우스타가 시너지가 좋아요. 두 챔피언을 전부 내준 게 패인이 되지 않았나…….〉
〈아니, 요즘은 쓰렉귀와도 조합이 됩니다. 선고 맞는 순간 공중분해되는 마술이 일어나기도 해요!〉
쓰렉귀의 선고도 에어본 판정이다.
심지어 라인전은 광우스타보다 훨씬 세다.
광우스타만이 아닌 여러 조합으로 연구가 되는 추세.
그 이상으로도 흘러넘치고 있다고 한다.
-롤챔스 메타 왜 갑자기 개판됐냐?
-야흐오가 무슨 원딜을 가네;
-원딜 야흐오 카운터 치려고 원딜 네네톤도 나오던데?
-이 막장 메타 시작한 새끼 누구냐? 진짜 개념 밥 말아 쳐먹었나
'…….'
롤챔스 공식 방송에 거친 채팅이 흘러넘치고 있다.
다행히 네이버라서 그런지 별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파프리카TV쪽 중계방.
아니나 다를까 양심이 콕콕 찔리는 일침들이 보인다.
-남절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엣헴! 야흐오 원딜을 누가 시작했냐 하면! 어?! BJ남절이라고~
-진짜? BJ가 약 판 게 팔린 거야?
-골수 원딜 유저인데 솔로랭크 돌릴 때면 진짜 살인 충동 들더라
'…….'
롤챔스에서 몇몇 게임단들이 꺼내서 선전하자 다른 게임단들도 대응한다.
너희만 야흐오 원딜 쓸 줄 알아?
그럼 그 야흐오 원딜의 카운터는 뭔데?
그렇게 메타가 뒤죽박죽.
어? 재밌어 보이네?
일반 유저들도 솔로랭크에서 너도나도 꺼내기 시작한다.
내 멸망전 선전이 기폭점이 되어 나비 효과가 격하게 터져버렸다.
'아니, 이건 솔직히 내 탓은 아니지.'
굳이 탓이 있다면 기권패를 하지 않은 크하하팀과 다크팀의 잘못이다.
그들이 기권패를 했다면 내가 야흐오 원딜을 할 일도 없었다.
그런 기형적인 전략으로 승리를 목표하지 않아도 됐다.
고로 내 잘못은 아니라는 소리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오……. 저 안 늦었어요. 2분 빨리 왔어요."
"그래? 나는 15분 먼저 왔는데 어떡하지?"
"히, 히익……."
그리고 또 한 명 잘못한 사람이 있다.
내가 마음이 싱숭생숭한 상태에서 보게 만든 사람.
카페에서 유리야를 기다리는 와중에 골칫거리가 하나 늘었다.
뒤늦게 도착한 유리야가 벌벌 떤다.
본인도 지은 죄가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그 죄와 전혀 상관 없는 볼기짝형이 예정돼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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