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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 볼기짝 -->
여자라는 생물은 한 번 삐지면 달래기가 힘들다.
인기남, 그리고 나쁜 남자의 숙명이라서 잘 알고 있다.
특히 리야처럼 화를 잘 안 내는 타입은 삐지면 잘 안 풀린다.
'내가 유리야한테 언제까지 이렇게 굽실대야 흐느…….'
어금니가 꽉 깨물어지지만 일단 참는다.
우승을 계기로 어느 정도 풀리긴 했는지 말은 받아준다.
그 이상의 진전이 없어서 문제지.
'두드리다 보면 열릴 날이 올 거야.'
내가 그동안 유리야를 많이 막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반성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채팅창에 의아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리야 일부러 삐진 척 하는 거 아님?
시간도 많이 지났고, 사과도 충분히 했고.
속이 풀릴 만도 한데 오래 가는 거 같다.
일부 시청자들이 의혹을 제기한다.
단칼에 자르듯이 끊는다.
"걔가 그렇게 영악하진 않아."
-ㅇㅈ
-빡대가리야가 그럴 리가 없지ㅋㅋ
-에이, 여자들 뒤에서 어장 관리 쩌는 거 모르나?
쩔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경우랑은 다르다.
'내가 걔 어장에 왜 들어가.'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을 때나 해당이 되는 거지.
죽었다 깨어나도 여자로 볼 일은 없다.
물론 5년쯤 후에 얘가 정말로 정신을 차린다.
여성으로서 페로몬이 개화가 된다.
한 단계 성숙해질 계기가 생긴다!
그런 기적이 벌어진다면 또 모를 수가 있는 게 사람 인생이긴 하다.
-근데 유리야 현실에서도 이쁨?
-여캠은 그냥 캠각도랑 조명빨이잖아
-파프리카 여캠들 시상식 안 나오는 이유가 뻔하지ㅋㅋ
파프리카TV가 나름대로 큰 플랫폼이다.
대중적이지는 않을지언정 규모는 상당하다.
그런 만큼 자체적으로 BJ시상도 하고 여러가지 있다.
시상식을 할 때면 무조건 이슈가 되는 게 여캠 관련.
여캠들 보면 진짜 연예인 뺨 치게 이쁜 사람들 많다.
저런 사람들이 왜 헐벗고 개인 방송을 할까?
'건전하게 소통을 지향하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헐벗고 별풍선 유도하는 여캠들도 적지가 않다.
그런 여캠들이 정말로 현실에서 여신급인지.
알고 보면 아닌 경우가 많아서 나오는 소리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솔직히 말해도 되나?"
-안될 게 뭐있음
-님이 이미 끝장을 냈는데
-막타ㄱㄱ
-막타 ㅇㅈㄹㅋㅋㅋㅋ
최근 방송이 성장한 탓에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방송 키고 딱히 한 것도 없는데 2천 명 들어와 있다.
이런 자리에서 지인 얘기를 할 만큼 내가 나쁜 사람이…….
─압도적인다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폭로전 함 가자!
"하지만But! 시청자들이 원하면 하는 게 저란 남자입니다."
-그란 남자……, 그란 쓰레기……
-돈미새가 또!
-별풍 100개에 유리야를 판다고?
결승전 이후 다크방 팬들도 내 방송에 넘어왔다.
물론 꿀통통때처럼 엄청난 대란까지는 아니었다.
애초에 다크도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고정 팬층이 얕다.
안 그래도 얕은 팬층을 빼앗겼으니 부들부들 하겠지만 원래 세상이 다 실력주의다.
그리고 자본주의이기도 하다.
"판다니! 어떻게 그런 상스러운 생각을 해요……. 당연히 나쁜 말이 아니니까 하는 거지."
리야는 솔직하게 실물이 난 편이다.
캠으로 보면 얘가 얼굴이 좀 찐빵 같이 나온다.
하지만 실물은 얼굴이 작아서 그런 단점이 안 드러난다.
-ㄹㅇ? 얼굴이 그렇게 작아?
-유리야방에 당장 팬갑하러 간다
-내가 남절이방은 건빵이지만 리야방은 필수로 함!
리야처럼 실물이 나은 타입도 분명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캠은 그렇지 않다는 게 통설이다.
일례로 어떤 여캠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캠 화면으로 이상하게 옆모습만 비춰주더라.
왜 그런가 하니 앞모습이 별로였다.
마치 가자미처럼 옆 모습만 예뻤다는 이야기다.
그런 파프리카TV 여캠 관련 여러 사고들.
내가 최근에 일이 있다 보니 알아봤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자 듣자 하니까 열받네?
"유리야 방보다 시청자가 최소 10배는 많은데 왜 별풍은 반에 반에 반도 안 터지냐?"
-그 성별^^
-님도 꼬우면 여자하셈!
-인생 리겜ㄱㄱ
-요즘 리야방 잘 터지긴 하더라ㅋㅋㅋ
평소 같았으면 바로 가서 화풀이라도 할 텐데.
그럴 수가 없는 입장이라는 현실이 치가 떨린다.
그래도 일단 할 게 없어서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
-리야님 남절이 불쌍한데 용서해주죠
-그 쓰레기가 뭘 불쌍해 혼 좀 나야지
-ㅇㅇ이번 기회에 연 끊자
'지금 욕하는 새끼들 내 방에서 본 새끼들 같은데?'
비로그인으로 리야 방송을 살며시 보고 있다.
채팅창에 나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리야가 대체 뭐라고 반응할지.
살짝 굳은 얼굴로 쏘아붙인다.
〈다른BJ 얘기 하지 말아주세요. 특히 남절님은 제가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안 나아서…….〉
-우리 리야 멸망전 때 많이 서러웠지ㅠ.ㅠ
-게임 좀 잘한다고 으스대는 애들은 다 인성 노답이야
-어휴 남절인지 뭔지 여자한테 막 대하는 애들은 쳐맞아야 정신을 차려~
침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얇게 눈을 뜬다.
그러자 수많은 물소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
순식간에 나를 죽일 놈으로 몰고 있다.
"리야방 터렛 왜 이렇게 많아졌냐?"
-유리야 요즘 잘 나가는 거 몰라?
-멸망전 끝나고 물소 유입 개쩜
-어떤 쓰레기가 계속 갈구니까 위로해주러 많이 옴
그렇구나.
근데 그 어떤 쓰레기가 나를 말하는 건 아니지?
못내 미안한 감정이 있는 만큼 이해는 하는 부분이다.
원래 감정이라는 게 바로 안 풀리고 오래가는 부류도 있다.
그렇기는 한데.
'히죽?'
아주 잠깐이지만 분명히 보았다.
채팅창 반응을 본 리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전에 빕스에서 밥을 사줬을 때와 같은 특유의 표정이 관찰된다.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은, 폭력을 유발하는 우쭐거림.
'정말로 설마 하지만…….'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지어다.
* * *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내 방송의 주된 컨텐츠.
롤방송인 만큼 롤을 한다.
'문제는 누구랑 하냐지.'
최근에는 거의 러이갓이랑 했다.
인성제로와도 했지만 몇 판 정도다.
현재는 그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리야야, 오랜만에 듀오하니까 좋지?"
〈흥, 몰라요~.〉
-어휴 남절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좋긴 뭘 좋아. 완전 삐져있는데
-듀오 해주는 걸 감지덕지 생각해라ㅉㅉ
부캐로 간만에 듀오를 하게 됐다.
처음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리야와의 듀오였으니 이상한 건 아니다.
방송에 찾아가서 몇 번 찌르자 마지못하다는 척 수락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내 착각일 수도 있어.'
원래 화를 잘 안 내는 타입이니 오래갈 수도 있지.
웃은 것도 웃기는 채팅을 봤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의구심이 솟구친다.
"아이고 우리 리야 죽었네?"
〈……어쩌라구요.〉
"자책하지 마. 내가 더 잘해줬으면 리야가 안 죽었을 텐데 아쉽다."
〈맞아요. 선배가 자꾸 앞으로 안 나갔으면 저도 호응하다 죽을 일 없었어요.〉
-리풍당당!
-그래, 리야야 정치해 정치!
-어차피 쟤 반격 못함ㅋㅋ
-이 참에 한을 풀자
리야팬인지 내 팬인지 구별이 안되는 채팅창.
그 난동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따로 있다.
현재 휴대폰으로 리야의 방송을 엿보는 중이다.
입꼬리가 살짝.
리야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잠깐 생겼다.
이 정도는 기분 탓, 혹은 잘못 본 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리야의 인어가 풀리츠크랭커의 그랩에 당겨졌다.
이어진 핵펀치와 이즈의 호응에 꿱하고 사망!
내장에 중금속 쌓인 물고기처럼 자성이 띄었는지 계속 끌린다.
〈선배가 그랩 맞아줬으면 살았잖아요. 똑바로 좀 못해요?〉
"맞지. 내가 점멸을 써서라도 대신 맞아야 했는데."
〈인정하는 태도 좋아요. 이번에는 특별히 봐줄게요.〉
-관계가 완전히 역전 당했네ㅋㅋ
-근데 이번 건 좀;;
-리야 삐졌잖아…… 그럴 만하지
의기양양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계시다.
내가 한 번, 두 번 받아주자 만만해진 모양이다.
안 그래도 못하는데 내가 제지도 안 하니 아주 온동네 싸지르고 돌아다닌다.
"리야야, 딴데 가지 말고 나랑 같이 탑라인 포탑 밀자."
〈싫은데요. 하지만 부탁하면 한 번 생각해볼게요.〉
심지어 오더를 해줘도 안 들으려고 한다.
가히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
꽉 깨문 어금니를 힘줘서 풀고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흐늘 긑은 서포터님. 탑라인에 와서 미력한 원딜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느드."
〈흥, 다음부터도 그렇게 말해요. 그러면 들어줄 수도 있어요.〉
-언냐 사이다긔!
-남절이 부들부들잼~
-대꾸 모타죠? 아무고또 모타죠?
버스를 태워주는 입장에서 이런 수모까지 당해야 하다니!
어금니가 꽉 깨물어지는 정도를 넘어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두 번째 게임이 끝이 났다.
〈팀이 너무 답답해서 안되겠어요. 이번에는 미드를 갈 거에요. 미드 가서 캐리할 테니까 선배는 버스 타세요!〉
표정 관리는 진작에 집어던졌는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우쭐해서 소리친다.
깊은 폐 속 마지막 한 줌의 한숨까지 새어 나오는 광경이다.
다시 공기를 집어넣고 낮은 목소리로 빡침을 읊조린다.
"야, 유리야……."
〈그러니까 저는 캐리를 하고~, 선배는 버스를 타고~.〉
"야 이 빡대가리야!"
-간만의 빡대가리야!
-리야야 이건 좀 너무 신냈다……
-리야 깜짝 놀라서 눈 동그랗게 뜸ㅋㅋㅋ
아니, 깝쳐도 적당히 깝쳐야지.
장단에 맞춰주니까 신나 가지고 밑도 끝도 기어오른다.
삐지기는 개뿔이 내가 미안한 마음에 잘 대해주는 걸 이용하고 있었네?
"너 안 삐졌잖아. 뒤질래?"
〈삐, 삐졌어요!〉
"쪼개고 있는 입술이나 닫고 말해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이제 와서 부인을 해봤자 이미 다 들통났다.
"내가 니 히죽히죽 웃고 있는 거 모르는 줄 알았지?"
〈저 안 웃었어요. 근데 이제 다 풀린 건 맞아요…….〉
-리야 거짓말 개못햌ㅋㅋㅋㅋㅋㅋㅋ
-난 중간부터 눈치챘다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리야야……
-개이득 보다가 시무룩해진 우리 리야
태세 전환해서 갈구자 이실직고를 해온다.
순순히 고백을 했으니 정상참작.
내 사전에 그딴 단어는 없다.
"지금까지 엿 맥이고 있었던 거네? 내가 만만하지? 아주 우습게 보이지?"
〈죄송해요. 근데…… 근데…….〉
"근데 뭐?"
〈삐진 척하면 선배가 저한테 뭐라고 안 하잖아요. 막 소리도 안 지르고 상냥하게 대해주니까…….〉
-변명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일부러 삐진 척 했던 거야?
-리야 머리 좀 썼네ㅋㅋ
-쓸 거면 마지막까지 잘 좀 쓰지 어떻게 대놓고 들키냐
리야 입장도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다.
내가 미안해 했던 이유 자체가 평소에 워낙 갈궈서.
그 갈굼이 못내 서러웠고, 안 갈군 며칠간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나 보다.
"리야야."
〈네.〉
"너 기독교지?"
〈맞아요.〉
"주기도문에 나오잖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나를 한 번만 더 시험에 들게 하는 순간 천국이든 지옥이든 갈 줄 알아라."
〈주의할게요…….〉
-리야와 남절이 케미는 역시 이래야지~
-찍소리도 못하는 거 보소ㅋㅋㅋ
-불과 한 시간만 해도 이 반대였는데ㅎㅎ
내 일평생 기독교를 믿은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어렸을 때 교회에서 열심히 달란트 모을 때였고.
두 번은 군대에서 롯데리아 데리버거를 먹기 위해서였다.
주기도문은 어렴풋하나 머릿속 기억에 남아있긴 하다.
아무튼 관계가 풀린 이상 리야를 찾아온 이유를 밝힌다.
"야, 내일 시간 비지? 또 바쁘다고 지껄이면 죽는다."
〈모르겠어요. 저 지금 아무것도 몰라요.〉
"됐고, 세 시까지 늘 보던 커피숍을 나와. 안 나오면 너네 집 쳐들어가서 볼기짝 스무 대 쳐버린다."
〈히, 히익…….〉
-곤장형임?
-유리야 멘-붕
-리야 볼기짝 탐스러울 듯!
의외의 방향으로나마 리야와의 묵은 앙금이 해소됐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풀린 게 좋은 걸 수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을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별 탈 없이 남수기릿 대표 이사님이 원하는 팀을 만들 수 있으려나.'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던 그때.
정작 프로 리그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초유의 사태가 LCK를 강타했다.
#남수기릿- 남수길 대표 이사의 별명
========== 작품 후기 ==========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새 히로인은 성깔이 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소설은 히로인 보다는 여캐라고 봐주세요
써봐야 아는 거라 확답은 못 드리는데……
이번 소설은 꽁냥하고는 거리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