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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98화 (9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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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이 끝났다.

멸망전도 끝났다!

사실 경기는 별 게 아니었는데 중간의 사건이 워낙 극성이었다.

아무튼 좋게 마무리됐고 문제는 그 뒤처리다.

'이게 참 뭐라고 말을 할지 애매해.'

님들 저 레전설임! 구라 아니고 찐임!

오오! 그래서 레전설이 누구임?

혼모노 느낌이라서 시도하기 두렵다.

무엇보다 말하는 대상이 클끼리였다.

〈자꾸 레전설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주는 것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왜요? 레전설이라는 사람이면 곤란할 게 있나요?"

〈사석이라서 하는 말이지만 그 인간은…… 문제가 하도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제 입이 아픕니다.〉

시청자가 원해서 마지못해 말하는 척 뒷담, 아니 앞담을 주절거리더라.

아무래도 클끼리는 나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나 보다.

대체 어쩌다가 오해가 깊어진 거지는 모르겠지만.

"말씀하시는 레전설이란 분의 인성이 정말 안되긴 했네요."

〈별의별 인간이 다 있긴 하죠. 어둠이라도 사람도 그렇고.〉

솔직히 당시의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긴 했다.

원래 남자들이 군대를 가기 직전에 막장이 된다.

나도 모르게 될 대로 돼라 지껄였을 수도 있다.

약간은 찔리는 부분도 있기에 인정한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에서 트러블이 있었을지 모른다.

웬만한 건 다 인정을 해주려고 해도.

'어둠하고 비교될 정도로 막장 짓을 한 기억은 없는데?'

참고로 어둠은 결승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가 털렸다.

세계정부라고 불리는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

그곳에서 속칭 버스터 콜이 떨어졌다.

일단 발동이 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다 때려 부순다.

마녀 사냥의 일종이기도 해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순기능이 작용했다.

온갖 추론들이 펼쳐지며 이윽고 하나의 논문으로 정리됐다.

심증을 넘어 확증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경지로.

그로 인해 어떻게 됐다는 건 또 아니긴 하다.

'아이러니한 게 나쁜놈들이 더 잘 먹고 잘 살더라고.'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세상이 원래 좀 그렇고 그렇다.

대리를 하는 사람들이 님들 저 대리 중임!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정지 안 당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사의 대응이 신속치 않아서 제재가 내려지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의 이유로 시청자는 하락세라고 한다.

그보다 더 실력이 있는 방송이 뜨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남절아 본캐닉 뭐였냐?

-멸망전 끝나면 밝힌다면서요?

-남절이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남진요 연합-

멸망전이 끝난 이후 상당 수의 시청자가 내 방송에 유입됐다.

BJ로서 좋으면 좋았지 안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논란이 끊이지를 않아서 문제다.

틈만 나면 자꾸 물어온다.

"그러게, 나는 누구일까?"

-그걸 님이 물으면 어캄?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됐으니까 롤이나 하자

-롤롤롤~ 야흐오 보고 싶다!

롤무새들은 그렇다 치고.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타이밍을 한 번 놓치자 멍 때리게 된다.

요 며칠 동안 여러 일로 바빴다는 이유도 크다.

-남절아~ 오늘도 형이랑 챌린저 찍으러 가야지?

-어? 진짜 러이갓?

-짭이겠지

-찐인데? 방송국 보니 진짜 ㄹㅇㄱ……

-러이갓 남절이한테 맨날 버스 타잖아ㅋㅋㅋ

채팅창이 난데없이 소란스럽다.

누군가 한 명 인기BJ가 들어온 모양이다.

고정 매니저로 등록돼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아이고야, 오늘도 잊지 않고 찾아오셨네.'

바빴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러이갓이다.

결과적으로 신세를 진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래 봬도 의리 하나는 확실하다.

"형님."

-그래, 남절아.

"저 오늘 게임할 기분이 아닙니다."

-남절아! 형도 매일매일 게임하면 질려. 근데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BJ는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거야

-말은 진짜 청산유수……

-옳은 말이긴 한데 왜 그걸 님이?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이번 만큼은 러이갓편ㅋㅋㅋㅋㅋ

말로만 하려고 했던 컨텐츠.

러이갓 챌린저 프로젝트를 며칠 도와줬다.

근데 진짜로 챌린저를 찍을 생각인지 자꾸 온다.

오늘 만큼은 내가 운전할 기분이 아니다.

"저 진짜 오늘은 안되니까 다른 버스 알아보십시오"

-진짜 안돼? 그럼 내일은 되는 거지?

"내일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아따 수고하고~ 고민이 있으면 햄한테 말하고!

목소리를 깔고 말하니 알아듣는 모양이다.

답지 않게 군소리 없이 깔끔하게 물러난다.

내일은 또 내일의 변명을 찾아야겠지.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바로 어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다름 아닌 물주.

〈여보세요?〉

"여보 아니고 성훈입니다."

〈아, 네 성훈씨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대표 남수길입니다.〉

"네?? 진짜요? 농담 아니고?"

〈네, 지금 통화 가능하시나요?〉

"방금은 BJ로서 유머 감각이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전화가 올 사람이라고는 학교 친구, 김미영 팀장, 대출 권유 정도다.

그리고 가끔 이상한 정치 설문 전화도 온다.

어느 쪽이든 짜증나는 부류니 장난스레 받아도 솔직히 되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파프리카TV의 대표 이사라는 분이 전화를 거셨다.

굉장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 베스트BJ는 방송 시간 미달로 신청하지 않았는데.

멸망전 축하 인사라도 하려는 목적일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롤BJ멸망전이 있었잖아요.〉

"예, 있었죠. 말씀하십시오."

〈사실 결승전 말고도 이벤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내부 사정상 안 풀렸어요.〉

BJ멸망전 우승팀과 프로 리그의 2부팀을 붙여보자!

그런 특별 이벤트를 원래는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추가 수당 안 주는 이상 나는 할 마음이 없다.

나도 할 마음이 없지만 파프리카TV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이벤트 계획을 취소했다.

이유는 과유불급.

이미 스토리가 짜여진 마당에 계륵이 될 수 있다.

"스토리요?"

〈성훈씨팀이 내부 분열이 있었잖아요.〉

"예……, 약간 있긴 했죠."

〈넘어서고, 다시 단합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이 파프리카TV의 민심과 화제를 사로 잡았다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아, 역시! 탁월하신 안목입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이유가 있어 취소를 했다고 한다.

사정을 친히 설명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런데 취소한 마당에 전화를 할 이유가 있나?

〈취소를 결정한 계기 중 하나가 2부 리그팀으로는 스토리 이상의 화제를 만들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렇긴 하죠. 제가 이번에 시트콤도 한 편 찍었고 여러모로 몸을 던져서 멸망전의 흥행에 크게 기여를……."

〈그거는 어쩌다 잘 맞아 떨어진 우연의 일치가 아닌지. 너무 과하면 저희도 제재를 할 수밖에 없어요.〉

"……숙지하겠습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잘 풀렸으면 된 거지!

내가 그렇게 절도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살짝 섭섭하려고 그러네?

전화를 건 의도는 상상을 벗어나 있었다.

〈이번 멸망전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파급력에서 봤을 때 우리 파프리카TV가 롤판의 주축이 된 게 아닌가?〉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일수록 선견지명이 남다른 법이죠. 저도 미력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전화를 건 이유도 마침 그래서인데……〉

그냥 좀 잘 보이려고 내뱉은 말이다.

원래 나이 드신 분들은 장단 맞춰주면 손주 보는 기분으로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이번에 한해서는 살짝 말을 잘못 꺼낸 감이 있더라.

〈우리 파프리카TV가 정식으로 BJ대표팀을 꾸려서 대회 진출을 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있어요.〉

"고려요? 왠지 저라딧님이 좋아할 거 같은 단어네요."

〈그분도 챌린저BJ죠? 고려를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화제의 중심인 남절님이…….〉

갑자기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해오고 있다.

쪽지나 직원을 통해 전달한 것도 아니고 직접.

살짝 협박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꼭 제가 해야 돼요? 마이만 들면 챌린저 펜타킬을 밥 먹듯이 한다는 러이갓 등 실력파BJ들이 분명 있을 텐데."

〈러이갓님은…… 물어보진 않았지만 개인 방송이 바쁘셔서 아마 힘들 거에요.〉

오늘도 버스 타고 싶어서 내 방송에 찾아온 양반을 강제로 힘들게 만드네?

아무래도 롤알못,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듯싶다.

생각보다 진지한 이야기고 고려도 해볼 만했다.

〈롤BJ이시니 다크님 사건 아시죠?〉

"예, 알죠. 다크님이 바로 그 어둠이었다고……."

〈참으로 유감이었습니다. 그런 사람과 이번 기획을 함께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침 남절님이 다크님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맞습니다! 제가 파프리카에서 제일 롤 좀 하는 놈입니다."

〈이런 큰 기획을 함께하면 남절님도 파트너BJ등 BJ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슬며시 의도를 내비쳐온다.

대체 나를 뭘로 보고 하는 말인지.

내가 그깟 파트너BJ 같은 훈장으로 움직일 사람.

"……이 맞습니다. 잘 알아보고 오셨습니다. 모든BJ들을 대표해서 파프리카TV의 위상을 힘껏 살리고 오겠습니다."

〈모든BJ까지 대표하실 필요는 없고요. 딱 다섯 명만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실력파BJ 네 명과 파프리카TV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한 명.

다섯 명의 BJ로 팀을 꾸려서 롤챔스를 노려봐라!

승강전 시드권은 자신이 만들어주겠다.

생각 이상으로 본격적인 모양이다.

무슨 뜻을 가졌는지는 알겠다.

"다 좋은데…… 파프리카TV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한 명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데요?"

컨셉이라고 하면 입에 모터가 달린 러이갓.

아니면 화려한 기물 파손이 주특기인 팡우.

여러 명 떠오르는데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게 러이갓은 이미 강제로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이를 테면 유리야님이라던지 이번 멸망전처럼 이슈를 끌어모을 수 있는 여성BJ면 좋을 거 같아요.〉

"네에?! 대회에 그런 암덩…… 아니, 브론즈&실버를 데리고 가라고요?"

〈꼭 유리야님일 필요는 없지만 파프리카TV가 남녀 화합이 중심이 되는 플랫폼인 만큼 방향성을 그렇게 잡고 싶어요. 그 가능성을 보여준 남절님에게는 특별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파프리카TV가 남녀 화합이 중심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인의 시선에서 파프리카TV?

아, 그 여캠들이 헐벗고 방송하는 곳~.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수길 대표는 이번 기획을 통해 퇴폐적 이미지 타파에 노력하고 싶다고 한다.

프로팀 창단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해왔다.

그냥 롤알못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터무니 없는 유토피아적 발언이다.

'파프리카TV가 게임단을 만든다고? 그게 될 리가 없잖아! 혹시 만들면 파프리카 프릭스 이런 이름이야?'

까놓고 말해 어처구니가 없지만 나야 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최소한 BJ대표팀이라는 기획 자체는 참가할 의향이 있다.

긍정적인 방향의 이야기가 오간 후 전화가 끊어졌다.

'그런데 끊고 나서야 떠오른 거지.'

러이갓 버스 태워주고 기타 등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제 전화가 오자 일의 심각성을 곱씹었다.

파프리카TV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한 명.

리야와는 아직도 냉전 상태다

* * *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멸망전.

유리야로서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나쁜 일도 많았지만 한 가지 깨달은 사실도 있었다.

「리야야. 전화 되니?」

「바쁘면 일 끝나고 연락 줘^^」

항상 가깝게 지내던 선배에게서 까톡이 왔다.

평소 같았으면 보자마자 답장했을 것이다.

성장을 했다는 생각에 리야는 뿌듯해졌다.

'삐진 척하면 선배가 안 갈구고 상냥하게 대해줘!'

일부러 까톡 답장을 느리게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비슷한 걸 본 기억이 난다.

이런 게 바로 밀당이란 거구나!

〈떨려오는 별빛 반짝이는데 넌 어디를 보고 있는지~〉

30분 동안 답장을 하지 않자 전화까지 왔다.

리야는 벨소리를 들으며 일부러 10초 기다렸다.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기분이 고양된다.

"여보세요~."

〈어, 리야야. 오빠야 오빠.〉

"왜요. 저 지금 바빠요."

전화를 받을 때는 목소리를 차갑게 가라앉힌다.

그리고 도도하게 바쁜 척을 한다.

전화 너머 선배가 이를 바득 씹는다.

〈니가 바쁘긴 믈…….〉

"저 진짜 바쁜데요. 전화 끊을까요."

〈미안해. 내가 네 입장을 너무 고려 안 했네…… 그럼 안 바쁠 때 전화 좀 줄래?〉

난생 처음 느껴보는 밀당의 참맛!

함박웃음을 가린 리야가 히죽 웃었다.

========== 작품 후기 ==========

2018 07 03 오후 9시 3분 LML-〉롤챔스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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