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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달라서 -->
한타라는 것은 단순히 서로 스킬을 쏟아내는 게 아니다.
처음 게임이 만들어졌을 때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E-스포츠라는 개념이 확고히 되고, 선수들의 수준이 올랐다.
시즌2 중반기부터는 원딜러들의 카이팅이 돋보인다.
대 해적시대…… 아니, 대 원딜시대가 열렸을 정도다.
시즌3 중반을 넘어서자 이후와 별 차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부분이 나온 건 아니다.
아니, 만에 하나 나왔더라도 이해가 안된다.
방금 전 코리아나가 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코리아나가 죽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터졌습니다?!〉
그 광경을 똑똑히 본 클끼리조차 영문을 모르겠다.
체력이 거의 온전한 상태였는데 어째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일단 나중 문제다.
─나는쓰레기다님이 다크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432G)
다크팀의 기둥인 다크가 죽어버렸다.
나머지 팀원들이 혼비백산 흩어진다.
그도 그럴게 딜을 넣어줄 사람이 없다.
코리아나를 제외하면 다 탱커 성향이다.
콩머스, 광우스타, 쇈 전부.
물론 원딜러가 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발암을 맞아라!
야흐오의 장막에 딜이 완전히 차단된다.
심지어 실버라서 허둥지둥 대응 방법도 못 찾는다.
러이갓이 잘리며 넘어갔던 전세가 순식간에 180도 격변되고 만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헤이클린이 반항조차 못하고 썰려버린다.
궁극기가 끝난 광우스타는 그냥 제물이다.
나머지 인원이 최대한 살아 돌아가기 위한.
인성제로의 치비르가 점멸로 콩머스의 구르기를 끊었다.
〈대체 코리아나가 어떻게 죽었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는데…… 일단 한타는 초- 대박! 6대4까지 넘어갔던 경기가 방금 한타로 뒤집혔습니다!〉
아무리 단단해도 두들기면 결국 죽기 마련!
정글러인 샴발라의 콩머스가 죽은 것은 크다.
그로 인해 러이갓팀은 용을 무리 없이 가져간다.
크롸라라라-!
소환자의 전장에 괴수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한타를 대승하고 용까지 챙겨버렸다.
벌어졌던 글로벌 골드 격차도 완벽히 따라잡았다.
결과는 확인할 것도 없이 간단하다.
문제는 그 시발점.
코리아나가 대체 어쩌다 죽었는지다.
공식 방송을 통해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우리에게 돈!
체력이 8할 이상 온전했던 코리아나다.
그런데 갑자기 체력의 반피가 썰린다.
그리고 궁극기가 연계되며 죽는다.
-코리아나 저게 왜 죽어??
-이게 야흐오인가? 이게 롤인가?
-별로 맞은 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냥 픽하고 쓰러지네
모든 과정을 다시 봤음에도 이해가 안된다.
채팅창 글자의 반절이 물음표일 정도.
찾아온 갑분싸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클끼리가 말을 잇는다.
〈저는 솔직히 다크팀이 이득을 보는 구도라고 생각했어요. 러이갓이 무리하게 이니시까지 걸면서 여기서 게임이 터지겠구나! 직감을 했는데 코리아나가 죽으면서 그림이 다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러이갓은 여기까지 보고 있었다
-러이갓충들 싹 다 쳐내!
-그래서 대체 코리아나 왜 죽은 거야?
다시 봤음에도 알쏭달쏭하다.
이렇다 할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확실한 건 이해 못할 콤보에 의해 코리아나가 썰렸다는 것.
그로 인해 굴러가는 스노우볼이 게임의 균형을 깨버렸다는 것.
쿵! 따!
뛰어오른 잭트가 빛나는 봉으로 쇈을 내려찍는다.
3타와 삼종신기가 묻어난 강렬한 한 방!
체력이 눈에 띌 정도로 푸욱-! 깎인다.
성장 차이와 근본적인 실력의 격차.
그것을 알기에 쇈은 도발로 도망간다.
하지만 이쯤 되면 이제 안다고 대처가 되지 않는다.
파라락!
잭트의 봉 돌리기가 끝나며 점멸 스턴.
맞은 시점에서 도주는 불가능했다.
〈내가 바로 프로게이머 르간이다! 드디어 쇈의 대갈…… 아니, 머리를 쪼갰어요!〉
〈이상하게 쇈이 당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아무튼 이렇게 탑솔러간의 균형이 무너지면 7대3까지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놈의 쇈무새!
-클끼리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 쇈이지~
-잭트 몰락검 떴네. 데미지 이제 살벌하겠다ㄷㄷ
몰락한 기사의 검과 삼종신기.
스플릿을 하기에 최적의 템트리다.
2코어가 나오자 잭트의 데미지가 슬슬 살벌하다.
솔킬까지 따인 쇈은 이제 버틸 수도 없다.
운영 주도권을 완벽하게 강탈 당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살벌한 건 따로 있다.
싸캉!
날카로운 칼끝이 미니언 사이를 누빈다.
과분할 정도의 데미지에 무릎 꿇는다.
용한타 이상으로 성장한 야흐오가 미드 라인을 질주한다.
* * *
퀴이이잉-!
미친 듯한 속도로 굴러오는 콩머스.
라인전 중에는 보고도 당할 수밖에 없던 압박감이다.
하지만 아이템이 하나둘 갖춰지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슈욱…!
르간의 잭트가 몰락검을 쭈욱 빤다.
상대의 체력과 이동 속도를 훔쳐오는 효과.
빨라진 이동 속도와 더불어 와드 도약까지 깔끔하다.
〈오우 완전 집요하게 따라붙네. 상대 광우스타랑 헤이클린까지 세 명이에요.〉
잭트를 뽑은 이유를 똑똑히 보여주며 운영 캐리 구도로 가고 있다.
이렇게 점점 시간만 끌어도 확실하게 유리하다.
딜러진의 실력 격차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점멸이지.'
자칫 터져버릴 뻔했던 용한타.
아찔했던 순간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겼다.
점멸에 의한 과학적인 콤보가 역전을 일구어냈다.
남은 것은 이제 굳히기 뿐이다.
〈언제까지 파밍할 건데? 그냥 바론 먹고 미드 밀면 끝나는 거 아니야?〉
〈아~ 거참 마챌이 알아서 콜할 테니까 적당히 좀 찡찡대십시오.〉
〈인성제로 이 새끼 대가리에 총 맞았나? EQ에어본 3인 띄우고 궁극기 아름답게 박으면서 한타 캐리한 사람이 누군데?〉
〈그게 스로잉이지 무슨 캐립니까? 네?! 제가 대가리에 총 맞았으면 형님은 양심에 총 맞았습니다~.〉
-자존심 강한 두 승객의 숨 막히는 대결……
-역시 인제는 버스지!
-근데 그때 야흐오 3인궁 들어가면 대박 아니었나?
-ㄴㄴ코리아나 궁에 역으로 터지며 지는 그림임ㅋ
아직까지 별다른 슈퍼 플레이를 못한 러이갓이 조급한 모습을 보인다.
팁장답게, 러이갓답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마음은 백분 이해하지만 들어갔으면 게임 터졌다.
"마챌 카드 찡찡대는 와중에 죄송한데 플래티넘이 감히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마음껏 하십시오 형님! 플래티넘이 대가리 박으라면 박는 게 요즘 마챌 아니겠습니까?〉
-인성제로 이 새끼ㅋㅋㅋ
-똥꼬 헐겠다 헐겠어
-내가 인빡이인데 인제 이 새끼 멸망전 끝나면 버스 받으려고 그런다 빼박
하려고 하는 말은 다름이 아니다.
슬슬 한타를 유도해서 끝내고 싶다.
시간을 끌면 더 유리하다는 건 알지만 지금 내 날이 바짝 서있다.
'코리아나가 조냐가 나오면 쓰기 힘들거든.'
상대 코리아나는 캐리를 위해 아이템을 공격에 몰빵했다.
딜 넣을 사람이 자신밖에 없으니 필요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만큼 필연적으로 이니시에 약해진다.
물론 그 점을 모를 만한 상대가 아니다.
가장 안정적인 위치, 그러면서 딜을 넣을 수 있는 위치.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챌린저 티어다.
'근데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어.'
챌린저를 양학할 수 있는 사람은 너만이 아니다.
구태여 듀오까지 할 필요도 없다.
혼자서도 무쌍을 찍는 것은 정말 예삿일이었다.
싸캉!
그리고 현재 그 전성기의 피지컬을 극한으로 끌어쓰고 있다.
홀로 미드 라인을 압박한다.
약간 변형적인 131이다.
'내가 탑을 가면 상대가 바로 이니시를 걸 테니까.'
콩머스의 점멸을 활용한 순간적인 이니시.
그 점을 결코 간과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어그로를 끌고 있다.
휘익!
휘익!
적 미드 2차 포탑 앞에서 시위를 한다.
어디 물어볼 테면 물어봐라.
각을 주는 듯 주지 않는다.
─다대기!
성이 나서 달려들어 봤자 쏘아진다.
회오리가 굴러오는 콩머스를 집어삼킨다.
공중에 붕-! 떠서 분노를 삭히고 돌아가라.
그런데 콩머스가 기세를 죽이지 않고 박는다.
쿠웅!
진짜로 빡쳐서 점멸로 박아버렸다.
단순히 이성을 잃고 덤빈 게 아니다.
확실하게 나를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호롱!
콰드득!
콩머스의 머리 위에 달려있던 구슬.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깔끔하게 연계된다.
순식간에 체력이 거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정체절명의 위기다.
야흐오는 생존기가 없다.
이미 모든 스킬을 맞은 상황에서 앞뒤로 포위 당했다.
휘익!
휘익!
미니언을 타고 역주행을 한들 살 수 있을까?
뒤에는 콩머스, 앞에는 코리아나.
둔중한 구체가 나를 노린다.
─발암을 맞아라!
막아봤자 생명 연장의 꿈.
주술포식자가 터졌음에도 체력이 한계다.
하지만 살아만 있다면 역전의 드라마는 꿈이 아니다.
휘리링!
질풍보를 밟으며 검을 내지른다.
주위의 적을 원형으로 베며 공중에 띄운다.
물론 띄워지는 것은 미니언 뿐.
통상적인 콤보라면 분명 그 정도가 끝이다.
'점멸을 사용하는 순간 과학적인 콤보가 시작되지.'
점멸에 의해 바람이 움직인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야흐오가 한다면 아무튼 그것은 과학이다.
사각!
하늘에 띄워진 코리아나를 향해 평타.
이어서 질풍보를 밟으며 또다시 내지른다.
순식간에 들어간 세 번의 칼질에 보호막을 쓴 코리아나가 무참히 썰린다.
─우리에게 돈!
당연하게도 진짜는 지금부터다.
공중에 띄워진 이상 피할 수 없는 바람의 상처.
궁극기로 찢어버리며 다시 한 번 칼을 내지른다.
그럼에도 죽지 않는다.
실날 같은 목숨을 부지했다.
쇈이 궁극기를 타버렸기 때문이다.
뒷점멸로 도망가며 시간을 끌려고 한다.
─다대기!
그 위치로 한 줄기 회오리가 쏘아진다.
치명타를 동반한 헥토파스칼급의 위력이다.
몸에 붙은 불길과 함께 공중에서 그대로 사그라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나는쓰레기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나로선 하도 많이 들은 말이라 신물이 난다.
전성기 시절에는 하루에 열댓 번도 더 들었다.
'반응 못한 시점에서 그냥 죽은 거야.'
안타깝게도 눈으로 보고 반응할 수 있는 콤보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죽으면 된다.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믿고 딜템에 올인한 코리아나를 처벌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샴발라님이 나는쓰레기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500G)
물론 재차 굴러오는 콩머스의 추격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 도망을 갈래도 각이 안 나온다.
바늘갑옷이라서 맞딜도 안된다.
목적한 바는 이미 다 이뤘으니 됐지만.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쇈의 궁극기는 코리아나가 죽기 이전에 끊겼다.
르간의 잭트가 도약을 하며 스턴.
실력과 성장 격차에 의한 솔킬이 터진다.
그리고 보다 위쪽에서 큰 도마뱀의 머리도 터진다.
결승전 마지막 세트의 쐐기가 박힌 순간이다.
고생했던 시간들, 힘들었던 시간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바로 지금 생각이 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리야야."
〈네.〉
"너를 위해 준비한…… 역전과 드라마다."
아옹대며 시작했던 결승전.
중간까지도 분위기는 안 좋았다.
두 번째 세트를 패배했을 때 절정을 맞았다.
언제 어느 때 꺾여도 이상하지 않았던 난관이다.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았기에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있다면 「시간이 달라서」.
그 명곡의 주인공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서로를 아낀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늦게라도 깨달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뭐가요? 저희 바론 먹었어요.〉
"……뭐?"
〈근데 선배는 짤렸네요? 혼자 다니다 죽었네요? 저한테는 맨~날 짤리지 말라고 하더니 바보!〉
"……."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물어봤다.
일부러 심술을 내는지도 모를 노릇이니까.
"내가 미드에서 뭐했는지 못 봤어?"
〈헐, 코리아나 따고 죽었네요? 잘 크고 던지면 개손핸뎅~.〉
"브론즈는 맵리를 안 하고 사냐?"
〈선배는 눈앞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도 못 보잖아요.〉
-가장 소중한 것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야가 맞말했자너~ 쳐맞는 말!
-이걸 참아? 이걸 참는다고?
지금이라면 XTM의 주먹의 운다에 나가도 SDW를 꺾고 하룻 그리고리안까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마지막 세 번째 참을 인자가 그어지며 결승전이 마무리된다.
#Standing EGG - 시간이 달라서
========== 작품 후기 ==========
드디어 이 소설도 100화, 세 자리 수를 넘겼네요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