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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달라서 -->
초반의 구도는 러이갓팀에게 좋게 풀렸다.
하지만 시그니처 픽은 없던 변수도 창출한다.
어째서 자신이 콩머스의 장인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퀴이이잉…!
무서운 기세로 굴러간 콩머스가 들이박는다.
대상은 러이갓의 탈리반 3세.
도발이 걸리고, 광우스타의 쿵쾅까지 연계된다.
이번에는 한나의 백업도 기대할 수 없었다.
〈콩머스가 의병대를 단 시점부터는 기동력이 말도 안됩니다. 제아무리 발 빠른 강아지도 이 속도를 따라가는 건 한계가 있죠.〉
귀환시 신발에 부스터를 달아주는 업그레이드다.
안 그래도 속도가 가장 빠른 콩머스다.
의병대까지 달면 복귀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속도를 이용해 사방팔방 동선을 꼬아버린다.
그것이 콩머스 장인 샴발라의 주특기.
러이갓팀이 한 점, 두 점 유효타를 흘리고 있다.
쿠웅!
콩머스가 이번에는 봇라인 로밍을 노린다.
탈리반이 죽은 러이갓팀은 정글러의 공백기다.
타이밍은 날카로웠으나 다행히 이번에는 선방했다.
〈우리 주인님 건들지 마! 한나가 회오리로 콩머스를 밀쳐내네요.〉
-유리야 이리와!
-우쭈쭈 잘했어~
-착하다 착하다 말도 잘 듣지
실력의 격차, 그리고 콩머스라는 시그니처 픽.
한나가 백업을 해도 모든 구멍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유효타에 이르는 과정이 확실히 느려졌다.
후반이 좋은 러이갓팀에게 웃어주는 분위기다.
물론 가장 노력하고 있을 서포터는 안 웃는다.
시청자들이 자꾸 채팅으로 강아지라 놀린다.
〈5분 대기조 정도로 타협하죠. 유리야님 입장에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럼 정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또 5분 대기조가 바쁘게 출동하네요.〉
-그놈의 정정ㅋㅋ
-충견 드립 클끼리가 시작하지 않았나?
-꺼라위키 한 번 손 좀 봐야겠는데?
분명 이전 세트보다는 낫다.
유리야가 각성한 듯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아니다.
마챌 카드인 탑과 원딜이 캐리할 수 있다며?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조합이 가진 약점에 대해서다.
〈올AD, 다 진 게임도 역전하게 만든다는 마법 같은 한 마디거든요?.〉
〈심지어 러이갓팀이 평타 기반이라서 콩머스가 카운터 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픽이기 때문에 상대팀의 픽을 못 보고 뽑는다.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나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마이너스 요소.
보다 많은 이득을 보면 만회가 가능하다.
실제로 러이갓팀은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호롱!
콰드득!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
여태껏 조용하던 다크의 코리아나가 움직였다.
* * *
다크팀의 초반 전략은 갱킹과 로밍에 의한 스노우볼이다.
이전 세트와 달리 상대의 대처가 꽤나 능동적이었다.
스노우볼이 의도 만큼 만족스럽게 굴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뿐.
변수가 생겼다는 건 지름길이 막힌 정도다.
고속도로가 톨게이트 공사 중이면 국도로 가면 된다.
다크의 코리아나가 블루를 기점으로 주도권을 가져온다.
호롱!
콰드득!
이윽고 사달이 터진 건 적 블루 지역이었다.
미드&정글&서폿의 3대3 교전!
블루 버프를 뺏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단단한 몸을 내세운 콩머스가 점멸로 진입한다.
동시에 타이밍을 정확히 맞춘 코리아나의 궁극기.
지금껏 더티 파밍을 병행해 무난히 성장한 코리아나다.
적 탈리반 3세와 한나가 제대로 반항도 못한 채 터져버린다.
'변수가 생겨봤자 늦고 빠르고의 차이지.'
빠르면 좋겠지만 늦었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이 아는 정답을 한 자, 한 자 적으면 된다.
다크는 솔로랭크에서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다.
틀린 길만 걷지 않으면 언젠가 도착하게 돼있다.
그 증명이 바로 방금 전의 교전.
상대 미드가 하필 치비르인 탓에 조금 지체됐다.
미드&원딜 포지션 스왑을 한 상대가 미드 치비르를 꺼내왔다.
데이터에 의하면 상대는 이전에도 꺼낸 적이 있다.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나…… 자신이 주도권을 찾는 게 늦었다.
'갱킹도 안 통하는데 라인 푸쉬도 상위권이니까.'
서로 똑같이 라인만 밀며 시간을 보내니 당연한 일.
하지만 이제부터는 구도가 전혀 달라진다.
보다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미드 영향력을 행사한다.
콰락!
적 정글에 들어가 교전을 유도한다.
싸움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글몹을 강탈한다.
상대는 최대한 사리지만 빈틈은 나오기 마련이다.
쿵! 쾅!
광우스타의 박치기가 탈리반 3세에게 작렬.
이어지는 궁극기 연계는 망설임이 없다.
쇼크 웨이브가 탈리반 3세를 찢는다.
"점멸 뺐으니 추격하지 말고 내려가서 용 챙겨."
구태여 말까지 안 해도 자연스럽다.
광우스타와 콩머스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괜히 챌린저 대리 듀오를 하고, 롤챔스까지 참가했을까?
물 흐르는 듯한 운영으로 점점 승점을 챙겨온다.
글로벌 골드는 진작에 앞선지 오래다.
전체적인 게임의 주도권은 더더욱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주도권을 바탕으로 한 명, 두 명 적을 자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킬을 먹고 성장한다.
현재 게임 시간 20분.
스코어는 13대 8까지 왔다.
〈여기서 야흐오를 한두 번 더 말릴 수 있으면 딱 좋은데…….〉
CRL백인의 말대로 변수가 있다면 야흐오다.
첫 번째 세트에서 워낙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로 인해 끌려 다닌다면 본말전도다.
〈야, 어차피 나 크면 야흐오 힘 못 써. 신경 안 써도 돼.〉
샴발라가 성장을 해버린 시점에서 해결이 되는 문제다.
원딜러와 탑솔러의 티어가 낮은 게 아쉽긴 하나…….
다크가 괜히 코리아나라는 픽을 한 게 아니다.
궁극기에 의한 광역딜과 변수 창출 능력.
평타가 강하고 실드가 있어 지속딜도 상당하다.
원딜러가 실버 티어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소리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되지 실수만.'
스플릿에 목을 매야 했던 첫 번째 세트와는 아예 구도가 다르다.
정식 한타에 들어가도 이 정도 차이면 이기고도 남는다.
물론 자신이 잘해야겠지만 잘하면 그만인 일.
다크는 유별난 슈퍼 플레이 유저가 아니다.
하지만 피지컬이 없는 유저도 아니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지양하는 스타일이다.
매드무비에 나오는 현란한 플레이들!
와~~ 챔피언 장인들 개쩐다, 네임드 진짜 잘한다!
그 뒷사정이 얼마나 뒷목을 당기게 하는지 팀원들은 안다.
님들 유튜브각 ㅇㅈ? 어 ㅇㅈ~.
하지 않아도 되는 걸 굳이 뛰어든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다크는 철저하게 승리만을 추구한다.
고로 리스크 있는 플레이는 하지 않는다.
라인전에서도 맞파밍으로 만족했던 이유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이야말로 다크의 모든 것이다.
틀리지 않은 길만을 선택해 목적지에 다다른다.
그 직전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다대기!
길었던 다크의 롤인생 최초.
틀리지 않은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다.
* * *
무난하게 갈 줄 알았던 게임의 흐름.
아군의 스로잉 몇 번으로 비벼진다.
특히 러이갓이 자주 잘렸다.
〈아 지랄한다 아~~~ 이 타이밍에 우리 정글을 들어온다고? 이 슈발 새끼들 방플 아니야?!〉
-챌린저 상대로 방플 드립ㅋㅋㅋㅋ
-러이갓은 여전하네 초지일관이야 정말
-어둠&샴발라면 챌린저도 대리하는 애들인 거 모르나?
그렇게 다소 게임이 비벼지기는 했지만 괜찮다.
바쁜 교전 와중에 최대한 성장을 지향했다.
돈템인 욕망의 칼로 골드를 끌어모았다.
찰칵!
일단 코어 아이템 두 자루는 갖출 수 있었다.
스태틱의 단도와 무극의 대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도저히 스플릿을 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야.'
상대의 끊어먹기가 조금 좋은 게 아니다.
리심처럼 음파를 막고, 미니언을 타며 역관광!
피지컬적인 농락을 기대할 수 있는 조합도 아니다.
콩머스는 AD챔피언의 영원한 천적이다.
특유의 CC기와 기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번 잡히면 피지컬이고 나발이고 뼈도 못 추스린다.
─다대기!
그렇기에 더욱 허를 꿰뚫는 한 수가 필요하다.
빠르게 탑라인을 밀고 아래로 내려간다.
용한타에서 적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용까지 주면 바론까지 흐름이 이어져.'
아군 딜러진의 기량은 분명 상대보다 높다.
하지만 템 차이가 벌어지면 의미가 사라진다.
RPG게임에 템빨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AOS도 웬만한 템빨이면 실력 차이를 씹어먹을 수 있다.
이번 용한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만큼 상대도 철두철미하게 대비한다.
솔직하게 불리한 구도의 한타다.
'아군이 덜 잘렸으면 반반 구도를 엿볼 수 있었을 테지만…….'
혹은 용을 한두 번 더 내주더라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거나.
아군 원딜러 인성제로가 3코어를 갖출 때까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기다리다가는 게임 속도를 못 따라간다.
〈내가 EQ로 최소 3인 에어본 박으면서 궁극기 연계 들어가면 그냥 지리고 레리꼬 스무쓰하게 한타 끝나는 거야~.〉
"아, 진짜요?"
〈당연한 걸 묻고 앉았냐…… 형 깃창 각도 문방구 삼각자급인 걸 아직도 몰라?〉
-탈리반 3세(0/4/5) : 한타 캐리 갑니다
-문방구 삼각자 주제 파악 오졌다ㅇㅈ
-근데 진짜 3인 이상 에어본 뜨면 대박인데ㅋㅋ
나야 야흐오의 숙련도가 경지에 이르렀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아니다.
에어본만 잘 들어가면 한타 이기겠지.
챔피언의 기본 이해가 안됐다는 소리다.
'야흐오가 무슨 말화이트도 아니고.'
스킬을 잘 박으려고 하는 챔피언이 아니다.
평타로 상대를 썰기 위해 하는 챔피언이다.
궁극기 연계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
본말전도가 되어서는 패배의 지름길이다.
-러이갓 제발 나대지 말고 1인분만 하자;;
-나 진성 러빡이인데 결승전 만큼은 진지 박음
-상대 골드 아니다…… 제발 깃창 삑만 내지마!
애초에 러이갓이 3인 에어본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시청자들의 말대로 상대는 잘한다.
러이갓이 양학하는 골드가 아니다.
의외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쿠! 챠앙!
느닷없이 그어진 점멸 깃창.
그러니까 깃창 점멸이 아니라 점멸 깃창이다.
정말 골드 티어였다면 대박이 날 뻔한 장면이다.
〈3인 에어본 클라쑤~! 근데 왜 안 들어와? 어! 야흐오 연계 왜 안 하는데?!〉
러이갓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깜짝 놀라 소리친다.
일단 자체적인 음소거로 귀를 닫는다.
만약 들어갔다면 끔살이었다.
구워어어-!
골드 티어와는 당연히 다르다.
각을 줬더라도 일부러 준 거다.
광우스타가 궁극기로 바로 에어본을 푼다.
그리고 땅을 내리치며 콰앙!
공중에 뜬 탈리반 3세가 적의 표적이 된다.
만약 연계를 했다면 같이 죽었을 것이다.
아니, 더 심한 꼴을 당했을 게 분명하다.
'스킬쿨 한 번 돌리고 퍼엉-! 하고 터졌겠지.'
상대의 주력 딜러인 코리아나가 포지셔닝을 알차게 잡고 있다.
심지어 콩머스의 도발도 대기 중이다.
알아챘기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러이갓의 탈리반이 이미 운명을 달리했다.
그로 인해 주사위가 던져지고 말았다.
말려들 듯 한타가 시작돼버린다.
싸캉!
궁극기 진입을 포기하고 앞라인부터 천천히 썬다.
당연하게도 그래서야 승산이 없다.
유리하게 시작해도 전망이 불투명했을 한타.
한 명이 내던지는 꼴이 돼버리자 더욱 어려워졌다.
어려워졌을 뿐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없던 빈틈이 생길 때도 있다.
휘익!
상대의 하드CC기가 전부 빠졌다.
기세를 살려 밀고 들어오고 있다.
실낱 같은 빈틈을 파고든다.
아니, 없는 빈틈을 강제로 꿰뚫는다.
─우리에게 돈!
지금껏 야흐오를 하며 얻은 깨달음의 정수.
가장 과학적인 콤보가 무엇인지 알아버렸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성을 요구한다.
지금의 나에게는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독무대를 찍으며 한타의 흐름을 뒤집는다.
과학의 정수가 코리아나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