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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중의 쓰레기 -->
첫 번째 세트의 끝.
그 분기점은 의외로 간단했다.
두 에이스의 승부가 낳은 낙수 효과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가 야흐오를 집어삼킨다.
라인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암살과 로밍으로 성장 차이를 만회했다.
무엇보다 자드는 1대1에서 극강의 위력을 자랑한다.
싸캉!
그럼에도 여지 없이 썰린다.
등 뒤로 망설임 없이 내질러진 참격.
이어진 평타와 질풍보에 반피가 넘게 깎인다.
승부가 갈린 건 아마 여기서였다.
그 어떤 사람도 상황이 급박해질수록 판단력이 흐려진다.
챌린저, 아니 프로게이머도 소위 쫄플을 쓸 때가 있다.
자드는 일순간 따라가는 걸 주저했다.
슈우웅…!
반 박자 늦게 쇈이 궁극기를 타지만 이미 구도가 변해있다.
도발을 한다고 닿을 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은 방심을 하게 된다.
─다대기!
2대1.
심지어 실드를 받은 상태다.
쫄았던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성적으로도 이 만큼 투자했으니 잡아야지.
쏘아진 회오리에 두 명이 전부 스친다.
야흐오의 궁극기 바람의 상처.
자드는 땅에 내려오는 일 없이 그대로 삭제된다.
〈도발은 스턴이 아니에요! 걸어봤자 도망 못 갑니다~.〉
김의정 캐스터가 안타까움에 한탄을 내뱉는다.
같이 있던 쇈은 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편의점 1+1 이벤트 마냥 한 묶음 떨이.
야흐오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나는쓰레기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자드 참교육ㄷㄷ
-쇈 탱커인데 저게 썰려?
-ㄹㅇ인성에서부터 한 수 앞섰다
-미쳤다…… 다크가 2대1로 지는 거 첨 보네
자드가 못했다거나 큰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니다.
구태여 실수를 뽑자면 단 한 가지.
보다 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클끼리도 그 점은 확실하게 인정하고 넘어간다.
〈자드가 좀 더 침착히 딜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 들어요. 하지만 이건 자드가 못했다기보다는 야흐오가 반격의 여지를 안 줬습니다.〉
딜템만 둘둘 두른 암살자간의 1대1.
순간의 판단 차이가 결과를 좌지우지한다.
방금의 교전은 어느 쪽에도 분명 승산이 있었다.
문제는 광기에 들렸던 야흐오의 칼질이다.
써걱! 써걱! 썰릴 때마다 살점이 덜어져 나간다.
정말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데미지가 살벌했다.
그렇게 자기 딜은 다 넣고, 상대 딜은 흘려 넘겼다.
어떤 챔피언을 할 때든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당연하게도 어렵고, 야흐오는 특히 더 어렵다.
〈야흐오가 가진 위력을 백분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 선수의 야흐오는 특별하다! 제가 잘 말씀드리지 않는 건데 여기서 한 번 꺼내겠습니다.〉
숙련된 야흐오의 위력은 보고도 믿기가 힘든 지경이다.
처음 봤을 때가 바로 어제 있었던 준결승전.
하루가 지난 만큼 해본 사람도 있다.
-내가 할 때는 ㅈㄴ 약하던데…ㅍ
-야흐오로 대체 어떻게 저리 딜을 잘 넣지?
-자드한테 솔킬 다섯 번 당하고 여눈 샀다. 질문 받는다
-그건 걍 니가 트롤;
평타 위주의 근접 챔피언들은 숙련도 영향을 깊게 받는다.
사거리가 짧은 탓에 딜을 넣기 여간 어렵지 않다.
반대로 딜을 넣을 수만 있다면 엄청나게 세다.
야흐오는 가장 극단적인 예.
한 마디로 양날의 검과 같은 특성을 지녔다.
그 야흐오를 여유롭게 소화하며 게임을 캐리해낸다.
─레드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알림이 탑과 미드에서 동시에 터진다.
지금까지 얌전히 성장하고 있던 르간의 잭트.
쇈이 궁극기를 타자 신나서 포탑을 철거했다.
미드에서는 고르키와 한나, 그리고 탈리반 3세가 1차를 깼다.
이어서 2차 포탑까지 압박해 절반 가까이 체력을 뺐다.
그만큼 아쉬운 소식도 들려오긴 했으나.
〈궁극기도 스펠도 다 빠진 상황에서 3인갱이면 어쩔 수가 없죠.〉
〈CS도 다 먹고 죽었고, 그 사이에 아군이 포탑도 깼습니다.〉
제압킬을 준 건 아쉽기는 해도 아깝지는 않다.
이제는 더 이상 다크팀이 자랑하는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다크팀에게 다크팀의 전략이 있듯, 러이갓팀에게는 러이갓팀의 전략이 있다.
〈잭트도 이제 삼종신기가 완성되고 체력템도 나와서 자드한테 1대1 쉽게 안 집니다. 과거 얼밤의 장기였던 131 탈수기 운영이 멸망전에서 재현되네요.〉
클끼리가 나름대로 잘하는 프로라고 손 꼽히던 시절이다.
1년 전, 2012년의 얼밤은 탈수기 운영으로 악명 높았다.
두 명이 스플릿을 돌며 나머지 셋은 미드를 압박한다.
당시에는 가히 혁명적인 운영이었으나 현재는 아니다.
솔로랭크에서도 님들 131하쉴?
낮은 티어조차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방법이 간단한 거지 구도가 나오기는 힘들다.
이유인 즉, 스플릿하는 두 챔피언이 잘해야 한다.
상대를 아예 압도하거나 그에 준해야 한다.
쿵! 쿵! 따!
잭트가 3타로 머리를 내려찍자 쇈의 도발이 빠진다.
서로 대치가 불가능할 정도의 격차.
두 챔피언의 특징상 프로 리그에서도 늘상 나온다.
그런데 이곳은 프로 리그가 아닌 멸망전이다.
아이템 차이가 덜 나도 압박할 수 있다.
어째서?
〈르간의 잭트가 한을 풀듯 쇈을 혼찌검 내줍니다.〉
〈은퇴한지 좀 돼서 그렇지 프로 출신이거든요! 플래티넘한테 맞으면 화가 나죠~.〉
김의정 캐스터의 말대로 르간은 前프로게이머.
퇴물화가 진행됐다고 해도 밑천이 마른 건 아니다.
마스터 티어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력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초반에는 정글러와 서포터의 로밍 격차에 시달렸다.
활개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오자 제실력을 보여준다.
131의 운영이 게임의 승기를 굳힌다.
〈이렇게 주도권이 넘어간 이유는 바로 쓰레기…… 아니 남절의 야흐오가 다크의 자드를 압도했기 때문이에요. 역으로 자드가 이겼다면 스플릿 주도권이 뺏기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을 겁니다.〉
-네? 쓰레기요?
-간나새끼가 아닌 게 어디야ㅋㅋ
-??? : 이즈한테 일단 궁썼어
-아이디가 쓰레기인데 어쩔 수 없지ㅋ
모종의 사건으로 아이디를 바꿔야만 했던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다.
그도 분명 괴롭겠지만 그 쓰레기에게 썰리고 있는 상대의 심정은 어떠할까?
첫 번째 세트를 패배한 다크팀의 방에 시청자들의 짓궂은 관심이 쏠린다.
* * *
패인은 무엇이었을까.
깊게 고민할 것도 없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간단하게 해답이 나온다.
-미드 차이 씹지리네ㅋㅋㅋ
-야흐오한테 솔킬 따인 스노우볼 ㅇㅈ?
-라인전부터 탈탈 털렸는데 뭘 바람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드 차이다.
하지만 그렇게 돼버린 속사정.
딱히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다.
'신규 챔피언, 혹은 대규모 패치 직후에는 특히.'
야흐오의 경우가 정확히 그러하다.
얼마나 한 힘을 가졌는지 미지수다.
최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생존기도 애매하고 성장해봤자 한타에서 딜을 넣기 힘들다.
반면, 이론상 강력하니 숙련도가 높아지면 해볼 만하다.
후자의 답안지를 넘겨봤다는 느낌이다.
"상대 미드는 확실히 강해.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다크는 실력으로 상대를 근거 없이 폄하하지 않는다.
설사 자신과 적대적 관계를 가졌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게 친구 몇을 빼면 세상에 적밖에 없는 그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
-챌린저 1위가 인정한 플래티넘ㄷㄷ
-한 판 졌다고 그 정도까지야……
-표정ㅋㅋㅋ
캠을 키지 않은 샴발라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팀원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프로게이머조차 인정하는 일이 거의 없는 다크다.
그런 그가 대등, 심지어 그 이상이라니?
얼어붙은 표정이 채 풀리기도 전에 다크가 덤덤하게 말을 잇는다.
"물론 야흐오에 한해서. 나는 야흐오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지만 상대는 다를 테니까."
200명밖에 없는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자.
챌린저 티어에도 이따금 어처구니 없는 방문객이 찾아온다.
만년 다딱이가 실력이 급상승해서 챌린저의 문을 박차버린다.
그 이유는 갑자기 랭크 게임에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하나다.
자신의 인생 챔피언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다.
비주류 챔피언의 장인, 그리고 비주류 챔피언 메타.
이 두 가지가 맞아 떨어지면 챌린저는 물론 프로게이머도 당한다.
초반에 어이 없는 킬각을 한두 번 내주며 격차가 벌어져 질 수가 있다.
방금의 게임이 딱 그런 레퍼토리였다.
〈하긴 나도 야흐오 스킬 구조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
〈3타가 에어본인 거 맞죠?〉
〈그럴 걸? 잭트 3타처럼 충전되면 검에 이펙트 보이고.〉
샴발라와 CRL백인도 확실하게 모를 정도다.
신규 챔피언이 야흐오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최소한의 데이터조차 없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처음 내준 선취점만 해도 그러했다.
점멸로 킬각을 잡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에 반해 상대는 자드라는 챔피언을 다룰 줄 안다.
〈상대가 잘하는 것도 있긴 한데 우리가 잘 모르니까 대처가 안된다.〉
〈그러게요. 한두 판 더 해본 알 것 같기도 한데…….〉
〈야, 한 판 더 지면 우리 끝나.〉
이 차이는 하루이틀로는 좁힐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좁혀진다.
뱀 장난감에 한두 번 놀랄 수는 있어도 다섯 번씩 까무러치지는 않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결승전 중에는 무리다.
그렇다고 대처 방안이 없는 건 또 아니다.
오히려 간단하게 하나의 방법으로 좁혀진다.
"원딜 픽 하나 살리고, 샴발라 니가 라인 스왑해서 운영해줘."
〈라인 스왑? 아 좀 귀찮은데…… 할까?〉
꼴도 보기 싫다면 안 보이게 만들면 그만이다.
밴을 때리는 순간 더 이상 볼 일이 사라진다.
원딜 픽 하나 사는 정도는 여유 있게 받아친다.
-첫 세트 졌는데도 여유가 넘치네
-사스가 롤챔스 출신ㄷㄷ
-지금부터 빡겜 들어가나? 보여주나?
나름대로 롤챔스 16강까지 올라갔던 팀다크다.
준비 과정에서 프로 리그의 전략도 당연히 연구했다.
라인 스왑 같은 기본적인 것은 아예 숙지를 해놨다.
첫 세트에서 쓰지 않은 이유는 하나.
세세한 오더를 하는 게 많이 귀찮아서다.
귀찮게 일 벌릴 것 없이 실력으로 깔아뭉개자.
그것이 지금까지 다크팀의 스탠스였다.
하지만 패배하고도 고집을 부릴 만큼 오만하진 않다.
롤판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내가 코리아나로 미드 압박하면서 주도권 가져올 테니 다음 판은 더 빠르게 굴려보자."
〈코리아나 하게? 그럼 나도 캐리력 있는 정글 해야겠다.〉
어둠의 다크 하면 파사딘 장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미지가 강할 뿐 다른 챔피언도 못지 않게 다룬다.
대회OP인 코리아나 또한 가히 수준급의 실력이다.
무엇보다 다크팀이 가지는 기본 전략.
정글&서폿이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린다.
이를 위해서는 초반 미드 주도권이 필수적이다.
이전 판에는 그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게임을 패배했다.
하지만 같은 실수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야흐오를 밴한 데서 비롯된 안도감 따위가 아니다.
'예정에서 조금 돌아가는 셈이 됐지만…….'
롤판의 쓰레기 어둠의 다크.
어째서 안 좋은 이미지임에도 애증의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이유는 단 하나, 꾸준하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눈을 돌리지 않는 것.
그리고 어째서 패배했는지 알아내는 것.
탐구와 노력이야 말로 그라는 사람을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예정에도 없는 패배를 하게 된 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다.
허무한 양학이 될 거라고 여겼던 멸망전.
이런 흥미로운 이벤트도 자신의 성장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결승전이 끝나면 야흐오도 천천히 손을 대봐야겠어.'
어디까지나 흥미로울 뿐.
다전제의 패배는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다.
야흐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자칫 오만방자해 보여도 다크라면 가질 만도 한 태도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챌린저 1위, 패자?者의 인생은 앞으로도 쭉 당연하다.
그 예상은 과연 반쯤 들어맞았다.
========== 작품 후기 ==========
봇라인전 구도에 대한 추가 해설입니다!
일단 시즌3,4에는 서포터의 라인전 비중이 7~8할정도로 이야기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6할 정도로 서로 엇비슷해졌어요
여러가지 패치에 의한 영향이죠
이는 제 뇌피셜이 아니라 프로들 혹은 수준급의 아마추어들 오피셜입니다
소설 내에 나온 다크팀의 전략적 압박 또한 이유로 꼽아집니다
다크팀 서폿인 CRL백인은 다이아 카드지만 챌린저 실력이고, 리야는 굉장히 리야리야하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