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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91화 (9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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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중의 쓰레기 -->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결승전 첫 번째 세트.

다전제이긴 하나 3전 2선승제로 짧다.

간 보는 것 없이 몰아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과연 우리만 했겠는가?

'상대가 밴픽에 짱돌을 많이 굴렸네.'

혹시 모를 라인 스왑에도 대비를 했나 보다.

OP인 치비르는 물론 도라이븐에 핑크스까지.

캐리력이 높은 카드들은 밴으로 전부 잘랐다.

심지어 할 생각이 없는 광우스타도 뺏어갔다.

야흐오와 시너지가 높은 챔피언.

즉, 야흐오를 견제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확실히 팀 게임을 제법 해왔다는 티가 난다.

하지만 한 가지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다.

견제를 했을 뿐 야흐오가 건재하다는 사실.

휘익!

휘익!

라인전이 시작하자마자 질풍보를 내딛는다.

미니언만 있으면 무한으로 질주가 가능.

노리는 대상은 당연히 적 미드라이너 자드다.

'어둠인지 다크인지 하는 녀석이었나?'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지금 기분이 좀 언짢다.

타격감 있는 샌드백을 하나 원하고 있다.

신명나게 두들겨 때릴 대상이 필요하다.

챠락!

접근하자 뒷걸음질 치며 표창을 던지다.

가벼운 아래 무빙을 밟아 피해버린다.

원거리 미니언을 타고 다시 질주.

휘익!

사각!

질풍보는 4스택이 쌓이면 딜이 두 배로 상승한다.

자드를 향해 밟으며 평타 한 방을 긁고 빠져나온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대도 당연히 반격을 하지만.

'표창을 피한 시점에서 이미 이긴 딜교환이지.'

평타 한 방은 패시브 실드에 상쇄된다.

약간의 체력 이득을 보는 딜교환.

쉬지 않고 몰아치며 코너로 몬다.

휘익!

미니언을 탔다는 건 라인을 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상대는 앞선 딜교환에 수축된 상태다.

선 2레벨 타이밍이 큰 폭 앞선다.

물론 큰 폭 앞선다고 라인전을 이기는 건 아니다.

상대는 잠시 사렸다가 당겨서 먹으면 된다.

그럴 시간 자체를 주지 않는다.

싸캉!

숙련도가 오르며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야흐오는 Q점멸이라는 응용 플레이가 가능하다.

마치 쇈의 도발-점멸처럼 보고 반응할 수 없게 만든다.

1레벨 자드에게 때려박자 체력이 눈에 띄게 깎인다.

맞점멸로 도망가지만 스킬이 하나 차이가 난다.

4스택 질풍보를 내디디며 점화를 걸고 평타 평타.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포탑 안쪽에서 자드를 따고 같이 죽는다.

선취점을 가져갔으나 라인이 애매하다.

얼핏 손해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이거든.'

죽음은 바람과 같다.

늘 야흐오의 곁에 함께 한다.

원래 죽는 챔피언이기 때문에 죽어도 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득을 본 것이기도 하다.

쿠! 챠앙!

러이갓의 탈리반 3세가 바로 백업을 왔다.

적 거미여왕은 한 발 늦게 도착한다.

미리 콜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다.

'이것만으로도 두 가지 이득을 봣어.'

일단 상대 미드가 CS를 못 먹었다.

그리고 적 정글의 위치가 노출됐다.

물론 아군 정글도 노출되긴 했지만.

〈마이 알파로 사샤샤샥! 했으면 한 방에 먹는 건데~ 탈리반 같은 걸 하니까 하루종일 먹잖아.〉

"아껴 먹어도 되니까 그냥 탈리반 하세요."

-한-숨

-러이갓 마이=패배 선언

-근데 마이 CS갱 개꿀이긴 해

양팀 정글러의 동선이 읽히면 당연히 우리가 좋다.

상대 정글러는 마스터도 아니고 챌린저 카드.

초반 갱킹이 당연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갱 갈 때도 마땅찮아지지.'

미드 아니면 탑을 찌르는 3레벨 동선이다.

그런데 양쪽 미드가 서로 죽고 말았다.

탑라인만 사리면 간단하다는 소리다.

"리야야."

〈왜요.〉

"너를 위한 퍼블이다."

〈선배도 죽었잖아요.〉

"죽긴 했지만 이득 봤잖아."

〈똑같이 죽었는데 왜 이득이에요.〉

"야 이……"

브론즈 겜알못 새끼야!

평소 같았으면 소리쳤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고작 이 정도로는 못 알아볼 수도 있지.

방긋 웃으며 2막을 달린다.

* * *

〈개인적으로 당연히 넌나보다미드못해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느낌이죠?〉

〈색다른 느낌이라면 색다른 느낌이죠. 이런 독특한 시도는 보통 사람은 못하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크~ 아이디부터가 패왕색

-혹시 정말 아이디 때문인가?

중계진들도 한 마디 짚고 넘어가 정도로 독특하다.

아이디부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하지만 그전에 플레이 자체가 워낙 맛깔나다.

야흐오가 라인전을 거세게 압박한다.

휘익!

휘익!

이를 상대하는 다크의 자드.

그는손 꼽히는 실력을 가진 랭커다.

그럼에도 숨이 턱턱 막힌다는 게 눈으로 보인다.

-다크 탈곡잼ㅋㅋㅋ

-퍼블 따이고 개말렸네

-CS 벌써 15개나 차이 남!

'초' 자가 붙는 고수간의 대결이다.

롤챔스가 그러하듯 솔로랭크 마냥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기껏해야 CS 몇 개 못 먹고, 백업이 조금 늦고.

그런데 그 사소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클끼리 해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요점을 되짚는다.

〈확실히 야흐오 자체의 숙련도가 느껴지네요. 미니언 타는 것만 해도…… 소위 충들은 저러다가 피 다 깎이고 죽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ㅆㅇㅈ

-포탑에 세 대 쳐맞고 죽는 것도 봄

-야흐오충들은 진짜 뭔가 특별하긴 해

게임을 이렇게도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딜교환을 잘한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져있다.

어쩌다 한 번 이겼나 싶으면 포탑에 맞고 죽는다.

야흐오충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이미지다.

화려한 쓰레기.

현재 솔로랭크에서 야흐오의 위치는 대략 그러하다.

하지만 챔피언 성능이 안 좋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잘만 쓰면 분명 좋을 거 같은데…….

야흐오를 욕하는 사람들도 이것 하나는 인정한다.

휘익!

싸캉!

그런 야흐오의 기댓값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야흐오가 미니언을 타고 돌격해 검을 내지른다.

자드도 반격을 하지만 당연한 듯 흘린다.

〈욕심 안 내고 바로 뺍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그렇게 스킬 빼고 다시 들어갑니다!〉

표창이 빠진 자드는 무력하다.

딜로스가 생긴 공백을 가차 없이 파고든다.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을 걸 예지한 자드가 그림자로 후퇴한다.

〈이렇게 그림자 허무하게 빠지면 갱호응도 안되고 자연스럽게 디나이도 되거든요.〉

〈지금껏 한 번도 라인전을 진 적이 없는 다크가 위기네요 위기!〉

밀려오는 라인을 다 먹어도 CS차이가 20개 가까이 난다.

게임 시간이 8분도 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

클끼리가 썩소를 지으며 준비한 간접 디스를 내뱉는다.

〈미드 차이가 명백하게 나고 있습니다. 이러면 정말 어둠이 아닐 수도 있겠는데요? 나름대로 챌린저 상위권이라는 미드라이너가 숨도 못 쉬고 있는 셈이니까요.〉

-캬 이런 팩폭 너무 좋다ㅋㅋㅋㅋㅋ

-어둠이었으면 충분히 반반 갔자너~

-ㅇㅇ다크라서 지는 거임

-어둠충들 추하게 태세 전환하는 수준;

가히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솔킬만 따이지 않았을 뿐 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적지가 않다.

〈다크팀이 결승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 최고의 우승 후보로 손 꼽힌 이유가 뭐겠습니까? 미드 캐리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미드가 밀리면…… 막말로 미래가 없습니다!〉

클끼리의 말대로 다크팀은 미드가 중심이 된다.

정글도, 서폿도 잘하지만 뒷받침하는 존재.

결국 빛나는 건 미드고, 캐리하는 것도 미드다.

이 말인즉, 다른 라인이 약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원딜러는 고작해야 실버 티어다.

한타에서 숟가락을 얹는 것도 버거워한다.

미드가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데…….

자체적인 라인전을 아예 밀리고 있다.

물론 비벼질 여지가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야흐오도 약점이 있잖아요? 생존기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갱만 생각 안 하면 라인전이 센 챔피언이긴 합니다. 지금까지는 갱이 오기 힘들었어요. 이제부터는 서포터도 발이 풀리겠죠.〉

다크팀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서포터가 주도적으로 로밍을 다니며 게임을 푼다.

최근 롤드컵과 롤챔스에서도 유행하는 서폿 로밍 메타.

CRL백인의 광우스타가 킬을 먹고 기동력의 신발을 뽑았다.

이제는 정글만이 아닌 서포터도 조심해야 한다.

러이갓팀 입장에선 주의할 게 배로 늘어나 버리는 셈이다.

휘익!

휘익!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휘몰아친다.

자유가 아니면…… 아니, 킬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외치기라도 하듯 임전무퇴의 각오로 자드를 썬다.

사각!

사각!

초근접으로 붙은 두 암살자의 혈투.

순수한 평타는 야흐오가 자드보다 강하다.

그러나 스킬에 의한 변수는 자드가 위다.

먼저 승부수를 띄운 건 자드 쪽이었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

당해본 사람은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다.

특히 1대1에서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은 바람과 같다.

무서운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땅을 박찬다.

─다대기!

회오리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극한까지 집중한 자드가 점멸을 사용해 피했다.

슈퍼 플레이를 해냈음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야흐오가 잡았어요! 그리고 설마? 설마!〉

〈미니언 타면서 실드 찼습니다! 뭐, 결국 잡히긴 했지만요…….〉

기동력의 신발을 신고 있는 힘껏 달려온 광우스타.

박치기로 박자 야흐오가 그냥 죽어버린다.

땅을 채 내려치기도 전에 말이다.

그 정도로 간발의 격차로 이겼다는 소리다.

어떻게 점멸도 아끼고 이길 수 있었을까?

공식 방송에서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장막으로 표창을 막는 타이밍이 예술이네요~. 표창이 하나도 안 들어갔어요!〉

김의정 캐스터가 혀를 내두르며 격찬할 만도 하다.

자드의 주력 스킬은 결국 표창.

그 표창을 장막으로 완벽하게 차단했다.

하지만 피한 것은 자드도 마찬가지였다.

클끼리가 무언가 발견했다는 듯 손바닥을 친다.

〈평타를 정말 쉬지 않고 박았습니다. 치명타도 은근히 많이 터졌던 게 컸고요.〉

패시브가 치명타 두 배인 만큼 자주 터지는 건 당연하다.

진짜는 움직임의 효율.

솔로랭크에서 눈에 띄는 화려한 쓰레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림자를 활용해 도망가는 자드의 뒤를 칼 같이 쫓는다.

약간 더 긴 평타 사거리의 이점을 백분 활용해낸다.

상대가 도리어 당황할 정도로 맞딜을 불사했다.

〈원래 자드 상대로는 탈진을 드는 게 정석이잖아요? 근데 점화 걸고 먼저 죽이니까 탈진이 필요가 없네요!〉

-ㄹㅇ토종 쌈닭;;

-야흐오 챔피언 개멋있는데?

-나도 미드 야흐오 한 번 해볼까……

보는 이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야흐오의 인증된 장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하지만 게임 상황은 아직 반반이다.

실질적으로 킬 스코어는 한 발 밀리다.

정글 차이와 더불어 서포터의 티어 차이.

샴발라의 거미여왕과 CRL백인의 광우스타가 바쁘게 움직이며 전라인을 풀고 있다.

아직 풀지 못한 곳은 미드 뿐.

반대로 미드만 풀면 역전이 가능하다.

회심의 한 수를 노리는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 * *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말릴 때가 있다.

챌린저 1위를 수도 없이 찍어본 다크.

그 또한 못할 때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는데 라인전을 밀린다.

심지어 상성에서 앞선다고 확신한 픽임에도 불구하고.

'자드가 원래 야흐오 상대로 힘든 건가?'

게임이 도무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는다.

그 첫 단추는 미드에서의 솔로킬.

킬 교환을 했을 뿐 손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숙련도 있는 야흐오 유저를 거의 상대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상대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특히 점멸을 사용한 킬각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도발-점멸 같은 것이니 몰랐다 치지만 두 번째 킬은 도대체…….'

다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화라는 감정이 아니다.

떠오르는 건 순수한 의문.

자신이 대체 어째서 졌는지,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당장이라도 리플레이를 보면서 잘못을 되짚고 싶다.

하지만 그럴래야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큰 차이로 패배한다면 영향이 적지 않다.

시청자의 반응은 둘째 치고 팀적으로 멘탈이 깨진다.

'생각했던 이상의 야흐오 장인이야. 물론 결과가 변할 일은 없겠지만.'

자드를 야흐오의 하드 카운터 꼽은 결정적인 이유.

라인전보다는 챔피언의 컨셉, 역할의 비중이 크다.

스플릿 단계로 간다면 마주쳤을 때 질 리가 없다.

그 과정으로 나아가는 길은 자신이 닦을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팀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봇라인에서 일어나는 사달.

쿵! 쾅!

광우스타의 박치기가 제대로 틀어박힌다.

적 원딜러 고르키가 공중에 붕-!

다크팀이 작은 공을 쏘아 올린다.

========== 작품 후기 ==========

댓글 중에 멸망전이 왜 길어지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원래는 후두둑 양학을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스토리 끼어넣다 보니 즙리야가 질질 짜다 보니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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