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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중의 쓰레기 -->
하루, 그리고 한나절이 훌쩍 지났다.
주말을 불태우고 남은 불씨가 가장 밝게 빛날 시각이다.
일요일 오후 저녁 8시 멸망전을 마무리 지을 결승전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기대하고 고대하던 파프리카TV배 멸망전 최종 결승전 날…… 인데. 시작에 앞서 시청자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함께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의정 캐스터가 평소와는 달리 촐싹대지 않는 진중한 어조로 시작을 연다.
어제 파프리카TV를 아예 뒤집어버렸던 그 사건.
당연히 여러 시각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룰 악용한 거 아님?
-남절이 그 새끼 진짜 개쓰레기야 쓰레기
-재경기 해야지. 크하하팀 입장에서 억울하잖아
억울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격차였다.
광우스타가 꽤 잘했지만 MVP와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감을 과시했던 건 바로 야흐오다.
애초에 룰은 선수가 관여할 수 있지 않다.
대회 규칙에 상응하여 따른 것일 뿐이다.
완전히 의심할 상황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트러블이 좀 있었어요?〉
〈유리야님이 숙취 때문에 경기 참가를 못한 게 고의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격한 이야기가 오갔었죠.〉
결론만 따지면 그렇게 보는 것은 지나친 관점이다.
술을 마시고 들어간 시각은 기상하기 충분했다.
정말 의도가 있었으면 훨씬 더 늦게 들어갔겠지.
여러가지 오피셜과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단순 과실로 끝나기는 했지만…….
엎어진 민심까지 어찌 할 수 있다는 소린 아니다.
-쓰레기로 만든 친환경 휴머노이드가 있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크 살아있는 쓰레기;
-오늘도 골드 서폿으로 꿀 빠려는 거 아님?ㅋㅋ
일부 안 좋은 시각을 가진 시청자가 생길 만도 하다.
채팅창에서는 따지고 드는 목소리가 아직 있다.
인정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적지가 않다.
하지만 고작 그런 걸로 논란을 만들기에는…….
결승전 상대로 올라온 팀이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해설자 클끼리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심기를 내비친다.
〈물론 저희가 판단을 내린 건 아닙니다. 진행진들은 그런 권한이 없어요. 다만 어떤 상황이든 판단이 불가피하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죠. 일례로 만약 다크 선수가 정말로 어둠 본인이다. 정지든 뭐든 처분을 내려야 하잖아요?〉
-자연스러운 다크 저격
-클끼리 어둠 개싫어함ㅋ
-싫어할 만하지ㅋㅋ 팀다크 사건 장본인에 대리의 정점인데
불에는 불, 물에는 물, 어둠에는 다크, 그리고 논란에는 논란이다.
보다 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이다.
스케일로 따지면 '압도'적으로 크면 컸지 결코 작을 수가 없다.
E-스포츠 판을 발칵 뒤집었던 팀다크 트롤링 사건.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스타크래프트 마주작급 사고 아니냐?
그런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임팩트가 어마어마했다.
그런 다크팀의 결승전이 바로 오늘이다.
다른 화제는 목소리의 크기에서 묻힌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재발의 여지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참고로 오늘 결승전에서는 어제와 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습니다.〉
〈러이갓팀 내에서 주의를 하자고 이야기가 오갔다고 하죠?〉
〈그리고 두분 사이가 이번 일로 어색해진 바람에 포지션 변화도 생겼다고 하네요.〉
-ㅊㅊ
-커플은 깨져야 제맛이지!
-둘이 커플은 아니잖아?
-은근히 달달한 게 엿같았음^^
사실 바뀌었다기 보다는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팀을 신청할 당시에는 원딜이 엉덩국 인성제로.
그리고 미드가 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었다.
물론 곧이곧대로 믿어서도 안된다.
〈이게 다 연막 작전, 큰 그림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싸운 것까지도요?〉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보니까 남절님이 예능감이 충만하더라고요~.〉
-ㄹㅇ루다가 현실에서 예능 찍었잖아
-예능 찍다가 경찰서에 끌려감ㅋㅋㅋㅋㅋㅋ
-롤챔스에서 리심 코스프레하기 VS 유리야 집 앞에서 빡대가리야 외치기
-닥전이자너ㅋㅋㅋㅋ
이미 한 번 팡우팀이 라인 스왑에 된통 당했다.
도인디로서는 가히 어처구니가 나갔던 경기다.
당연히 미드에서 설욕전을 치를 줄 알았다.
밴픽 카드를 전부 미드에 소비한 상황.
그런데 뜬금없이 상대가 원딜로 오더라?
도라이븐에게 머리통을 신나게 찍히며 농락 당했다.
〈그러니까 사실은 이미 화해를 했고 원딜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도 솔직하게 같은 마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분싸 했자너ㅋㅋㅋㅋ
-어제 진짜 분위기 살벌했는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러한 대형 스캔들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나왔다.
러이갓팀 대 다크팀의 결승전 첫 세트.
양팀의 사전 준비가 완료되며 바로 시작한다.
멸망전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역대급의 매치가.
* * *
수많은 기대, 그리고 이슈를 낳은 본선 A조의 경기와 달리…… B조는 속된 말로 관광이었다.
그도 그럴게 양 팀의 전력 격차가 하늘과 땅이다.
다크팀이 러너맨팀을 압도적으로 짓밟으며 결승전에 직행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 예상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대를, 화제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독특한 시트콤까지 찍지 않았는가.
'타이밍은 분명 완벽했는데…….'
BJ데뷔의 타이밍 자체는 완벽했다.
이후의 멸망전 우승 또한 변수가 없다.
문제는 그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화제가 집중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러이갓팀, 그리고 그 녀석이 이슈가 된다.
결승전에 올라와 우승을 목도했음에도 다크의 심기는 불편하다.
'아무리 타이밍이 좋아도 의도치 않은 변수에 가로막힐 때가 있는 노릇이니까.'
그때가 바로 지금.
하지만 거슬린다면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현저한 실력 격차를 확인시키며 압도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찝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래 화제를 불러일으킨 원딜이 아닌 미드.
포지션을 바꾸며 변명의 여지를 남겨버렸다.
이긴다 해도 기대 만큼의 성과가 안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크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렇다면 더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서 밟아줘야겠지.'
분을 다지던 결승전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된다.
BJ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할 제물.
러이갓팀에 대한 대략적인 분석은 이미 끝난지 오래다.
〈도라이븐이랑 핑크스 밴하면 될까?〉
〈상대 포지션 바꿨다고 들었는데…….〉
〈지들끼리 또 짜고 칠 수도 있잖아요.〉
〈아, 그렇구나~.〉
허둥지둥 팀원들이 무슨 밴을 해야 할지 당황한다.
마쳐버린 분석이 다소 쓸모없어 지고 말았다.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포지션을 전환하다니.
다크는 태연한 말투로 팀원들을 진정시켰다.
"다 상정을 했던 거잖아. 예정대로만 해요."
〈네! 그럼 처음에 들었던 대로 자르겠습니다.〉
도라이븐, 핑크스 그리고 치비르.
봇라인의 하드 캐리를 막기 위한 밴이다.
BJ다크팀은 미드와 정글에 챌린저 카드를 소비했다.
상대적으로 봇라인이 약점이나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다.
팀의 서포터를 맡고 있는 CRL백인.
다이아 티어임에도 실력은 어지간한 챌린저에 준한다.
그도 그럴게 바로 그 팀다크의 서포터 출신이다.
학업이 바쁜데 롤챔스까지 참가하느라 솔랭 관리가 안됐다.
때마침 열린 멸망전에서 전화위복이 되어 다이아 카드로 참가했다.
〈저 광우스타 선픽 박을까요?〉
〈라인전 포기하게?〉
〈그래야지. 어차피 키워봤자 가성비도 안 나오는데.〉
〈그럼 가져가서 견제하자.〉
CRL백인은 광우스타의 장인으로 소문나있다.
또한 이는 상대 픽을 견제하는 의미기도 하다.
야흐오? 그거 팀에 에어본 없으면 무쓸모잖아.
야흐오 자체를 밴할 필요 없이 광우스타만 뺏어오면 된다.
그것이 다크팀에서 내린 야흐오의 대처법이다.
이로써 혹시 모를 상대의 조커 카드는 완벽히 틀어막았다.
〈이 정도면 밴픽은 거의 이긴 거 같은데? 별 거 없네.〉
〈당연하죠. 그리고 정글 차이 기대해도 돼죠?〉
〈어떻게 비교를 해도…… 러이갓이랑 비교를 하냐.〉
반말을 하는 쪽은 두 살이 많은 팀의 정글러 샴발라다.
샴발라 또한 바로 그 팀다크 출신으로 실력은 보증돼 있다.
심지어 한창 전성기인 챌린저의 감을 예리하게 유지하고 있다.
BJ다크팀의 성격이 바로 이 둘과 다크에서 드러난다.
정글러와 서포터가 게임의 스피드를 끌어올린다.
초반부터 바쁘게 움직이며 교전을 유도해낸다.
그 과정에서 다크가 킬을 먹고 성장하며 캐리를 한다.
다른 팀원들은 숟가락만 얹어도 자연스레 1인분이다.
롤챔스 출신 다운 운영력으로 게임을 굳혀버린다.
-이래도 다크가 어둠이 아닙니까?
-ㄴㄴ어둠 군대 갔고 이분은 다크임
-교통사고 난 거 아니었음?ㅋ
-진짜 양심 더럽게 없다ㅋㅋㅋㅋㅋ
클리끼의 심기가 괜히 불편했던 게 아니다.
팀에 팀다크 출신이 무려 둘.
심증이 차고 넘치기를 넘어 뒷목이 당길 지경이다.
그럼에도 파프리카TV가 대놓고 쉬쉬하니 어쩔 수가 없다.
논란이 많은 유저이기는 하나……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인지도와 팬덤 또한 은근히 있어 버리기는 아깝다.
파프리카TV가 그래서 주워갔다는 느낌이다.
시청자가 많다는 이유로 대표BJ로 꼽아주며 밀어주고 있다.
롤판의 어두운 이슈들은 모두 그에게 집중된다.
그런 다크를 상대로 적팀에서 꺼내온 카드.
〈야흐오? 그냥 픽 박았는데?〉
〈한나랑 같이 봇듀오 가려는 거 아닌가? 에어본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미드로 와도 이상하진 않지.〉
광우스타를 뺏어와 견제했음에도 상대는 야흐오를 픽 박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
혹은 원딜&미드 스왑으로 교란을 하겠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상관없어. 마지막 5픽으로 자드 하면 되니까.'
-다크의 자드ㄷㄷ
-자드가 야흐오 담당 일찐 아님?
-야흐오 원딜 확정행ㅋ 미드 절대 안 오겠네
-안 오는 게 아니고 도망가는 거지ㅋㅋ
담담한 한 마디로 논란을 잠재운다.
분석이 끝났다는 것은 만에 하나의 경우도 상정을 했다는 의미다.
의도한 대로 상대 봇라인의 캐리력을 억제하며 미드 상성에서 우위를 섭렵한다.
〈이러면 무난하게 미드&정글 캐리 그림 나오겠네. 만약 봇에서 솔킬 줘도 스노우볼이 굴러가진 않을 거야.〉
〈나 못 믿어요? 무슨 솔킬을 따여~.〉
〈혹시 모르니까. 어ㄷ…… 아니, 다크가 안전 제일주의잖아.〉
-샴발라 방금 어둠이라 말한 거 같은데?ㅋㅋ
-팀원들도 헷갈려하죠? 역겹죠?
-밴픽은 진짜 잘하긴 한다. 꼴에 실력은 있어
인성에 반비례한 어마무시한 실력.
그것이야 말로 다크팀의 아이덴티티다.
아이러니하게도 롤판은 그런 게 좀 있다.
인성이 안 좋고, 사고를 친 유저들이 이상하게 인기가 많다.
앞에서는 욕하면서 뒤에서는 오히려 관심을 가진다.
현재 다크팀의 시청자 수가 이를 반증한다.
BJ데뷔를 한지 고작 한 달 밖에 안되었음에도 러이갓에 준할 정도다.
구체적인 지표는 밀릴 수 있어도 시청자는 거의 엇비슷하다.
이번 멸망전을 계기로 아예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예측.
확실히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크게 간과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사실이다.
-야흐오 아이디 왜 저럼?
-?? 해킹이라도 당했나
-흠ㅋㅋ 어제 그 사건 때문인 것 같은데
인게임에 들어가기 직전의 로딩 화면.
아이디부터 남 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BJ, 챌린저, 前프로 등 온갖 네임드들의 존재감이 밀린다.
지금껏 보아온 쓰레기들은 잊어라.
쓰레기 같은 게 아니다.
내가 바로 쓰레기 그 자체다.
'나는 쓰레기다……?'
다크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든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 선정.
쓰레기 위에 안 타는 쓰레기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인성력 대결이 헥토파스칼급의 중형 폭풍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