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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cience -->
대형 TV를 통해 송출되고 있는 화면.
어떤 아마추어 리그의 준결승전이다.
화면에서 한 챔피언이 칼을 내려친다.
사각!
칼끝이 스칠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 방, 한 방이 전부 치명타!
잘 큰 야흐오가 세다는 건 데이터가 증명한다.
"좀…… 많이 센데요?"
"잘 성장해서 딜만 넣을 수 있다면 데미지가 미치긴 하겠어."
하지만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불과하다.
아이언카이저, 트린다조아 등 이론상 강한 챔피언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챔피언들이 기용이 안되는 이유는 하나.
'생존기도 없고, 클 장소도 마땅치 않아.'
現롤챔스 상위권 팀으로 이름 높은 게임단이다.
삼선 게임단의 감독 최우룡.
뇌신雷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눈이 번뜩였다.
꾸뤄러럭!
네네톤이 궁극기를 켜고 달려든다.
노리는 대상은 라인을 밀던 야흐오.
고르키와 루나까지 단 한 명을 포위한다.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으로 스플릿을 한 대가다.
눈이 절로 감길 정도로 끔찍하다.
이후의 장면은 상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비치고 있는 장면 상상한 그것이 아니었다.
─넌나보다원딜못해님이 학살 중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네네톤이 가죽조차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
아군 탑라이너인 쇈이 궁극기를 타준 건 알겠다.
"장막이랑 질풍보 활용도가 장난이 아니에요! 당연히 순삭될 줄 알았는데……."
삼선 게임단의 코치 김우정이 혀를 내두른다.
쇈이 궁극기를 탄다고 해도 즉시 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야흐오가 스킬을 극한으로 활용해 시간을 끌었다.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
봇라인에서 일어난 소규모 교전이 크게 비벼져 버렸다.
쇈의 도발에 긁힌 네네톤이 쓰러지자 다음 먹잇감은 루나다.
─더블 킬!
살아남은 고르키가 미사일을 쏴재껴보지만 무의미하다.
그 무의미한 행동이 화를 불러일으킨다.
야흐오가 미니언을 타고 질주.
다대기!
짤막한 외침과 함께 쏘아진 회오리가 고르키를 마무리한다.
동시에 쇼파에서 과자를 주워 먹던 진짜 다대기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최우룡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다대기 너는 야흐오를 어떻게 생각하나?"
"어…… 일단 괜찮은 것 같아서 연습은 해보고 있습니다."
"미드로?"
"그럼 미드지 어디겠습니까…?"
삼선 레드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질문이 내용이 너무 생뚱맞았기 때문이다.
대답을 들은 최우룡 감독이 후우 한숨을 내쉰다.
그도 그럴게 저 야흐오는 미드가 아니다.
놀랍게도 무려 원딜 야흐오다.
"원딜 야흐오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나?"
"네? 원딜요? 원딜은…… 글자 그대로 원딜이 가야 될 것 같은데요."
"아니……."
"미드인 저보다는 원딜러에게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게임단 내에서는 물론 E-스포츠 판에서도 위엄이 자자한 최우룡 감독이다.
인상을 쓰며 말을 흐리자 쫄아버린 다대기가 패스한다.
옆에서 샐러드를 우물거리던 삼선 블루의 원딜러 알파카가 고개를 치켜든다.
"뭠미까?"
"……다 먹고 말해라."
"삼켜씀미다. 물어보심시오."
입안의 음식물 때문이 아닌 개인적인 특징이다.
혀가 짧은 탓에 말투가 어눌하다.
왜 우리팀에는 이런 애들밖에 없지?
재차 한숨을 내쉰 최우룡 감독이 묻는다.
"야흐오 원딜이 제법 괜찮아 보인단 말이야……. 원딜 챔피언으로 가능성이 보이나?"
"잘 모르게씀미다. 맏따! 맏따 머함미까! 이리 오심씨오!"
'이런 낙타과에 속하는 포유류 같은 녀석에게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안타깝게도 삼선 게임단의 원딜러들은 하나 같이 피지컬에 특화돼있다.
게임 내 전략과 지식은 정말 돌대가리 수준이다.
하지만 게임단 내의 서포터들은 다르다.
돌대가리 원딜러들을 통제하기 위해 두뇌파 플레이어들로 엄선했다.
알파카가 부르짖은 맏따는 삼선 레드의 서포터.
팀은 다르지만 같은 게임단 소속이며 무엇보다 둘의 친분이 두텁다.
"제 의견 말씀이십니까?"
"그래…… 슬슬 지쳤으니 뭐라도 좀 말해봐라."
"저도 연습실에서 관전을 하고 있었는데 썩 괜찮은 것 같습니다."
팀 내에 몇 존재하지 않는 정상인이다.
맏따의 의견으로는 연습 결과에 따라 써볼 만하다.
최우룡 감독은 초반의 라인전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두란 방패가 사기잖아요? 방패 들고 광우스타가 힐하면 초반은 넘기기는 수월할 거 같은데요?"
"아무튼 가능성이 보인다는 그 이야기지?"
"일단 제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보다 문제는 알파카랑 임프트가 야흐오를 소화할 수 있느냐인데……."
시즌3 중반 이후 상향된 두란 방패는 라인전 버티기의 종결자 수준이다.
체력이 +100, 체젠이 +10.
서포터의 보조까지 고려한다면 맏따의 이야기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문제는 맏따 말대로 선수들이 야흐오를 소화할 수 있느냐겠지.'
아무리 좋은 카드, OP챔피언이라도 선수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게임단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는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못한다면 훈련을 시키는 방법도 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녹록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놈의 게임단은 제대로 정신 머리 박힌 선수가 드물다.
특히 초식 동물처럼 온순한 알파카는 꺼려할지 모른다.
최우룡 감독은 걱정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그도 전의를 불태우는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래, 한 번 연습 해보고 피드백 시간을 가져보자. 레드팀은 마진 실드, 블루팀은 KTX B팀전에서 조커 카드로 활용해본다면……."
"KTX B팀?! 코돈빈 그 새끼가 있는 팀 말입니까?"
"어, 그래…… B조의 가장 강력한 상대팀이니 말이야."
"마껴만 주심시오. 코돈빈은 제가 반드시 족치겠습니다."
코돈빈에 한해서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아지는 알파카다.
철천지원수를 만난 듯 부들부들, 승부욕이 끓어넘친다.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의욕이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다.
'야흐오 원딜이라……. 챔피언도, 하는 녀석도 주시할 필요성이 있겠어.'
롤챔스 첫 번째 자유원딜당의 탈당자가 생겨버린 날이었다.
* * *
이번에야 말로 파훼가 되지 않을까?
내심 가졌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이쯤 되자 오히려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야흐오를…… 야흐오 원딜의 독주를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첫 세트의 재림이 되는 모습이죠? 물론 그 정도로 잘 크진 않았지만 포지셔닝은 오히려 훨씬 편해요!〉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게 첫 번째 세트.
앞라인이 도저히 못 미더웠다.
특히 러이갓의 마이는 하는 게 없다.
그럼에도 홀로 무쌍을 찍으며 하드 캐리.
이번 두 번째 세트는 러이갓도 정신을 차렸다.
탈리반 3세는 야흐오와 제법 시너지가 좋다.
쿠! 챠앙!
그 러이갓의 탈리반 3세가 이니시를 열었다.
깃창 돌격이 적을…… 띄우지는 못했지만 끝이 아니다.
이어진 대변동, 적을 가두는 궁극기로 제 역할을 소화한다.
바론 대치 상황에서 꼼짝 없이 걸려버린 한타다.
썩 만족스러운 이니시는 아니나 상관 없다.
난전이 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휘익!
휘익!
질풍보를 밟으며 전장을 자유롭게 질주한다.
이어지는 야흐오의 프리딜.
두 배에 달하는 치명타 확률은 탱커조차 썰어버린다.
무엇보다 언제 어느 때 터질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쿵! 쾅!
라인전에서는 부족했으나 한타 만큼은 다르다.
박인주 운영자의 광우스타가 들이박는다.
이에 떠버리는 두 명의 적.
상대팀으로서는 미간이 움츠러드는 상황이다.
만약 야흐오가 궁극기를 쓴다면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도 잡아야 한다.
다 알고 있다는 듯 쓰지 않는다.
기다리면 기회가 오게 돼있다.
쿠! 챠앙!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법이다.
러이갓의 깃창 돌격이 적의 빈틈을 제대로 찔렀다.
야흐오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르풀랑과 거미여왕.
─우리에게 돈!
하늘에 붕-! 떠버린 상태로 믹서기처럼 갈려버린다.
그나마의 희망조차 찾지 못한 채 한타는 끝이 난다.
야흐오 원딜의 하드 캐리가 이어진다.
〈러이갓이 진~짜 무리하게 걸었거든요? 4대5 같은 느낌의 5대5라서 할 만했는데…… 그럼에도 야흐오가 너무 셉니다.〉
세기도 하거니와 한타를 너무 잘한다.
상대의 품에 파고든다는 위험 부담.
질풍보와 장막의 활용으로 완화시킨다.
벌어낸 틈 사이사이에 욱여넣는 칼질은 데미지가 과연 억척스럽다.
〈근데 이게 야흐오가 잘한 것도 있지만 아군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어요?〉
〈사실 저도 하나 생각이 든 게 이쯤 되니 서포터가 바뀐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감도 있지 않나…….〉
-유리야를 두 번 죽이네;
-탈주가 오히려 도움 된 거야?
-혹시 남절이가 유리야 암살한 건 아니겠지……
-남절이면 가능성 솔직히 있다
클끼리의 발언이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산다.
운영자가 의외로 선전을 하고 있다.
광우스타의 존재감이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채팅창 드립으로 박인주 운영자의 이름을 따서 인주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주력요?〉
모 닌자 만화에 나오는 굉장히 강한 괴물 닌자들의 통칭이다.
평소에는 약한데 빡치면 세진다.
마찬가지로 광우스타도 교전 때마다 은근히 한 건 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유리야보다 한 단계 높은 금빛의 골드 티어다.
〈아, 지금 채팅창에 유리야 버스로 올라갔다. 본래 실력은 브론즈다라는 풍문이!〉
〈물론 팀게임은 호흡 맞추는 게 중요해서 티어가 높다고 꼭 만사는 아니에요.〉
운영자는 보이스 채팅에 참여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답답하다.
이외에도 챔피언 폭이나 주포지션 문제도 있다.
그걸 포함해도 유리야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일각에서는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도 제시된다.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하면 유리야님 입장에서 섭섭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유리야님이 했으면 더 압도적인 격차로 이길 수도 있던 거니까요.〉
〈이보다요?〉
〈어…… 정정하겠습니다.〉
-또다시 나오는 정정잼~
-클끼리 꺼라위키 사건/사고 추가!
-이보다 더 압도적인 격차가 상상이 안 가긴 해ㅋㅋ
야흐오 원딜의 존재감이 하늘을 찌른다.
이미 한타를 통해 충분히 비벼진 게임.
든든한 탱커가 셋이나 되자 마무리는 간단해진다.
쿠! 챠앙!
적팀의 미드 2차 포탑 앞.
탈리반 3세와 광우스타가 대놓고 파고든다.
어떻게든 이니시만 걸리면 야흐오의 검에 썰린다.
콰아앙!
터엉-!
물론 상대도 바보가 아니고 다이브는 늘 위험성을 동반한다.
루나가 억지로 스턴을 걸자 딜러진들이 무섭게 뛰어든다.
야흐오를 잡아야 미래가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슈우우웅…!
하지만 아는 건 러이갓팀도 마찬가지다.
쇈의 궁극기 결속된 의지가 야흐오에게 씌인다.
주위에 알짱 거리는 적을 광우스타가 혼내준다.
-사스가 인주력ㄷㄷ
-원딜 은근히 잘 지키는데?
-지키기만 하면 혼자 다 잡잖아ㅋㅋㅋ
두각되지 않을 뿐 원딜러는 한 명이 더 있다.
인성제로의 이즈레알 데미지도 상당히 아프다.
상대의 포커싱이 갈린 순간을 잡아채 앞비전!
라인전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르풀랑에게 복수해낸다.
─엉덩국 인성제로님이 학살 중입니다!
어느새 학살까지 해버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물론 그조차도 동료 아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야흐오는 진작에 화신이 되었다.
─넌나보다원딜못해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앞라인 뒷라인 가리지 않고 썰어버린다.
그의 검끝은 자비 한 점 찾아볼 수 없다.
또다시 한타를 쓸어담으며 종지부를 찍는다.
〈지난 예선전의 리픈에 이어 이번에는 원딜이네요! 이쯤 되면 슬슬 아이디는 컨셉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견을 갈리기는 할 겁니다. 정말 원딜이 맞긴 한 건가?! 팬덤간의 2차전이 불붙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야흐오를 원딜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시청자들은 물론 클끼리조차 확답까지는 힘들다.
아무튼 원딜 포지션으로 게임을 당당히 캐리해냈다.
한타의 대승은 두 개의 억제탑으로 연결됐다.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 거대 미니언들이 쏟아진다.
다음 한타에서 쐐기가 박히며 준결승전이 마무리된다.
진정한 순혈 원딜을 보여주겠다는 크하하의 숙원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새바람의 제물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SKT가 드디어 부진을 살짝 탈피하려고 하네요
저는 선수든 네임드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롤판의 흥행과 소설 내 묘사를 위해서라도 SKT가 최소한의 흥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