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83화 (8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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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cience -->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무너져내린 균형.

러이갓팀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유리야의 행방이 묘연하다.

하지만 대회는 대회, 파프리카TV 운영자가 대타로 참가하여 진행된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블루팀의 크하하팀, 레드팀의 러이갓팀. 양쪽 모두 인베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이미 소환자의 전장에 열 명의 선수들이 발을 디뎠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신쪽 정글을 방어한다.

여느 대회든 흔히 있는 움직임이지만.

〈크하하팀이 유난히 바빠 보이죠? 혹시 초반에 준비해온 전략이 따로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이전에 보여준 전략이 있다 보니 대비책을 세워온 것 같습니다.〉

클끼리의 말대로 이전에 한 번 보여줬다.

크나큰 화제를 다은 대 러너맨팀과의 경기.

핑크스는 물론이고 리픈 원딜 또한 제정신은 아니었다.

봇파괴 조합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픽이 어째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많은 토론이 오갔다.

추측 중 가장 신빙성을 얻고 있는 것은 하나.

〈극초반 라인 스왑을 통해 크게 이득을 거두고 시작했잖아요?〉

〈아하~ 그래서 지금 크하하팀이 대비를 하고 있는 거군요!〉

라인 스왑은 대회 무대에서 단골처럼 나오는 전략이다.

시즌3 말에 이르러서는 전략이 아니라 느낌적인 느낌이 됐다.

차후에는 포탑 선취점이 생기며 사라지지만 적어도 현재는 아니다.

러이갓팀은 이전에 라인 스왑을 톡톡히 재미를 봤다.

리픈 원딜로 다이브를 성공시켜 초반 이득을 가져왔다.

반대로 라인 스왑만 저지하면 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그것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온 리픈 원딜의 파훼법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

러이갓팀이 또다시 봇파괴 조합을 꺼내왔기 때문이다.

〈근데 크하하팀의 움직임과는 별개로……러이갓팀은 라인 스왑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네, 일단 정상적인 라인전을 시작하려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간파의 간파를 했다.

상대가 대비한다면 우리도 안 하겠다.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이전과는 한 가지가 다르다.

〈리픈 원딜이 아니라 이번에는 야흐오 원딜입니다. 출시 된지 얼마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악명이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챔피언이죠.〉

-The 사이언스!

-마이충보다 꼴뵈기 싫더라

-저거 컨트롤 엄청 필요한 챔프;;

-이번에도 보여주나? 핑크스에 이어?

리픈이 원딜이 아닌 야흐오 원딜.

출시된지 1주일 정도밖에 안된 따끈따끈한 신규 챔피언이다.

하지만 PBE에서부터 말이 많았던 만큼 어느 정도 분석은 되어있다.

게임전문가 클끼리의 입이 근질근질하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극한의 피지컬 챔피언!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기대를 하고 왔습니다.〉

-기대까지?

-클끼리한테 호감 제대로 땄나 본데

-클끼리 피지컬 좋은 선수 좋아함

-본인이 피지컬이 안돼서?ㅋ

원래 사람은 반대 타입의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게임 지식이 좋은 사람은 피지컬이 좋은 사람에게 끌린다.

솔로랭크 듀오를 해도 같은 타입보다는 반대 타입이 효율이 좋은 법이다.

무엇보다 해설을 하는 입장에서는 바란다.

고인물이 아닌 새바람.

그 가능성을 엿봤다는 느낌이다.

핑크스로 한 번 보여준 만큼 두 번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야흐오는 아이템이 갖춰질수록 데미지가 완전 말이 안됩니다. 근데 이런 류의 챔피언들은 원래 좀 그렇고 그래요.〉

이른 바 충蟲 챔피언이다

마이, 리픈처럼 한 번 죽기 시작하면 동네북이 된다.

심지어 나온지 얼마 안됐으며, 피지컬 요구치도 지나치다.

확실히 스킬셋 자체가 성장만 하면, 잘만 쓰면 셀 거 같은데…….

아직까지 만족스럽게 쓰는 장인이 안 나왔다.

결정적으로 궁극기가 지나치게 팀파이트다.

〈어쩌면 그래서인 걸 수도 있습니다. 인정각?〉

-ㅇㅈ!

-뜬금포 뭐야ㅋㅋ

-방송에서 저런 말해도 돼?

〈롤챔스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꺼내본 농담이고요. 이 조합이 나왔을 때 저는 마음속 깊이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어쩌면 야흐오의 정답은 원딜일지도 모른다고!〉

같은 생각을 가진 시청자들이 열렬하게 환호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봇라인전.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지던 구도가 나왔다.

러이갓팀의 새로운 서포터, 박인주 운영자의 광우스타가 들이박는다.

쿵! 쾅!

뿔로 들이박으며 땅을 내려친다.

광우스타의 광역 에어본은 가히 위협적이다.

한타 영향력이 가장 높은 서포터로 손꼽힐 만하다.

하지만…… 안 쓰이는 챔피언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현재 시즌3은 서포터 전용 아이템이 없다.

라인 유지력이 지극히 떨어진다.

한 번 들어가서 끝장을 못 보면 역으로 탈탈 털린다.

지금 구도가 정확히 그러하다.

광우스타의 쿵쾅이 원딜러가 아닌 서포터를 맞혔다.

이렇게 되면 원딜러인 도라이븐이 신이 나서 프리딜을 넣는다.

카라락!

도라이븐의 대형 도끼.

밀쳐내며 자랑하는 회전 도끼로 내려 찍는다.

진입각 한 번 잘못 잡으면 이렇듯 복날 개맞듯이 두들겨 맞는다.

─발암을 맞아라!

분명 그래야 할 광우스타.

야흐오와 조합이 되자 라인전 구도가 180도 달라진다.

회전 도끼가 거짓말처럼 바람에 먹혀 사라진다.

* * *

신규 챔피언이라고 꼭 하는 건 아니다.

손에 정말로 촥촥 감겼기 때문이다.

인생 챔피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

왠지 이 챔피언하고는 평생 갈 거 같다.

리픈을 처음 잡았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야흐오는 그 이상의 직감.

아니, 운명이 속삭였다.

〈발암을 맞아라!〉

야흐오의 W스킬 돌풍 장막.

일으켜진 바람이 투사체들을 집어삼킨다.

나를 향해 쏘아진 것들이 전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도라이븐의 도끼조차.'

크하하의 모든 반격이 무위로 돌아간다.

상대가 아차, 떠오르기 전에 움직인다.

이미 상대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휘익!

휘익!

미니언을 타고 질주한다.

노리는 대상 적 서포터 인어.

아군 서포터 광우스타가 예쁘게 하늘로 띄웠다.

사각!

싸캉!

평타와 함께 내지른다.

예리한 칼질에 난도질 된다.

뒤늦게 점멸을 쓰지만 한참은 늦었다.

〈다대기!〉

쏘아진 회오리의 끝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다.

정확하게 인어가 있던 자리를 지나친다.

이제는 이미 사라지고 시체만 남은.

─적을 처치했습니다!

잡고 다시 미니언을 타며 빠져 나온다.

순식간에 일어난 대형 참사.

도라이븐으로선 어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겠지. 단순히 평타만 먹힌 게 아니니까.'

직접 쓰는 만큼 더 잘 알고 있다.

도라이븐은 회전 도끼를 계속 받아야 한다.

마치 서커스의 저글링처럼.

하나라도 못 받으면 곧 딜로스로 이어진다.

'그런데 다 먹혀서 사라져버렸네?'

내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원래 이 스킬이 그러하다.

돌풍 장막은 도라이븐의 극 카운터.

물론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숙련도를 찍었으니까 안 거지.

순수하게 연습만 했다면 알아채는 게 늦었다.

당연하게도 진검 승부의 대회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휘익!

휘익!

E스킬 질풍보로 미니언을 타고 들어간다.

서포터가 죽은 상대는 타워 안.

속칭 다이브를 시행한다.

휘리링!

도라이븐을 향해 질주하며 원형으로 베어 가른다.

확정 에어본이 도라이븐을 공중에 띄운다.

그 위로 광우스타의 쿵쾅이 연계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처음부터 점멸로 피했으면 모를까.

맞은 시점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라고 뻔히 보이는 다이브를 눈 뜨고 당해준 건 아니다.

'딱 봐도 정글러의 백업을 기다리는 무빙이었지.'

거미여왕이 반 걸음 늦게 도착했다.

다이브라는 선택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아무리 미니언을 탄다고 없는 활로가 생기진 않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도라이븐을 따내고 1대1의 교환.

서로 원딜러가 죽은 만큼 이득이 아니다.

정글러에게 킬을 줬으니 어찌 보면 손해다.

〈어? 정글러 벌써 킬 주면 안되는데? 거미여왕 킬 먹으면 정글 싸움 노답된다는 걸 챌린저가 몰라?〉

"원래부터 노답이었으니까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플래티넘이에요."

-우문현답 무엇;

-어차피 노답이었자너ㅋㅋㅋㅋ

-팩폭 오지고 지리고 레리꼬~ 스무th~~~

러이갓이 불평을 토로해오지만 한 점의 후회도 없는 다이브다.

다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짠하다.

유리야였으면 시도조차 못했겠지.

'어그로 핑퐁 같은 걸 브론즈가 어떻게 알아!'

체력이 없는 광우스타가 먼저 맞았으면 백업에 다 죽었을 것이다.

서포터가 골드로 랭크업한 정도로 전략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이라 괜찮다.

숙련도를 마스터한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죽더라도 성장만 할 수 있으면 상관 없다.

2킬을 먹고 다시 돌입하는 라인전.

휘익!

휘익!

봇파괴 조합이 고통을 받는 건 딱 3렙까지다.

원거리 챔피언들에게 사거리로 농락 당하다.

그러다가 한 번 쇼부 잘 쳐서 따내는 순간.

'딜교환이 아예 성립이 안되지.'

원거리 챔피언과 근거리 챔피언.

가지고 있는 포텐셜이 다르다.

하물며 2킬을 먹은 야흐오다.

사각!

싸캉!

평타와 함께 바람 가르기.

두 번의 참격이 인어의 몸을 훑는다.

본래라면 원딜러의 반항이 거세야 하겠지만.

〈발암을 맞아라!〉

도라이븐의 대형 도끼를 자연스럽게 흘려낸다.

회전 도끼가 하나 바람에 먹혀 사라진다.

앞선 딜교환에서 깨달음이 있었나 보다.

도끼를 하나 아꼈다 한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대기!〉

쏘아진 회오리와 더불어 광우스타의 연계.

인어는 반항조차 못하고 사망한다.

학살의 신호탄이 울린다.

* * *

─넌나보다원딜못해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야흐오 원딜에 정상적인 라인전 구도.

게임이 과연 진행이 되기나 할까?

그 의문에 속시원히 대답한다.

〈야흐오 원딜, 성공적! 5분대에 3킬을 쓸어 담았어요!〉

〈과연 원딜로 생각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단 라인전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 귀환 전에 2킬을 따냈다.

그리고 또다시 인어를 잡으며 3킬.

크하하는 졸지에 깊은 유혹의 꽃미남이 돼버린다.

-??? : 환상의 똥꼬쇼!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애처롭다 애처로워~

-도끼 던져봤자 뭐해. 다 막히는데ㅋㅋㅋ

도라이븐은 슈퍼 플레이에 특화된 원딜러다.

더군다나 피지컬 좋기로 알파고를 뺨친다는 크하하.

예술처럼 휘몰아치는 도끼의 공세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장막 때문에 아예 딜각을 못 잡습니다! 이건 카운터 당했다는 느낌이 쎄하네요.〉

클끼리의 말대로 슈퍼 플레이의 기회를 아예 박탈 당했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기회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돌풍 장막 때문에 뒤에서 구경만 하다가 끝난다.

서포터가 죽는 것을 눈 뜨고 구경하는 처지다.

-사스가 여혐좌ㄷㄷ

-여자 상대로 데미지 200% 상승

-원딜은 안 노리고 일부러 서폿만 노리네; 진짜 쓰레기다 쓰레기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들도 있다.

채팅창에 곱지 않은 채팅들이 올라온다.

현재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말이 많다.

의도적으로 여성 BJ들을 농락하는 게 아닌가?

〈멸망전 서포터들이 상대적으로 티어가 낮아서 노리기 쉬운 감은 있어요.〉

〈혹시 실드 쳐주시는 건 아니죠?〉

〈저는…… 정식 해설자로서 이런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편파적인 시선을 내비치지 않습니다.〉

-네 다음 여혐

-클끼리도 여혐이야?

-여혐무새들 진심인가; 물소 새끼들 소름 돋네

-드립에 어금니 꽉 깨무는 녀석은 뭐임? 실화?

가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조금 심하다 보니 눈에 띈다.

현재까지 멸망전에서 거둔 공식 전적 37킬.

그 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BJ라는 통계가 나왔다.

심지어 유리야를 죽인 것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라고!

의혹에 기름을 퍼부으며 더욱 휘몰아친다.

쿵! 쾅!

광우스타의 박치기가 인어를 높이 띄운다.

안타깝게도 호응을 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얼핏 실수 같은 이니시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돈!

야흐오의 궁극기 바람의 상처.

공중에 뜬 적에게 즉발로 호응이 가능하다.

야흐오&광우스타 조합의 이유를 증명하며 또다시 여혐 1스택!

〈채팅창 반응이 굉장히 불타오르고 있거든요? 근데 일단 경기 내적인 설명을 하자면…… 저는 야흐오라는 챔피언의 정답. 정말로 원딜일지도 모른다고 반쯤 확신했습니다.〉

혼자서는 궁극기조차 쓰기가 벅차다.

이런 챔피언을 대체 어느 포지션에서 써야 할까?

정글러로까지 연구가 되고 있는 이 시점.

한 명의 망나니가 놀라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반 시청자는 물론 게임전문가, 프로 관계자까지 눈을 휘둥그레 만든 격변의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나쁜 놈은 맞는데 의외로 따듯한 구석이 있는 쓰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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