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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78화 (7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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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와 가해자 -->

저쪽 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구경을 갔죠!

그런데 보고 오니 우리 집이 무너진 거예요.

보자마자 눈물이…….

그런 안타까운 경우가 세상을 살다 보면 있다.

아무튼 나만 아니면 되는 경우다.

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랠리야는 정말 억울하죠! 혼자 상대 원딜을 따내고 의기양양 돌아왔는데…… 본진이 쑥대밭이 난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통통 시점으로 보면 개웃기겠다

-웃긴 게 아니라 눈물 나지ㅋㅋㅋ

-통통이 잘했는데 아쉽내ㅎㅎ

한타를 잘해도 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가 훨씬 더 잘해버렸을 때.

방금 전 진행된 용한타가 그러했다.

〈이니시도 좋았고 호응도 완벽했어요. 근데 리픈이 딱 한 번 있었던 실낱 같은 빈틈을 파고 들었습니다. 한타가 여기서 비벼졌어요.〉

정식 대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장면은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클끼리가 말한 실낱 같은 빈틈.

다름 아닌 상대의 이니시가 떨어진 직후였다.

─해일이당!

치비르의 궁극기를 받고 몰려온다.

순간적이나마 유체화 이상의 속도다.

인어의 궁극기 파도의 습격까지 물바다를 만들고 있다.

당장 진영을 유지하기도 벅찬 와중에 오히려 뛰어드는 선택을 한다.

쿠훙!

대쉬기를 응용한 궁극기 캔슬.

점멸까지 활용하자 눈 깜짝할 새다.

심지어 상대는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교통사고 느낌으로 저질러졌다.

궁극기 스턴의 넓은 범위에 휘말리고 만다.

치비르와 코리아나가 꼼짝 없이 묶였다.

〈정말 눈 뜨고 코 베일 만도 합니다. 파도를 넘으면서 점멸 스턴! 물론 전기쥐의 호응도 빛을 발했습니다.〉

〈르간의 백만볼트 연계가 깔~끔했어요! 치비르 뒤늦게 점멸 쓰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녹아버렸죠~.〉

상대가 도저히 침착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 한타는 이미 이긴 거나 다름 없다.

포위해서 최대한 도망 못 가게 하자.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최악의 상황에서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

아군의 호응까지 더해지자 180도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콰항!

딜러진 두 명의 공백이 생기자 리픈을 잡을 사람이 없다.

4킬을 먹고 성장을 잘한 이블퀸?

리픈은 그보다 더 먹었으면 더 먹었지 덜 먹지는 않았다.

〈한나도 은근히 깍두기는 아닌 게 리픈이 AD계수가 엄청 높아요.〉

〈정말로 어떤 의미로는 리픈 원딜이 성립된 것 같기도 합니다…….〉

김의정 캐스터의 물음에 클끼리가 허탈하게 대답한다.

깡공격력이 곧 딜과 탱이 되는 리픈.

한나의 실드는 공격력을 무려 50이나 증가시켜준다.

난장판이 돼버린 한타를 쓸어담을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지속딜 싸움에서 리픈의 체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정글러인 이블퀸까지 잡히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크롸라라라-!

리플레이가 끝났을 때는 이미 쓰러져있다.

원딜러인 이즈레알이 없어도 충분하다.

용한타의 대패는 스노우볼로 연결이 됐다.

─넌나보다리픗못해(리픈)님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넌 나보다 리픈 못한다고요?〉

〈아니, 그런 민감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 딱히 순화할 말이 없네요. 정정하겠습니다.〉

-?? 두 번 죽이네

-통통이 클끼리한테도 뼈 맞는데?

-뼈 맞은 인간을 파운딩까지 잡네……

아이디부터가 정말 뼈를 때린다.

그런데 인게임에서 파운딩까지 잡는다.

양쪽 리픈의 경기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파고들 듯 쓰라린 건 기분 탓이 아니다.

물론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은 것도 맞다.

역전의 여지, 아예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하지만 바론까지 먹혀버린 마당이다.

구태여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공든 탑 무너지듯 경기의 향방은 급속도로 기울어진다.

〈리픈 같은 브루저가 보통 원딜을 가진 않잖아요?〉

〈보통이 아니라 가면 트롤 취급 받죠!〉

〈아무튼…… 그 이유가 브루저는 레벨이 중요하고, 원딜은 아이템이 중요하기 때문이거든요?〉

현재 로드 오브 로드에 당연하게 있는 상식들.

그 상식들은 결코 이유 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1세대 유저인 클끼리는 그 과정들을 직접 경험했다.

〈그런데 리픈은 아이템빨을 좀 크게 받는 편입니다. 원딜 역할을 의외로 문제 없이 수행을 해주네요.〉

아이템이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잘 떠버렸다.

안 그래도 잘 큰 상황에서 한타를 쓸어담았다.

심지어 또다시 먹잇감이 굴러 들어온다.

촹!

촹!

러너맨팀으로서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기왕이면 후식까지 먹고 가고 싶다.

바론을 잡은 리픈이 탑라인을 밀러 왔다.

홀로 살아남은 꿀통통의 이랠리야가 숨 죽인 채 대기하고 있다.

순식간에 미니언을 타고 뒤를 쫓는다.

그 판단 자체는 분명히 해봄직했다.

〈여기서 리픈을 잡으면 제압 골드 먹고 조금은 비빌 수 있거든요?!〉

〈자존심 대결입니다! 여기서 지면 게임도 게임이지만 멘탈도 못 버텨요!〉

승패는 대체 어디에서 갈렸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체력이었다.

이랠리야의 체력이 보다 많았다.

챠락, 챠작!

한타에서 이즈레알을 끊었던 평형의 판결.

자신의 체력이 높을 때는 스턴 판정이 아니다.

내려쳐지는 리픈의 평캔을 하염 없이 바라본다.

끝내 타이밍이 오는 일은 없었다.

리픈의 스턴과 에어본이 절묘하게 연계된다.

그리고 목숨줄을 끊어 놓는 티아매트와 궁극기.

채 스턴을 박아보지도 못하고 원통한 죽음을 맞이한다.

〈끝났습니다.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게임요?

-ㄴㄴ꿀통통 자체가 끝나버림

-파운딩도 아니고 아예 관짝에 못을 박아버리네ㅋㅋ

〈아니, 이번에는 그런 게 아니라…… 이랠리야가 스플릿을 해야 하는 챔피언인데 1대1마저 져버리니 정말 미래가 사라졌네요.〉

-이번에는?ㅋㅋ

-클끼리 실수하네?

-꺼라위키 클끼리 항목 사건/사고 추가!

스플릿을 못하는 이랠리야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이제는 존재감이고 나발이고 없다.

이미 확정되다시피 한 경기의 승패, 그리고 리픈 장인이란 자리.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못이 박히고 말았다.

* * *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547만큼 획득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전략의 성공으로 3461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파프리카TV의 독보적인 화젯거리로 오르며 12089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딱히 놀랍지도 않은 승리라는 결과물이다.

애시당초 겨우 조별 리그의 예선전.

질 거라고는 눈곱 만큼도 생각을 안 했다.

설사 짐덩어리가 있어도 캐리를 하고도 남는다.

─리픈원탑꿀통통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픈원탑꿀통통님이 362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그의강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의강타님이 363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꿀라스지리고요님, 별풍선 252개 감사합니다!

꿀라스지리고요님이 364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꿀라스지리고요님이 열혈팬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

.

.

그 모습이 다소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내가 밥만 먹는 모습만 봐도 놀랄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환영하는 바다.

멸망전 두 경기가 진행되는 짧은 시간.

팬클럽이 무려 100명이 넘게 늘어났다.

받은 별풍선도 단순히 짤짤이가 아니다.

'솔직히 내가 이 정도는 받을 만하잖아?'

그동안 너무 못 받은 게 잘못된 거다.

그런데 지금 별풍선을 주시는 분들.

아이디가 조금 마음에 안 든다?

"꿀라스지리고요님 기모띠개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하꼬라 열혈컷이 낮은데 아무튼 열혈팬도 축하드립니다."

-꿀통통방 열혈 클라스ㄷㄷ

-배신각? 손절각?

-저 앞으로는 이 방 보려고요^^

특히 꿀통통 방에서도 많이 옮겨온 모양이다.

그럴 만도 했던 경기였다.

진정한 리픈 장인이 누구인지 빼도 박도 못하게 증명했다.

고작 실력 차이가 난다고 박쥐처럼 옮기는 거…….

다른 사람은 뭐라 할지 몰라도 나는 환영한다.

실력 더 좋은 사람한테 배우고 싶다는데 꼬우며 더 잘하던가.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걸 존중해야지.'

슬슬 나도 진짜 BJ의 모습을 찾아가는 건가.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필연이라면 필연일 질문의 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 한타에서 리픈 점멸을 어떻게 피했냐고요?"

첫 번째 세트의 마지막 한타.

리픈이 던져버린 장면 있지 않은가.

점멸 스턴을 거는 걸 맞점멸로 피했다.

대답을 하자면 지극히 간단하다.

"그냥 점멸 쓸 때 같이 점멸 쓴 건데요?"

〈같이요? 그게 반응이 보통…… 안되지 않나요?〉

굉장히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청자가 아닌 인터뷰 진행자의 질문이다.

전화가 연결된 사람은 요즘 해설자로 잘 나간다는 클끼리.

'안되는 건 댁이고요.'

왜 댁의 상식과 기준을 왜 나에게 맞추려고 하세요.

솔로랭크에서 만날 때도 그랬지만 쓸데없이 말이 많다.

내 기억에 의하면 도발 점멸도 버거워하는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저는 잘 됩니다."

"담담한 대답까지 시크하신 분이네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현재 채팅창에 가장 많이 올라오고 있는 리픈 원딜을 하게 된 계기! 혹시 따로 말씀하실 게 있으시나요?"

본래라면 당연히 팀장이 인터뷰를 한다.

러이갓은 이미 인터뷰를 마쳤다.

나도 멸망전 공식 방송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 없이 나한테 전화를 걸더라.

화제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놈의 인기는 정말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질 않는다.

"저에게 주어진 포지션이 원딜이라 어쩔 수 없이 리픈 원딜을 하게 됏습니다."

〈딱히 의도해서 한 건 아니라는 말이네요?〉

"미드나 탑으로 하면 더 잘하면 잘했지 덜하지는 않죠."

이전 EU메타의 파훼법이라던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진다.

그냥 대충 틀리지는 않은 말로 대신한다.

여전히 말이 많은 클끼리가 말을 이어온다.

〈마지막으로, 이건 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인데…….〉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면 안 하면 되잖아요."

〈그게 맞죠. 맞는데! 일단 저희도 입장상 곤란한 감이 없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내가 대체 누구냐.

계속 올라오는 이야기니 나도 안다.

언젠가 답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최소 지금은 아니다.

'우승은 하고 말해야지.'

만에 하나의 이야기지만 우승을 못하면……

내 커리어에 살짝 금이 가지 않겠는가.

당연히 할 거라 생각하기는 만에 하나의 보험.

인생사 살짝 추하기는 해도 보험은 중요한 법이다.

"게임 끝나고 들은 건데 시청자들한테 클끼리 해설님이 저를 많이 칭찬하셨더라고요."

〈경기 내내 돋보이기도 했거니와, 특히 핑크스가 놀라웠습니다. 진짜로 핑크스 하나는 롤챔스에도 나올 만한 경기력이 아닌가…….〉

-롤챔스면 프로급이라는 얘기 아님?

-프로 무대에도 나올 만한 경기력……

-너무 과대 평가 아니야? 겨우 멸망전 가지고

-클끼리가 그렇게 평가하는데 태클 거는 그님티?

채팅창에서 다소의 소란이 생긴다.

이미 들은 내용이지만 격찬을 했다고.

칭찬하는 건 알겠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 겨우 하나?'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하지만 칭찬 들어서 기분 나쁠 리 있을까.

잠깐 말을 돌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어떤 리픈 장인BJ가 제기한 다중 인격자, 오른손의 흑염룡 그런 건 아니고요. 단순히 제가 빠르게 잘 배웁니다."

〈이미 경기력으로 증명을 한 만큼 믿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일이 터진 당사자와도 좋게 풀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중 인격자잼ㅋㅋ

-오른손의 흑염룡은 진짜로 있는데?

-뱅 The Jungle God 기!

-제2의 흑염룡이 탄생하는 거신가ㄷㄷ

그렇게 전화를 통한 인터뷰는 마쳐졌다.

어처구니 없었던 의혹도 깔끔하게 해명이 됐다.

클끼리가 유명해서 그런지 채팅창의 민심이 좋다.

'정말 많이 컸네. 많이 컸어.'

가끔 갱킹을 와서 쌍버프를 배달해주던 착한 녀석이었다.

초식 정글만 해서 피지컬로 카운터 치기 너무 편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클끼리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달라.'

감히 어디서 불어터진 입이라고 나불대나.

리픈도 더럽게 못하면서 팔딱팔딱 뛰기만 하던데.

이번 기회에 거품이 드러났으니 아주 꼴 좋게 됐다.

"자, 이제 그럼 초상집 구경하러 가봅시다."

-초상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통통 말하는 거임?

-러너맨팀 자체가 초상집 분위기지!

-서로 정치하고 남탓 하고 난리 났다ㅋㅋㅋㅋ

어떤 꼬라지가 났는지 구경하지 않고 가면 섭하다.

무엇보다 할 말이 있다.

본인 나름대로 현재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다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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