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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와 가해자 -->
피융!
이즈레알의 마법 화살이 쏘아진다.
삼종신기가 완성되자 데미지가 살벌하다.
한 대 맞은 코리아나가 깜짝 놀라서 뒤로 내빼는데.
샤라라락-!
이즈레알의 궁극기 정조준 사격.
반달 모양이 거대한 화살이 스쳐 지나간다.
이에 스친 코리아나의 체력이 뭉텅 빠져버린다.
〈챌린저인 이유를 보여주네요! 이즈레알이 미드를 거세게 압박합니다!〉
김의정 캐스터의 칭찬이 쏟아진다.
엉덩국 인성제로의 이즈레알이 미드를 압박한다.
챌린저 원딜러의 존재감을 드디어 과시하고 있다.
그 모습을 찬찬히 관조한 클끼리의 설명을 바톤을 이어 받는다.
〈원딜러가 미드를 가는 게 특이하긴 한데 사실 이게 아주 생뚱맞은 전략은 또 아니에요.〉
로드 오브 로드의 미드라는 라인.
일반적으로는 AP메이지, 아니면 암살자가 간다.
그 편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사실 시즌1 때만 해도 미드가 원딜 가는 게 당연했던 시절도 있어요.〉
〈아, 누가 롤계의 화석 아니랄까봐!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잖아요.〉
〈이런 잡지식도 알고 가는 것이 낫지 않나……. 그리고 미드 이즈레알 자체는 괜찮은 카드가 맞습니다.〉
실제로 롤챔스에도 몇 번 나온 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의외로 주류픽이다.
흔히 투원딜이라 불리는 조합의 중심이다.
〈원딜러가 후반 캐리력이 좋잖아요? 미드도 원딜을 해서 안정적으로 후반에 가면 두 배로 세겠네? 대충 이런 느낌의 조합이에요.〉
〈너무 대충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설명 감사합니다.〉
인성제로가 애초에 원딜러이기 때문에 원딜 챔피언밖에 못한다.
그래도 결과론적으로 괜찮은 조합이 구축됐다.
클끼리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지만 한 가지.
오히려 정상적이어야 할 봇라인이 이상하다.
쿠훙!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와드를 박던 인어가 봉변을 당한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리픈이 칼을 빼들고 달려든다.
─해일이당!
반항을 하지만 이미 풀콤보가 박힌 후다.
파도와 교차하는 숙청자의 칼.
쏘아진 검압에 반으로 뎅겅-!
〈지금 막 방송을 킨 시청자분들은 의아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탑라이너가 벌써 로밍을 다니네? 참고로 탑이 아니에요.〉
〈무려 원딜입니다. 어째서 리픈이 원딜인지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받아들이시면 편해요.〉
-리픈 원딜 대체 뭐야ㅋㅋㅋ
-아니, 리픈이 원딜일 수가 있음?
-ㅇㅇ궁극기가 원거리잖아
이전 세트에서 핑크스로 하드 캐리를 한 장본인.
리픈 원딜이라는 이색적인 픽을 꺼내 선전을 하고 있다.
조합 컨셉에 알맞게 봇라인을 반쯤 파괴하는데 이른다.
〈인어가 벌써 네 번이나 죽었습니다. 슬슬 자신의 모니터가 컬러인지 흑백인지 의심이 되는 지경까지 와버렸거든요?〉
〈좋게 해석을 하자면 원딜러 대신 죽어준 셈이죠. 치비르는 일단 1데스 밖에 안 해서 성장에 지장은 없어요.〉
-인어 사냥꾼ㄷㄷ
-남절 쟤 여혐이라니까? 여자만 골라 죽임
-어쩐지 유리야도 겁나 갈구더라~
반쯤, 다행히 이전 세트와 달리 원딜러가 크게 말리진 않았다.
러너맨팀이 리픈 대신 가져간 치비르.
스킬 구성이 워낙 좋아 파밍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같이 봇라인을 서고 있는 서포터의 사정은 다르다.
〈채팅창에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가 올라오는데……. 근데 이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요.〉
〈원래 견제형 서포터의 단점이 한 번 죽으면 계속 죽습니다.〉
리스크와 리턴이 공존한다는 이야기다.
인어는 기본적으로 라인전이 강하다.
아군을 보조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대신 생존기의 부재.
몸도 허약해서 걸리면 찢긴다.
방금처럼 리픈에게 순식간에 두 동강 난다.
〈반대로 러이갓팀은 리스크를 잘 뛰어넘었다는 느낌이죠?〉
〈예…… 초반 라인 스왑도 그렇고, 단순한 요행이 아니라 준비해온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초반이 강할 수밖에 없는 브루저.
특히 자체적으로 CC기를 가졌다는 게 크다.
그 점을 활용해 어설펐던 다이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클끼리의 속에 찝찝함이 쌓여만 간다.
과거 북미의 강호 CLC가 사용하던 EU메타의 파훼법.
보다 현재에 걸맞게 개조를 했다는 느낌의 기시감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만에 하나다.
애시당초 멸망전이 정식 대회와 다르지 않은가.
BJ들의 무대인 만큼 독특하고 재미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초반 압박이 거센 치비르를 피하기 위한 라인 스왑일 수 있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지금의 결론이 타당하다.
알고 있음에도 직감이 나쁜 쪽으로 속삭인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조합은 투원딜이 아니라 일반적인 조합이 되네요. 단순히 성장한 포지션이 다를 뿐이니까요.〉
즉, 한타에 들어가면 잘 싸우는 쪽이 이긴다.
이야기가 간단해진다는 소리다.
러너맨팀 입장에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
─버거킹!
러이갓의 탈리반 3세가 용맹하게 돌격한다.
궁극기로 상대 탑 이랠리야를 가뒀다.
그 안에 강렬한 번개가 소용돌이친다.
치지지지직!
전기쥐의 궁극기 백만 볼트.
가장 위력적인 한타 조합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이랠리야 혼자라는 점이다.
촹!
촹!
이랠리야는 적의 숫자에 비례해 강인함이 올라간다.
스턴을 금세 떨쳐 내고 빠져나온다.
미니언을 타서 거리를 벌렸다.
물론 체력은 극한까지 떨어진 상태.
하지만 가까스로 숨이 붙어있다.
탈리반과 전기쥐는 곧바로 추적하려 했지만 뒤를 잡힌다.
쿠확!
이블퀸의 궁극기 어둠의 침식이 끌어안는다.
먼저 점사를 하는 대상은 전기쥐.
스킬이 빠진 탓에 반항도 못한다.
살아남은 탈리반 3세가 이랠리야라도 데려가기 위해 쫓는다.
철컹!
이랠리야의 E스킬 평형의 일격은 자신보다 체력이 높은 상대를 기절시킨다.
체력이 낮을수록 반항이 더욱 거세진다.
심지어 파일럿이 꿀통통이다.
〈스턴 걸고 평타Q! 순간적인 피흡으로 살아남는데 성공합니다!〉
〈탑라인 2대2 교전을 압승했네요. 스펠 이득도 봐버려서 이건 스노우불이 굴러갈 여지가 있습니다.〉
러너맨팀의 챌린저 카드들도 열일 중이다.
탑과 정글이 큰 차이를 보이며 성장한다.
초반의 아쉬움?
핸디캡도 안된다는 듯 금세 따라붙어 추월해버렸다.
또다시 양 팀 에이스들의 캐리력 경쟁이 시작된다.
* * *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Just Light This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의 갑작스러운 라인 스왑.
그리고 상상치도 못한 리픈 원딜.
그로 인해 초반의 기세는 다소 내주고 시작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저라딧의 이블퀸이 미쳐 날뛰고 있다.
탑라인 역갱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꿀랠리야 느낌 있잖아!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이건 내가 잘 버틴 부분 아니야? 인정?"
〈인정. 게임 비볐어. 한타 가면 질 수가 없어!〉
-저블퀸 승리 선언ㄷㄷ
-진짜 이랠리야가 센스 지렸다
-궁극기 빠져나간 거랑 부쉬 플레이까지 완벽했음!
상대가 괜한 시도를 한 감도 있다.
못하는 애들끼리 왜 나대다가 죽어줘?
애초에 그걸 알았으면 못하지도 않는다.
러이갓의 실수를 제대로 받아 먹었다.
그의 동선이 상대 정글을 완벽히 카운터쳤다.
봇라인을 커버하며 탑라인 성장까지 성공시켰다.
흔히 말하는 정글 캐리 구도가 나온다.
심지어 리심이 아닌 이블퀸.
리심과 달리 한타가 무척 좋은 편이다.
〈제가 이니시 걸고, 통통씨가 이즈레알 뜯어버리면 한타 그대로 끝나거든요? 느낌 어떤지 아시죠?〉
"아~ 아마추어도 아니고 나 꿀통통이에요 꿀통통."
"오케이, 확인! 이즈레알 인성제로니까 그 점만 고려하시고."
-인성제로 이즈 잡기 겁나 까다로울 텐데……
-통통이 이랠리야면 충분히 잡지ㅇㅇ
-근데 리픈은?
-리픈은 한타 별로잖아ㅋㅋㅋ
흔히 말하는 한타 난이도의 이야기다.
러이갓팀은 이즈레알과 리픈이 성장을 잘했다.
하지만 한타로 들어가면 리픈은 활약할 구도가 안 나온다.
리픈이 대체 누구를 잘라야 할까?
딜탱인 이랠리야와 이블퀸은 잡기 어렵다.
치비르도 스킬 실드가 있어서 순삭이 안된다.
꿀통통 자신이 리픈 장인인 만큼 약점 또한 꿰고 있다.
"어떻게 내 앞에서 리픈할 생각을 하냐? 초반에 뽀록으로 킬 받아먹어도 통통이한테 걸리면 바로 밑천 드러나는 거야 그냥."
-통통이 복수할 생각에 싱글벙글~
-리픈 한타가 진짜 어렵긴 하지
-이기면 민심 역전 가능하다 ㅇㅈ?
즉, 이즈레알만 잡으면 나머지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잘 성장을 하지 못한 전기쥐.
그리고 러이갓의 탈리반 3세.
서포터인 한나는 애초부터 깍두기 취급이다.
한타를 이끌 수 있는 운영 주도권도 이쪽이 가지고 있다.
언제 어느 때 튀어나올지 모르는 은신 챔피언 이블퀸.
1대1 하나는 미친 듯이 센 삼종신기가 나온 이랠리야.
먼저 라인을 압박하며 상대의 대처를 유도하면 된다.
꿀통통의 이랠리야가 봇라인을 쭉 밀며 올라간다.
마음 같아서는 용이 나오기 전에 1차를 부수고 싶지만…….
-어? 리픈이네
-1대1ㄱㄱ 설욕 가자!
-쫄? 이걸 쫄?
"……."
상대 리픈이 1차 포탑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승부를 가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전과가 있는 전과범.
"형님들, 상대 다 안 보이잖아요. 내가 지금 또 싸우다 잘리면 팀 분열 위기야."
-네 다음 쫄통통
-추통통 꿀하다
-1대1 이길 자신이 없는 거겠지ㅋㅋ
-근데 분열 위기는 ㅇㅈ이자너~
게임에 진심으로 빡칠 수 있는 혼모노, 저라딧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음에도 가오가 몸을 지배하려고 한다.
리픈이 Crtl+4로 웃으며 도발을 해댄다.
'참자 참어……'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어금니를 꽉 깨문 꿀통통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윽고 바라고 바랬던 용 한타의 시간이 도래했다.
〈내가 뒤에서 느낌 있게 이니시 걸 테니까 호응이랑 포커싱 고려해주세요.〉
〈확인.〉
〈나 보호 구슬 안 걸어줘도 돼?〉
〈그러면 내 위치 티나잖아요. 통통씨한테 걸어주세요.〉
가장 깔끔한 이니시는 이블퀸이 들어가며 코리아나의 쇼크웨이브가 감싸는 거다.
하지만 그러면 은신 챔피언인 이블퀸의 이점이 사라진다.
어? 코리아나 구슬 어디 있지?
이블퀸한테 걸어줬나 보네~.
상대라고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중요한 건 한타를 거는 것이다.
한타가 열리기만 하면 자신들이 결코 지지 않는다.
이미 그럴 수 있는 조합과 게임 내 구도를 완성시켰다.
쿠확!
이블퀸의 궁극기 어둠의 침식.
넓은 범위의 적을 둔화시키며 피격된 상대의 수에 비례해 보호막을 얻는다.
심지어 성장을 잘한 탓에 현재 궁극기가 2레벨이다.
예고한 대로 이니시가 느낌 있게 제대로 걸렸다.
〈하아앗-!〉
그와 동시에 치비르가 궁극기 한타 개시로 호응한다.
주위 아군의 이동 속도를 상승시키는 효과.
몰려가서 앞뒤로 싸먹는 그림이다.
촹!
그만큼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는 아비규환.
꿀통통은 분노를 원동력 삼아 적진에 뛰어들었다.
적에게 돌진해 진영을 무너뜨리며 점멸로 박아넣는다.
철컹!
떨어진 평형의 일격이 한타의 승리를 예고한다.
이즈레알이 스턴이 걸려 아무것도 못한다.
연계된 쇼크 웨이브는 결정타가 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꿀통통님이 학살 중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점멸 센스가 말도 안됐다.
이즈레알을 기절시킨 게 신의 한 수였다.
맡은 일을 완벽 이상으로 소화해냈다.
-ㅋㅋㅋㅋ한타 끝났는데?
-와, 딜러진 싹 다 녹았다……
-이거 바론까지 나가는 각 아니냐?
비전에 점멸까지 써서 도망가는 이즈레알을 쫓느라 전장을 잠시 이탈해야 했다.
채팅창을 보아하니 한타가 끝난 듯하다.
화면을 내려 용쪽 근처 시야를 잡는다.
'이건 뭐 질래야 질 수가 없지.'
이즈레알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다.
자신까지 합류하면 바론까지 잡을 만하다.
전황은 꿀통통의 상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오우야…….'
리픈 주연의 액션 드라마 한 편이 상영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실제로 그분의 쇈은 도발 점멸을 못했습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도발 점멸 테크닉 자체가 훨씬 나중에 나온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