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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76화 (7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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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와 가해자 -->

굉장히 의아한 광경이다.

하지만 아예 생뚱 맞은 이야기는 또 아니다.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이따금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건…… 흔히 말하는 봇파괴 조합이네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세트.

러이갓팀이 조금 희한한 전략을 꺼내들었다.

클끼리의 언급 대로 봇파괴 조합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일반적인 원딜이 아닌 브루저를 선택한다.

속전속결의 느낌의 승부성 전략이다.

당연하게도 대회에서 할 건 아닌데…….

〈혹시 이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왑을 해달라고 했는데 인성제로가 나는 유리야가 싫다! 절대로 원딜을 하지 않겠다!〉

〈그 반대의 경우는 드라마의 단골씬이거든요. 만약 정말이라면…… 시청자 제보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러이갓팀의 신데렐라.

유리렐라라는 별명까지 생긴 유리야는 팀에서 구박 받는 처지다.

으레 팀게임은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이 서러운 일을 당하곤 한다.

하지만 그래도 가냘픈 여자인데?

외모가 과장 없이 정말 여신급이다.

롤하는 인형이라는 애칭까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내에서 취급이 박하다.

시청자들이 말려도 봐주는 것 따위 없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도 있다.

-리야 예쁘긴 하지만…… 좀 심각히 못하긴 하지ㅎ

-그래도 열심히 해서 난 보기 좋던데

-어쩔 수 없지……. 대회잖아 대회

우승을 노리고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때로는 매정해야 한다.

그것도 맞는 소리지만 매정해도 너무 매정하잖아!

또 그런 건 아니었다는 오피셜이다.

〈시청자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전략이다. 의도한 것이다. 최소 거부 당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리야님이 정말 예쁘세요. 실력이 아직 발전 도중이라 그렇지.〉

〈아니, 왜 갑자기 추파를…… 그럼 언제쯤 발전할 수 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속보]現롤챔스 해설자도 고개를 저은 유리야의 실력

-지금 이 순간에도 구박 받고 있을 유리야 1패!

-우리 리야 동네북 신세야ㅠ.ㅠ

-클끼리 근데 왜 갑자기 유리야한테 집적대냐?

〈제가 유리야님 게임을 많이 안 봐서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현재 경기가 굉장히 재밌게 됐네요.〉

말을 돌리는 걸 수도 있지만 실제 경기의 상황이 급박해지기도 했다.

러이갓팀은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전략을 꺼냈다.

더해서 한 가지 승부수를 걸어왔다.

리픈이 한나와 함께 탑으로 올라갔다.

반대로 탑솔러인 BJ르간의 전기쥐는 봇으로 갔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대회에서는 상당히 흔히 보는 전략이다.

〈롤챔스 같은데 보면 자주 나오는 라인 스왑입니다. 멸망전에는 아직 나온 적이 없는데…….〉

〈아직 예선전이라 그렇지 본선 올라갈수록 전략이 다양해지지 않겠습니까?〉

멸망전도 나름 엄청난 액수의 상금을 자랑하는 대회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러이갓팀이 처음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회 게임과 솔로랭크의 다른 점.

예로 나오는 첫 번째가 바로 이 라인 스왑이다.

만약 프로 게임에서 상대가 너무 버티는 픽을 한다?

그런 징조가 보이면 라인 스왑을 해서 초반부터 때려 팬다.

이럴 테면 개서스가 스택을 못 쌓게 방해해버린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미묘하게 달랐다.

'기분 탓이겠지?'

클끼리의 미간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현재 진행되는 경기가 데자뷰가 되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치게 옛날이긴 하나…… 분명 존재했던 전략이다.

* * *

탑라이너, 정글러, 미드라이너, 원딜러, 그리고 서포터.

지금은 당연하게 된 이 EU메타는 원래 정석이 아니었다.

그저 많이 쓰다 보니 정석화되어 개념이 잡혔을 뿐이다.

'사람이 많이 지나치는 골목으로 길이 생기는 것처럼.'

탑에는 탱커 혹은 브루저.

미드에는 암살자나 메이지 챔피언.

정글에는 정글몹을 열심히 잡는 정글.

봇에는 원딜러와 서포터가 각각 한 명.

이러한 고정 관념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게임을 하다 보니 이렇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더라.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롤드컵이었다.

시즌1 처음 열린 롤드컵에서 EU메타가 엄청나게 흥행했다.

포나틱이라는 팀이 EU메타를 밀어붙여 우승을 해버렸다.

그 선진 문물이 널리 전파되며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옛날만 해도 지금 나처럼 리픈으로 원딜 가는 경우가 흔했어.'

오히려 원딜러는 미드에 많이 갔다.

성장을 밀어주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그런 과거의 시선으로 볼 때 원딜러&서폿은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마치 천동설이 당연했던 시대의 갈릴레이처럼 말이다.

지동설을 부정하는 여러가지 학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EU메타를 부정하려는 전략들도 존재했다.

"골렘 치지 말라고! 다이브 치는데 또 혼자 RPG하려 그래!"

〈남절아! 형이 아무리 RPG 좋아해도 대회에서까지 그러진 않지~.〉

는 개뿔이 딱 봐도 쌍둥이 골렘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아무튼 당시 연구된 EU메타의 대응법은 다름이 아니다.

바로 봇파괴 조합의 라인 스왑 다이브다.

─아군이 꿀통통(이랠리야)를 지목!

리픈을 뺏긴 꿀통통은 모스트2인 이랠리야를 꺼내왔다.

이랠리야는 리픈을 상대로 상성을 자랑하는 픽이다.

심지어 르간님의 전기쥐 상대로도 카운터다.

'그래봤자 다구리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만.'

2대1로 압박한 탓에 CS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 이랠리야.

빅웨이브와 함께 그대로 장사를 치러준다.

먼저 들어가는 건 러이갓의 탈리반 3세다.

쿠! 챠앙!

깃창 돌격이 이랠리야 띄우……기는 커녕 스치지도 못했다.

하지만 착실히 포탑에 맞는 몸빵 역할은 해준다.

슬로우도 묻혀서 도주할 각을 차단한다.

철컹!

다소 문제가 있다면 이랠리야의 반항이다.

챌린저답게 다이브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스킬을 최대한 피하며 상대의 포커싱을 흐트린다.

탈리반 3세에게 평형의 일격으로 스턴을 박는다.

그러면서 미니언을 타고 요리조리 도망간다.

점멸도 아낌 없이 써가며 방향을 비틀어 보지만.

콰항!

결국은 독 안에 든 쥐새끼다.

EU메타의 대응법 중 하나로 손 꼽힌 이유다.

봇파괴 조합은 원딜러가 없는 만큼 초반이 세다.

무엇보다 확실한 CC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 내가 플레이하는 리픈처럼 말이다.

기절시키고 평캔으로 썰어버린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어설픈 다이브였다.

러이갓도 러이갓이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서포터!

유리야는 내 기대보다 평타를 세 방이나 덜 넣었다.

억지 같은 다이브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리픈이다.

일반 원딜이 아닌 브루저이기에 CC기를 가지고 있다.

다이브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짐은 당연한 결과다.

두둥실~

반대편 봇라인에서도 다이브가 이루어진다.

아군 탑라이너 르간님이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그쪽 상황은 나름 버틸 만해 보인다.

'우리 쪽만 다이브가 어설픈 게 아니야.'

상대팀 봇듀오도 실력이 썩 뛰어나지 않다.

게다가 논타겟 의존도가 큰 조합이다.

방금 르간님이 인어의 물방울을 점멸로 피했다.

〈러이갓님 지금 바로 와주시면 저 살 수 있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여~. 우물에서 방금 출발했는데 짜장면 15분만에 배달해 달라는 소리야 지금?〉

피하긴 했으나 살았다는 이야기는 또 아니다.

적팀의 정글러 이블퀸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러나 탑라인과는 상황이 두 가지 다르다.

'빨리빨리 뛰어가면 탈리반이 라인은 거의 받아 먹겠네.'

미니언 손해를 거의 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심지어 포탑까지 지킬 수 있을 듯하다.

상대는 너무 많은 것을 투자했다.

점멸도 두 개나 빠지고 체력도 바닥이 났다.

추가적인 압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에 반해 얻은 것은 고작 1킬.

선취점조차 이쪽이 가져갔다.

초반이 상당히 유리하게 풀린 셈이다.

한 때 EU메타의 파훼법으로 불린 이유가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서 사장되긴 했지.'

다이브를 보다 정교하게 칠 수 있는 실력.

후반에 가지는 원딜러의 성장 기대치.

미드 라인에 원딜러가 갈 수 없게 된 환경.

시즌2 이후로 롤은 완벽하게 EU메타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만 쓰면 제법 쓸만하다.

물론 나도 이걸 쓰고 싶어서 쓴 건 또 아니다.

"야, 유리야!"

〈히, 히익…… 왜요.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냥 한 번 불러봤어."

라인 스왑 없이 그냥 라인전을 해도 됐다.

솔로랭크에도 이따금 나오지 않는가?

봇파괴 조합이라 불리는 솔로랭크 트롤들이.

의외로 잘 먹혀서 게임을 이길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손발만 맞으면 해볼 만하다.

문제는 우리의 마스코트 같은 서포터 유리야께서 버프 주는 서폿밖에 못하신다.

아군 서포터의 무능에 치가 떨린다.

'버프걸도 아니고 진짜 왜 이렇게 재능이 없지 얘는?'

봇파괴 조합을 할 때는 보통 세게 가져간다.

이를 테면 빵테온 네네톤 이런 식이다.

유리야가 그걸 못하니 라인 스왑밖에 방법이 없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탑라인 1차 포탑을 파괴하고 귀환을 탄다.

퍼블을 먹은 덕에 골드가 넉넉하다.

이제야 진짜 라인전이 이루어진다.

타랑! 탕! 탕! 탕!

리픈을 가져온 대신 내줘버린 카드.

치비르는 나도 해봤지만 확실히 너무 좋다.

OP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을 만도 하다.

'근데 치비르는 라인전에서 이득 보고 가야 하는 챔피언이야.'

미친 듯이 튕기는 부메랑의 라인 클리어가 워낙 좋다.

라인을 하루종일 미니 라인전을 이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적인 라인전 구도가 아니다.

챠락, 챠작.

가볍게 도움닫기만 해줘도 상대가 쫄아 움츠린다.

아이템 차이와 레벨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쐐기를 박아 넣는 실력의 격차.

쿠훙!

상대는 다이브때 점멸을 두 개나 소비했다.

그중 하나가 서포터인 인어의 점멸이다.

각이 나오자마자 점멸 스턴.

치비르와 인어가 동시에 얼어 붙는다.

챠락, 챠작!

뻔하게 던져오는 물방울은 당연히 안 맞는다.

치비르의 공격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리픈 자체가 단단할 뿐더러 버프걸이 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나의 실드는 공격력을 상승시켜준다.

AD계수가 괴물 같은 리픈과 시너지가 좋다.

혼자서도 충분히 물고기 한 마리는 요리하고도 남는다.

'전 판부터 너무 물고기만 잡는 감도 있긴 한데…….'

실버 티어라서 그런지 각을 너무 잘 준다.

나는 주는 걸 받아 먹은 죄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주는 것도 못 받아 먹는 녀석이 있었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해. 그런 녀석이 해설을 하고 있고.'

현재 멸망전 해설을 맡고 있는 클끼리.

오히려 그런 녀석이기 때문에 해설가가 된 걸 수도 있겠다.

나나 그 사람이나 옛날 유저인 만큼 솔로랭크에서 자주 만났다.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게이머로서는 재능이…….

한 마디로 챌린저계의 유리야였다.

웬만한 거 가지고 말도 안 하고 싶은데 좀 심했다.

'어떻게 쇈으로 도발 점멸도 그을 줄 모르냐.'

자기 말로는 못하는 거라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두뇌파 플레이어라도 어느 정도는 해줘야지.

피지컬이 진짜 극한으로 없어서 볼 때마다 한숨이 그냥!

물론 한참이나 지난 옛날의 일이다.

기억조차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요즘 강산은 2년 단위로 변한다.

'지나고 보면 다 애틋한 추억이 되는 거지.'

아무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

전략적 우위와 깔끔한 킬각으로 2킬을 챙겼다.

의도한 대로 초반이 상당히 잘 풀리고 시작했다.

'아직 한참은 부족하지만.'

현재 시점으로 보면 굉장히 기형적인 전략이다.

원래 기형적인 전략이 초반은 잘 풀린다.

문제는 유리함을 이끌어가는 능력.

전략에 대한 경험도 있고, 자신감도 충만하다.

무엇보다 리픈을 잡은 사람이 나다.

내가 아이디를 괜히 이렇게 지은 게 아니다.

'슬슬 다시 찾아올 때가 됐잖아?'

상대가 워낙 단세포라 도발을 해서 스로잉을 유도하는 노림수.

그것도 있지만 진짜 목적은 하나다.

나 때만 해도 리픈이라고 하면 따질 것도 없이 나를 가리켰다.

지난 2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릴 때다.

말하자면 지금 경기는 그 시발점이다.

상대 입에서 시발이 나올 만한 경기를 선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너와 나의 눈높이 교육이 된다.

진정한 리픈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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