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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74화 (7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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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자체가 미친년 컨셉.

그렇게 나온 건 알지만 현실이 되니 무섭다.

패시브가 터진 핑크스가 광적으로 쫓아온다.

─더블 킬!

두 번째 희생자는 인어가 되었다.

아무래도 발도 느리고, 티어도 낮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격한 대응을 하다가 죽어버렸다.

당연하게도 핑크스는 원딜이다.

서포터인 나미가 맞딜이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원딜은 보통 3코어 전에는 약하다.

현재 2013년 11월 말.

시즌3의 룬특성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원딜 딜이 잘 안 박힌다.

〈그런데 핑크스는 지금도 셉니다. 바주카를 들고 있어서 이 정도지 기관총으로 전환하면…….〉

말하기가 무섭게 전환한다.

러너맨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리픈.

그것도 꿀통통의 리픈이 총대를 매고 방향을 바꾼다.

아니, 우리가 지금 원딜 하나 때문에 쫓겨야 돼?

저거 점멸도 없는데 칼푹찍 하면 죽잖아.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챠락, 차작.

특유의 기동성을 살려 핑크스를 노린다.

리픈은 3타로 벽까지 넘을 수 있다.

하지만 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너와 나 사이에 깔린 덫 하나.

마치 38선처럼 그어져 넘을 엄두를 못 내게 한다.

밟으면 1.5초간 속박이 되며 마법 피해.

이미 한 번 밟아서 솔킬까지 당해봤다.

얼타는 사이, 기관총의 총구가 불꽃을 내뿜는다.

두두두두-!

리픈은 어떻게든 한 대 치려고 따라붙었다.

그런데 마치 강강수월래처럼 영원히 닿지 않는다.

그러다가 순간 욕심이 나서 한 걸음.

치드득!

핑크스의 강력덫은 판정이 은근히 널널한 편이다.

면적이 좁은 헤이클린의 것과는 다르다.

속박된 상태에서 오지게 얻어 맞는다.

〈대.형.사.고. 초! 대박입니다. 기관총 두두두두! 녹아내리면서 패시브 터지고 코리아나까지…… 혼자 싹 쓸어 담았습니다!〉

한 명이 잡히면 끝이 아니라 연쇄 작용이 터진다.

패시브가 이동 속도를 미친 듯이 상승시킨다.

리픈 때문에 코리아나까지 잡혀버린 셈이다.

안심하긴 아직 이르단다.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쏴버린다.

궁극기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된다.

너에게 닿기를, 결국 닿고 말았다.

빠아아앙-!!

마지막 남은 유일한 희망, 그리고 자존심.

테러스티나는 혼자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헬파이어 미사일은 글로벌 궁극기다.

뒤꽁무니에 제대로 작렬하며 사요나라.

보고도 믿기지 않는 화룡점정이 완성된다.

─펜타 킬!

너나보다리픈못해님은 전설적입니다!

마무리……!

그냥 전부 도망만 갔으면 세 명쯤 잘리고 끝났을 것이다.

리픈의 헛된 반항으로 인해 싸그리 몰살.

그렇게 해석할 여지도 있겠으나 그 이전에 너무 잘했다.

〈리픈이 던졌다는 건 너무 박한, 결과론적인 해석이고요. 이건 그냥 핑크스가 미쳤습니다.〉

클끼리조차 대체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곱씹게 된다.

정말 글자 그대로 미친년 하나가 제대로 날뛰었다.

막지 못한 정상인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중간까지는 이 한타 완전히 끝났다. 최대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뒤에서 놀고 있던 핑크스가 일을 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임 캐스터 김의정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구도다.

원딜러가 딜은 안 넣고 개사리고 있네?

리심의 이니시 때문이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설사 아는 사람 눈에도 저건 너무 사린다.

〈너무 사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게임으로 증명을 한 거에요. 핑크스라는 챔피언의 성능을 100% 끌어낸 한타였습니다.〉

-ㅇㅈ클끼리 말 잘하네

-기관총 바주카 엄청 잘 바꿔 쓰더라

-패시브도 계속 터지니까 완전 도미노ㄷㄷ

원딜러는 글자 그대로 화력을 보태는 존재다.

일반 게임의 보편적인 상식은 그러하다.

롤에서도 뒤에서 뿅뿅뿅! 쏘는 느낌.

방금만 해도 다른 원딜러였으면 무력했을 것이다.

제대로 딜을 넣지 못했거나.

딜은 있는데 쫓아가지 못했거나.

현재 존재하고 있는 원딜러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해설자로서 천상계 메타와, 신규 픽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지만…… 제가 아는 한 핑크스를 이분보다 더 완벽히 다루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종결이 났다.

現롤챔스의 해설자 클끼리.

그를 반박하려면 김은준이 오는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실 핑크스를 어떻게 쓰라고 만든 건지 프로들도 감을 못 잡고 있거든요. 생존기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냐? 파일럿의 피지컬이 미치면 생존기가 필요 없다는 걸 방금 증명했네요.〉

-프로조차 뛰어넘은 것인가……?

-챌린저급 플래티넘 미쳤자너ㅋㅋ

-브실골플로서 자부심을 가집니다^^

프로들조차 감을 잡지 못한 일을 일개 플래티넘이 해낸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절대 플래티넘은 아니다.

이 순간 두 가지가 확정되었다.

〈긴가민가 했던 부분인데 해설자의 자부심을 갖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분은 그냥 챔피언 습득 능력이 엄청나신 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도라이븐 리픈, 르풀랑, 부시안…….

하나만 마스터해도 대단한 장인류의 챔피언들이다.

특히 현재는 해당 챔피언의 장인들의 거의 없는 시기다.

그런데 저 챔피언들을 전부 수준급으로 잘한다.

다중 사용자론이 제기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반박을 하기 힘들다.

-그냥 극한의 재능충이라고?

-설마 진짜로 게임 막 시작한 건 아니겠지

-1500판 골드인데 게임 접을까요?

-에이, 에바지…… 복귀 유저일꺼야 아마……

멸망전 채팅창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전과 달리 비판적인 추측들이 사라졌다.

그도 그럴게 누군지 예상이 안 간다.

천상계 핑크스 장인이 누가 있지?

하루종일 관전하는 클끼리조차 모른다.

시청자들이 아무리 입롤을 잘해도 듣지도 못한 걸 말할 수는 없다.

〈지금 아직 게임 안 끝났어요! 여기서 꿀통통의 리픈이! 그리고 저라딧의 저심이!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방금 전 한타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도저히 지는 그림이 상상이 안되네요.〉

〈저도 사실 캐스터 직함 내려놓으면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저희가 그러면 안되죠!〉

김의정 캐스터의 말대로 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과연 변수가 있을까?

오히려 변수가 차단된 건 러이갓팀 쪽이다.

점멸 없이도 깽판을 치는 원딜러.

이제는 점멸이 돌아왔고 상대는 점멸이 없다.

대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상상이 안된다.

소환자의 전장에 진정한 광년이 강림한다.

* * *

뻐엉!

바주카포가 불을 뿜는다.

물론 말이 바주카포지 일반 평타다.

맞아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하는 말이 쏙 들어간다.

〈으아…… 데미지 살벌한 거 보소.〉

근거리 미니언 세 마리가 단 한 방에 증발해버린다.

같은 원딜러인 인성제로가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만큼 핑크스의 바주카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하던 일 접어두고 미드 모여봐. 게임 끝낼 테니까."

적팀의 2차 포탑 앞.

대놓고 대치를 하며 시위한다.

이런 무턱댄 대치 구도는 자충수가 되기 쉽다.

상대 진영이 가깝다는 건 진영이 불리하다는 의미다.

잘못 물리거나 하면 게임이 비벼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치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준다.

뻐엉!

라인 클리어를 하려는 코리아나에게 한 대.

쇠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일 것이다.

체력이 절반 가까이 확 줄어든다.

'일단 바주카가 평타보다 1할 세.'

고작 10% 정도로 살벌하기까지 할까.

스태틱의 단도가 터지기 때문이 크다.

사거리가 길어서 소위 포킹을 하는 게 가능하다.

움직이면서 스태틱의 단도를 충전.

모일 때마다 툭툭! 갈기면 상대는 죽을 맛이다.

당연히 지금 내가 심각하게 잘 컸기 때문도 있다.

'25분에 3코어라니 진짜 미치긴 했다.'

상대가 펜타 킬을 헌납해준 덕분이다.

피흡템인 피를 마시는 칼까지 갖춰졌다.

더 이상 판단에 망설임과 이성을 둘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뻐엉!

뻐엉!

원딜러가 앞에서 대놓고 시위해도 상대는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다.

잘못 반항하다간 어떻게 되는지.

지난 한타에서 깨닫고 말았다.

심지어 맞는 것도 잘 맞아야 한다.

'뼈 맞았는다는 소리가 있잖아.'

야, 나 뼈 맞았어. 잠깐만 잠깐만!

핑크스의 바주카포는 스플래쉬 데미지가 있다.

팀원들끼리 뭉치면 데미지가 그대로 다 터진다.

몇 번 쏘지도 않았는데 상대팀이 걸레짝이 돼버린 이유다.

'리픈이 자꾸 멍청하게 아군 쪽으로 도망가네.'

상대법을 모르는 만큼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사실 나도 숙련도를 마스터 찍었으니까 아는 거지.

밑바닥부터 배웠다면 실수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내 피지컬에 완벽한 숙련도가 합쳐졌다.

이어질 한타, 아니 농락에는 변수가 없다.

원딜러가 이니시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드 2차 포탑을 깨고 달려나간다.

핑크스의 패시브는 포탑을 깨도 발동된다.

미친 듯한 속도로 뛰어가 뻐엉! 뻐엉!

포탑에 숨어서 거리를 안 주려 한다.

그럴수록 포탑의 체력이 갉아먹힌다.

무엇보다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아니, 쟤 뭔데 저렇게 나대?

특히 리픈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디로 뛰고 있으니까!

뻐엉!

넌나보다리픈못해의 핑크스에게 한 대 얻어터진다.

의병대로 체력을 회복해온 리픈.

기분 더럽게 체력바가 쭉 깎인다.

실드로 일부 상쇄했으나 찝찝함까지 떠나진 않는다.

또다시 충전 스태틱의 단검으로 한 방 갈긴다.

아니나 다를까, 움직임에 살기가 묻어있다.

쿠훙!

점멸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다.

이어진 스턴은 맞는다면 거의 사망.

만약 우리 유리야의 한나가 엄청난 기지를 발휘해 점멸 궁극기를 쓰고, 회오리를 띄우고 한다면 살겠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은 없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상대 꿀통통의 리픈.

이전부터 움직임에 빡침의 전조가 보였다.

아이디를 일부러 도발적으로 지은 이유다.

딱 봐도 가오가 몸을 지배하는 타입이다.

빡치면 인정사정 가리지를 않는다.

그런데 마침 점멸이 돌아왔네?

나랑 같이 빠졌기 때문에 쿨타임이 똑같이 돈다.

점멸로 들어오는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피한다.

또다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리픈.

이제는 툭툭 두들기기만 해도 죽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첫 번째 도미노가 무너져 내린다.

아무리 유리야라 해도 실드는 줄 수 있다.

공격력이 50이나 증가하는 실드를 받고 때려팬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용 한타 때와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펜타킬을 먹고 왔기 때문에 아이템 차이가 넘사벽이다.

결정적으로 상대는 무빙부터가 완전히 쫄아있다.

리픈이 나에게 대든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하다.

그렇게 당하고도 기가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해줄 만하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살아남은 적들은 멀찍이 떨어져 구경한다.

자신들의 쌍둥이 포탑이 파괴되는 걸 구경한다.

물론 구경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어쩔래?

핑크스는 기관총을 전환하면 공격 속도 미쳐 날뛴다.

포탑 철거 속도가 그 어떤 챔피언보다 빠르다

아주 잠깐 손 뗸 사이에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

그리고 그대로 게임이 끝.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에 넥서스가 밀린다.

대 러너맨팀의 첫 세트가 싱겁게 끝이 났다.

〈굿굿 베리 굿 스트로베리 굿~! 역시 운영해주니까 애들이 잘하는구만. 이래서 오더가 중요한 거지.〉

봇라인에서 하염없이 백도어를 하던 러이갓이 한 마디 한다.

당연하게도 리픈도 바보는 아니다.

탈리반 3세가 혼자 노니까 제 딴에는 이니시를 걸었겠지.

결과적으로 게임을 갖다 던진 행위가 돼버렸지만 말이다.

'원래 인생이 그래. 모 아니면 도인 거지.'

실패했으면 깔끔하게 지면 되는 거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파급력이 좀 크다.

리픈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반쯤 깔아 뭉개줬다.

나머지 절반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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