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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나보다리븐못해 -->
게임 스코어 9 대 9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파고들면 결론은 겨우 하나다.
"내가 말했잖아~ 꿀통통 장인이 뭐라고 형님들??"
-리픈!!
-꿀통통 장인이 바로 리픈이지!
-통통이 킬 먹고 신났네ㅋㅋ
-ㅇㅇ스플릿만 돌아도 캐리각 나오겠다
현재 경기를 펼치고 열 명 중에 가장 성장을 잘한 사람은 둘이다.
러너맨팀에선 바로 리픈 장인 꿀통통.
그것도 시그니처 픽인 리픈을 잡았다.
그에 반해 러이갓팀은 원딜러인 핑크스의 성장이 돋보인다.
신규 챔피언 핑크스는 제법 딜이 강력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발목을 잡는다.
"한타 들어가면 핑크스는 그냥 없는 거야. 내 방송 자주 보시는 형님들은 하루에 100번도 더 보지?"
-100번은 에바참치고요……
-통통이 리픈이면 믿음직하지!
-점멸 평캔 콤보로 순삭각 ㅇㅈ? 어ㅇㅈ~
서로 잘 컸다고 해도 상성 관계.
브루저인 리픈은 원딜을 쌈 싸먹기 딱 좋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닌 꿀통통의 리픈이다.
채팅창에 나온 언급대로 순식간에 점멸로 접근해 박아 넣는 풀콤보는 꿀통통의 18번이다.
물론 상대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은 위협적이다.
다른 원딜 챔프였다면 꿀통통도 이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 통통이의 리픈 앞에서 뚜벅이 원딜러를 꺼냈냐? 재수도 지지리 없네."
-ㄹㅇ 벌써부터 상상된닼ㅋㅋㅋㅋ
-그냥 스치기만 해도 찢길 걸?
-핑크스 찢을 때마다 별풍 천 개 미션 건다
"아, 회장 형님이 미션을~! 제가 오늘 회장 형님 파산 시킬지도 모르는데…… 양해 좀 부탁드리고 갈게요~."
현재 꿀통통의 방 채팅창은 반쯤 난리가 난 상태다.
아직 한타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축제 분위기나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원딜러의 담당 일찐이다.
잘 큰 리픈에게 한 번 걸리면 원딜러는 그냥 찢긴다.
물론 서포터가 진짜로 잘하면 슈퍼 세이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잘하는 서포터는 멸망전에 없다.
서포터는 글자 글대로 팀을 보조하는 라인.
모든 팀들이 낮은 티어를 서포터로 보낸다.
러이갓팀의 서포터는 듣기로 진성 브론즈였다고 한다.
그에 반해 아군 서포터 박선비는 실버 1티어다.
몇 번 죽어 말렸다고는 해도 한타에 들어가면 다르다.
"선비야."
〈웅…… 통통아.〉
"라인전 몇 번 죽었다고 풀 죽지 말고. 한타 가면 선비 니가 저쪽 서포터보다 10배는 잘하잖아?"
〈그래, 더 안 죽도록만 해볼게. 위에서 캐리 힘내.〉
-여기서 달달각을 잡네ㄷㄷㄷ
-이게 롤로 여자 꼬시는 방법이냐?
-통통이 이러다 진짜 여친 생길 듯ㅋㅋㅋㅋ
먼지 나게 탈탈 털리고 있는 봇라인.
시무룩한 팀의 서포터 박선비에게 따듯한 말 한 마디를 건넨다.
무른 남자는 가오를 잡을 때는 잡아야 한다.
힘든 상황일수록 여자는 잘 넘어오기 마련이다.
꿀통통은 이번 경기를 통해 일타이피를 노리고 있다.
인기와 사랑 두 가지를 한 번에 잡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통통씨, 그대로 탑 밀 거에요?〉
"네, 왜요. 합류할까요?"
〈용 2분 남았으니까 그 점 고려하시라고요. 혹시 상대 몰려가면 핑 찍을게요.〉
팀의 정글러이자 가장 점수가 높은 저라딧이 오더를 한다.
러너맨팀은 그의 오더에 따라 행동을 맞춘다.
하지만 조금 욕심이 나는 상황이다.
적팀의 원딜러 그 자식의 핑크스가 탑에 라인을 받아먹으러 왔다.
'얘 아무리 봐도 혼자인데?'
상대 미드와 봇라인 사이에 한나가 잠시 눈에 띄었다.
정글러 탈리반 3세의 동선이 모호하긴 하나…….
까놓고 말해 자신이 있다.
"형님들, 통통이가 마술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깃창 판정이 너프 먹은 탈리반 3세다.
게다가 그걸 잡은 사람이 러이갓이다.
2대1이 된다고 해도 이기는 것 자신이다.
하물며 1대1이라면 포탑이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
챠락, 차작.
부쉬에서 갑자기 튀어나가 덮쳐버린다.
두 번의 도움 닫기 이후 점멸과 대쉬로 순간 접근.
궁극기를 모션 캔슬로 발동하며 3타를 내려찍는다.
콰항!
궁극기 덕에 에어본 범위가 본래보다 넓다.
알고서도 한 끝 차이로 당하는 이니시다.
하물며 점멸까지 사용했으니 피할 여지가 없었어야 정상인데…….
치드득!
분명히 0.1초 전만 해도 핑크스가 있던 자리.
핑크스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무언가를 밟았다.
밟은 것은 다름 아닌 핑크스가 깔아 놓은 덫이었다.
두두두두-!
덫에 묶인 자신을 향해 핑크스가 역으로 공격을 퍼붓는다.
심지어 다이브를 한 상태라 포탑 데미지까지 들어온다.
호되게 얻어맞다가 덫이 풀리자마자 도망가려 했지만.
빠아아앙-!
뒤통수에 작렬한 미사일은 실드로도 상쇄시키지 못했다.
암살을 하러 들어갔다가 본전도 못 찾아버렸다.
채팅창의 반응이 보기가 두렵다.
-뭐지? 자살하는 마술?
-자신이 사라지는 마술인가요? 스고이ㄷㄷ
-가서 덫 밟고 죽어주네ㅋㅋㅋ 통하다 추통아!
-통시브 발동 안 하나 했다……
꿀통통의 방송에서는 하도 자주 나오는 광경이다.
킬 먹고 잘 크면 신나 가지고 나대다가 죽어준다.
너무 많이 나와서 통시브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삿일이라도 이 자리는 대회 무대다.
〈저기 꿀통통씨.〉
"이거 개에반데? 무조건 킬각인 걸 그냥 점멸로 피해버리네……."
"킬각이고 나발이고 용 2분 남았다고 했잖아-!!!!……요. 안 싸워도 되는 걸 왜 굳이 싸우냐고요. 일단 바로 합류하세요. 강타 싸움 가면 러이갓한테 절대 안 지니까."
-그의 저자후
-그의 분노조절ㄷㄷㄷㄷ
-이걸 참네ㅋㅋ 대회 중이라서 그런가?
오더를 하는 사람은 팀이 자신의 오더를 안 따라줬을 때 제일 화가 난다.
그리고 저라딧은 게임 하나에 진심으로 빡칠 수 있는 혼모노.
그렇다고 현재 진행 중인 게임을 갖다 던질 수는 없다.
꿀통통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3타로 들어간 게 잘못이었나…….'
3타는 아주 찰나의 시전 공백이 존재한다.
그 공백을 속이기 위해 궁극기를 같이 켰다.
보통은 속아야 정상이지만…… 천상계에 드물게 있긴 하다.
말도 안되는 순간 반응을 해버리는 괴물이.
그런 괴물들과는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마치 애초부터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이질감.
─적에게 당했습니다!
넌나보다리픈못해님이 꿀통통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넌나보다리픈못해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탑라인을 깨부수고 들떠 올랐던 고양감이 가라앉는다.
감히 자신을 도발하는 인간에게 실수로 질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팀원들에게 신뢰는 이미 잃고 말았다.
'꿀통통 저 새끼 통시브 한 번 더 터지면 게임 진짜로 터져.'
저라딧은 쎄~한 느낌의 위험 신호를 감지했다.
정글러는 전라인을 고루 살핀다.
1류 정글러일수록 맵리딩 능력이 뛰어나다.
상대 핑크스가 얼마나 한 실력을 가졌는지.
눈으로 봤고, 몸으로 겪었다.
살려두면 한타에서 골칫거리 장애물이다.
-핑크스 점멸 없는데 각 아님?
-저튜브각 나왔다 라딧아!
-아웃섹킥으로 응징 가즈아~
반대로 잡기만 한다면 한타는 필승이다.
다혈질인 꿀통통과 자신은 다르다.
시청자들의 부추김에 현혹된 게 아니다.
이성적으로 고려를 해봐도 기회가 맞다.
이번 용 타이밍에 게임을 비벼야 한다.
적 원딜러를 자르고 스노우볼을 굴린다.
"대회에서, 그것도 저심 앞에서 생존기 없는 원딜러를 왜 쓰면 안되는지 느낌 있게 증명 간다."
-그의 선언!
-그의 증명!
-근데 저심이 뭐임?
-저라딧이 리심 하면 저심임ㅋㅋ
승패의 분기점이 될 용한타가 시작된다.
* * *
'세상에는 참 별의별 병신들이 많아.'
유독 리픈하는 애들 중에 그런 애들이 많다.
자신의 강력함을 주체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다.
그렇게 성장 차로 찍어 누르는 게 솔로랭크에서는 용이하긴 하다.
'딱 자기 수준대 애들한테는 잘 통하지.'
챔피언이 워낙 현란해서 상대가 당황하다 킬각을 내준다.
반대로 어떻게 들어올지 다 아는 사람.
진짜 고수한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심지어 점멸 스턴도 아니고 점멸 에어본.
덫을 미리 깔아두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피한다.
진입에 스킬이 다 빠진 리픈은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는다.
'문제는 이번 한타인데……'
점멸이 없는 상태에서 용 한타는 부담이 된다.
안 그래도 흔한 생존기 하나 없는 핑크스다.
리심이 대놓고 노리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듣기로 핑크스가 안 쓰이는 이유가 그래서.
지속딜 챔피언인데 폭딜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타에서 포지셔닝을 잡는 것이 너무 어렵단다.
'근데 대놓고 노리면 나도 대놓고 사리면 돼.'
어처구니 없는 대처 방법이지만 실제로 맞다.
물론 다른 챔피언들한테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치비르.
〈이거나 먹어라!〉
치비르의 부메랑이 적 사이를 스친다.
리워크 이후 사거리가 말도 안되게 길어졌다.
이렇듯 용 대치 상황에서 적당한 압박이 된다.
글자 그대로 적당한 수준.
결정타로는 이어질 수 없다.
서로 조금이라도 유리한 포지셔닝을 잡기 위한 포킹이다.
하아!
마찬가지로 상대팀도 원거리에서 스킬을 던진다.
리심의 음파가 치비르에게 적중했다.
날아와봤자 치비르는 스킬 실드를 가지고 있다.
즉, 십중팔구 노리는 건 내가 된다.
'리심 하는 애들도 뻔해.'
슈퍼 플레이라는 것도 결국 스킬의 연계, 타이밍이 열쇠가 된다.
그걸 전부 알고 있다면.
한 술 더 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뻔한 이니시나 다름이 없다.
챌린저 리심쯤 되면 잘한다.
잘하기 때문에 생각이 읽힌다.
슬슬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날 거다.
이~쿠우!
아니나 다를까, 참지 못하고 날아온다.
치비르를 타고 들어와 방호 점멸.
까버리는 것은 탈리반 3세가 된다.
얼핏 실패 같은 이니시지만 그렇지 않다.
호롱!
콰드득!
리심은 코리아나의 구슬을 달고 들어왔다.
스킬이 연계되며 반쯤 그림 같은 한타.
포지셔닝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좀 심각하게 사리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화면 절반이나 널찍이 떨어져 있었다.
수준이 낮은 게임이면 모를까.
양팀 멤버는 점수대가 상당히 높다.
압박을 해서 보다 좋은 진영을 갖춘다.
방금 전 리심의 이니시는 쐐기였다.
자신들이 강한 타이밍을 살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러이갓의 탈리반 3세가 묘지를 세우고 죽었다.
탱커라고 해봤자 세미 탱커인 정글러.
파일럿도 다름 아닌 러이갓이다.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덩그러니 남은 궁극기가 묘지처럼 느껴진다.
메인 탱커인 싱나드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무리 원딜러가 잘 커도 앞에서 버텨줄 탱커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메인 탱커와 세미 탱커가 전부 당했다.
진영은 자연스레 뒤로 밀린다.
도망가면서 한 대씩 툭툭 친다.
말하자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느낌.
계속 맞다가 옷이 무거워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뻐엉!
그 결정타.
바주카포가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적중한다.
평타이니 적중이고 나발이고 할 게 없다.
하지만 바주카포가 가진 또 하나의 효과.
지지지직!
광역 피해와 함께 스태틱의 단도가 터진다.
순간적으로 적 세 명이 뭉쳐있었다.
치명타로 터지자 체력이 깜짝 사라져버린다.
'핑크스의 한타는 1킬부터가 시작이거든.'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제 겨우 예열이 마쳐졌다.
적 리심이 첫 번째 도미노가 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도미노.
한 번 쓰러지면 멈추지 않는다.
핑크스는 한 명만 잡으면 미친 듯이 빨라진다.
뻐엉!
뻐엉!
그 미친 듯한 속도로 카이팅.
어차피 상대의 스킬은 대부분 빠졌다.
나머지 스킬들은 무빙만으로도 농락이다.
'이래서 핑크스가 마음에 든다는 거야.'
원딜러가 대놓고 사리면 그만큼 딜을 못 넣는다.
방금처럼 딜을 넣기도 전에 아군이 다 죽는다.
하지만 핑크스는 혼자 다 잡을 딜이 나온다.
아군이 죽건 말건 나만 살아서 딜하면 된다.
그런 이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챔피언이다.
이미 적 리심을 잡고 스타트를 끊었다.
킬&어시 리셋으로 유지가 되는 미친 속도.
쓰러진 도미노는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신명나는 추격의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전작이랑 설명에 있어 다소 비슷한 부분은 있긴 한데……
현재 작품의 주인공과 올마스터는 플레이 성향이 완전 다르죠
똑같은 챔피언을 해도 클템의 리신과 인섹의 리신이 다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