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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나보다리븐못해 -->
챔피언의 숙련도를 직접 찍을 수 있다는 것.
굉장히 계륵 같은 기능이기는 하다.
이제는 더 안 쓰려고도 했었다.
'숙련도를 마스터 해도 나한테 안 맞으면 결국 의미가 없거든,'
최근 포인트 들어올 일이 많다 보니 팍팍 썼다.
월급날 카드 긁는 느낌으로다가.
3개월 전 출시가 된 부시안의 숙련도를 마스터했다.
이번 멸망전을 위해 원딜 챔피언폭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챔피언이 나한테 잘 안 맞아.'
크레이브즈 같은 인파이팅 느낌을 원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원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성향이 안 맞다 보니 손맛이 느껴지질 않더라.
도인디팀과의 2세트 경기.
상대가 워낙 만만해 이겼지만 내심 찝찝했다.
그래서 이후로는 자제를 하려고 했는데…….
지름신이 내 귀에 강렬하게 속삭였다.
이건 질러야 한다고.
뻐엉!
뻐엉!
쏘아진 바주카가 시원한 폭음과 함께 터진다.
불과 한 달 전 나왔다는 신규 챔피언 핑크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강렬하게 삘이 왔다.
'챔피언은 역시 캐리하는 맛이 있어야지.'
1인분 챔피언을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 아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강해진다.
핑크스라는 챔피언이 마음에 들어버린 이유다.
뻐엉!
들고 있는 총을 바주카로 전환하면 사거리가 늘어난다.
상대 원딜러 테러스티나를 기분 나쁘게 한 대 툭 친다.
반격을 하고 싶겠지만 사거리 차이가 허용하지 않는다.
'근데 이렇게 사거리 긴 챔피언들은 라인전이 보통 허약해.'
지금 상대하는 BJ종길이라는 녀석의 테러스티나.
소위 말하는 후반 캐리형 원딜러라서 초반이 약하다.
하지만 핑크스는 라인전이 특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뻐엉!
뻐엉!
바주카로 전환해 원거리 미니언을 친다.
스플래쉬 데미지가 펑펑 터지며 라인을 쭉쭉 민다.
라인 푸쉬력 격차를 활용해 선2레벨을 찍고 때린다.
두두두두-!
기관총 모드에서는 사거리가 짧은 대신 공격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대놓고 앞무빙을 밟으며 총알을 난사.
도망가는 테러스티나를 향해 큰 놈을 한 방 발사한다.
빠직!
핑크스의 W스킬 레일건.
선딜레이도 길고 투사 궤적이 뻔히 보여 계륵 같은 스킬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나온지 얼마 안된 신규 챔피언답게 분석이 안됐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라인을 밀고 견제하는 입장.
상대의 무빙 범위를 좁힌다면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다.
뻐엉!
사거리가 긴 바주카로 전환해 기분 나쁘게 한 대 더 친다.
그 일방적인 딜교환에 테러스티나가 거의 딸피가 된다.
이쯤 되니 야마가 아주 살짝 돌려고 한다.
"야, 유리야!"
〈네, 저 있어요! 왜요? 저 잘못한 거 없는데.〉
"그냥 불러봤어."
서포터가 좀 사람 같았으면 킬을 따봄직한 상황이었다.
한나의 실드만 받고 혼자 팬 탓에 킬각이 안 나온다.
도라이븐보다는 다소 답답한 감이 있긴 하다.
'대신 그만큼 캐리력이 말도 안돼.'
원딜러에게 있어 사거리는 정말 압도적인 강점이다.
심지어 라인전까지 강하니 성장도 문제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단점이 있다면 뚜벅이라는 점이나.
두둥실~
적 서포터 인어의 물방울을 앞무빙으로 지나치며 갈긴다.
기관총의 총구가 두두두두두-!
체력이 없는 테러스티나는 홀로 생존기를 사용해 도망가지만.
크드득!
같이 도망가던 인어는 생존기가 없다.
실버 티어답게 덫을 그대로 밟으며 공격에 노출된다.
1.5초, 샌드백이 된 인어는 딸피까지 얻어 맞다가 점멸로 내뺀다.
"야, 빡대가리야!"
〈히, 히익. 저 열심히 했어요!〉
내가 말했지.
열심히 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거야.
막말로 대충 해도 잘하기만 하면 상관이 없어.
뒤에서 아장아장 기어와서 평태 한 대 툭! 스킬 한 대 툭!
중급AI도 그것보다는 박진감 넘치게 딜교환 하겠다!
애초에 점멸 회오리로 CC연계했으면 필킬이었다.
"괜찮아."
〈죄송해요. 저, 저 이제부터 더 열심히 집중해서 해볼게요.〉
"괜찮으니까 가서 죽어."
〈히잉…….〉
옛말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있을 때 기똥차게 활용하면 된다.
유리야를 미끼로 던지고 적을 소탕한다.
두두두두-!
한나가 포탑에 대신 맞는 사이 기관총을 쏴재낀다.
체력도, 생존기도 빠진 테러스티나는 과녁이다.
포탑 안에서 처절한 항전 끝에 최후를 맞이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테러스티나를 잡긴 했으나 그만큼 희생도 있었다.
유리야가 쏟아진 적들의 공격에 전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실드의 온기는 아직 따듯하기만 하다…….
'리야의 복수다!'
먼저 떠난 유리야의 응징을 할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부시안은 아니고 핑크스다.
어찌 됐건 일단 복수는 끝마쳐야겠다.
뻐엉!
뻐엉!
핑크스는 상대를 잡으면 이동 속도가 기하급수 빨라진다.
그 정도가 순간적이나마 콩머스에 준할 정도.
인어는 도주는 커녕 포탑 안에서 농락 당하는 신세다.
바주카로 한 대 툭 쏘고 포탑 사거리를 벗어난다.
두 번 반복한 후 기관총으로 두두두-!
깔끔하게 잡고 빠져 나가려던 찰나에 덮쳐온다.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부쉬에서 튀어나온 리심이 방호를 타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당연하게도 아군 정글러 러이갓은 왕귀를 준비하고 있다.
역갱이 없는 이상 피하는 것이 상책.
하아!
땅치기로 나를 둔화시킨 리심이 각을 좁혀 음파를 던진다.
절묘하게 내가 있던 자리를 지나친다.
인어를 잡고 순간적으로 급증한 이동 속도.
내 피지컬이 더해지자 비정상적인 무빙을 실현케 만든다.
─더블 킬!
음파가 빗나간 리심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허겁지겁 포탑에 밀려온 미니언들이라도 주워먹는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잘난 덕분이기는 하나 잊지 않았다.
내가 이래 봬도 내 사람은 아낀다.
어쩔 수 없었던 희생을 기억한다.
"내가 네 복수를 해줬다."
〈저 왠지 복수 못한 거 같아요. 가장 나쁜 악당이 살아있는 거 같아요…….〉
"쫑알쫑알 대면서 쇼핑하지 말고 빨리 라인 복귀나 해라."
실드 주는 기계 주제에 어딜 감히.
거기까지 말하는 건 살짝 선을 넘는다.
속으로만 삼키고 나도 귀환해 아이템을 산다.
'꼬우면 사람 같이 좀 하던가.'
아무튼 첫 세트의 시작이 기분 좋게 열렸다.
* * *
롤에서 정글 차이는 초반 교전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으악-! 내가 죽은 건 정글러의 잘못이라능…….
흔한 우스갯소리인 인터넷 짤방 탑신병자 만화가 아주 개소리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쿠우!
러이갓팀의 탑라이너 BJ르간이 봉변을 당한다.
리심의 궁극기가 매섭게 탑라인을 후벼 판다.
-그의 갱킹ㄷㄷ
-그의 동선!
-그의 킬 양보!
채팅창에서 BJ저라딧의 팬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아직 하꼬라고 할 수 있는 저라딧이지만 그의 팬들은 일심동체 끈끈하게 뭉쳐있다.
〈그의 동선이 어째서 매서운지 여실히 보여주는 갱킹이었습니다. 싱나드는 이제 평생 라인 못 밀어요!〉
클끼리의 말대로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했다.
챔피언 특성상 라인전에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싱나드.
어쌔신의 신발이 나오고, 6레벨을 찍어 슬슬 기가 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갱킹으로 한 번 끊기자 레벨 차이, 아이템 차이.
리픈도 티아매트가 나오면 라인 푸쉬가 절대 안 밀린다.
탑 주도권이 평생 리픈한테 넘어가게 된 셈이다.
물론 꿀통통이 챌린저인 만큼 잘하기도 한다.
하지만 르간이 절대 밀린다고 단정 지을 선수도 아니다.
그도 그럴게 일단은 前프로게이머에 빛나는 경력의 소유자다.
〈르간의 싱나드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설의 3라인 파밍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렇죠. 현역 시절에 싱나드 진짜 기똥차게 잘하지 않았습니까?〉
BJ르간은 프로 출신이라는 점을 높게 사 러이갓팀의 탑라이너로 발탁됐다.
안타깝게도 세월은 지나갔고 현재는 마스터 티어의 퇴물 유저.
갱킹까지 당해 말려버린 이상 탑 캐리를 바라는 건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지금 미드에서 CS 차이가 상당히 나고 있죠?〉
〈아무래도 러너맨팀의 주장 러너맨은 플래티넘인데 반해 인성제로 선수는 챌린저 카드니까요.〉
주포지션이 미드가 아닌 원딜이지만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OP로 이름이 드높은 치비르를 잡았다.
얼마 전 리워크가 된 후부터 라인 푸쉬력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타랑! 탕! 탕! 탕!
부메랑이 튕기며 미니언 사이를 교차한다.
대형 부메랑을 던져 쓰윽 긁자 라인이 깔끔하게 클리어된다.
현재 치비르는 마나 소모가 굉장히 적어 스킬 사용이 부담이 안된다.
미드 라인을 미친 듯이 압박한 덕에 1차 포탑이 벌써 걸레짝이 되었다.
CS 차이도50개 대 72개로 상당히 유의미하다.
문제가 있다면 이게 꼭 승전보라고 따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는 오히려 러너맨팀이 나쁠 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솔킬을 딴 것도 아니고, 다른 라인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에요.〉
클끼리의 분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CS 차이가 제법 나나 코리아나 성장을 못했다는 이야기는 또 아니다.
심지어 선수도, 챔피언도 본래 미드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무난하게 성장하는 게 끝.
한타에서는 오히려 전통 AP메이지인 코리아나가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윗라인이 사정 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봇라인에서는 학살이 이루어진다.
─야호!
신나는 함성과 함께 발사된다.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물고기.
아니, 이미 잡았다고 확신했기에 놓아준 물고기다.
빠아아앙-!!
제대로 적중하며 거대한 폭음이 활활 타오른다.
핑크스의 궁극기 헬파이어 미사일이다.
딸피로 도망치던 러너맨팀의 인어가 터져버렸다.
〈박선비의 인어 또 죽었어요! 외모만 챌린저면 뭐합니까? 실력은 결국 실딱이에요 실딱이!〉
〈그래도 이번 건 좀 억울한 게…… 피하려고 다이아몬드 스탭을 열심히 밟았거든요? 근데 옆에 있던 테러스티나가 맞고 스플래쉬에 죽었습니다.〉
-외모는 챌린저 ㅇㅈ이자너ㅋㅋㅋ
-어떻게 저렇게 가녀린 여자를 인정사정 없이 세 번이나 죽이냐ㅠ.ㅠ
-남절이 쟤는 유리야도 갈구는 애라서;;
-뭐야, 저 새끼 여혐임?
봇이 사실상 터진 거나 다름 없는 상태다.
마치 양식장에 물고기를 키우듯.
일부러 포탑을 안 깨고 계속 수확을 한다.
〈심지어 진짜 잔인한 게…… 자꾸 한나를 던져줘요. 흔히 말하는 킬세탁이 됩니다.〉
〈사실 전략적인 의미는 있죠. 아무래도 원딜이 죽는 것보다는 서폿이 죽는 게 낫지 않습니까?〉
-남절 쟤는 일부러 던져줘서 문제임
-ㅇㅇ처음 다이브 칠 때도 유리야 완전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더라
-러이갓팀 시점으로 보셈ㅋㅋ 갖다 박으라고 오더함
-리야 불쌍해ㅠ.ㅠ 어쩌다 나쁜 남자를 만나서……
〈채팅창에 올라오는 나쁜 남자. 근데 원래 나쁜 남자가 매력이 있어요 마치 저처럼.〉
-???
-실수하네?
-클끼리님 실망입니다
클끼리의 헛소리는 어쨌든 속뜻 자체는 타당하다.
오더가 제대로 들어맞으며 라인전을 완벽하게 깔아뭉갰다.
〈저라딧이 갱각을 몇 번 날카롭게 잡았는데 결국 봇을 푸는데 실패했어요.〉
〈그의 동선을 꿰뚫어봤다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물론 처음 갱킹에서 음파를 피했던 게 결정이었죠!〉
그 이후로 유리남친절대아님의 핑크스는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이미 1코어인 무극의 대검이 뜨고 정열의 검까지 갖춰버렸다.
이 정도로 잘 큰 치명타 원딜러는 위력이 장난이 아니다.
애초에 치명타 원딜러가 잘 크기 힘든 대신 성장 기대치가 어마무시하다.
하지만 문제점이 하나.
핑크스는 사거리도 길고, 치명타 원딜러지만 생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BJ명을 읽기만 해도 유리야님한테 실례가 되는데 아무튼…… 정말로 저는 놀랐어요. 핑크스가 신규 챔피언인 데다 너프까지 한 번 먹어서 상위권에는 쓰는 사람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합니다.〉
클끼리가 하려는 말은 다름이 아니다.
이러저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여러 사람이 아이디를 돌려 쓰는 거 같다는 의혹이 있다.
그 의혹을 아예 정면돌파 해버리기 직전이다.
〈신챔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현재 캐리 직전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생존기가…… 없는 핑크스의 진짜 문제는 한타에요. 용두사미가 될지 화룡점정이 될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픽이 나왔을 때 가장 흥분하는 사람 시청자.
아니, 대회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해설자다.
現롤챔스의 해설자 클끼리의 눈이 매섭게 빛난다.
#소설 내에서 부시안은 리워크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