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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나보다리븐못해 -->
옛말에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 뛰어난 자는 숨어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솔직히 내가 레전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밝히는 타이밍에 한 건 터트리는 거지.'
한 마디로 날아오르기 위한 발판이다.
그리고 꺼림칙한 악성 루머들도 싸그리 소탕한다.
하지만 저런 헛소문이 탄생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아~ 그러니까 내가 다중인격자라고? 내 안에 숨겨진 인격이 있었던 거야? 그것 참 흥미로운 사실이네."
-다중인격자잼ㅋㅋㅋㅋ
-다중인격자가 아니라 다중 사용자!!
-솔직히 밝히셈. 통통이 말이 맞지?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잘하는 데다 챔피언 폭이 넓다.
나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이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일부 장인들 몇 명이 뭉쳐서 나라는 사람을 연기하고 있다.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은 복수의 인간이다.
신비로운 내용의 음모론이 제기됐다.
"나는 원래 뭘 해도 잘하는데 그분은 재능이 없어서 나랑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나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뼈를 때린다고?
-챌린저 꿀통통 무재능충행ㄷㄷ
-꿀통통 리픈 빼면 시체잖아ㅋㅋㅋ
원챔충이나, 하나만 잘하고 나머지는 평타치는 애들이나.
내 눈에는 다 그게 그거다.
그 챔프 너프되거나 메타 달라지면 바로 나락행이잖아.
"근데 나는 그분 마음 이해해."
-왜 갑자기 뼈 때리고 약주죠?
-러이갓 뒷배 믿고 깝치나 본데 파프리카TV에서 통통이 건들면 큰일난다
-통통이 요즘 물 올라서 칠무해된 거 모르냐?
BJ를 시작하고 나서야 안 사실이다.
삼대장과 칠무해.
파프리카TV BJ계의 서열 명칭이라고 한다.
삼대장- 러이갓, 러너맨, 간장 잘 마시는 그 분
칠무해- 팡우, 보황, 크하하, 다크, 김상오, 롤티쳐, 꿀통통
척도는 현재 각 방송의 인기와 시청자 수다.
군챔스 중계 방송 이후 인지도가 크게 오른 꿀통통이 칠무해 말석에 이름을 올렸단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인터넷 방송 갤러리라는 사이트의 쑥덕쑥덕 뇌피셜이다.
그다지 신경 쓸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칠무해라고 쳐봤자 버기 같은 녀석이겠지.'
딱 봐도 조무래기급 피라미다.
하지만 버기는 이래 봬도 엄청나다.
광D버기라는 최강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리픈의 엄청난 장인이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그런데 내 리픈을 봤으니 가오가 상했겠지.
리픈만 하는 애들이 생각하는 건 뻔하다.
"리픈만 하는데 리픈도 나보다 못하니까 의심을 할 만도 하네."
-이걸 도발한다고?ㅋㅋㅋㅋㅋ
-꿀통통방 가서 그대로 전해도 됨?
-리픈으로 꿀통통 앞에서 명함을 내민다고?? 방장 진심이냐?
당연히 진심이다.
애초에 한 번 하려고 했다.
마침 판도 깔아졌으니 주저가 없다.
'시비나 보복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다 전략이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해당 챔피언의 장인들은 다 똑같다.
리심 하는 애들은 꼭 카정 오고.
카시 하는 애들은 꼭 부쉬에 숨어있고.
그리고 리픈하는 애들은 전두엽에 살짝 문제가 있다.
'참을성이라는 부분이.'
가볍게 건드려줄 생각이다.
* * *
파프리카TV 멸망전 이틀째.
첫날부터 파급력이 워낙 대단했다.
예고돼있던 다크 관련된 부분보다는 오히려…….
설마 하던 부분이 훨씬 더 크게 터졌다.
-챌린저급 플래 해명하라!
-파프리카TV는 진실을 밝혀라!
-채팅창 안 봄? 채팅창 안 봄? 채팅창 안 봄?
방송이 시작되자 채팅창에 수도 없이 언급되는 그BJ.
러이갓팀의 골드&플래로 참전한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에 대해 언급 없이 넘어가기 힘들다.
지켜보던 클끼리가 불타오르는 화두를 곱씹어본다.
〈저도 어제 경기를 보고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사실 이게 비단 러이갓팀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최대한 가성비 좋은 카드를 구한다.
러이갓팀 말고도 다른 팀들도 전부 그렇게 한다.
마스터급의 실력자인데 팀운이 없어서 다이아로 강등됐다.
그런 사람을 기용하면 정말 마스터급 다이아가 가능한 셈이다.
〈지금 러너맨팀의 원딜러 BJ종길만 해도 그런 분이거든요.〉
-아니, 유리야남친절대아님은 가성비가 좋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챌린저급 플래티넘이 말이 되냐고!
-아, 내 실력은 챌린저인데 팀운이 안 좋아서 플래티넘이야~
챌린저급 플래티넘.
입으로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그런 사람은 당연히 없다.
팀운이 없어서 못 올라가는 정도라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급 실력자가 플래티넘에서 고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스터, 챌린저가 플래티넘에서 한두 판은 몰라도 내내 지지는 않는다.
결국은 실력 따라 가는 법이라 시간은 걸려도 못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저는 처음에는 도라이븐의 엄청난 장인인가. 사실 플래, 다이아분들 중에 라인전은 진짜 잘하지만 다른 게 안돼서 못 올라가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채팅창에 올라온 제보에 의하면 솔로랭크에서는 원딜 말고 다른 챔프도 하시고……, 이쯤 되니까 저도 긴가민가 합니다.〉
캐스터를 맡고 있는 김의정.
혹시 모를 논란을 대비해 한 발짝 뒤로 뺀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터질 것이 확실한 폭탄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대리냐, 아니냐 이 부분이겠죠?〉
〈일단 이 부분에 관해서 다른 계정이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게임사의 공식 오피셜이에요.〉
-응 안 믿어
-친구 계정으로 했을 수도 있잖아!
-꿀통통이 말한 다중 사용자설은 봄?
-나도 꿀통통 말이 맞는 거 같다ㅇㅇ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지만 본인이 부정을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기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다른 팀들도 애매하다고 불리는 BJ들이 있으나 경기는 진행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복귀 유저나 엄청난 재능충에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새로운 스타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저도 그쪽으로 결론이 나기를, 멸망전의 문제 없는 진행을 위해서라도 빌겠습니다.〉
클끼리와 김의정이 열심히 채팅창의 반응을 식힌다.
가까스로 진정시킨 듯도 하지만 문제가 아니다.
하필 첫 경기가 바로 그 논란의 두 팀이다.
BJ러이갓팀 대 BJ러너맨.
안 그래도 팬덤이 갈리는 라이벌 관계다.
논란까지 터져버리자 완전히 불이 붙었다.
그런데 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
휘발유가 통째로 부어지고 만다.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 아이디를 바꾼 채 등장했다.
〈이건…… 자신을 지목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꿀통통님을 저격한 것 같죠?〉
〈리픈 장인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타이밍을 봤을 때 아마도 맞는 것 같습니다.〉
러이갓팀과 러너맨팀이 밴픽이 시작됐다.
양팀 BJ들의 아이디가 나란히 쭉.
한 명이 유난하게 눈에 띄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중계진들이 언급하기 이전부터 채팅창은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다.
-넌나보다리픈못해 뭐야ㅋㅋㅋㅋ
-이걸 역으로 도발하네
-뒷끝 미쳤는데?ㅋㅋㅋㅋ
BJ꿀통통의 시그니처 픽으로 유명한 리픈.
마찬가지로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도 한다.
진정한 리픈 장인을 가려보자는 명백한 도발이다.
〈저도 이분 솔로랭크 데이터를 좀 봤는데…… 러이갓님이랑 듀오할 때 리픈을 곧잘 하더라고요.〉
〈리픈에 대한 자존심! 아니 자신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은 미드로 참가를 했기 때문에 미드 리픈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는 분명 원딜로 참가를 했다.
그런 만큼 아직 모르는 게 사실.
다소 형식적인 문제가 있다면 꿀통통은 탑이라는 점이다.
〈이 두 선수가 일단 라인에서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자신의 리픈을 보여줄 수는 있거든요!〉
김의정 캐스터의 말대로 꼭 겨룰 필요는 없다.
상대팀을 능욕하는 것만으로도 멸망전의 취지에 부합하다.
멸망전은 일반 대회와는 달리 BJ들의 자존심 매치이기도 하다.
〈서로 오해가 있고, 쌓인 게 있다면 말이 아니라 게임으로 풀자! 멸망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해결 방식입니다.〉
둘 사이에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풀고 가자.
다소의 논란은 실력으로 잠재우자.
개소리이긴 하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밌으면 상관 없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싸움 구경, 강 건너 불구경이 시작된다.
* * *
-러이갓팀 리픈 밴 풀었음ㅋㅋㅋㅋ
-쫄? 꿀통통 쫄?
-인간적으로 선픽 가자 통통아!
채팅창에 올라오는 목소리가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리픈 장인으로서의 자존심.
하지만 리픈은 대회 무대에서 쓰기 썩 좋은 픽이 아니다.
무턱대고 선픽하다간 역관광 당하기 딱 좋은 챔피언이다.
그런 것따위 현재 꿀통통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끓어오르는 가오가 온몸을 지배한 상태다.
"행님들, 꿀통통 진짜 마~이 죽었다……. 아직도 내 앞에서 리픈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네?"
-통시브 발동ㄷㄷㄷㄷ
-캬 이래야 역시 통통이지!
-리픈 살려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자!
-남절이 쟤 러이갓 버스 태워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음ㅋㅋ
심지어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응원까지 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라면 물러나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렇게 가오에 의해 조종 당하던 와중.
팀의 정글러를 맡고 있는 저라딧이 한숨을 토한다.
〈하아…… 아니, 리픈 선픽 고려해보고 하라고 말 안 했어요? 이건 나 아니라고 봐요 진짜로.〉
-그의 한숨ㄷㄷ
-그의 고려ㅋㅋㅋㅋ
-그의 빡침!
솔로랭크면 모를까 팀 게임이다.
그것도 상당한 액수의 상금이 걸려있는 멸망전이다.
그렇게 중요도가 높은 경기에서 팀원과의 상의도 없이 선픽을 박은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팀에게 OP카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최근 리메이크가 되고 핫하게 된 원딜러.
치비르는 팀적으로도 매우 좋아 밴 혹은 선픽의 대상이다.
본래라면 블루팀인 러너맨팀이 무조건 먼저 가져올 생각이었다.
〈치비르 뺏겨서 우리 봇 무조건 밀릴 텐데 책임 어떻게 질 거에요?〉
"제가 탑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한타 캐리해서 게임 이기면 되는 거지."
〈아니, 댁이 탑 이기는 건 당연한 거고. 봇이 하루종일 밀리면 정글러인 난 동선 어떻게 잡아요? 내가 그래서 고려하라고 했잖아-!!!〉
-저자후 터졌다!ㅋㅋㅋㅋㅋ
-그의 옥타브……
-이건 진짜 진심으로 빡친 거야ㅋㅋㅋ
저라딧은 평소 설렁설렁한 성격이나 게임에 한해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게임 한 판에 진심으로 빡칠 수 있는 혼모노.
그런 저라딧의 코털을 건드렸으니 제아무리 꿀통통도 사과 없이 넘어가기 힘들다.
"라딧씨."
〈예에.〉
"제가 죄송해요."
〈죄송이고 나발이고 게임 어떡하냐고요. 밴픽 느낌 너무 없는데.〉
"꿀통통 장인 리픈인데~ 제가 설마 한타에서 치비르 하나 못 자르겠어요?"
〈아, 그럼 한 번만 믿어볼게요. 근데 봇 밀리면 제 동선도 말리니까 그 점 고려하시고.〉
-그놈의 고려!!ㅋㅋㅋㅋㅋ
-진짜로 통통이는 리픈 잡으면 뭔가 달라
-통통이 믿어보자 라딧아! 한타 가면 진짜 원딜 순삭이야 그냥
OP챔피언을 뺏긴 건 확실히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멸망전은 공식 프로 리그가 아니다.
오히려 숙련도가 높은 시그니처 픽이 위협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들이 상대의 시그니처 픽을 밴한다.
그 시그니처 픽이 살았을 때 얼마나 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어제 경기에서 크하하의 배인이 슈퍼 플레이로 여실히 증명됐다.
마찬가지로 꿀통통의 리픈도 한 가닥 하기로 소문이 났다.
저라딧도 다소 흥분했을 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애초에 둘 다 챌린저라 같은 큐에서 만난다.
〈저도 통통님 리픈 믿으니까, 느낌 아니까 정글 주도권 잡아서 탑 한 번 풀어볼게요.〉
"진짜 1킬만 먹으면 무조건 캐리하는 거 알잖아요. 잘해봐요 우리."
일단 훈훈한 분위기로 둘의 격한 토론이 마쳐진다.
게임에 진지하다는 건 그만큼 상황 파악을 한다는 의미다.
저라딧도 지금 당장 집중을 하는 것이 옳다는 걸 아주 잘 안다.
그런데 적팀이 가져간 마지막 픽이.
-또 투 원딜???
-치비르 설마 미드야? 아니, 신챔이 미드인가?
-저거 챔피언 ㅈㄴ 쓰레기일 텐데 대체 왜???
상황이 기묘하게 흘러간다.
========== 작품 후기 ==========
제 글에서 간혹 꿀XX님이 악역으로 나오는데……
어둠의 다크와 달리 진심으로 우연찮은 겁니다
글이 이렇게 써지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모티브를 따오다 보니 이미지가 진한 사람이 생각되나 봅니다
리븐 장인들이랑 게임을 다 해봐서 성향이나 특징은 일단 알고 있거든요